[STID/존본즈] Silent Revolution 06 (Part 1 Finale)
- Star Trek Into Darkness/Full-length 2013. 9. 18. 16:14- Star Trek Into Darkness, John Harrison/Leonard McCoy
- Written by. Jade
Chapter 6. 불길 뒤에서Behind the Fire
“…이 날이 오기 전까지 위와 같은 일이 있었던 것이다. 커크는 세상을 송두리째 바꿔 놓을 거면서 이렇게 조용하게 획책되고 실행된 사건은 없을 거라며, 세상에서 제일 조용한 혁명일 거라고 멋들어진 타이틀을 붙이고 혁명 일지도 나눠 썼었다.”
더불어 제임스 커크는 므네모시아와 전혀 궁합이 맞지 않는 인물 중 하나였다. 맥코이는 잠시 속으로 방금 소리 냈던 어구를 되새겼다.
“내가 겨우 벌려 놓은 일에 그런 멋진 이름을 붙이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그 정도로 포장할 수 있는 정도의 일이니 기왕 하는 거 성공했으면 좋겠다. 예상으로는 300년가량을 거슬러 올라갈 것 같은데 그 때 누군가에게 이 파일을 보여주길 바란다. 커크인 게 제일 편하겠군. 해리슨에게 가감 없이 들려주긴 부끄러운 이야기니까….”
그 뒤로 무슨 말을 덧붙여야 할지 몰라 맥코이는 녹음을 마쳤다.
그는 액정을 접어 얇은 판에 넣었다. 보관을 위한 덮개라는 기능에도 충실했지만 배터리로 액정을 작동시킬 수 있는 접속 장치이기도 했다. 맥코이는 그것 옆에 놓아두었던 주사기의 유리관에 약물을 채웠다. 므네모시아의 기원과도 같은 레너드 맥코이의 첫 번째 발명품이 안으로 흘러들었다. 정확히는 그것을 토대로 변형을 가해 뇌의 일정 영역을 보존시키는 역할을 하는 물질이었다.
블랙홀에 대해서는 그도 자세히 알지 못했다. 그저 일정 규모의 블랙홀을 발생시키면 몇 백 년 정도는 넘어 다닐 수 있다는 것만 그나마 뚜렷했다. 맥코이는 부디 그 초자연적인 통로를 넘어도 자신의 약물이 효력을 발휘하여 26세기의 기억을 유지할 수 있길 소망했다. 이태까지 유예해 왔던 책임감이 한꺼번에 밀려와 맥코이의 행동을 촉구하고 있었다.
간소한 차림이었지만 그의 걸음은 영영 리서치를 향한 이별을 준비했다. 맥코이는 일부러 옆에 면한 연구실을 개방해 놓았고, 현관 사이에는 책을 끼워두어 문이 닫히지 못하게 했다.
맥코이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리서치의 로비에 내려앉자 늘 그렇듯 연구원들이 닥터를 향해 경의를 표했다. 맥코이는 딴에는 신경 써서 그들의 인사를 하나씩 받았다.
레너드 맥코이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자신의 필요와 요구에 따라 마커스가 부여한 위선적인 권력을 누리고 있었다. 수도를 가장 빠르게 달릴 수 있는 차량을 후련한 마음으로 제공받았으며, 차에 탑승하고 얼마 되지 않아 리서치의 정경이 차창에서 순식간에 사라졌다. 기사는 언제나 영광스러운 기분으로 맥코이를 목적지에 데려다주었다. 닥터의 상징을 당당하게 과시하면서 맥코이는 신속히 생추어리의 사제들을 비집고 앞으로 나아갔다. 사제들이 하얀 가운의 닥터를 보고 놀랐다.
“화형장이 어디지?”
“형이 집행되고 있을 겁니다. 혹시나 둘러보러 오신 거라면 조금 기다렸다 가시는 것이….”
“함부로 추측하지 마. 화형장이 어디야?”
존 해리슨에게 단련된 사제도 작정하고 고압적인 목소리를 내는 닥터의 초월적인 요구 앞에서는 맥을 못 췄다. 사무적인 태도 따위는 모조리 잊어버린 사제가 더듬더듬 위치를 설명했고 맥코이가 날카롭게 돌아섰다. 생추어리를 뜻대로 누비고 있는 하얀 가운에 젊은 사제들 몇몇이 놀라 닥터의 뒤통수를 바라보았다.
조금이라도 시간을 아끼기 위해서 맥코이는 지나가던 사제 한 명을 붙잡았다.
“잠깐 나 좀 안내해 주지.”
고동색 머리카락을 짧게 자른 사제는 느닷없이 들이닥친 닥터의 손가락에 동작을 멈췄다. 화형장이라는 곳이 아무래도 계단을 몇 번 내려가거나 엘리베이터의 버튼만 누르면 쉽사리 닿을 수 있는 장소가 아니라는 생각이 미친 탓이었다. 위대한 닥터의 목적지를 들은 사제의 안색이 곤란함으로 물들었다. 닥터는 눈빛으로 그를 독촉했다.
맥코이에게 지목 당했던 사제는 아예 담당자를 불러왔다. 담당자는 정중한 태도로 닥터를 안내하려다가 자꾸만 걸음 속도를 높이는 맥코이보다 앞서가기 위해 발을 놀리는 데 열중하게 되었다. 맥코이가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그리 많은 임무가 남은 것은 아니었지만 가장 본질적인 마무리가 레너드 맥코이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뒤편에는 자신이 변절자로 고발한 제임스 커크도 포함되어 있으리라.
물론 그것은 맥코이의 독단이 아니었다. 사람들의 출입이 제한되어 방해받을 일이 없고, 크게 넓지 않은 밀폐된 공간이어야 하며 곧바로 블랙홀을 봉인할 수 있는 장소가 화형장 밖에 없었다. 그리고 해리슨은 절대로 닥터를 구금해 불에 태우는 일은 상상하지 못할 것이므로 대신 커크가 곤욕을 치러줘야 했다. 맥코이는 늦지 않도록 최대한 빨리 걸었다.
아직 맥코이가 도착하지 못한 집행장에서, 두 손이 묶인 제임스 커크는 사제들이 떠미는 대로 위치를 이동했다. 묵직하게 맞물려 있는 석문 너머에서 넘실대고 있을 열기가 커크의 일직선의 틈을 거쳐 얼굴에 번졌다. 범죄자를 통제하고 있던 사제들이 곧 넘실댈 불길을 피해서 하나 둘씩 옆으로 물러났다. 처음부터 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존 해리슨은 수상한 미동이라도 잡아낼 것 같은 눈빛으로 커크의 뒤를 차갑게 응시하고 있었다. 커크의 오른편에 선 사제가 해리슨을 대신해 말했다.
“마지막으로 남길 말이 있다면 지금 할 기회를 주겠다.”
신경을 분산시키고자 고개를 숙이고 있던 커크가 시선을 돌려 존 해리슨을 마주했다. 해리슨이 미간을 좁혔다. 그는 범죄자의 기묘한 행동의 저의를 추측했지만, 커크가 해리슨의 안구를 인공적이라고 단정 짓고 있다는 감상을 떠올리고 있다는 속내를 파악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해리슨은 서서히 불편해졌다.
그 때 화형장의 문이 열렸다. 해리슨이 드물게 짜증스러운 몸짓으로 등 뒤를 확인했다. 레너드 맥코이가 안내인을 돌려보내고 있었다.
“…닥터?”
“사제장 빼고 다 나가.”
해리슨이 맥코이의 앞을 가로막았다.
“지금 뭐하는 겁니까?”
“사람 태울 불꽃 하나 피우는 데 구경꾼이 이렇게 많이 필요해? 내가 나가라고 했잖아. 빨리 나가.”
점점 온도가 낮아지는 해리슨의 얼굴을 단호히 외면하고 맥코이는 직접 문을 붙잡고 사제들을 내보냈다. 커크는 맥코이가 들어옴에 안도했다. 단지 그가 레너드 맥코이이기 때문에 여태까지 그의 모든 행동을 묵인해 주었던 존 해리슨도 이번만큼은 총을 뽑았다. 서늘한 청록색 안구와 두렵도록 깊고 어두운 총구가 동시에 맥코이를 노렸다.
“더 이상 집행을 방해했다간 당신의 권위를 맹신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겁니다.”
커크가 더 크게 몸을 돌렸으나 맥코이는 그의 지원을 받을 생각이 없어보였다. 만일에라도 커크가 죄인들의 경계선을 넘어버리면 동시에 존 해리슨은 그를 쏴버릴 게 분명했다. 커크는 자신의 소중한 동료이자 누구보다 믿을 수 있는 은인이기에 빼놓을 수 없었고, 해리슨은 자신이 반드시 책임져야 하는 속죄의 대상이기에 맥코이는 둘 중 누구라도 다치지 않길 바랐다.
“당신은 끝내 나에게 이유를 묻지 않았어.”
맥코이는 일생에서 제일 중요한 뒷걸음질을 시작하고 있었으나, 존 해리슨은 여전히 지원을 요청해야 하는지 가늠하고 있을 뿐이었다. 해리슨과 차츰차츰 거리를 벌린 맥코이가 끝내 기계의 계기판에 닿았다. 며칠 전 그가 직접 설치해 놓았던 새로운 버튼이 옅게 빛나고 있었다.
“그러니 그냥 지금 말해줄게.”
맥코이의 손이 버튼과 거리를 좁혀갔다.
“당신을 새로운 출발지에 세워 놓고 싶어.”
레너드 맥코이가 발산하고 있는 진중한 울림이 단추가 작동하면서 짧은 시험관 하나가 들어가면 적합할 구멍이 튀어나오는 소음을 가렸다. 해리슨의 총은 아직까지 평정을 유지했고, 커크는 얼음 같은 존 해리슨의 눈동자를 살피면서도 자신의 등 뒤의 뜨거운 느낌을 잊지 않았다.
“나는 처음부터 내 고통에만 집착했지. 므네모시아의 발단이 된 초기의 약물도 결국 내 트라우마를 없애기 위한 시도였으니까. 자이가이스트가 형성되고 므네모시아가 완벽히 만들어 졌을 무렵에도 나는 겨우 20대였어. 누구보다 개인적 성취에 목을 맬 시기지.”
해리슨은 그의 말을 끊지 않았다. 맥코이가 챙겨온 시약을 끼워 넣고 장치를 닫았다.
“그 뒤로 나는 갑자기 모든 학자들의 우상이 됐고 모든 게 부담스러워졌어. 기념으로 가지라면서 나를 위한 교과서를 받았을 때 다섯 페이지를 못 넘겼어. 나는 마커스를 탓했지. 내 생각을 용케 읽고 므네모시아를 만들 수 있게 지원해 준 것도, 갑자기 나한테 리서치를 넘기고는 레너드 맥코이를 찬양하라고 시민들에게 명령과도 비슷한 짓을 한 사람이 마커스니까.”
안타깝게도 해리슨은 맥코이의 말을 완벽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 해리슨은 그를 쏘지는 못할망정 적어도 중앙 통제 센터로 넘겨야겠다고 결정 내렸다. 사실 그것조차 사제장에게 허락되는 건지는 미지수였지만, 해리슨은 이번만큼은 법의 방법론을 존중하지 않기로 했다. 비록 불완전하긴 했지만 그 순간이 바로 그가 법전이 육화된 성직자의 정체성에서 탈피한 최초의 자유였다.
“더 이상 당신이 여기 있는 걸 용납하지 않겠습니다. 나가시죠.”
해리슨의 총구가 그의 눈동자 대신 움직였다. 맥코이가 쌉쌀하게 웃었다.
“아직 가장 중요한 말 못 했는데.”
벽문 뒤에서 열기가 식어가고 있었다. 커크가 문에 몸을 붙였다. 해리슨은 맥코이가 기계를 작동시키는 레버를 잡고 있음을 보았다. 그것은 아래로 내려가야만 하는 레버였다. 해리슨은 반사적으로 맥코이의 의도를 쫓아보려다, 예고없이 들린 그의 진심에 멈칫했다.
“지금 내가 처음으로 내 책임과 이타성을 발휘하는 중인데.”
해리슨의 표정에 균열이 갔다. 이것이 마지막일 줄 알았다면 그가 조금이라도 인상을 풀었을지, 맥코이는 긴장을 풀려고 영양가 없는 상념을 마구잡이로 떠올렸다. 그 와중에 계기판에 어떻게든 끼워 넣는 게 급급했기 때문에 다소 조악하게 설치되었던 맥코이의 버튼은 위로 튕겨져 깨끗하게 빈 시험관을 내보냈다.
제일 먼저 커크가 눈을 감았다. 맥코이가 불길이 튀어오를 곳으로 접근하고 있었다. 해리슨은 둘 중 누구도 막지 못했다.
그리고 맥코이와 커크의 공간과 유일하게 거리를 두고 있는 해리슨은 검은 소용돌이가 불길을 삼키는 장면을 목격했다. 두 사람에게는 그것을 두려워할 찰나도 없었을 것이었다. 하지만 약간의 여유가 있었다 한들 그들은 자이가이스트의 불꽃이 사그라지는 걸 편안하게 받아들였으리라.
존 해리슨의 생각은 거기까지였다.
Silent Revolution, Part 1 : Zeitgeist Fin.
and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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