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ar Trek Into Darkness, for John Harrison
- Words from the greatest person I hold most dear
- Written by. Jade
Educated Anger
천둥을 앞세우며 성난 듯 번개가 번쩍거렸다. 시각에 어울리지 않게 새카맣게 변한 하늘을 보건대 쉽게 그치지 않을 비였다. 지구의 날씨는 예나 지금이나 변덕스럽다. 칸은 슬쩍 창밖을 내다보았다.
그의 거처는 완전히 버려져 있는 것처럼 바래버렸기 때문에, 누군가가 본다면 살 곳은 못 되지만 잠시 몸을 피하기에는 크게 모나지 않은 임시 대피소 같은 모습이기도 했다. 그는 지붕이라고 칭하기엔 석연치 않은 구조물의 그늘 아래로 그림자 하나가 잽싸게 파고드는 걸 보았다. 이 주변에는 인간이 거의 살지 않는다. 칸은 창문에 조금 더 가까이 붙어서 고개를 기울였다. 모자를 벗어 툭툭 털고 있는 이는 탐험가를 연상케 하는 복장을 입었다. 모자에 가려져 있던 짧은 검은 머리카락에 맺힌 물방울이 아래로 미끄러졌다.
황무지나 다름없는 이곳에 탐험가의 흥미를 돋우게 할 요소가 있다고 생각되지는 않았다. 그들의 가장 큰 적이라고 할 수 있는 존재가 바로 등 뒤에 있다는 걸 모르는 탐험가는 한숨을 흩뿌리며 하늘을 바라보았다. 칸은 언제나 볼 수 있는 하늘대신 잠시 머물다 갈 남자를 보기로 했다. 옷은 몇 번 세탁을 한 듯 했지만 아주 깨끗하진 못했다. 조끼 따위의 얇은 옷을 여러 개 입고 가방끈에도 상의를 묶었는데, 배낭은 아주 크진 않았지만 가벼우면서 여기저기 넉넉한 주머니를 자랑했다. 그는 아마 경력이 있는 모험가일 것이었다. 칸은 다시 노련한 인간 탐험가가 여기까지 온 이유를 추측해보려 했다.
돌이켜보면 인간들은 엉뚱하고도 비합리적인 생각을 품는 경우가 많았다. 때로 그것은 생각이라는 이름을 붙여줄 수도 없이 터무니없고 몽상적이다. 삼백년 전 살았던 인류의 일부가 그를 만든 이유도 그 연장선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칸은 곧 탐험가의 목표를 추리하는 일을 그만 두었다. 그러자 조금씩 짜증이 밀려들었다. 한가롭게 자신의 그림자에서 비를 피하고 있는 탐험가와, 분명 얼토당토않을 그의 목적의식을 공략하던 그 껄끄러움은 보편적인 인간에게까지 손을 뻗쳤다. 칸의 손가락이 산발적으로 마디를 꺾었다.
극도로 발달된 두뇌의 소유자로서 그는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으나, 굳이 그가 소화할 필요가 없는 것들도 있었다. 칸은 자신이 탐험가의 목적지를 인정하지 된다는 명제에 대한 온갖 근거들을 단번에 떠올렸다. 거쳐 온 역사를 언급할 수도 있었고 일반적인 통계를 언급할 수도 있고, 누군가의 자서전에서 읽은 구절을 들이대는 것도 가능했다. 유리창과 무거운 습기 덕분에 탐험가는 날을 갈듯 사고를 작동시키는 칸을 인식하지 못했다.
그것은 뇌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하나의 훈련이자 과학자들의 철학이었다. 박사들은 그에게 문득 떠오르는 짧은 주장마저 뒷받침할 수 있을 만한 이유들을 빠르게 생성할 수 있어야 한다고 다그쳤다. 인간의 유서 깊은 모험심을 나락으로 끌어내리는 과학자들의 목소리가 퍼뜩 머릿속을 치고 올라왔다.
네가 영리해 질수록 네 감정은 정당화될 수 있을 것이다. 너는 앞으로 평생 무지한 자들을 증오하며 살아가게 될 텐데, 네 자신이 아는 것이 없다면 그만큼 지독한 자기모순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걱정할 것은 없다. 무지한 자는 존재할 필요가 없으므로 너의 증오를 그들에게 푸는 건 정의로운 일이기 때문이다.
번개가 번쩍이고, 이어 빛보다 느린 천둥이 울렸다. 놀란 남자가 표정을 찡그렸다. 그러나 칸이 미간을 좁히게 만든 건 날씨가 아니었다.
복수심이 아닌 곳에서부터 솟아나는 맹목적인 증오심이 빗발칠 때 언제나 생각나는 목소리다. 그것은 삼백년 동안 칸을 위로했다. 이태까지 그 뒤틀린 음성은 자신의 역할을 꽤나 잘 수행해왔으나, 깊은 사색을 할 수 있는 여유 아닌 여유를 얻게 된 칸은 거기서부터 하나의 결론을 내렸다. 하나의 시스템처럼 연달아 명령과 행동을 발생시키려는 기계적인 과정을 억누르며 다시 탐험가를 바라보았다. 그는 결국 그늘 아래를 치우며 엉덩이를 붙일 공간을 만들기 시작했다.
탐험가는 용케도 안으로 들어오지 않았다. 인간 남성에게는 잘 된 일이다. 그림자 너머에 살고 있는 존재는 논리 없는 인간의 모험심마저 무지의 증거로 판단하며, 그것의 근원을 증오하는 자이다. 빗줄기가 잠시 얇아지는 틈을 타 남자가 재빨리 달렸다. 그가 사라짐과 동시에 칸의 증오도 독기를 잃었다. 시선을 내리면서 칸은 쓰게 조소하고 말았다.
잠시 인류의 고귀한 감정도, 강화인간의 복사된 논리도 풀이 죽었다.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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