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ar Trek Into Darkness, John Harrison/Leonard McCoy
- Written by. Jade
The Talk
함장이 죽기라도 했나?
..알면서 일부러 묻지 마.
인간들이란 도무지 발전이 없군.
뭐라고?
(이후 대화는 이어지지 않았다)
-
여기에만 있으면서 뭐 기분 안 좋은 일이라도 있어?
무슨 뜻이지?
스트레스랑 흥분 지수가 갑자기 올라가서.
인간과 같은 공간에 있는 걸 내 몸이 불쾌하게 받아들이는 모양이지.
..잘났어, 정말. 너는 뭐 사람 아닌 줄 알아?
내가 단지 인간들이 나보다 열등하기 때문에 인간들을 혐오한다고 생각하나?
네 이유가 얼마나 합당한지 자랑하고 싶어?
헌법의 합리성을 가지고 한 사회의 윤리적 수준을 측정하지는 않지. 그 척도는 오히려 성문화가 필요 없는 범위들이다. 굳이 법으로 명시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원칙이 사회의 윤리적 표준이야. 죄를 가지고 토론이 벌어진다면 이미 그 사회는 도덕적인 측면에서 미개하다.
..그런데?
300년이 지났어도 나를 이런 식으로 이용하는 건 변하지 않았군. 내가 인간들을 애정할 수 없는 이유다.
...
당신은 의사니까 이런 주제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밝겠군. 결국 네가 하고 있는 것도 생명에 대한 부조리한 착취야. 당연히 금지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지만 너희들은 그렇게 단정하지 못하지.
그렇게 인간들을 비난하면서 왜 너는 너의 죄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지? 너 때문에 죽은 사람들이 얼마나 되는지 알아?
내가 내 폭력을 변호하는 데에 관심이 있다면 기꺼이 대답해주지.
(의사가 시험관을 들고 물러났다.)
당신도 결국 다른 이들과 다르지 않아.
-
그래, 내가 당신 궤변을 기꺼이 들어주지. 마음껏 말해봐. 네 범죄 행위들에 조금이라도 정당성이 있는지, 네 적을 설득해 보라고.
너는 네 자신을 나의 적으로 인식하고 있군.
당연하지. 너는 엔터프라이즈를 거의 침몰 직전까지 몰아넣었고, 내 소중한 친구를 죽음으로 몰아간 데다.. 그런 개인적인 이유가 아니라도 너는 스타플릿의 적이야. 너의 음모와 테러 행위는 이곳에 유래 없는 피해를 남겼어.
한 가지 지적하지. 내가 한 일은 유래가 없을지는 몰라도 예상할 수 없는 종류는 아니었다.
뭐?
내가 켈빈 기록 보관소를 터뜨린 것, 너의 함장을 속이고 본래 내 함선이어야 마땅했던 벤전스를 탈취한 것 모두 은밀한 계략은 아니었다는 거다. 나는 거짓을 뒤집어쓰고 스타플릿을 위해 일해야 했어. 내가 나의 이름과 동료들을 되찾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오히려 비밀과 음모에 휩싸여 있던 건 스타플릿, 정확히 지목하자면 마커스 제독 쪽이지.
...
나의 폭력은 완전히 공격적인 것만은 아니다. 여전히 인간들과 동등하게 섞일 수 없는 세상에서 우리들만의 해방구를 위한, 일정 부분은 방어적인 폭력이었지.
...
하지만 굳이 파괴적인 방식을 선택했냐고 추궁한다면, 그저 내 선호도의 문제라고 대답할 수밖엔 없겠군.
네가 마커스에게 발견되지 않고, 차라리 다른 인물의 손에 의해 깨어났다면 너도 지금과 같지는 않았을 수도 있었을 텐데.
역사서에는 없는 얘기를 해 주지. 나와 비슷한 방식으로 태어난 존재들을 다른 이들이 어떻게 바라봤는지 짐작할 수 있겠나? 온갖 관념이 뇌 속으로 흘러들었지. 나를 담당했던 나이든 박사는 나에게 노골적으로 이런 말을 심었다. 만약 열 명의 사람을 살해한다면 넌 살인자에 그치겠지만, 수백만 명을 죽인다면 너는 역사적인 인물로 기억될 거라고.
...그 놈은 진짜 미쳤네.
그들의 어두운 욕망 다음에 나를 감싼 건 보통 사람들의 형체 없는 불만이었지. 감히 자신들의 모습을 닮은 형태를 취하고는, 갑자기 태어나서 자신들이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은 가능성을 내뿜는 존재들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반감. 그들은 우리가 고분고분한 걸 바라지 않았을 거다. 연구소 밖으로 뛰쳐나가든 살인을 하든, 빨리 죄를 저질러서 그 다수가 거센 처벌을 내릴 구실만 호시탐탐 기다리고 있었어. 죄인은 사회가 볼 수 없는 곳에 위치한다. 그 자리에서라면 인간들은 우리를 원하는 대로 벌할 수 있는 거고.
...
인간에 대한 나의 불신은 그런 단순한 가정으로 중화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인류가 그렇게도 변하지 않았던가? 정말로?
오, 너의 캡틴은 꽤 흥미로웠지. 물들지 않은 의식이라는 걸 가지고 있는 부류였으니까. 하지만 제임스 커크 혼자서 나를 일반적인 영역으로 불러들일 수는 없어. 인류는 여전히 나를 감당하지 못해.
...너처럼 시작부터 그렇게 불행한 놈도 없을 거다.
뭐라고 했나, 지금?
그렇게 잘못되고 비뚤어진 주제에, 거기에 정당성을 붙여주는 근거도 그렇게 많이 가지고 있으니 불행하기 짝이 없다는 뜻이야.
(의사가 검사 결과를 확인해야 했으므로 대화는 중단되었다.)
-
제길, 정말 골치 아프게 하네.
...
몇 백 년 전 과학자들이 이렇게 똑똑했나.
...
(의사는 몇 번 혼잣말을 하면서 작업에 몰두했다. 침대 위에 앉아 있는 범죄자는 말이 없다.)
가만히 있지만 말고 뭐 코멘트 해 줄 거 없어? 대체 이 피는 어떻게 생겨 먹은 거야, 대체..
내가 무엇을 말해줄 수 있다고 생각하나?
어쨌든 네 몸이잖아. 네 혈구가 이종의 세포를 마구 흡수하고 있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이걸 잡아야 짐한테 흡수시킬 수 있단 말이야.
아쉽군. 완전히 내 것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운 육체라서.
..젠장.
왜 그러지?
무슨 뜻인지 알았으니까.. 그냥 너는 입 다물고 있는 게 낫겠다. 뭔 말만 하면, 어휴.
...?
여기 보지 마. 눈도 뜨고 있지 마. 거슬려.
(범죄자는 정말로 앉은 채로 눈을 감았다.)
-
(눈을 오랫동안 감고 있다가 범죄자는 깜빡 잠이 들었다. 여전히 의사가 실험 도구들을 붙잡고 애쓰는 중이다.)
함장을 살릴 수나 있겠나.
잠이라도 자.
지금 깼는데.
..그럼 그냥 조용히 있어.
족쇄를 풀어주면 닥터가 곤란해 하는 부분에 대한 해답을 주지.
..진심으로?
내가 닥터에게 해코지를 할 게 겁이 나면 무장한 요원들을 안으로 들여보내도 상관없어. 움직이지도 못하는 채로 샘플에 손을 댈 수는 없지 않나.
총 든 사람이 들어온다고 해서 뭐가 달라져. 함선이 감시하지 않는 이상 다 너한테 나가떨어질 텐데. 기다려 봐. 나한테도 열쇠가 있었던 것 같은데.. 찾았다.
..의외로군.
뭐가?
날 잠시 풀어줄 정도로 절박한 문제인가?
애초에 너한테 한 번 도움을 청했던 건 나야. 가서 한 번 봐봐.
(약 15분 뒤 범죄자가 책상에서 물러났다. 현미경을 힐끗 들여다보고 의사는 조금 놀랐다. 범죄자가 의사를 바라보았다.)
이상한 눈초리로 보지 마.
뭐가 이상하다는 거지?
방금 내가 이해가 안 된다는 눈빛이었다고. 소중한 동료를 살리려고 애쓰는 건 당연한 일이야. 네가 모를 분야는 아니라고 생각해.
...
침대에 앉아. 안타깝지만 계속 널 풀어주고 있을 순 없으니. 그리고..
?
종종 다리 저리면 나 좀 도와줘. 너도 잠깐 숨통 트이잖아.
...어이없는 구실이군.
(대화가 끝났다.)
-
생각해 보니 말이야.
..?
네가 날 도와주면 편하고 진도도 빠르고 좋긴 한데, 너한테 별로 좋을 건 없더라. 네가 지금 이렇게 깨어 있는 건, 어쨌든 짐을 살리는 일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니까.
...
강요 안 할게. 네 피 하나 제대로 못 다뤄서 쩔쩔매는 의사가 무서우면 도와주는 거고, 아니면 말고.
시간이 미뤄지고 앞당겨지는 건 그다지 의미가 없다. 실패한 존재가 봉인당하는 것뿐.
......
...
네가 캡슐에 들어가기 전에 한 가지 말해줄 게 있어.
물어도 답해주진 않겠군.
나도 어쩔 수가 없는 거라서.
처음에 했던 말과 앞뒤가 맞지 않는데. 내 도움을 더 강력하게 요청하는 건가?
지금 당장이라도 밝히고 싶지만, 앞서 말했듯이 내 영역 밖이라서 말이지.
-
-
-
어, 아마 들리겠지? 아직 의식을 잃지는 않았을 테니까.
(누워 있는 범죄자는 대답할 수 없었다.)
지금 여기로 뭐가 들어오고 있는 지 알아? 네가 들어 있는 거하고 똑같은 극저온 캡슐들이야. 안이 비어있지도 않아.
...
그러니까 네 동료들, 그 어뢰에서 안 터졌다는 거야. 함선에 전송한 건 빈 어뢰들이었어. 캡슐들은 내가 꺼내서 지금까지 줄곧 엔터프라이즈에 보관하고 있었어.
...
너의 변호들, 네 사정들 솔직히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야. 주제넘다고 할지는 모르겠지만 오히려 잘 알겠더라고. 그런데 그렇게 되다 보니까, 네가 사람들을 미워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고 나니까 오히려 너를 지지할 수가 없어졌어. 널 반드시 재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당장 극적인 변화가 생길 수 없다는 걸 아니까.
...
5년이 지나고 나면.. 그건 나도 모르겠다. 300년 동안 잠들어 있었으니까 몇 년 정도는 거뜬하겠지.
...
잘 자.
(캡슐이 완전히 닫혔을 때 범죄자의 표정은 조금 평온해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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