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ar Trek Into Darkness, For John Harrison

- Keyword from the greatest person I hold most dear

- Written by. Jade


On Colors of the World (and Loneliness)



  어찌나 빗줄기가 굵게 쏟아지던지 새벽녘에도 바깥이 소란하다. 비가 깎아 놓은 미세한 경사에 금세 물이 들어 차 곳곳에 웅덩이가 가득하다. 갓 배양 단계에 들어가 콜로니는 매우 신중하게 다뤄져야하므로, 필요 이상의 습기가 새어들기 전에 한 인영이 문을 닫는다. 살짝 졸음에 젖어 있던 눈동자가 깜빡임 한 번에 말끔해진다. 잠에서 깨어났다. 그러나 당장 책상에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콜로니는 아직 배양중이다. 간신히 종이와 필기구를 끌어 당겨 잡은 뒤 창문가에 옆을 기대고 선다. 타블렛이나 패드의 디스플레이는 기대할 수 없는 환경이다.


  바깥이 어둑하다. 기분 나쁘게 질척거리는 어둠이다.



  ―단지 비밖에 쏟아낼 줄 모르는 회색의 하늘과 그로 인해 태어난 물웅덩이를 우연히 보고 있었을 뿐이었다. 흙과 먹구름에 제 투명함을 뺏겨버린 웅덩이에는 아무 것도 비치는 상이 없었다. 그 가운데에서 나는 대지의 마지막 균열까지 파고 들어간 땅바닥으로부터 솟아 오르는 먹색의 계단을 보았다. 이음새도 없이 그 형태가 위태로웠다. 새벽의 여명이라도 짜내보려는지 어슴푸레하게 빛이 섞이다 사그러지고 마는 하늘보다, 마디가 온통 검은색인 실로폰처럼 보이는 그 계단이 나아 보였다. 실제로 존재하는 것과 한낱 환영을 비교했다. 그리고 환영이 더 가치롭다고 판단했다. 원한다면 눈 감아 모두 없애버릴 수 있는 하찮은 무언가에 지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칙칙한 하늘 덕분에 덩달아 지상도 칙칙하다. 물체에 실체감을 더하는 그림자도 묻혀버리고 저마다 뜻하지 않은 어두움을 입는다. 단지 비와 먹구름이 세상의 빛깔을 전부 더럽힌다. 그것은 인간들의 잠을 방해할뿐이며 젠체하는 예술가들에게도 피곤함을 안기는 데에 그친다.



  역사적으로, 혹은 경험적으로 색깔은 무언가에 중요성과 특정한 위치를 부여했다. 왕들은 복장으로서 그들만의 색깔을 독점했고 귀족들이 소품과 비단은 더러운 누더기를 걸친 평민들 사이에서 더 빛났다. 색이 채워지는 면대로 경계가 발생한다. 산 자들은 기술로 배합 가능한 모든 색채를 누리지만 죽은 존재들은 오로지 검게 정화되는 것도 그러한 명제가 확장된 사례일 것이었다. 그리고 비록 그것이 색을 통해 표현될지언정 그 또한 권력이다. 공기 중에 흩어진 수없는 빛줄기들 가운데 오직 하나를 내 품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굴절의 권력, 다만 이것이 종이 위의 단순한 언어에서 멈추는 건 굴절엔 너무나 많은 항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반대로, 프리즘과 나에게 빛을 쏘아 줄 무엇이 없다면 홀로 선 존재는 무채색일 수밖에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 즈음에서 나는 대지의 근본에서 솟은 검은색 계단의 종착지를 보았다. 거기에는 빛이 없는 무지개가 있었다.



  칸 누니엔 싱은 바로 눈앞에서 물방울이 떨어지는 모습을 목도했다. 그가 표정을 굳히며 창문을 열더니 한 면을 채운 종이를 바람에 날려 보냈다. 종이는 순식간에 물에 젖었고 빗줄기가 그 연약한 파편을 산산히 부숴 놓았다. 칸이 자신도 모르게 손가락을 들어 눈가를 닦았다. 자신의 주위가 온통 바래 있음을 그는 실감할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