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ar Trek Into Darkness, John Harrison/Leonard McCoy
- A slow mood recommended
- Written by. Jade
The Death of You and Dullness of Me
날씨가 불쾌했다. 벌써 여름이 잔뜩 날이 선 듯 했다. 이 와중에도 용케 살아남은 아이들이 멀리서 뛰어다니는 소리, 떠드는 소리가 전부 들리고 있어 그의 언짢음을 부추기고 있었다. 코 끝에 떠다니는 수분이 곧 비가 올 거라는 신호를 주고 싶었지만 당장 그는 안으로 들어갈 생각이 없었다. 그리고 비 정도는 맞고 다녀도 상관없었다. 아무런 절제도 없이 마냥 순진함을 발휘하고 있는 저 어린 아이들에게 해가 될 수는 있을지 몰랐다.
금문교로 드러나는 강가만 있는 줄 알았는데, 그는 그가 전혀 뜻하지 않은 계기로 샌프란시스코에 해변도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날씨가 은은하게 흐려져 바다가 파란색을 차츰 뺏겨갔다. 폭풍우라도 한 번 지나가야 저 바다가 본래대로 되돌아 올 것 같았다. 그렇게 되면 태양이 빛을 찾고 바다의 푸른색을 돌려줄 것이었다. 공연히 분석적인 사고가 거품을 빚어냈다가 가라앉았다.
회색의 텅 빈 바닷가가 증명하듯이 그는 혼자였다. 옆에 있는 이는 없고 그렇다고 그가 무덤을 앞에 두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모래사장에 하얗게 묻은 파도의 흔적 가운데 그는 홀로 하늘을 보기도 했고 바다를 응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바다를 더 자주 쳐다보는 것 같았다.
하늘에 골고루 퍼지는 먹구름은 위협적으로 까맣게 피어나지는 않고 그저 하늘의 색깔을 빼앗아갈 뿐이었다. 그는 하늘의 모습을 통해 생각했다. 옅지만 결국 타인의 범위에 흔적을 남기는 게 세상에서 그가 그나마 제일 두려워할 만한 일이었다. 그가 아는 이는 문학을 공부하지는 않았지만 나름 솔직하고 진지한 표현을 할 줄 알아서, 아마 야금야금 영혼을 빨아먹을 먹구름이라고 단정할 법했다.
그러나 그에게는 파란 바다가 잿빛이 되어가는 과정, 하늘이 시간에 따라 모습을 달리 하는 흐름마저도 지루하게 다가오는 때가 있었다. 그것은 단 한 번도 변화를 거치지 않은 형상이다. 숨을 쉬는 존재 중에 그 유구함에 있어서는 자연과 비교될 수 있을 법한 그조차도 한 번은 변했다. 공중에 떠다니는 습기가 차츰 짙어졌다. 비의 전조조차 몇 백 년 전과 다르지 않았다. 그는 돌아가려다 한 번만 파도가 자신에게 다가오는 걸 지켜보기로 했다.
처음으로 한 인간이 자연스럽고 천천히 필멸을 맞는 걸 목격했던 남자는, 신발코를 살짝 적셨다가 돌아가는 바닷물처럼 자신에게 흠집을 내지 못하는 시간을 느끼며 지루해했다. 다시 시간은 지루해졌다. 잠들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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