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ID/존본즈] The Dream of Scientist

- Star Trek Into Darkness 2013. 9. 18. 19:51 posted by Jade E. Sauniere

- Star Trek Into Darkness, John Harrison/Leonard McCoy

- <침묵의 혁명Silent Revolution>의 시발점(2013. 7. 28)

- Written by. Jade


The Dream of Scientist




  그것은 남자가 품위를 지키면서 성소로 향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확실히 그의 직책은 ‘성직자’였고, 그는 모두가 두려워하지만 그곳의 존재는 다 알고 있는 장소를 목적지로 삼고 있기 때문에 아주 틀린 말은 아닐 지도 몰랐다. 다만 성직자(Priest)들이 더 이상 신성을 숭배하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였다. 사실 그것 말고도 문제는 많다.


  이 시대에 겨우 단어만 미약하게 남아있을 뿐인 신부의 의복을 본떠 제작했다는 검은 유니폼을 입은 남성은 미로처럼 꺾인 복도와, 뜻밖의 길목마다 놓여 있는 짧은 계단을 거쳤다. 그는 이처럼 오랜 길을 걷지 않는 인물이다. 그는 명령을 받아 길을 강제로 넓히는 인물이며 그 속에 숨겨진 잔인성은 보지 않는 남자다. 


  남자가 언제나 들고 다니는 총은 꽤 긴 시간을 쉬고 있었다. 이 역시 그에겐 의외로운 일이다. 그가 이번에 맡은 임무는 누군가를 처벌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었다. 그의 시대에 성직자들은 인간들의 죄를 용서하거나 구도(求道)하지 않는다. 그들 족속이 입고 다니는 복장과 그들을 지칭하는 모든 것은 단순히 껍데기를 빌린 것에 지나지 않았다. 성직자들은 그들의 손으로 직접 성경을 불태웠었다.


  그의 긴 여정을 가로막는 것은 회색의 키패드였다. 미리 암호와 카드키를 받았던 남자는 무리 없이 문을 열었다. 제일 먼저 바닥에 떨어진 알약이 그의 검은 구두에 채였다. 마치 망자를 위하여 뿌려 놓는 하얀 꽃잎처럼, 알약은 사방으로 흩어져 굴러다니기도 했고 멈춰있기도 했다. 그 곳은 제 방 정리도 할 줄 모르는 철부지 소년이 사는 곳이 아니었다. 새로운 세계의 성직자들이 새로이 섬기는 두 존재가 있다면 거부할 수 없는 그들의 지도자와, 남자의 눈앞에 보이는 뒷모습일 것이었다.


  등을 돌린 모습은 그와는 다른 새하얀 색이었다. 그는 자신이 기척을 감추며 온 것도 아닌데 뒤도 돌아보지 않는 그를 응시하다가 살짝 시선을 내렸다. 그가 버려진 알약의 개수를 세었다. 짐작하건대 방의 주인은 일주일, 아니 열흘은 넘게 약을 먹지 않았다. 


  “복용하지 않으신 날짜는 사실대로 보고하면 되겠습니까, 닥터.”


  그제야 모두의 존경을 받는 이가 그 얼굴을 드러냈다. 책이나 스크린에서 보던 것보다 수척하고 무력해보였지만 그 정체를 의심할 수는 없었다. 그가 닥터라고 부른 남자는 가운을 여미면서 침대에 앉았다. 알약이 힘없이 굴렀다.


  “비싼 감시자를 보내셨네. 더 이상 태워버릴 유화도 안 남은 모양이지.”

  

  닥터는 그에게 서슴없이 말을 놓으면서 말라붙은 동공으로 방 안을 무작위로 바라보았다. 그 역시 다른 성직자들처럼 닥터의 업적을 칭송하라는 교육을 받았으나, 이번만큼은 닥터의 발언을 존중하지 않았다.


  “불순물을 처리하는 일보다 닥터의 상태를 살피는 게 상식적으로 우선되어야 할 일입니다.” 

  “당신이 오면 달라져?”


  닥터가 고개를 들어 성직자를 바라보았다.


  “성직자의 옛날 의미라도 불러내겠다는 거야? 당신은 그런 거에 어울리지 않아, 해리슨. 차라리 나한테 형벌을 내려. 모두에게 그래왔듯이.”


  해리슨이라 불린 성직자가 한 발을 내딛자 구두굽에 알약 하나가 깨졌다. 닥터는 자신이 발명하고 자신이 좌절한 그것이 부서지는 데도 아무런 감명을 받지 못했다.


  “법률상 프리스트들은 당신을 벌할 수 없습니다.”

  “바닥에 널려 있는 약 안 보여? 난 죄인이야. 반역자라고. 이래도 내가 예외야?”

  “사형을 선고받고 싶으시다면 스스로 목숨을 끊으십시오.”


  닥터가 놀라 눈살을 좁혔지만 성직자는 조금도 떨지 않고 그에게 냉정하게 뱉었다. 


  “당신이 그토록 회복하길 원하는 감정으로, 자살하라는 뜻입니다.”


  입을 열지 못하는 위인을 지나쳐, 성직자 해리슨은 닥터가 방금까지 서 있던 창가에 도달했다. 작고 얇은 시집이 창틀에 걸쳐져 있었다. 그것은 당장 불에 태워야 하는 ‘불순물’이었지만 해리슨은 순순히 그것을 펼쳤다. 닥터가 뒤에서 해리슨을 노려보고 있었다.


  “내가 만약 천국의 수놓인 옷감을 황금빛 은빛으로 수놓이고 밤과 낮, 여명의 푸르고 희미한 어두운 옷감을 가질 수 있다면―”


  닥터가 드러내 놓고 눈썹을 움찔거렸다.


  “나 그 옷감을 당신의 발 앞에 펼치리라.”


  결국 울분을 이기지 못한 닥터가 침대에서 일어났다. 해리슨은 아랑곳하지 않고 시를 읽었다.


  “그러나 나 가난해 그저 꿈만을 갖고 있으니, 내 꿈들을 당신의 발 앞에 펼치오.”


  해리슨의 옆에서 닥터가 시집을 확 낚아챘다. 하지만 성직자로서 가장 훌륭한 교육 기관을 거친 해리슨은 그 찰나에 마지막 구절을 외웠다. 닥터의 눈동자가 사막처럼 메말라 있다면, 해리슨의 눈은 원래 물이 존재하지 않는 달의 표면 같았다.


  “그러니 부드럽게 밟으시라. 당신은 내 꿈을 밟고 있으니.”

  “그만해.”

  “당신의 꿈을 밟고 있는 건 당신 자신입니다, 레너드 맥코이.”


  그는 세상에 유일하게 존재하는 박사(Doctor)이기 때문에, 대부분은 그를 닥터라고 칭하는 데 그친다. 모두가 한 번씩은 들어봤지만 소리 낼 일이 없는 이름을 해리슨은 차갑게 발음하면서 닥터를 벌했다.


  “아니, 이건 내 꿈이 아니야.”


  맥코이의 눈가에 분노한 눈물이 맺혔다. 그는 서랍을 열어 해리슨에게서 뺏었던 시집을 집어넣었다. 하나같이 금지된 서적이었다. 자신이 세운 시대에 반항하고 있는 과학자는 성직자라는 말이 아까운 반쪽짜리 인간을 보며 똑똑히 말했다. 


  “당신 같은 존재도 내가 이루고자 한 바가 아니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