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ar Wars: The Force Awakens, General Hux & Kylo Ren
- 이것과 이어짐.
- Written by. Jade
After the event...
카일로 렌의 머리카락이 다시 보들거리는 검정색 곱슬머리로 돌아온 지 벌써 하루가 지났다. 이제 함선이나 기지에 있는 사람들 중 누구도 기술자 맷이나, 카일로 렌의 라이트세이버를 의기양양하게 내던졌던 주인공에 대해서 기억하지 못하게 됐다. 카일로가 자신의 이름을 적어서 장교에게 보낸 엽서가 아직 남아있긴 했지만 카일로는 그것 정도는 남겨두기로 했다. 어쩌면 그게 그 장교로 하여금 더욱 퍼스트 오더에 충성하게 만들지도 몰랐다.
역시나 문제는 헉스 장군이었다. 카일로는 자신이 가장 시급했던 문제, 즉 맷을 목격한 승무원들의 기억을 지우는 일을 처리하고 다니는 동안 헉스가 다른 쪽으로 머리를 굴렸다는 걸 안 봐도 짐작할 수 있었다. 아마도 헉스는 가장 먼저 그 날의 CCTV 자료를 모두 수거했을 것이었다. 렌 기사단의 단장과 퍼스트 오더의 최상급 장교는 서로 다른 영역에 존재하나 위치가 비슷하여 어느 한 쪽을 공식적인 권력을 사용하여 누를 수가 없었다.
카일로 렌은 다시 헉스 장군의 방문 앞에 섰다.
“…문 열어.”
서로를 억압할 수 없는 대신 서로의 요구를 무시할 수도 없다는 게 그나마 카일로에게 만족스러운 점이었다. 헉스는 뚱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문을 열어주었다. 그는 카일로 렌에게 언제나 같은 태도를 취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람이기도 했다.
“뭐야.”
“용건이 있다.”
헉스의 표정이 더 뚱해졌다. 그가 자리를 비켜주었다.
“뭔데.”
“그 날 카메라 영상, 네가 가져갔지?”
“무슨 소린지 모르겠는데.”
헉스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눈썹까지 찡그렸다. 헉스 장군과 마주하고 있을 때는 제다이 수련생이었던 시절 배웠던 가르침이 꽤 도움이 되었다. 그는 평정심을 끌어올린 뒤에 다시 입을 열었다.
“헛소리.”
“아니, 정말로. 내가 보관하고 있는 영상이 한 두 개가 아니라서.”
렌은 그 순간 헉스가 자신도 다 기억하지 못하는 치부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염려스러웠다. 물론 그것이 렌 본인의 입장에서는 일상적인 일인, 이를테면 라이트세이버로 함선을 망가뜨리거나 누군가를 심문하거나, 명상실로 들어가는 등의 모습이라는 걸 안다면 마음을 놓을지도 몰랐다. 물론 헉스 장군의 치밀하고도 괴상한 구석에 혀를 찰 수도 있었다.
아무튼 당장 불리한 위치에 있는 건 자신이었기에 카일로는 순순히 말했다.
“…내가 위장한 모습으로 기지에 출현했던 날 말을 말하는 거다. 분명히 갖고 있을 텐데.”
“아, 그거. 당연히 갖고 있지.”
헉스는 아예 침대에 편안하게 앉아 카일로를 바라보았다.
“내놔. 아니면 지우든가.”
“싫어.”
“…나를 시험하길 원하나? 죽이지는 못 해도 사지 한 구석은 잘라버릴 수 있어.”
“스노크 님이 원하지 않으실 텐데.”
“그 분께서 너에게 필요로 하는 건 네 몸뚱이가 아니다. 나와 더 맞서려 하지 말고 내놓도록 해.”
투구를 쓰고 있어 카일로의 목소리는 살짝 왜곡된 형태로 헉스의 귀에 흘러들었다. 그렇지만 그것만으로도 헉스는 렌이 꽤나 날카롭고 충동적인 상태에 놓여 있다는 걸 알았다. 퍼스트 오더는 냉정한 집단이어서 어떤 이유로든 누군가가 오래 발을 붙이고 있을 만한 곳이 못 되었다. 그런 상황이 본의 아니게 헉스로 하여금 카일로 렌을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경험과 시간을 제공했다.
헉스는 침대에서 일어나 작은 서랍을 뒤적거렸다. 그가 카일로를 등진 자세로 말했다.
“좋아. 그럼 그것만 지워주면 되나?”
“…무슨 소리지?”
“그 날의 영상 하나만 지워주면 되냐고.”
헉스가 서랍 안에서 검정색 USB를 찾아 건넸다. 그것은 헉스의 눈앞에서 붉은 광선에 의해 세밀한 가루로 변해버렸다. 무시무시하고 고압적인 광경이었지만, 카일로 렌은 일단 속으로 굉장히 안도했다. 헉스가 무엇을 보관하고 있든 노란 곱슬머리의 소유자인 기술자 맷이 스톰트루퍼를 상대로 포스를 운용하고 라이트세이버를 던져버리는 장면보다는 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해서 카일로가 헉스의 말을 곱씹지 않은 건 아니었다. 그는 내심 헉스가 또 무엇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했다. 심리전에서 거의 패배할 수 없는 실력을 가진 카일로는 반대로 그러한 이유 때문에 아주 일반적인 심리적 수 싸움에는 약한 경향이 있었다.
“갖고 있는 게 또 있나?”
헉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장교는 이런 분야에서는 기사보다 더 우위를 점하는 것이었다.
“내 팔다리를 자르는 걸로 협박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야, 렌. 평소에 언행을 주의했다면 나에게 그런 즐거운 게 굴러들어오는 일도 없었을 텐데 말이지.”
헉스의 발이 움직이면서 카일로가 베어버렸던 USB의 흔적이 흩어졌다. 카일로는 투구 뒤에서 열심히 머리를 굴렸다. 사실 그가 얼굴을 가리는 건 다스 베이더를 기리기 위한 것도 있지만, 보다 실용적인 이유에 기대는 부분이 훨씬 많았다.
“…예를 들어보겠나?”
헉스는 다시 침대에 앉아 카일로를 올려다봤다.
“그럼 가면 벗어봐.”
╳
한편 카일로 렌이 헉스 장군의 방에 찾아가기 5분 전, 캡틴 파스마의 개인 컴퓨터로 전송된 파일 하나가 있었다.
[이걸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누구에게도 알리지 말 것. 더불어 이 파일을 누구와도 공유하지 말 것.]
파스마는 속으로 물음표를 그리며 파일을 열어보았다. 기지에 있는 휴게실의 일상적인 장면이 펼쳐지는가 싶더니, 파스마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안경 쓴 곱슬머리 남자가 위풍당당하게 나타났다. 그녀가 눈을 좁혔다.
잠시 후 그가 머리칼을 흩날리면서 카일로 렌의 소유물인 라이트세이버를 내던졌다. 파스마는 단번에 헉스 장군이 왜 이 파일의 존재를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면 안 되는지 깨달았다.
“…그런데 대체 저런 짓은 왜 하신 거지.”
파스마는 턱까지 붙잡으며 심각한 자세로 영상을 감상했다. 그녀는 카일로 렌이 일종의 수련을 한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광선검을 휘두르는 기사들의 세계는 그녀로서도 알 수 없는 미지의 무엇이었다. 파스마는 영상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본 뒤에 컴퓨터 내에 검색되지 않는 폴더를 만들어 파일을 그 안에 보관했다.
╳
“젠장.”
“기사가 입이 그렇게 험해도 되는 건가?”
“모르면 가만히 있어.”
“뭐가 그렇게 싫은데.”
“…그래서 대체 가지고 있는 게 뭐지?”
“아, 그거?”
잠시 후 귓가에 담기는 헉스의 말을 들은 카일로가 친히 자신의 손을 사용해 헉스의 목을 졸랐다.
Original Date 2016. 0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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