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WarsⅦ/카일로레이] Interpretation of a Survivor

- Star Wars 2016. 6. 23. 15:25 posted by Jade E. Sauniere

- Star Wars : The Force Awakens, Kylo Ren & Rey

- Written by. Jade


Interpretation of a Survivor





  레이는 옛날처럼 하늘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레이가 맨 처음 하늘을 보게 된 것은 그 하늘을 통하여 그녀의 부모님이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사막에 발이 빠지지 않도록 조심조심 걷는 것도 버거웠던 어리고 또 무지했던 소녀는 머리 위의 하늘이 부모님이 자신에게 찾아올 수 있는 유일한 통로라고 믿고, 하루에도 몇 번씩 하늘을 보면서 빛을 찾았다. 자신의 부모님은 하늘로부터 올 것이라는 게 그녀의 믿음이었다. 소녀는 여러가지 이유로 사막이 아닌 다른 것에 정과 희망을 붙일 수밖에 없었다.


 자신만의 거처를 구해서 생활하게 될 수 있을만큼 자라고, 과거와 비교하자면 많은 것을 배운 이후에도 레이는 몇 번 하늘을 보았다. 비록 그녀가 원하는 변화는 결코 일어나지 않았지만 하늘은 언제나 새로운 무엇이었다. 늘어나는지 줄어드는지, 그 밑에 사는 전갈은 한 마리 더 생겼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는 사막보다는 하늘이 훨씬 더 친절하고 뚜렷한 대상이었다. 레이는 눈에 보이는 별들을 이리저리 이어서 그녀만의 별자리를 만들거나 오늘의 석양을 어제와 비교하면서 무언가가 계속 달라지고 있다는 걸 확인했다. 그녀는 정체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변화라는 게 없으면 기대할 수 있는 것도 없어진다. 레이에겐 기대를 할 수 있는 여지가 필요했다.


  어제와는 다른 일이 일어날 거라는 기대감과 믿음을 져버릴 수 없어서 레이는 살았다. 그리고 하늘은 레이의 의지를 뒷받침해주는 기반이었다. 달과 별이 뜨는 위치는 아주 작게라도 변하고, 어떤 구름이 어떻게 떠 있는지도 결코 이전과 완전히 겹쳐지는 법이 없다. 변화는 존재한다. 그것을 지켜보기 위하여 레이는 계속 살았다. 죽어버린다는 건 영원한 정지였으므로 레이는 죽음을 선택할 수 없었다.


  이제 레이는 하늘을 바라보면서 아무것도 추구하지 않았다. 그녀는 하늘이 없어도 이미 변화를 증명하는 존재가 되었다. 그녀의 부모님은 하늘이 사라질 가능성이 없어서 오히려 영영 돌아오지 않을 사람들이었다. 레이가 하늘 속에서 찾던 것들은 전부 사라졌는데, 그럼에도 레이는 하늘을 바라보면서 깊은 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이상하게도 자신이 카일로 렌을 죽인 날로부터 5일이 지났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다. 5일 전, 레이는 퍼스트 오더가 그들의 보금자리로 점찍고 있었던 행성에서 카일로 렌의 가슴을 벴다.


  카일로 렌은 꼭 한 솔로에게 그의 얼굴을 보여주었듯이 레이에게 자신의 맨 얼굴을 드러냈다. 레이가 라이트세이버로 그어 놓은 상처가 꽤나 컸다. 피부가 불규칙하게 갈라진 그 흔적은 카일로 렌의 안면 위에서 흉흉한 기세보다는 어쩐지 안타까운 느낌을 흘렸다. 


  그는 레이에게 전보다 많이 강해졌다는 말을 건넸다. 레이는 아직 그런 섬세한 부분까지 감지할 수는 없었다. 렌의 말이 단순한 사실의 서술인지 어떤 감흥이 있는 발언인지도 구별하지 못했다. 레이는 그저 카일로 렌의 앞에서는 라이트세이버를 들어야 한다고 여겼을 뿐이었다.


  다만 레이는 그가 전투에 돌입하기에 앞서 더 하고 싶은 말이 있었던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검을 잡았던 그 순간에는 그 생각이 나지 않아 곧바로 렌에게 달려들었다. 


  레이는 자신이 밀어버린 꼴이 되어버린 카일로 렌의 말을 들었어야 했다. 


  카일로 렌은 흉터가 있는 얼굴로도 광포함을 자아내지 못했다. 레이는 더 깊게 어둠에 물들기 위해서 아버지를 죽였던 남자가 흉악한 아우라를 흘리지 못한다는 걸 이상하게 여겼어야 했다. 그녀가 놓친 것들은 꽤 많았다. 이 모든 건 다 레이로 하여금 지난 일을 반추하게 만드는 단 한 가지 요인이, 세상에 벌어질 수 있는 그 모든 일 중에서도 가장 돌이킬 수 없는 것과 결부되어 있는 탓이었다. 


  레이는 죽기를 원하는 카일로 렌을 죽였다. 그것은 의심할 수 없는 역사가 되었다.


  카일로 렌은 왜 죽음을 원했을까? 어쩌면 그는 한 솔로를 죽이고도 그가 원하는 만큼 강해지지 않았는데, 그렇다고 해서 자신의 어머니까지 죽이는 건 꺼려했을지도 몰랐다. 뒤늦게 자신을 도와주겠다는 아버지를 거절한 것에 대한 죄책감이 몰려왔을 가능성도 있었다. 그것도 아니라면 한 솔로가 사망하고 나서 갑작스레 어둠의 힘에 대한 회의에 빠져든 건지도 몰랐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그가 어떠한 이유로든 삶보다는 죽음이 낫다고 판단했다는 사실이었다. 그것은 레이가 결코 해낼 수 없는 사유였다.


  카일로 렌은 죽지 말아야 했다.


  죽음이라는 건 자기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무언가가 되어서는 안 되는 종류에 속했다. 만일 카일로 렌이 한 솔로를 죽인 일을 반성할 필요와 그에 대한 죄책감을 느꼈다면, 그가 렌에게 했던 부탁을 이행하여 어머니의 곁으로 와서 죗값을 마저 치러야 했다. 죽음은 어떤 처벌이 될 수 없었다. 나중에는 모두가 죽기 때문이었다. 죽음은 특별한 이에게 내려지는 것이 아니었다. 그러니 속죄는 소망이나 변화처럼, 살아서 해야 하는 일이었다. 


  레이는 그걸 믿기에 자신은 살아있는 거고, 그러니까 당신도 죽어서 뭔가를 달성하겠다는 생각은 하지 말라고 카일로 렌에게 말할 의무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녀의 곁에서 멀리 달아나버린 책임이었다.


  레이는 5일 전을 회상했다.


  싸움은 굉장히 치열했다. 레이는 그때처럼 열심히 누군가와 싸워본 일이 없었다. 그 날 입었던 옷은 워낙 많이 찢기고 상해서 더 이상 입을 수 없는 지경이 되기도 했다. 카일로 렌의 모습은 잘 기억나지 않았다. 그는 붉고 파란 빛에 휩싸여 있는 거대한 그림자였다. 그것도 지금 돌이켜보면 이상했다. 렌은 그림자이면서도 빛에 쫓겨나지 않았다. 그 모순에서 레이는 카일로 렌의 수상쩍은 점을 찾아냈어야 하는 게 맞았다.


  문득 등을 바라보는 시선이 있어 레이가 눈을 깜빡였다. 그녀는 뒤를 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자꾸 5일 전 일이 생각나요."


  루크 스카이워커가 조금씩 레이에게 다가왔다.


  "저는 죽음이 어떤 것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의견에 동의할 수가 없어요. 제가 죽으면 저와 관련된 모든 문제들은 그저 멈춰버리는 거에요, 해결되는 게 아니라. 그런데 어떻게 죽음이 누군가의 해답이 될 수 있죠?"


  루크는 반사적으로 카일로 렌과 똑같지는 않지만 흡사한 누군가를 떠올렸다. 때때로 살아 있어도 삶보다 죽음에 더 가까운 사람들이 존재했다. 루크는 삶에서 가능성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과, 죽어서 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걸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 모두를 인정할 수 있었다. 다만 한 사람이 죽었을 때, 그가 살아 있었다면 자신이 해 줄 수 있었을 일이 실현될 여지를 잃어버렸음이 애석할 따름이었다.


  "물었으면 좋았을 텐데."


  루크는 레이를 내려다보았다.


  "이유를 물었다면, 그리고 그가 대답을 했다면 그에 맞춰 제가 해 줄 수 있는 말도 있었을 거예요."

  "…어떤 말을?"


  루크가 최초로 물어왔다. 


  "여기서 그냥 죽어버리면 내가 어떻게 당신을 이해할 수 있겠냐고요."


  카일로 렌이 자신의 적인 소녀의 이해를 받겠다고 결정을 번복하지 않으리라는 건 지금도 명백한 사실임에도 레이의 입술은 그렇게 움직여버렸다. 동시에 레이는 자신이 정말로 렌을 이해하고 싶은 건지, 아니면 자신이 저지른 첫 번째 살인을 어떻게든 포장하고 싶은 건지 딱 잘라 구분할 수가 없었다. 렌에 관한 모든 것이 다 엉망이었다. 생존해야 했던 그녀가 죽어야만 했던 남자를 만났으니 그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레이는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올렸다. 위에는 하늘이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레이에게는 큰 의미를 갖지 못하게 된 대상이었다.


  레이는 카일로 렌을 떠올렸다. 자신이 처음으로 상처를 내고 죽인 남자였다. 불확실하지만 거대한 의미를 가지게 된 존재였다. 그녀는 더는 볼 수 없게 된 그의 눈과, 다신 들을 수 없게 된 그의 목소리가 죽음만이 자신의 유일한 치유였다고 이야기하는 모습을 상상했다.


  루크 스카이워커가 느리게 눈을 감았다. 계절도 아닌 누군가의 인생이 순환되어야만 하는 이유는 하등 존재하지 않는데도 어떠한 삶은 되풀이되었다. 비슷한 인생을 살고 있는 두 사람이 비슷한 인생을 살았던 두 사람을 그렸다.




Original Date 2016. 02.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