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ar Wars: The Force Awakens, for Kylo Ren & Rey
- Written by. Jade
Two Times of Betrayal
은하계의 시간을 기록할 의무가 있는 역사가의 고민이 시작된다.
그는 두 사람을 안다. 그 두 사람은 역사가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주변에 이야기꾼이라 할 만한 사람, 혹은 술집에서 음유시인 노릇을 하는 누군가를 한 번이라도 만났다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사람들이다. 역사가는 너무도 유명한 두 사람의 이름을 생각하며 입술을 씹기도 하고 펜으로 탁자를 딱딱 두드리기도 한다.
역사가는 그 두 사람을 동시에 다루기로 한 챕터의 이름조차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그 둘을 한 곳에서 다루어야 한다는 직감은 역사가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역사가는 오늘만 벌써 서른 번쯤 입술 안을 잘근잘근 씹었다. 성이 없지만 너무나 확고한 핏줄을 가진 여인과, 그의 성을 사용하지 않지만 역시나 그 자신조차도 부정할 수 없는 피를 타고난 남자가 가진 무게감이란 그런 것이었다.
역사가는 카일로 렌과 레이의 이름을 적다가 펜을 또 멈추었다.
종족을 가리지 않고 은하계에 사는 존재들은 그들의 이야기를 알았다. 카일로 렌은 자신의 아버지를 죽이고도 강해지지 못했던 기사, 그래서 자신이 강해지는 방법을 택하는 대신 적을 약하게 하는 방법을 선택한 다소 독특한 사고방식의 소유자였다. 그는 옛 은하 제국의 뒤를 잇는 단체의 노른자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자신의 위치를 십분 발휘해 제국의 기록물에서 황제의 자손에 대한 문헌을 찾았다고 전해진다.
카일로 렌이 알아낸 이야기는 이러했다. 아나킨 스카이워커의 자손이 자신을 위협하는 것을 보고 뭔가 느끼는 바가 있었던 모양이다. 황제는 데스 스타가 파괴된 이후부터 자신의 독재와 어둠을 이을 수 있는 주인공을 생산해 내려고 꽤나 애를 썼단다. 황제는 아주 직전에, 그러니까 다스 베이더 경이 아버지라는 자신의 근본적인 정체성을 버리지 못하고 황제를 낭떠러지로 밀어버리기 며칠 전에 한 명의 아이를 갖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아직 민첩한 사고를 할 수 있었던 황제는 제국의 수도와 최대한 멀리 떨어져 있는 변방의 행성에 자신의 자녀를 의도적으로 버렸다. 꼭 루크 스카이워커를 염두에 둔 것처럼 모래 바람이 부는 행성이라고 했다. 그리고 여기에서 그는 황제에게 버려졌지만, 틀림없는 황제의 자손인 그 태아가 레이라는 걸 직감했다고 한다.
카일로 렌은 이러한 사실을 레이에게 고스란히 전했다. 그가 어떤 방법과 언어를 동원했는지는 당연히 알려져 있지 않았다. 역사가라도 그런 세세한 부분까지 알아낼 수 있는 재주는 없는 것이었다. 이 대목은 학자의 상상력이 필요한 부분이었고 역사가는 이러한 대화를 한 번 상상했었다.
—아직도 가족을 기다리나? 그렇다면 네가 돌아갈 곳이 있어. 너는 내가 있는 곳으로 오면 된다.
—거짓말이야.
—스카이워커들의 축복 아래 너는 아마도 네 자신을 외롭지만 깨끗한 영혼이라고 생각했겠지. 하지만 넌 암흑에서 태어났어! 너는 절대로 정화될 수 없다. 설원에서 날 죽이고 싶었잖아? 나는 네 살의를 기억한다. 그러니 네 자신이 그걸 잊어버렸다고 말하지는 마. 너는 빛의 기사가 될 수 없고, 루크 스카이워커도 될 수 없고 그들의 자랑스러운 자식도 될 수 없어!
—거짓말, 거짓말! 날 타락시키려는 거짓말!
—네 자신의 말에 그렇게 자신이 있다면 왜 진실을 확인하지 않지?
확실한 것은 다소 엉뚱해 보이는 지점을 공략한 카일로 렌의 전술이 아주 뛰어난 효과를 발휘했다는 점이다. 레이는 스스로 자신의 피에 먹혀버렸다. 그녀는 퍼스트 오더 밑으로 들어가 버렸고 비슷한 시기에 카일로 렌은 한 전투지에서 실종되었다. 레이는 또 한 명의 렌이었다. 역사가는 이때에 두 명의 스카이워커들이 끔찍한 고통을 느꼈으리라는 걸 확신할 수 있었다. 그가 자신의 책에서 한 번은 언급해야 하는 내용이기도 했다.
사막에서 살아남은 희망이었던 소녀가 파란빛 라이트세이버를 버리고 새로운 검을 쥐었던 그 무렵, 카일로 렌이 자신의 가족들에게로 돌아갔다. 단지 레이를 이기고 싶어서 그녀에게 변절을 부추겼지만 그녀가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퍼스트 오더에서 해낸 일을 보며 무엇인가를 깨달았는지도 몰랐다. 조금씩 그녀와 다스 베이더 경이 함께 논의되는 걸 싫어했다는 냉소적인 의견도 있었으나 카일로 렌은 더 이상 렌이 아니지만 완벽한 솔로도 아닌 상태로 스카이워커들을 등지고 검을 들었다. 이와 관련한 기록들은 꽤 많은 편이었다. 펄럭이는 스카프나 케이프를 두르지는 않았어도 여전히 붉은색 라이트세이버를 들고 전선에 섰다는 그의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남아 있었다. 역사가는 그와 관련한 증언들을 이미 몇 개 확보하고 있었다.
—카일로 렌, 그 자는 정말 신기했습니다. 독특하다는 표현이 더 맞을까요. 스카이워커 님이 그에게 몇 번이고 새 라이트세이버를 권유하던 게 기억이 납니다. 심지어 그 분께서는 자신의 검을 줄 수도 있다고 하셨어요. 그런데도 카일로 렌은 그 빨간 검을 고집했습니다. 전통적으로 그것이 어둠의 기사들을 상징하는 건데도 말이죠.
—싸움은 굉장히 잘 했습니다. 어쨌든 그는 훈련받은 기사고 우리와는 다르게 포스라는 걸 쓸 수 아는 작자니 전력에 큰 보탬이 되기는 했지요. 그러나 그 뿐이었습니다. 그는 다른 사람들과 감정적인 교류를 하려고 하지 않았어요. 장군님이나 스카이워커 님에게는 일부러 서먹하게 구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습니다.
역사가는 이에 대한 자신의 해석을 덧붙이지 못했다. 챕터의 제목과 더불어 그가 고민해야 할 사항이었다. 역사가는 펜을 한 번 휙 돌리며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계속 되짚어갔다.
역사가가 절대로 잊지 못하는 사항이 하나 있었다. 그가 은하계에 살고 있는 한 명의 사람이며, 어쨌든 퍼스트 오더보다는 저항군에게 더 우호적인 사람이라서 더욱 그랬다. 바로 스타 디스트로이어에 행성 하나를 잿더미로 만들 수 있는 포신이 설치된다는 소문이 돌았던 일이었다. 갈수록 그 파괴력을 키워가는 전함이 영리하게도 그 포신을 일반 터보 레이저와 똑같은 외양을 가지도록 디자인을 해 집중 사격의 가능성을 봉쇄한다는 무시무시한 말이 은하에 떠돌았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 때 자신의 죽음을 점쳤을 것이었다. 역사가도 그랬다.
그러나 그는 지금 살아서 글을 쓸 궁리를 하고 있다. 그 수많은 사람들을 대신해 카일로 렌이 죽었기 때문이었다.
전투 혹은 전쟁이 끝나면 남는 것은 언제나 결과다. 부상자와 사망자, 쑥대밭이 된 전장은 결국 전쟁의 결과다. 관조자들은 그 결과가 생겨나기 위해 발생했던 수많은 과정들을 알 수 없다. 안타깝지만 역사가도 한 행성의 땅에 박혀 있던 저항군의 작은 기지를 제외하고는 모든 게 다 사라졌다는 전쟁의 결과만 알고 있었다. 거기서 카일로 렌과 레이가 모두 죽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라이트세이버를 휘두를 줄 아는 두 사람이 끝까지 대결을 하다가 스타 디스트로이어의 폭발과 함께 사라졌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역사가는 그 즈음에서 퍼뜩 고개를 들었다. 최초로 의문점이 솟아나기 시작했다. 왜 레이가 있었던 자리에는 루크 스카이워커가 아니라 카일로 렌이 있었는가? 그는 어쨌든 레이의 적이었던 자다. 역사가는 자신이 루크 스카이워커였다면 카일로 렌을 보내지 않고 직접 자신의 옛 제자를 마주했을 것 같았다. 레이를 반강제로 퍼스트 오더에 밀어 넣은 건 카일로 렌이었으니, 그가 그녀에게 권할 수 있는 거라고는 전투 혹은 자멸밖에 없는 것이다. 카일로 렌은 레이에게 손을 내밀지 않았으리라. 그것은 스승의 몫이다. 언제나 자신을 상처 준 자를 사랑할 줄 알았던 루크 스카이워커가 맡아야 하는 일이었던 것이다.
역사가가 자신의 입을 잠시 손으로 가렸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카일로 렌의 적의가 의도했던 걸 깨달아버린 것이었다. 역사가가 급히 펜을 놀렸다.
—루크 스카이워커를 기다렸겠지? 마지막 희망을 가지고서 말이야. 너는 아직까지도 그가 있는 행성을 없애버리고 싶지는 않을 테니까. 그러나 스카이워커는 오지 않아. 영영 그를 다시 볼 수 없어.
역사가는 홀린 듯이 손목을 움직였다.
—…어째서?
—그는 모두를 믿고 싶어 하니까. 그래서 예전 너와 같은 위치를 겪었던 나만이 너를 설득할 수 있다는 나의 말을 믿어버렸으니까.
—그 말은 나를 설득하지 않겠다는 소리잖아.
—그래. 난 널 죽인다.
이제는 기억하는 사람이 거의 다 사라져버린 먼 옛날과, 단 두 사람만 기억하는 어느 순간에 카일로 렌이 어떠한 것을 느끼고 경험했는지는 알 방도가 없었다. 그런데도 역사가는 오랫동안 시간을 응시해왔던 자신의 경력으로 확신한다. 카일로 렌은 그녀를 어둠의 편으로 되돌려놓는 것만큼이나 그녀와 공멸할 자신이 있었고, 자신이 다시 스카이워커들에게 돌아가리라는 것을 알았고, 그것이 그들에게 또 한 번의 절망과 희망과 믿음과 비극을 선사할 것임을 예측했음을.
첫 번째 제자가 배신을 한다. 두 번째 제자도 배신을 하는데, 다행스럽게도 먼저 배신을 했던 첫 번째 제자가 돌아온다. 그는 자신을 따라서 배신을 했던 여자도 데려올 수 있다고 선포한다. 그러나 그에게는 애초에 그럴 마음이 전혀 없었고, 살면서 한 번씩의 배신으로 스승에게 고통을 주었던 두 명의 제자는 결말을 알 수 없는 죽음으로 잔혹한 마무리를 선사한다.
펜이 조금 옆으로 미끄러졌다. 역사가가 눈을 깜빡거렸다. 그는 자신이 쓴 내용을 보면서 현실적인 감각을 찾았다.
곧 역사가는 순식간에 페이지를 앞으로 넘겼다. 하얗게 비어 있던 종이에 역사가가 제목을 썼다. 거기에는 ‘두 번의 배신’이라는 말이 적혔다. 역사가는 추측도 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이 소설가와 다른 점이 있다면 역사가는 자신의 추측에 대해 누군가의 검사와 의견을 청한다는 점이었다.
역사가는 자신의 초고를 오르가나 장군이 거주한다는 공화국의 심장부로 보냈다.
바로 여기서 역사가가 모르는 사실이 있었다. 레아 오르가나 장군은 역사가의 책이 출판되는 것에 대해 크게 염려하면서 끝까지 역사가에게 책의 내용을 수정할 것을 부탁하자는 뜻을 피력했다. 하지만 루크 스카이워커가 그녀를 달랬다. 그는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고 믿었다. 그것이 너무도 참되고 날카롭다 할지라도.
Original Date 2016. 03.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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