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계에 평화의 빛이 피어나고 있었다. 특별한 능력을 타고난 자쿠 행성 출신의 소녀 레이가 최후의 제다이인 루크 스카이워커의 은신처를 발견했다. 스카이워커는 그녀의 재능과 진심을 존중하여 은둔 생활을 청산하고, 다시 새로운 세대의 제다이를 육성할 것을 약속한다.
레아 오르가나 장군은 스타킬러 베이스의 파괴 이후 퍼스트 오더가 종적을 감춘 틈에 저항군과 공화국을 결집시켰다. 호스니안 행성계의 소멸로 인하여 크게 위축되었던 공화국은 비로소 퍼스트 오더의 무력과 그들의 악한 속셈을 경계하게 되었고, 공화국은 다시 전설적인 두 인물에 의하여 뭉치기 시작했다.
한편 퍼스트 오더를 거느리고 있는 보이지 않는 그림자는 비밀리에 대열을 정리하면서 사악한 힘을 다루는 '렌 기사단'을 주축으로 역습을 꾀하려 하고, 그것을 위해 렌 기사단의 단장인 '카일로 렌'이 가진 잠재력을 일깨워 은하계에 다시 어둠을 드리우려 하는데…
- After Star Wars : The Force Awakens
- Written by. Jade
The Law of Return
귀환의 법칙
1. 어둠의 기사들Knights of Darkness
저항군의 기지가 오래간만에 밝은 에너지에 휘감겨 시끌시끌했다. 직분을 가리지 않고 모여든 사람들이 새롭게 제작될 예정이라는 유니폼의 디자인을 보면서 이리저리 감상평을 달았다. 그들은 곧 저항군이 아니라 공화국의 정식 군대로 편입될 예정이었다.
레아 오르가나 장군은 통신기 앞에서 명백한 아쉬움이 드러나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홀로그램 형태로 전송되고 있는 레이의 상체가 으쓱거렸다.
―몇 번 말씀드려 봤는데, 안 가시겠대요. 아직 그런 큰 행사는 부담스러우신가봐요.
소녀는 오늘도 루크 스카이워커를 대신해서 그의 뜻을 전달하고 있었다. 하나의 인생이 감당하기 어려운 사건들의 무게는 본질적으로 단련이 아닌 고통과 나약함을 준다. 시련을 겪을수록 강해진다는 것은 일종의 반작용만을 서술하는 것에 지나지 않았으며 시련이라는 것이 내재하고 있는 특징은 간과하는 말이었다. 레아는 스카이워커가 아직 죄책감을 다 털어내지 못했음을 알았다. 그녀 역시 한 솔로를 잃어버린 뒤 고작 1년을 버텼을 뿐이었다.
"그래. 그렇지만 너는 올 거지?"
―그럼요! 곧 출발할 거예요.
레아가 소녀를 향해 온화하게 웃어주었다.
"그럼 조금 있다가 보자."
통신이 종료되었다. 출입구는 닫혀 있었고 안전벨트는 의자에 앉자마자 단단히 고정한 상태였다. 레이의 옆에는 츄이도 앉아 있었다. 그녀는 오직 레버를 위로 당겨서 우주선을 띄워올리기만 하면 되었다. 곧 레이가 씩씩하게 팔을 움직였다.
밀레니엄 팔콘이 떠오르는 것을 보고 있는 루크 스카이워커의 허리가 반짝였다. 그는 다시금 자신의 라이트세이버를 몸에서 떼지 않게 되었다. 루크는 우주선이 광속 비행에 접어들어 시야에서 사라지기 전까지, 우주선과 자신이 어렵게 다시 맞은 제자를 지켜봐주었다.
레이가 일리니엄 행성계에 다 접근하지 않았을 무렵에도 기지 주변 활주로는 속속 도착하는 우주선들로 복잡했다. 조종간 대신 반짝이는 봉을 든 파일럿들이 합병식에 참석하기 위해 발걸음한 의원들과 동료들을 맞이했다. 조촐하게 웅크리고 있던 인원들이 모이니 꽤나 건실한 무리가 형성되었다.
핀은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소중한 친구가 온다는 소식이 있었다. 그는 소란하지만 즐겁게 만남을 확인하고 있는 무리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조금 외진 곳에서 레이를 기다렸다. 조종석에 앉아있을 때만큼이나 활력이 넘쳐 보이는 포가 마지막 우주선을 향해 수신호를 날렸다. 유독 깨끗한 창공은 태양조차 하나의 티끌로 치부한 듯 눈부신 무(無)를 자랑했다.
그 순간 포가 인도하던 우주선이 공중에서 조각났다. 핀은 반사적으로 자신의 머리를 팔로 가렸다.
레이저 포가 쏟아지는 소리는 분명 들리지 않았지만, 하나의 불덩이가 되어서 우수수 쏟아지고 있는 우주선의 잔해는 부정할 수 없을만치 또렷한 현실이었다. 핀은 손을 포개어 정수리만 살짝 가린 채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충격파에 밀려났는지 포가 바닥에 주저앉은 상태로 이마를 부여잡고 있었다. 핀은 소리 없는 공격이 닥쳐오기 전에 포를 부축했다.
기지 밖으로 나온 레아 장군의 시선이 정지해 있었다. 그녀는 이와 비슷한 광경을 너무도 많이 봐 왔었다.
그 무렵에 레이는 광속 비행을 마치고 일리니엄 항성계의 행성을 아래에서 내려다보고 있었다. 저 아래에 그녀가 보고 싶은 사람들이 많았다. 츄이는 서둘러 착륙을 하고 싶다는 새 함장의 속내를 알고는 속도를 조금 높였다. 약간 확장된 그녀의 눈동자에 깃든 것은 기대감이었다.
그리고 바로 그 아래에, 완벽히 자신을 위장하여 방향도 빛깔도 알 수 없는 하나의 인공적인 동공이 존재했다.
"모두 위치로!"
"의원들을 안으로 대피시켜!"
"적의 위치를 빨리 파악해!"
노력과 열정은 있으되 의미가 없는 몸짓들이 찰나를 다투며 흩어졌다. 움직이지 않는 동공의 주인이 위로 팔을 뻗었다. 그의 손에 검이며 불꽃이며 결국은 그 자신이 되는 물건이 쥐어졌다. 카일로 렌은 자신의 등을 바라보는 이들에게 모든 것의 죽음을 명령했다. 마치 어떠한 종교적 의식에서처럼 그의 사방으로 불기둥이 솟아올랐다. 붉은 광선검을 든 기사들이 돌격했다.
핀은 섬뜩한 소리를 내며 치솟은 광선검을 보고 굳었다. 더불어 그는 자신이 그 뒤에 무엇을 보게 될지 직감했다. 핀이 중얼거렸다.
"도망쳐야 해."
그러나 바리케이드 뒤에서 총을 잡은 저항군은 핀의 의견에 반대했다.
"공격!!"
핀은 포를 끌면서 뒷걸음질을 치다가 레아 장군을 발견했다. 아직 기지 입구에 서 있는 그녀가한 발을 앞으로 내딛었다. 핀은 그녀를 향해 고개를 흔들었다. 동시에 레이는 비로소 행성의 창공에 진입했으며 저항군들이 일제히 방아쇠를 당겼고, 검고 붉은 기사들이 검을 들어 저항군들의 공격을 하늘 위로 쳐냈다. 모두가 자신에게 허락된 시간을 충실히 흘려보내고 있었다. 카일로 렌은 자신도 그 무리에 끼어들 때가 되었다고 판단했다.
카일로 렌이 자신의 시간을 투입하자 대신 다른 모든 이들의 시간이 멈췄다.
수십 발의 광선이 허공에 묶였다. 적의와 적의가 부딪히는 소리가 없어져 주변은 갑작스레 조용해졌다. 미동과 소음이 일시적으로 소거된 공간에서 시간이 흐르고 있다는 증거는 오직 카일로 렌의 주변에만 존재했다. 그가 그림자를 지나서 완전히 평지에 발을 딛었다.
밀레니엄 팔콘의 고도를 계속 낮추던 레이는 얼어붙은 빛무리들을 발견하고는 눈을 좁혔다. 이윽고 그녀는 입을 가리며 눈을 크게 떴다. 멈춰 있던 빛들이 삽시간에 저항군을 향하여 머리를 튼 것이었다. 현실감 없이 사람들이 죽어갔다. 차라리 초보적인 연출자의 솜씨라고 믿고 싶은 그 비현실적인 광경에 짓눌려 있던 레이의 사고를 일깨운 건 그 아래에서 그녀의 시선이 발견한 십자 형태의 광선검이었다.
"포, 장군님을 모시고 도망쳐."
핀이 포를 자신의 곁에서 떼어내며 말했다. 붉은 검날이 반사된 블라스터에 맞아 중상을 입었거나 이미 절명한 저항군들의 육체를 탐하기 위해 다가오고 있었다. 포는 뒤를 돌아보았다. 장군은 거의 움직이지 않은 것 같았다. 눈앞에서 과거를 보는 사람들은 으레 그러한 모습이었다.
레아가 너무나 많은 걸 보고 있었다면 카일로 렌의 시야는 너무도 좁았다. 그리고 한정된 공간에는 한정된 요소들만이 들어왔다. 그는 검을 휘두르고 팔을 들어올려야만 했다. 그것이 그의 눈앞에 보이는 존재들에게 그가 유일하게 제공해줄 수 있는 것이었다. 누군가는 그를 피했고 누군가는 그를 향해 달려들었으나 카일로 렌은 그 인물들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밀레니엄 팔콘이 크게 기수를 틀었다. 대기가 휘고 찢어지는 파공음에 몇몇 기사들이 고개를 들었다. 그들은 명령을 기다리는 것처럼 그들의 단장을 바라보았다.
"…추적해."
기사들이 순식간에 조를 만들어 흩어졌다.
레이는 예비 전력으로 활용되는 엑스윙들이 줄을 짓고 있는 곳 가운데에 우주선을 세운 뒤 라이트세이버부터 뽑아들었다. 츄이도 보우캐스터를 들고 그녀의 뒤를 따랐다. 레이는 앞으로 내달리면 곧장 카일로 렌에게 닿을 수 있는 맞은편 방향을 선택한 자신의 본능이 무엇을 목표로 하고 있는지 알았다. 그러나 그녀는 달리는 대신 입술을 깨물었다.
느리지만 완벽한 파멸을 꿈꾸고 있던 카일로 렌은 그의 의식으로 흘러 들어오는 작고 하얀 스파크를 감지했다. 그가 갑자기 투구를 벗었다. 감당할 수 없는 열기를 떠안은 대지가 인간의 표정을 흉내낼 수 있다면 그와 같은 얼굴을 하고 있을 것이었다. 카일로 렌은 자신을 질책하듯이 사지에 휘감기는 빛을 외면하며 달렸다. 그가 취해야 할 것이 저편에 있었다. 그가 멸하고 흡수해야 하는 것이 마침내 그의 지척에 있었다. 카일로 렌이 아직 파괴되지 않은 곳을 향하여 걸어갔다.
"장군님, 제가 피하실 수 있게 도와드리겠습니다."
기어코 핀과 헤어진 포가 레아 장군의 옆에 섰다. 장군은 포를 보더니 한 번 눈을 깜빡였다. 그녀가 차츰 현실감을 되찾았다.
"어서요. 시간이 없습니다."
"아니, 그 전에 기지를 폭파시켜야 하네."
"예?"
"먼저 비행선에 탑승해 있게."
레아 장군은 말을 마치자마자 빠르게 등을 돌렸다. 포는 차마 이리저리 뒤바뀌는 자신의 위치에 불만을 가지지 못하고 방향을 돌렸다. 그때 그는 라이트세이버로 앞을 밝히며 기지 반대편 출입구에서 다가오는 레이와 만났다.
"포!"
"장군님을 모셔와!"
포는 빠르게 고갯짓했다. 레이는 당황해서 눈을 깜빡였다. 레이보다 저항군의 양식에 익숙한 츄이가 그녀에게 기지 내 자폭장치가 있을 거라고 귀띔했다. 레이는 실제로 머리를 흔드는 식으로 자신의 생각을 정리했다. 문득 자신의 머릿속을 지나는 것이 있어 그녀가 소리쳤다.
"잠깐만요, 핀은요?!"
핀은 저항군의 무기를 들고 있었다. 카일로 렌을 상대할 수는 없겠지만 광선검을 든 다른 무리들은 어렵게나마 대항할 수 있겠다는 기분이 들었다. 핀은 몇 번이고 몸이 속박당할 위기를 넘기며 블라스터를 조준했다. 바리케이드 뒤에 납작 엎드려있던 그가 사격할 틈을 찾아보려고 목을 위로 들었다. 그러면서 핀은 우연찮게 카일로 렌이 투구를 벗는 모습을 목격했다.
퍼스트 오더에 몸을 담고 있을 때도 그토록 폭력에 젖어있는 자를 핀은 본 적이 없었다. 핀은 몹시도 불안해졌다. 그는 블라스터를 쥔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그의 손은 자신을 봐 달라는 것처럼 진동하고 있었다. 어쨌든 핀은 누군가를 겨냥해야만 했다. 핀이 바리케이드 사이에 턱을 끼우고 총을 들었다.
이번에도 핀은 자신이 본 것에 놀랐다. 흔들리지 않는 푸른빛을 가진 광선검을 든 레이가 기지 밖으로 나타나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레이는 누군가를 찾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핀은 레이가 자신을 찾아내길 바라며 상체를 조금 더 들었다.
혼란스럽게 좌우를 오가던 레이의 눈동자가 멈췄다. 그녀는 핀을 가리고 있는 자를 목도하고 말았다. 카일로 렌의 라이트세이버가 끓어오르면서 분출하는 열기가 벌써부터 느껴지고 있었다. 레이는 라이트세이버를 쥔 손에 더욱 힘을 주었다.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해 입을 벙긋거리지도 않았다. 카일로 렌이 레이에게 달려들었다.
레이는 열화를 압도하는 온도를 견디지 못하고 렌의 공격을 한 번 쳐낸 뒤에 곧장 물러났다. 하지만 렌은 끈질기게 레이의 검과 밀착하려 했다. 위에서 아래로 내리꽂히는 붉은 압력을 푸른빛 수평선이 받아냈다. 손목이 오래 꺾여있으면 대결을 더 이어갈 수 없었으므로 레이는 순간 무게를 실어 렌을 뒤로 밀어버리고 거리를 확보했다. 두 사람의 검은 다시 하늘을 바라보게 되었다.
레이는 몇 번 렌과 공격을 주고받으면서 이해할 수 없는 기분을 맛보았다. 꼭 그녀의 일부가 렌에게 끌려가 그 부분과의 연결고리가 끊어지는 것 같은 생소하고도 위압적인 감각이었다. 그녀는 미간을 찡그리면서도 카일로 렌을 주시했다. 렌은 레이가 자신의 분노를 잉태하고 있는 것처럼 그녀를 노려보고 있었다. 무언가 섬뜩한 변화가 일어났다는 직감으로 인하여 레이의 집중력이 흐트러졌고, 그 틈을 노린 렌이 기어코 레이의 팔을 크게 베어냈다. 레이가 비명을 지르며 상처를 팔목으로 눌렀다.
레이가 입술을 짓누르며 고개를 들었다. 카일로 렌이 희열하고 있었다. 레이는 하마터면 발끈하여 라이트세이버를 휘두를 뻔했다. 누군가의 고통에 대한 환희는 냉혹한 절망만큼 그녀가 견딜 수 없는 것이었다. 레이는 전보다 라이트세이버를 더 강하게 쥐었다. 카일로 렌이 검을 잡고 있는 손목을 빙글 돌렸다.
레이는 빠르게 높인 속력을 실어 렌을 타격하려다가 멈칫했다. 땅이 조금 흔들린 것 같았다. 그 떨림이 레이로 하여금 츄이의 말을 기억나게 만들었다.
"레이!"
기척을 낼 기회만을 보고 있던 핀이 재빠르게 외쳤다. 핀은 조금이라도 렌의 집중력이 흩어질 수 있도록 마구잡이로 블라스터를 난사한 뒤에 미련 없이 무기를 버리고 바리케이드를 넘었다.
"핀, 빨리!"
경련하는 기지 위로 엑스윙 한 대와 밀레니엄 팔콘이 떠오르고 있었다. 렌은 레이와 핀을 잡으려 했으나 두 사람은 날쌔게도 그가 펼친 보이지 않는 그물망을 훌쩍 피했다. 그러자 그는 조금 전 우주선을 격추했던 것처럼 라이트세이버를 던지려고 했다.
기둥 하나가 쓰러지는 것을 시작으로 저항군의 기지가 폭발하기 시작했다. 렌이 다 삼킬 수도 없는 거대한 화염이 사방으로 짙게 퍼졌다. 불길에 밀려나고 녹아서 휘날리는 공기와 마찰하며 그의 머리카락이 흩날렸다. 기지는 아예 땅과 함께 무너져내릴 기세로 대지를 짓누르고 그 위에 균열을 냈다. 카일로 렌은 분노했다.
그 순간 레이가 뒤를 돌아보았다. 그녀가 외면한 정면엔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밀레니엄 팔콘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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