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WarsⅦ/올캐러] The Law of Return 01 (Cont.)

- Star Wars 2016. 6. 23. 15:23 posted by Jade E. Sauniere

- After Star Wars : The Force Awakens

- Written by. Jade


The Law of Return

귀환의 법칙




1. 어둠의 기사들Knights of Darkness


  이미 몇 번이고 쪼개지고 긁힌 잔해들이 다시 한 번 거대한 기류를 만나 사방으로 흩어졌다. 검고 날렵한 형태의 우주선이 착륙하며 제복과 갑주를 갖춰 입은 무리들을 우수수 땅바닥에 내려놓았다.


  우주선 바깥으로 나갈 생각이 없었던 헉스 장군은 화면에 잡힌 카일로 렌의 투구를 보고 어깨에 걸치고 있던 코드를 앞으로 살짝 끌어당겼다. 경사로를 끌어올리려던 승무원이 장군의 손짓에 재빠르게 버튼에 붙어 있던 손을 떼었다. 그가 코트를 팔락이면서 한때 저항군들의 것이었던 땅을 밟았다. 헉스 장군의 미간에 가벼운 주름이 잡혔다.


  장교들과 스톰트루퍼들은 사지 어느 구석에 구멍을 하나씩 달고 있는 시신들을 무시하면서 저항군들의 기지를 수색해나갔다. 그들은 한 가지를 더 외면하면서 최대한 자신들의 임무에 집중하고 있었는데, 헉스는 바로 그 불편한 존재의 위치를 암시하듯 뚝 떨어져 있는 검은 투구를 곁눈질했다. 검날이 봉인된 라이트세이버를 쥐고 있는 카일로 렌이 그의 시선을 느끼고 뒤를 돌아보았다. 


  “오르가나 장군은 죽였나?”


  렌은 대답하지 않았다. 헉스는 끈질기게 그의 안면을 뜯어보았다.


  “그 여자가 있었어.”


  헉스가 렌이 말하는 인물의 정체를 간파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불모지에서 갑자기 피어난 꽃이 된 소녀에게는 그가 기억해 둘만한 가치가 있었다. 


  “완성된 지도를 갖고 스카이워커를 찾아간 거겠지. 제다이의 숫자가 늘어나는 건 곤란해.”


  카일로 렌이 그의 자산으로도 정복하지 못하는 존재의 정체란 뻔했다. 헉스의 시선과 음성이 렌에게 곧장 꽂혔다. 


  “다음엔 꼭 죽이도록 해. 둘 다.”


  카일로 렌이 헉스를 등졌다. 무언가에 화가 났다는 태도였는데 헉스의 말이 원인이 된 것은 아니었다. 헉스는 렌의 뒷모습을 유심히 눈에 담았다. 보고할 거리가 생긴 것 같았다. 하얗고 유약한 얼굴을 드러내고 다니는데도 살아서 다리를 움직일 수 있는 자들은 은근히 렌을 피하고 있었다. 그의 분노는 이질적이었고 거북했다. 헉스는 조금 더 렌을 바라보고 있다가 발로 잔해를 치우며 무너진 기지를 향해 걸었다.





  문이 닫히는 순간 방 안에는 밀도 높은 적막이 들어찼다. 무엇을 마주하고 있었는지는 몰라도 한참동안 깜빡임도 자제하던 카일로 렌의 눈동자가 잠시 눈꺼풀 뒤에서 숨을 돌렸다. 그는 이제 모두가 식별할 수 있는 걸 보고 있었다. 그가 자신의 라이트세이버를 강하게 틀어쥐었다.


  그의 침상 위에는 별 쓸모가 없을 듯한 어중간한 길이의 천이 늘어져 있었다. 렌은 그것을 홱 잡아채서 손으로 구겼다. 분노는 고통으로 중화해야 했다. 그러한 생각을 떠올리고 있는 렌의 사고에는 그것이 비정상적이라는 인식이 끼어들 틈이 없었다. 투명한 물에 심혈을 기울여 소금 덩어리를 녹이지 않는다 하더라도 사막에 서 있는 자의 눈에 미세한 하얀 알갱이 따위는 보이지 않는 법이었다. 렌은 스스로의 잔인함을 갈구할 정도로 절박했다. 한 손으로는 입 안에 천을 쑤셔 넣으며 렌은 라이트세이버로 자신의 가슴을 짓눌렀다.  





  한순간 조종간을 붙잡고 있던 레이의 손이 미끄러졌다. 그녀는 손과 함께 땅에 뚝 떨어진 눈길을 가까스로 끌어올렸다. 밀레니엄 팔콘은 막 광속 궤도를 벗어나고 있는 중이었다.


  밀레니엄 팔콘과 엑스윙은 가시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주변으로는 어떠한 행성도 곁에 두지 않은 우주의 평범하고 광활한 한 구석에 멈췄다. 뚝뚝 끊어지는 몸짓으로 손과 팔을 제자리에 고정한 레이는 자신의 팔과 가슴이 온전하게 붙어있다는 유구하고 당연한 감각에서 좀처럼 빠져나오질 못했다. 그래서 핀이 대신 목소리를 냈다.


  “이제 어디로 가야 해요?”


  포의 대답은 조금 늦었다. 


  ―당장 어딘가에 정박하기엔 어려울 거야. 다른 곳도 우리처럼 습격을 받았을 수 있으니까.

  “그렇다고 우주 한복판에 이렇게 서 있을 수는 없잖아요.”

  “안전한 곳이 하나 있긴 해요.”


  레이가 툭 말을 꺼냈다. 그녀는 조종석에서 빠져나와 모든 선실의 통로가 모이는 우주선의 중심부에 홀로 앉아있는 레아 장군을 향해 고개를 내밀었다. 레아 장군은 홀로그램도 없이 쓸쓸하고 편평한 테이블 위에 두 팔을 올리고 있었다.


  “장군님, 저기….”


  레아 장군은 그 순간에도 최대한 밝은 안색으로 레이를 응대했다. 그러나 레이는 그 때문에 더욱 울적해졌다. 


  “루크가 있는 곳에 가려고 해요. 거기가 지금은 제일 안전할 거예요.”


  레아 장군은 그녀의 의견을 순순히 받아들였다. 루크 스카이워커가 자신의 여동생에 대한 화제라면 유독 조심하는 걸 곁에서 봐 온지라, 레이는 자신도 모르게 레아 장군에게 조심스러운 시선과 행동을 보이게 됐다. 레이는 혼자서 고개를 끄덕이며 조종석으로 돌아왔다. 


  “제가 장군님을 루크가 있는 행성으로 모실게요. 퍼스트 오더에서는 거길 모르니까요.”

  ―좋은 생각이야. 내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만한 곳을 찾아볼 테니까 그 동안은 장군님과 함께 있어줘.


  포는 통신을 끊자마자 지체 없이 엑스윙을 몰았다. 레이는 은근하게 어두운 기색이 묻어나는 그녀의 표정을 주의 깊게 본 츄이가 한발 앞서서 광속 비행을 준비해준 덕분에 할 일이 없었다. 레이는 고맙다는 뜻으로 츄이를 향해 한 번 웃어주었는데 츄이가 고갯짓을 하면서 소리를 냈다. 레이는 조금 멋쩍어졌다. 


  아직 그녀의 뒤쪽에 핀이 서 있었다. 둘은 뒤늦게 반가움을 나누었다. 


  “그러고 보니 오랜만에 봤는데 인사도 못 했네. 잘 지냈어? 다쳤던 건 다 나았고?”

  “응. 너는 스카이워커 밑에서 가르침을 받고 있나봐. 렌과 맞서는 걸 봤어.”


  레이가 어떠한 반응을 하기 전에 핀이 말을 이었다. 


  “이제 너도 그럼 그… 제다이가 되는 거야?”


  레이는 이상하게 그 말에 부정도 긍정도 할 수가 없었다. 제다이라는 단어는 아직 그녀에게 신비로우면서 버거웠다. 결국 그녀가 핀에게 내놓은 답변은 자신은 그저 루크 스카이워커의 옆을 지키고 있을 뿐이라는 말이었다.


  그 자리는 한때 카일로 렌이 점유했던 곳이었다.


  아무도 직접적으로 설명을 해주지는 않았지만 이제는 레이도 루크를 배신하고 그의 제자들을 다 죽였다는 사람이 렌이라는 걸 알았다. 그는 정말로 많은 이동과 변화를 거친 자였다. 선했고, 악했으나 어떤 면에서는 여렸던 그는 어떠한 성격을 가진 인간이라기보다는 하나의 구멍이 되어버린 것 같았다. 그 안에서는 서로 다른 것들이 들끓으면서 동시에 언제나 비어 있었다. 그것을 파악할 수 있는 사람은 루크 스카이워커밖에 없을 것이었다.


  루크 스카이워커는 자신의 새로운 제자가 부탁한 문제의 해답을 과거에서 찾았다.

  벤 솔로의 까만 눈동자는 갈색이나 녹색보다 짙어서 오히려 맑았다. 루크는 그 모순되는 깨끗함 속에 자신이 아직까지도 다 떨쳐내지 못하는 상처의 찌꺼기들과, 과거에 대한 덧없는 후회 따위가 모조리 담기는 걸 직면해야만 했다. 소년 벤 솔로는 유독 예민하게 그의 울적함을 감지하기도 했다. 10살을 채 넘기지 못한 수련생이 제다이의 명맥을 잇고 있는 루크 스카이워커를 포스로 압도할 리는 없었음에도 루크는 다른 방식으로 소년에게 부끄러움을 느껴야 했다. 

  루크는 그 때 자신의 의수를 정비하고 있었다. 꽤 긴 시간을 버틴 기계 장치는 전보다 더 자주 주인의 손길을 필요로 했다. 그것은 루크에겐 썩 반가운 일이 아니었다. 스스로 그 기계를 손목에서 뜯어낼 때마다 루크는 이러한 광경을 선사한 것이 자신의 아버지이며, 그 인물은 루크의 아버지이기보다는 적으로서 더 자주 그의 앞에 나타났고 끝내 다른 방식을 선택하지 못한 채 그가 죽음으로 자신의 속죄를 완성했다는 걸 기억할 수밖에 없었다. 

  빛의 기사에게 가장 짙은 어둠이 내리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루크는 그것을 하필 소년 벤 솔로에게 들키고 말았다.

  “마스터?”

  루크는 고개를 숙인 채로 눈을 크게 떴다.

  “물러나 있거라.”

  루크는 길고 넓은 소매로 의수를 가렸다. 루크 스카이워커의 한 손은 피부에 덮이지 않았다는 걸 모두가 아는데도 루크는 그것이 평상적인 의수 그 이상이라도 되는 것처럼 숨겨야 했다. 

  소년 벤 솔로는 눈동자를 동그랗게 키우고 입을 다물었다. 결백한 그 몸짓에서 자신을 향한 채찍질 같은 덧없음을 발견한 건 루크 스카이워커의 고통이 빚어낸 환상이 맞았다. 루크는 소년의 작은 발이 풀을 헤치는 소리를 들으며 자책했다.

  루크 스카이워커는 지금도 같은 존재에 의하여 자책과 좌절을 반복하고 있었다. 본디 시간은 완전히 분절되지 않는 것이었다. 그저 인간의 문명이 하늘과 자연의 변화에 숫자와 의미를 붙인 것이었다. 나뉘고 서로 떨어지지 않는 시간은 다른 사람들에게는 과거라는 익숙한 이름으로, 그렇지만 루크 스카이워커에게는 책임이라는 거대한 개념으로 찾아와 그에게 일어섬을 재촉하고 있었다. 

  레이는 바위에 앉아 있는 루크 스카이워커의 등을 바라보았다. 몇 분만 기다리면 루크가 일어날 것 같아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오늘은 기회를 잡기 어려울 듯싶었다. 레이가 나무가 많은 곳으로 물러났다.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왔던 공화국의 의원들은 모두 제거되었고 행성 내에 있던 저항군들도 거의 처리되었습니다. 오르가나 장군은 소수의 인원과 함께 도주한 것으로 보이며 현재 추적 중입니다. 한편 놈들의 기지에는 자폭 장치가 설치되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수색 결과 생존자는 없었고, 대신 스카이워커의 근거지에 대한 정보를 찾았습니다. 가능한 인력을 모두 투입해 자료를 복원 작업에 들어간 상태입니다.”

  명확하게 끊어지는 헉스 장군의 음성이 공허한 공간에 울려 퍼졌다. 그곳은 실로 아무것도 없는 공동과 같았지만 그곳에서 실제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가 있어 이전만큼 스산하지는 않았다. 

  “자료가 복원되면 스카이워커를 찾을 수 있나?”

  빛이 결핍된 지점에서 생생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헉스 장군은 스노크의 물음에 정중하게 답변했다.

  “그럴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그리고 헉스가 약간 어조를 바꾸었다. 

  “그리고 렌에 관해서도 보고드릴 것이 있습니다. 그가 전에 놓쳤던 여자를 만난 것 같은데 크게 동요하더군요. 최근 들어 가장 불안정해보였습니다.”

  사막의 소녀가 루크 스카이워커의 그림자 밑으로 들어갔다는 사실은 헉스가 굳이 서술하지 않아도 될 만큼 뻔한 사실이었다. 과연 슈프림 리더는 헉스가 범접할 수 없는 지혜로움으로 지나간 사태를 다 파악하고, 불안하게 동요하는 제자를 위한 해결책까지 마련했다.

  “여기서 가장 가까운 저항군의 보급처가 어디지?”
  “최근 로탈 행성에도 저항군에 동참하는 세력들이 있다는 정보가 있었습니다.”
  “렌에게 그곳을 파괴하고 거기 있는 인간들은 모조리 죽이라고 지시해.”

그 방안은 헉스에게도 만족스럽게 들렸다. 그가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까맣고 묵직한 렌 기사단의 일원들을 모습을 보는 것도 그에게 이상야릇한 흡족함을 안겨주었다. 하지만 간단한 좌표만을 확인한 뒤 렌에게 임무를 던져줄 때 가장 자신의 가슴이 차오르리라는 걸 헉스는 이미 알고 있었다.




  카일로 렌은 그에게 얼마 남지 않은 사색의 시간을 혼돈 속에서 낭비하고 있었다.

  그 성질을 고정할 수 없는 하나의 영상에는 붉은빛이 넘실댄다. 그 속에서 그는 자신만의 독재를 성립하면서 비틀린 희열을 느끼고, 다른 모든 사람들을 앞질렀다는 것에 만족해한다. 어둠은 냉정하지만 다른 이들을 더욱 차갑게 만듦으로써 열기를 생성할 수 있다. 그것은 고급스럽지만 해로운 술처럼 매혹적이고 바닷물을 모두 들이키는 것처럼 위대하나 몹시도 고통스러웠다. 카일로 렌이라는 이름이 완성되기도 이전의 시기였다. 그는 처음으로 푸른색이 아니라 붉은빛이 넘실거리는 라이트세이버를 들고 희열과 혼돈 사이를 오가다가, 자신의 눈앞에 쏟아지는 장애물 같은 것들을 있는 대로 베어 넘겼다. 그의 눈앞을 지나갔던 건 인간들이었다. 그는 죽은 이들의 피와 그림자를 뒤집어썼다. 라이트세이버와 피와 불길이 질서 없이 넘실거렸다.

  그저 잘게 쪼개졌다는 것밖에 확신할 수 없는 조각들이 그의 머리 위로 떨어지면서 실금과 같은 상처들이 끊임없이 생겨났다. 렌은 그가 몇 번이고 걸었던 길에서 몇 번이고 똑같은 사람들을 죽였으며, 몇 번이고 그것이 단순한 방해물이 아니라는 것을 경험했음에도 불구하고 전과 하나도 달라지지 않은 동작들로 그것들을 동강냈다. 빛과 어둠은 나란히 화르륵대면서 그의 시야를 어지럽혔다. 그에게 때때로 그 두 가지는 똑같은 것으로 보였다. 모두 완전히 그의 것이 아니었고, 그가 선택할 수 없는 것이었으며 자신을 붙잡고 끌어당기는 불편한 사슬들이었다. 렌은 그것들을 이빨로 씹고 검으로 베어내지 못해 너무나 화가 났다.

  렌은 번쩍 일어났다. 그는 빛의 잔영이 자신을 약 올렸다고 생각했다. 비록 그에 관한 어떤 논리적인 이유가 존재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가 그렇게 생각했다는 건 아주 중요했다. 방을 나선 렌이 성큼성큼 걸었다. 고른 복도를 걷고 있는데도 꼭 밑으로 떨어지는 느낌이 났다. 렌은 속으로 중력이 언제나 아래를 향하여 적용되는 건 아니라고 주장했다.

  “전에 로탈 행성에서 저항군들의 근거지로 추정되었던 곳이 정확히 어디지?”

  헉스 장군이 자신에게 말을 걸었음을 안 승무원이 놀라며 고개를 빳빳이 들었다. 그가 신속히 손을 놀렸다.

  “북동쪽 지역입니다.”
  “그 부근에 생명체의 신호가 있는지 확인하고 전체적으로도 한 번 스캔해.”
  “알겠습니다. 몇 분 걸릴 겁니다.”

  렌은 그와 수평선상에 있는 문 하나를 열었다. 황무지에서 물 냄새를 맡고 오아시스를 찾아다니는 사람이 현재의 그를 가장 잘 흉내낼 수 있으리라. 그는 몹시도 절박하고 다급했다가 자신이 인도되어 온 장소의 정체에 놀랐다. 렌은 어느새 어둠의 기사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수련이라도 하고 있었는지 그들의 손에는 모두 빨갛게 점화된 라이트세이버가 들려 있었다. 렌은 자신도 모르게 그들을 따라서 검을 들었다. 검을 잡았으니 그 다음에는 휘둘러야 했다.

  “스캔이 완료되었습니다. 거주 인원에 변동 사항은 없는 것 같습니다.”
  “관련 정보를 렌의 커맨드 셔틀로 전송하도록.”

  그러면서 헉스 장군은 그에게만 제공된 수신기로 렌의 위치를 확인했다. 헉스가 살짝 눈썹을 굽혔다. 렌이 어떤 측면에서는 추락하고 있을 때 그의 우주선은 이륙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2016년 5월 회지 발행 완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