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fter Star Wars : The Force Awakens
- Written by. Jade
The Law of Return
귀환의 법칙
1. 어둠의 기사들Knights of Darkness
이미 몇 번이고 쪼개지고 긁힌 잔해들이 다시 한 번 거대한 기류를 만나 사방으로 흩어졌다. 검고 날렵한 형태의 우주선이 착륙하며 제복과 갑주를 갖춰 입은 무리들을 우수수 땅바닥에 내려놓았다.
우주선 바깥으로 나갈 생각이 없었던 헉스 장군은 화면에 잡힌 카일로 렌의 투구를 보고 어깨에 걸치고 있던 코드를 앞으로 살짝 끌어당겼다. 경사로를 끌어올리려던 승무원이 장군의 손짓에 재빠르게 버튼에 붙어 있던 손을 떼었다. 그가 코트를 팔락이면서 한때 저항군들의 것이었던 땅을 밟았다. 헉스 장군의 미간에 가벼운 주름이 잡혔다.
장교들과 스톰트루퍼들은 사지 어느 구석에 구멍을 하나씩 달고 있는 시신들을 무시하면서 저항군들의 기지를 수색해나갔다. 그들은 한 가지를 더 외면하면서 최대한 자신들의 임무에 집중하고 있었는데, 헉스는 바로 그 불편한 존재의 위치를 암시하듯 뚝 떨어져 있는 검은 투구를 곁눈질했다. 검날이 봉인된 라이트세이버를 쥐고 있는 카일로 렌이 그의 시선을 느끼고 뒤를 돌아보았다.
“오르가나 장군은 죽였나?”
렌은 대답하지 않았다. 헉스는 끈질기게 그의 안면을 뜯어보았다.
“그 여자가 있었어.”
헉스가 렌이 말하는 인물의 정체를 간파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불모지에서 갑자기 피어난 꽃이 된 소녀에게는 그가 기억해 둘만한 가치가 있었다.
“완성된 지도를 갖고 스카이워커를 찾아간 거겠지. 제다이의 숫자가 늘어나는 건 곤란해.”
카일로 렌이 그의 자산으로도 정복하지 못하는 존재의 정체란 뻔했다. 헉스의 시선과 음성이 렌에게 곧장 꽂혔다.
“다음엔 꼭 죽이도록 해. 둘 다.”
카일로 렌이 헉스를 등졌다. 무언가에 화가 났다는 태도였는데 헉스의 말이 원인이 된 것은 아니었다. 헉스는 렌의 뒷모습을 유심히 눈에 담았다. 보고할 거리가 생긴 것 같았다. 하얗고 유약한 얼굴을 드러내고 다니는데도 살아서 다리를 움직일 수 있는 자들은 은근히 렌을 피하고 있었다. 그의 분노는 이질적이었고 거북했다. 헉스는 조금 더 렌을 바라보고 있다가 발로 잔해를 치우며 무너진 기지를 향해 걸었다.
╳
문이 닫히는 순간 방 안에는 밀도 높은 적막이 들어찼다. 무엇을 마주하고 있었는지는 몰라도 한참동안 깜빡임도 자제하던 카일로 렌의 눈동자가 잠시 눈꺼풀 뒤에서 숨을 돌렸다. 그는 이제 모두가 식별할 수 있는 걸 보고 있었다. 그가 자신의 라이트세이버를 강하게 틀어쥐었다.
그의 침상 위에는 별 쓸모가 없을 듯한 어중간한 길이의 천이 늘어져 있었다. 렌은 그것을 홱 잡아채서 손으로 구겼다. 분노는 고통으로 중화해야 했다. 그러한 생각을 떠올리고 있는 렌의 사고에는 그것이 비정상적이라는 인식이 끼어들 틈이 없었다. 투명한 물에 심혈을 기울여 소금 덩어리를 녹이지 않는다 하더라도 사막에 서 있는 자의 눈에 미세한 하얀 알갱이 따위는 보이지 않는 법이었다. 렌은 스스로의 잔인함을 갈구할 정도로 절박했다. 한 손으로는 입 안에 천을 쑤셔 넣으며 렌은 라이트세이버로 자신의 가슴을 짓눌렀다.
╳
한순간 조종간을 붙잡고 있던 레이의 손이 미끄러졌다. 그녀는 손과 함께 땅에 뚝 떨어진 눈길을 가까스로 끌어올렸다. 밀레니엄 팔콘은 막 광속 궤도를 벗어나고 있는 중이었다.
밀레니엄 팔콘과 엑스윙은 가시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주변으로는 어떠한 행성도 곁에 두지 않은 우주의 평범하고 광활한 한 구석에 멈췄다. 뚝뚝 끊어지는 몸짓으로 손과 팔을 제자리에 고정한 레이는 자신의 팔과 가슴이 온전하게 붙어있다는 유구하고 당연한 감각에서 좀처럼 빠져나오질 못했다. 그래서 핀이 대신 목소리를 냈다.
“이제 어디로 가야 해요?”
포의 대답은 조금 늦었다.
―당장 어딘가에 정박하기엔 어려울 거야. 다른 곳도 우리처럼 습격을 받았을 수 있으니까.
“그렇다고 우주 한복판에 이렇게 서 있을 수는 없잖아요.”
“안전한 곳이 하나 있긴 해요.”
레이가 툭 말을 꺼냈다. 그녀는 조종석에서 빠져나와 모든 선실의 통로가 모이는 우주선의 중심부에 홀로 앉아있는 레아 장군을 향해 고개를 내밀었다. 레아 장군은 홀로그램도 없이 쓸쓸하고 편평한 테이블 위에 두 팔을 올리고 있었다.
“장군님, 저기….”
레아 장군은 그 순간에도 최대한 밝은 안색으로 레이를 응대했다. 그러나 레이는 그 때문에 더욱 울적해졌다.
“루크가 있는 곳에 가려고 해요. 거기가 지금은 제일 안전할 거예요.”
레아 장군은 그녀의 의견을 순순히 받아들였다. 루크 스카이워커가 자신의 여동생에 대한 화제라면 유독 조심하는 걸 곁에서 봐 온지라, 레이는 자신도 모르게 레아 장군에게 조심스러운 시선과 행동을 보이게 됐다. 레이는 혼자서 고개를 끄덕이며 조종석으로 돌아왔다.
“제가 장군님을 루크가 있는 행성으로 모실게요. 퍼스트 오더에서는 거길 모르니까요.”
―좋은 생각이야. 내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만한 곳을 찾아볼 테니까 그 동안은 장군님과 함께 있어줘.
포는 통신을 끊자마자 지체 없이 엑스윙을 몰았다. 레이는 은근하게 어두운 기색이 묻어나는 그녀의 표정을 주의 깊게 본 츄이가 한발 앞서서 광속 비행을 준비해준 덕분에 할 일이 없었다. 레이는 고맙다는 뜻으로 츄이를 향해 한 번 웃어주었는데 츄이가 고갯짓을 하면서 소리를 냈다. 레이는 조금 멋쩍어졌다.
아직 그녀의 뒤쪽에 핀이 서 있었다. 둘은 뒤늦게 반가움을 나누었다.
“그러고 보니 오랜만에 봤는데 인사도 못 했네. 잘 지냈어? 다쳤던 건 다 나았고?”
“응. 너는 스카이워커 밑에서 가르침을 받고 있나봐. 렌과 맞서는 걸 봤어.”
레이가 어떠한 반응을 하기 전에 핀이 말을 이었다.
“이제 너도 그럼 그… 제다이가 되는 거야?”
레이는 이상하게 그 말에 부정도 긍정도 할 수가 없었다. 제다이라는 단어는 아직 그녀에게 신비로우면서 버거웠다. 결국 그녀가 핀에게 내놓은 답변은 자신은 그저 루크 스카이워커의 옆을 지키고 있을 뿐이라는 말이었다.
그 자리는 한때 카일로 렌이 점유했던 곳이었다.
아무도 직접적으로 설명을 해주지는 않았지만 이제는 레이도 루크를 배신하고 그의 제자들을 다 죽였다는 사람이 렌이라는 걸 알았다. 그는 정말로 많은 이동과 변화를 거친 자였다. 선했고, 악했으나 어떤 면에서는 여렸던 그는 어떠한 성격을 가진 인간이라기보다는 하나의 구멍이 되어버린 것 같았다. 그 안에서는 서로 다른 것들이 들끓으면서 동시에 언제나 비어 있었다. 그것을 파악할 수 있는 사람은 루크 스카이워커밖에 없을 것이었다.
2016년 5월 회지 발행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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