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erlock/셜록존] One Month Until I Have My Ending

- BBC Sherlock 2013. 9. 18. 16:38 posted by Jade E. Sauniere



-BBC Sherlock, Sherlock Holmes/John Watson

- cordial requested, Jade wrote

- Theme from 'Happy Ending' by Mika


One Month Until I Have My Ending




  정말로 계정을 삭제하실 건가요?


  메시지는 마치 사용자의 자유 의지를 재확인하는 듯 했지만 이번만큼은 그 기계적이고 보편적인 문구가 맞지 않았다. 그 계정을 지금까지 운영해 온 인물은, 진실로 그것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 계정을 삭제하려는 게 아니었다.


  무릎밖에 남지 않은 다리부터 인간의 연한 살갗에 난 무시무시한 타이어 자국까지, 그 인물은 한 인생이 얼마나 다양한 방식으로 끝맺음지어질 수 있는 지를 목격했다. 비릿한 철분 냄새가 섞인 모래 폭풍이 불던 낯선 땅이었었다. 지금 그는 죽음을 맞이하고 있는 것도 아니며 주변의 공간은 한 사람이 살아가기에 적합한 풍경이었다. 그는 피 흘리는 전우가 아니라 인터넷 아이디를 없애버릴 거냐며 묻고 있는 노트북의 화면을 마주하고 있었다. 다만 어느 것도 그가 완전하게 의도하지 않았음이 같다.


  그는 페이지를 되돌려 마지막을 기념하는 글이라도 쓸까 잠시 망설였다. 아슬아슬하게 이동하는 커서에도 계정을 삭제할 거냐며 묻는 창은 제자리를 굳건하게 지켰다. 하얗게 정지해 있던 커서는 다시 갔던 길로 회귀했다. 꿋꿋하게 디지털화된 글씨가 그에게 묻는다. 정말로 계정을 삭제하실 건가요? 그는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찡그렸다. 달래는 듯한 목소리가 겹쳐진다면 더할 나위 없을 그 표현이 은근하게 그를 건드렸다. 젠장, 나도 좋아서 이러는 거 아니라고.


  그가 ‘확인’ 버튼을 향해 마우스를 옮기고 있는 동작은, 의도적으로 그가 세어보지 않은 과거에 메마른 하얀 건물 위에서 떨어졌던 그의 플랫메이트가 설정해 놓은 하나의 명령어였다. 계정은 그의 소유가 맞지만 그는 그것을 오직 자신만을 위해 사용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그는 자신이 계정을 통해 남겨 놓았던 것을 초기화시킬 수 없었다. 다만 일부러 잊어버리는 것처럼 완전히 지우는 게 가능할 뿐이었다. 제 아무리 그의 플랫메이트가 똑똑한 남자였더라도, 그가 지금 행하려고 하는 이 행위를 더 이상 집에 찾아오지도 않는 플랫메이트의 탓으로 돌릴 줄은 몰랐을 것이다. 하지만 진실로 그러했다. 존 왓슨은 셜록 홈즈가 검은 묘석과 함께 던져 준 결말을 삼키며 마우스의 왼쪽 버튼을 눌렀다.


  오, 끈질기기도 하지. 홈페이지는 그가 쉽사리 계정을 지우지 못하게 가로 막고 있었다. 자상하지도 않은 딱딱한 디지털 화면이 그에게 말했다. 정말 떠나시는 건가요? 한 번 더 생각해 보지 않겠어요? 그는 하마터면 애꿎은 노트북에 화를 낼 뻔했다.


  존 왓슨은 자신만의 의지와 생각을 발휘하여 지금의 행동을 재고할 수 있을 만한 위치인가? 죽어서도 남에게 질려도 하지 않는 셜록 홈즈가 강제적으로 존 왓슨이 할 일을 쥐어준 상황에 지나지 않았다. 첫 번째로는 자신의 장례를 치르고, 짝이 없어 집세를 내기 힘들다면 자신의 짐을 치워버리고 베이커 가에서 편히 지낼 것이며 마지막에는 망자에 대한 모든 감정을 정리해 버릴 것. 존 왓슨은 대상을 잘못 정한 물음을 거칠게 외면했다. 아래에 장황한 글들이 또 있었다. 셜록 홈즈의 고압적인 깔끔함과는 어울리지 않았다.


  계정을 비활성화하기 전에 꼭 알아 두세요. 저희는 귀하의 정보를 30일 동안만 유지하며 그 이후엔 영구적으로 삭제합니다. 이 30일의 비활성화 기간내에 다시 로그인하시면 계정을 재활성화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존 왓슨의 가슴을 때렸다. 굵게 표시된 글자들은 그에게 굳이 30일의 말미를 주겠다고 말하고 있었다. 이것이야말로 셜록 홈즈가 예상하지 못한 일면이리라. 그는 이미 다 읽은 페이지의 구석을 아무렇게나 바라보았다. 그의 결정이 아닌 것을 위하여 시간을 소비하고 있던 존 왓슨이 서서히 능동적인 사고를 되찾기 시작했다. 사이트에 가입하는 모든 이들에게 주어지는 무딘 서비스가 그에게 뜻밖의 선택권을 준 덕분이었다. 그는 셜록 홈즈의 결말을 존중하다가 미처 돌아보지 못했던 존 왓슨의 마무리를 상상했다. 그는 30일 동안 이 계정의 유무 자체도 망각해버리면서 그의 블로그를 깨끗이 지워 버릴 수도 있었고, 도중에 다시 접속하여 블로그를 유지할 수도 있었다.


  전장에서 그는 다양한 마지막을 보았다. 누군가는 적군에 포위되자마자 스스로 폭탄을 터뜨렸고, 애써 목숨을 부지했던 누군가는 결국 병균에 감염되어 고통스럽게 사망했다. 살아남아 얻은 무공의 기억에 괴로워하는 이들도 더러 보았다. 존 왓슨은 자주 피에 물드는 누런 사막 위에서, 언젠가는 모두 죽게 되는 인간들에게 내려진 가장 큰 권리는 그 필멸할 여정의 어느 지점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는 자유라고 생각했다.


  존 왓슨은 마지막으로 비밀번호를 입력했다. 이제 한 달간 존 왓슨의 블로그는 그 어떠한 방문객도 받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 시간은, 존 왓슨이 언제까지고 로그인과 로그아웃을 반복하면서 셜록 홈즈를 기다리게 될 마디였다.


2013. 7.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