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BC Sherlock, Sherlock Holmes/John Watson
- Written by. Jade
Between Moral and Logic
셜록 홈즈의 죽음은 비도덕적이었다. 그래서 그는 결심과 계산 끝에 베이커 가에 그림자를 내밀었다가 재빠른 존 왓슨의 주먹을 맞고 쫓겨났다. 아프기도 했고 당황한 탓에 셜록 홈즈는 평소처럼 신속하게 행동하지 못했다. 오히려 셜록 홈즈가 죽은 척 숨소리도 감추는 동안 존 왓슨은 예리함을 갈고 닦았는지, 어슬렁대지 말고 당장 나가라고 목청을 높이는 플랫 주인의 음성이 들렸다.
“가.” 셜록은 움직이지 않았다. “가라고 했어.” 그 때까지도 셜록은 버텼다. 그러나 문 저편에서 총이 달칵 하는 소리가 나서 셜록은 정말로 계단을 내려가야 했다. 어디로 방아쇠를 당겼는지 땅 하고 나무가 뚫렸다.
- 미안하다는 소리는 했니?
망자의 행색을 벗어 던지고 오랜만에 고개를 든 동생의 외출을 기념하여 마음껏 공권력을 남용하고 있는 마이크로프트가 문자를 보냈다. 셜록은 하마터면 마이크로프트의 메시지에는 답을 하지 않는다는 철칙을 어기고 그의 형에게 내가 입을 벙긋거릴 틈이라도 줬어야지! 라면서 하소연을 할 뻔했다. 베이커 가에 다시 위협적인 총성이 퍼졌다. 아예 건물 밖에 서 있는 그는 의사 선생이 오늘 왜 저러냐며 다급하게 계단을 올라가는 허드슨 부인의 중얼거림을 들었다.
셜록 홈즈는 다시 안으로 들어갈 생각을 했다. 그에게는 누구에게도 밝히지 않았던 수수께끼를 풀어 놓음과 동시에, 약간의 인간적인 언어를 덧붙일 의향이 충분히 있었다. 계단이 삐걱대면서 허드슨 부인이 내려오는 것 같아 셜록이 슬그머니 문을 열었다. 부인은 자살했다고 소문이 자자했던 그를 보고서도 놀라는 기색 없이 대뜸 핀잔부터 주었다.
“그동안 잠자코 있었으면 성질도 같이 죽였어야지, 당장 가서 의사 양반 화 좀 풀어 줘.” 셜록이 대답하지도 않았는데 존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내려왔다. “다 들립니다, 허드슨 부인! 셜록, 자넨 당장 나가!” 허드슨 부인이 어깨를 움츠리며 눈썹을 올렸다. “무조건 잘못했다고 빌어. 알았지?” 작게 속삭인 부인은 고개를 내저으면서 방으로 돌아갔다. 셜록 홈즈는 잔뜩 화가 난 명사수 군의관 출신인 자신의 플랫메이트와 그럴듯한 대화를 나눌 구실을 고민했다.
존의 예민한 감각이 나무로 만든 계단이 가라앉는 소리도 감지할까봐 셜록은 조심스럽게 발을 내딛어야 했다. 짜증이 나기도 했지만 소파 하나라도 되찾으려면 답지 않게 자세를 굽히는 게 맞았다. 셜록은 계단을 반쯤 오르고 나서 목을 쑥 뺐다. 현관문에 총알 자국이 나 있었다. 가만히 그 자리에 서 있었다간 머리카락 정도는 순식간에 잃어버렸을 게 분명했다.
한편으로 셜록 홈즈는 자신이 그렇게 큰 잘못을 저지른 것인지 돌이켜봤다. 그의 선택은 존을 비롯하여 제 주변에 남아 있는 몇몇 이들을 보호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을 여과 없이 흘릴 정도로 멍청하진 않았으므로, 셜록은 차분히 걸음을 쪼개 플랫의 문 옆에 붙어 섰다.
“존, 잠깐 나도 얘기를..” 존이 탄창을 채우느라 찰칵거리는 소리가 났다. “그건 반칙이야!” 발끈한 셜록 홈즈의 실언에 대응해 날아온 것은 총알이 아니었다. 거칠게 문이 젖히며 존이 씩씩거리는 표정으로 안에서 나왔다.
“반칙이라고? 자네가 그런 말을 할 수는 있나? 이렇게 오래 숨어 있었을 거면 언질이라도 주던가! 나는 자네가 살아 있는 줄도 모르고 매번 자네의 기일을 챙기고 무덤에 니코틴 패치를 붙여줬어. 아마 다 보고 있었겠지? 젠장, 그러고도 지금 반칙이라는 말이 입 밖에서 나오는 거야, 지금!”
서로가 익숙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셜록은 존이 이토록 화를 내는 걸 처음 봤기 때문에 그만의 관습적인 반응을 내보일 수 없었고, 존은 스스로 궤도를 벗어난 것 같은 느낌에 눈동자를 잠시 멈출 수밖엔 없었다.
“..그거, 정말 사람한테 할 짓이 아니었다고.” 그러자 셜록이 응했다. “어느 면에서는, 맞아.” 셜록 홈즈의 입에서 끝내 미안하다는 소리는 나오지 않을 모양이었다. 당황스러움에 누그러졌던 화가 존의 가슴에서 다시 꿈틀거렸다.
“내가 죽음을 위장한 건 도덕적이지는 못했지. 그건 인정할 수 있네. 하지만 내 입장에서 아주 어처구니없는 선택은 아니었어.” 그렇게 말하는 셜록의 시선은 존에게 머물렀다가, 존이 반쯤 가리고 있는 플랫의 내부로 닿았다. 존이 혼자 살고 있어 전보다는 많이 정리된 모습이었지만 셜록 홈즈가 그 틈을 비집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존이 미묘하게 눈썹을 찡그렸다. 존의 손에 들려 있을 뿐 바닥을 향하고 있는 총구와 그의 행동이 다르지 않았다.
셜록 홈즈는 자신의 죽음이 비도덕적일지언정 논리적이라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그는 자신이 죽어도 자신의 세계가 무너지지 않을 걸 알았다. 셜록이 끝까지 기다리자 결국 존은 입구를 열어주었다.
2013. 7.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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