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ID/존본즈] Travelers in the Universe

- Star Trek Into Darkness 2016. 8. 31. 16:20 posted by Jade E. Sauniere

- Star Trek Into Darkness, Khan Noonien Singh/Leonard McCoy

- Written by. Jade


Travelers in the Universe




  모름지기 우주의 시선 아래 모든 생명들은 평등한 것이다. 존재들은 우주가 제공해 준 공간에서 자신의 생을 살아가려고 하는 이들이다. 자신들 각자의 시간과 모두에게 주어진 평등한 장소를 여행하는 타고난 여행자들이다. 


  우주와 시공을 넘나들 수 있는 기술이 만들어진 시대에서, 그와 같은 오래된 진리를 곱씹는 자들이 있었다.


  레너드 맥코이는 창밖만 보다가 별 한 개 보이지 않는 지독한 어둠에 질리다 못해 충격을 받은 신참 승무원에게 도움이 될 만한 안정제를 고르고 있었다. 항해 이틀만에 2주는 못 잔 사람의 얼굴을 하고 돌아다니는 그 승무원에겐 의술의 힘이 절실했다. 맥코이는 작은 약병에 알약 몇 알을 나눠담은 뒤 복용법을 적은 스티커를 정면에 붙였다. 


  그 신참은 실제로 우주와 맞닥뜨리고 나니 그것이 예상처럼 낭만적인 곳은 아니라는 걸 절실히 깨달았다고 했다. 긴장과 충격과 감수성이 뒤섞인 그는 그 외에 다른 이상한 말들도 해댔다. 은하수가 고작 새끼 손가락만한 크기로 보이는 우주에서 자신은 그야말로 지나가는 여행자보다 더 의미가 없을 것 같다는 둥, 신은 다른 게 아니라 그런 보잘것없는 위치에 있는 개별적인 존재들보다는 조금 더 나은 가치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위대한 것 같다는 이야기도 했다. 맥코이에겐 심리상담사 자격증은 없었지만 그의 말을 묵묵히 들어주었다.


  우주는 그 어떤 존재도 재단할 수 없는 거대함과 위압감으로 차갑게 모든 것들을 응시하고 있었다. 약병을 전해주는 걸 잊어버리지 않도록 눈에 잘 띄는 곳에 놓아둔 맥코이는 의자를 돌려 창문을 한 번 바라보았다. 


  여행자라는 비유는 생각 외로 더 적절했다. 여행자는 자신이 가는 여행지에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여행지를 변화시키지도 않는다. 어떤 여행자가 오지 않아도 그곳을 방문할 많은 사람들이 있으므로 여행지는 존속되며 관광업에 몸 담고 있는 사람들을 위태롭게 만들 수도 없었다. 여행자들이 주로 하는, 사진을 찍고 길을 걷고 여행지가 주는 경험을 곱씹어보는 일들은 그 자신에게만 영향을 줄 뿐이다. 공간은 건재하다. 맥코이가 몇 번을 오가도 똑같기만 한 우주와 비슷했다.


  그러한 평범한 여행자에 자신의 위치가 고정되는 걸 원하지 않던 존재가 있었다.


  맥코이는 그를 떠올리면서도 특별한 기분이 들지는 않았다. 모두는 일정한 시간과 특정한 공간을 받고 태어난다는 일정한 시작점을 가진다. 그가 자신을 탐색하고 자신이 이루어내는 약간의 변화에 만족하며 살아가지 못했던 것에는 그 시작점을 무효화시킬 만한 깊고 끈질긴 역사가 있었던 탓이었다. 레너드 맥코이는 이제 그걸 알고 있었다. 각자의 것인 일생을 탐하면서 영원한 관조자인 우주에 군림하려고 했던 이의 과거를 이해했다. 


  맥코이는 무릎 위에 놓아두었던 개인용 패드를 켰다. 평화로운 항해 속에서 덩달아 평온했던 그 기계에 잠시 파문을 일으켰던 메시지를 켰다. 맥코이는 자신이 그걸 받았다는 걸 함장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맥코이는 비록 소령이었으나 한편으로는 이 세상의 모든 존재들과 같았다.


  메시지는 5일 전에 도착한 것이었다. 그 날 맥코이는 지구에서 발행하는 소식지를 통해 스타플릿 측에서 개발하던 초고속 소형 비행정이 사라졌다는 이야기를 보았다. 


  ―아마 우리 존재들의 목표는 상대방의 세계로 넘어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인식하는 것일 거야.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지켜보고 존중하는 일. 


  "…그렇게 해서 서로가 대립하면서도 보완하는 관계가 성립되는 거지."


  맥코이는 자신도 모르게 메시지의 마지막 줄을 소리냈다.


  여행자들이 변화시킬 수 있는 건 여행지가 아니라 또 다른 여행자다. 길을 잃어 안절부절 못하는 누군가, 낯설고 험악한 자들에게 둘러싸인 사람, 소지품을 잃어버렸거나 다른 일행과 떨어지고 만 슬픈 여행자를 도와줄 수 있다. 그러면 그 여행자는 변하는 것이다. 무언가를 되찾고 위기에서 벗어나기도 하며 자신이 원하는 곳까지 안전하게 도달한다. 그들이 딛고 선 땅에 어떤 선이나 표식을 남길 수 없는 대신 그러한 힘을 가지고 있는 거라고 맥코이는 생각했다. 


  자연스럽게 창밖에 한 번 더 시선을 던지게 된 맥코이는 자신의 생각을 확정했다. 우주는 우주 자신의 모양을 이리저리 바꿀 뿐 정작 우주를 살고 있는 존재들에게는 별다른 영향력을 떨치지 못했다. 레너드 맥코이는 지난 항해에서도 입었던 제복을 입고 의무실에 있었다. 엔터프라이즈호는 쾌활한 함장의 지시에 따라 유영을 거듭하고 있고 수많은 승무원들이 함선을 떠나지 않았다.


  맥코이는 창문에 손가락을 가까이 대고 사선으로 그어보았다. 당연히 우주와 세계는 갈라지지 않았고 경계도 생성되지 않았다. 맥코이는 만족했다.


  한동안 조작하지 않은 패드가 꺼졌다. 여행자는 새로운 여행자가 결정한 여정에 행운을 빌어주었다. 아마 도움이 필요하다면 먼저 연락을 할지도 몰랐다. 그도 이제는 그런 행동을 실천해보는 법을 배웠다. 우주의 여행자들은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었다.


  맥코이는 약병을 들고 의무실을 나섰다. 여행지는 침묵으로써 자신을 제공했다.




Universe and U by KT Tunstall



'- Star Trek Into Darkness' 카테고리의 다른 글

[STID/존본즈] Betraying the History  (0) 2015.02.11
[STID/존본즈] The Game of Telling Truths  (0) 2015.02.11
[STID/존본즈] Relativity  (0) 2015.02.11
[STID/존본즈] The Crime  (0) 2014.06.21
[STID/Khan] The Earth of Pain  (0) 2014.0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