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ar Trek Into Darkness, Khan Noonien Singh/Leonard McCoy
- Written by. Jade
The Game of Telling Truths
그것은 범죄다.
그가 하는 일을 그 이상으로 잘 표현할 수 있는 말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는 사회가 허락하지 않은 일이라면 마다하지 않고 전부 해치우는 것 같다. 그가 저지른 악의 숫자는 아마 내 바늘이 그의 살갗을 파고 들어갔다 나온 횟수를 합쳐도 많을지 몰랐다. 살인이나 강도짓이 아니더라도 주거 침입이라든가 기물 파손도 어쨌든 위법 행위에 해당하니까 말이다.
그는 지금 은색 쟁반에 들어 있는 가위들을 쳐다보고 있다. 서로 크기가 다른 수술용 가위를 바라보는 것은 범죄가 아니다. 내 기억에 적어도 내 눈 앞에서 그가 범죄를 저지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가 나를 찾아오는 건 언제나 그가 무언가를 끝내고 난 다음이다.
핀셋으로 아슬아슬하게 잡은 바늘이 세 번째로 그의 피부를 꿰뚫었다. 그는 미동도 없었다.
“오늘은 뭐 하다가 왔어요?”
“무슨 일로 그런 걸 묻는 거지.”
맞다. 나는 그가 오늘은 대체 누구를 저격했고, 누구와 한바탕 붙느라 그 매끄러운 살결에 인위적인 오브제처럼 또 흠집을 냈냐고 묻지 않았었다.
“당신의 주위를 분산시키는 거지. 마취가 안 된 건 아니지만 그래도 누가 자기 살을 꿰매고 있는데 신경이 안 쓰이겠어요? 원래 국소 마취된 부상을 꿰맬 때에는 의사들이 아무 얘기나 걸어요.”
“그렇다면 당신은 이태까지 그러한 관습을 무시해왔던 셈이로군.”
“관습이란 건 일반적이라는 성질을 포함하고 있죠. 하지만 당신은 아니니까.”
“그런데 당신은 지금 나에게 이렇게 잡담을 걸고 있군. 나도 이제 당신이 정의하는 일반적인 무언가에 포함되었다는 건가?”
할 말이 없었다. 그는 말보다는 행동으로 모든 걸 해결하는 사람인데도 말재주가 좋았다.
“…진실 게임 할래요? 내가 하는 질문에는 절대로 거짓말로 답하지 않는 걸로.”
“당신은 내 변호사가 아니야.”
“변호사와 의뢰인 사이에서만 비밀 유지의 원칙이 적용되는 건 아닌데?”
그는 잠시 생각을 하겠다는 것처럼 말을 멈추었다. 사선으로 벌어져 있던 상처가 차츰차츰 서로의 간격을 좁히고 있었다.
“한 번 해봐.”
“당신 진짜 이름이 뭐에요?”
“내 이름은 알고 있지 않나.”
“아무리 봐줘도 당신이 인도나 몽골 출신인 것 같진 않거든요? 칸이라는 이름은 누가 봐도 수상해. 차라리 샤를마뉴라고 했으면 믿었을 거예요.”
세상에 왕 이름이 좀 많나. 차라리 알렉산더 대왕에서 따오든가. 나는 핀셋을 하늘 위로 들면서 중얼거려버렸다. 뒤이어 푸스스 흩어지는 숨소리가 났다. 그는 그런 식으로 웃었다. 그는 자신의 등 뒤에 있는 나를 보려는 듯이 고개를 살짝 돌리려고 했다.
“미안하지만 그건 대답해주기 곤란하군. 그 외의 질문은 모두 넘기지 않고 대답해주겠다 약속하지.”
농담으로라도 미안하다는 부사는 사용하지 않는 작자였다.
“…진짜로?”
“진실 게임이니까.”
그는 대개 말을 할 때 막힘이 없다. 내가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그의 화법이 순간 나에게 전염된 것 같았다. 나는 바늘을 제대로 꽂아 넣기 위해 상처 부위를 노려보듯이 응시하면서 툭 던졌다.
“당신이 생각하는 행복은?”
“싸우는 것.”
나는 내가 한 질문과 그가 건넨 답안에 모두 놀랐다. 하마터면 마취되지 않은 부위를 바늘로 찌를 뻔했다. 의사가 사람의 피부에 내는 흠집은 모욕적이다. 나는 범죄를 통해 치료비를 내는 남자의 행복보다는, 그의 불행을 알아내려고 하는 게 번듯한 시민으로서 이상적인 행위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럼 당신이 생각하는 불행은?”
“굴복하는 것.”
벌써 여섯 바늘이나 꿰맸다. 이제 내가 그의 등 뒤에 서 있을 수 있는 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당신에게도 혐오 받을 만한 악덕이 있다면?”
“물론.”
“그건?”
“노예근성.”
“당신은 대체 어떤 사람이죠?”
“단일한 목적을 가진 자.”
그의 피를 접착제 삼아 붙어 있던 거즈가 조금씩 밑으로 떨어지려고 했다. 나는 눈을 깜빡였다. 기계적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그의 상처를 꿰매는 것 외에 나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다. 생각이 필요치 않은 행동이 절실했다. 나는 순식간에 그의 상처를 매듭지었다. 그는 눈치도 좋게 치료가 끝났다는 걸 알고 어깨 아래까지 내리고 있던 옷깃을 끌어올렸다. 일방적인 질답 속에서 그는 자신이 질문할 권리조차 청하지 않았다.
은색 쟁반 위에 그가 현금 뭉치를 내려놓을 순간이 온다. 나는 악을 저지르고 다니는 자에게 진실을 구하고 싶어서 애썼다.
“그럼 말해 봐요. 내가 당신을 돌봐주는 것도 과연 범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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