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ossover/본브루스] Better Life

- Anything/Crossover 2016. 8. 31. 16:16 posted by Jade E. Sauniere

- Jason Bourne & Bruce Wayne Crossover

- Written by. Jade


Better Life




  브루스 웨인의 한쪽 눈동자는 조금 전에 확인해서 이미 주머니 속으로 들어가버린 핸드폰에서 떨어져 나오지 못했다.


  [그 자리에 가만히 있어.]


  알 수 없는 이름unknown으로 자신을 표현하며, 그림자 속에서 자신을 자책하는 일밖에 알지 못하던 인물이 있었다. 브루스는 하필 그가 이 순간에 최고의 능동성을 발휘하고 있다는 게 마음에 걸렸다. 


  엘리베이터가 작동을 하지 않을 것은 뻔했으므로 브루스는 곧장 비상구로 향했다. 도중에 핸드폰을 한 번 켜보았지만 도착한 메시지는 없었다. 문을 크게 열고 난간을 잡은 브루스는 절실하고 정확하게 달렸다. 30층도 넘는 층을 계단만으로 내려가야 한다는 다소 좌절스러운 사실은 브루스로 하여금 다른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브루스가 핸드폰을 꺼냈다.


  "알프레드, 웨인 엔터프라이즈로 배트윙을 보내줄 수 있어요?"

  ―진심이십니까, 도련님?

  "이 시점에서 내 정체를 숨기는 게 뭐가 중요하겠어요. 보내줄 수 있죠?"

  ―…준비하겠습니다. 15분 정도 걸립니다. 하지만 드론 조종 모드로 수트까지는 배달해드릴 수 없습니다.

  "괜찮아요."


  브루스는 통화를 끊고 화면을 바라보았다. 새로이 도착한 메시지는 없었다. 브루스는 달리면서 부디 자신의 손이 기계의 진동으로 움찔하기를 바랐다. 다급한 인영이 비상계단에 온도와 숨소리를 남겼다. 지상 로비보다는 옥상에 더 가까운 그의 위치에서 아래의 혼란을 들을 수는 없었다. 그러나 그것은 배트맨의 몫이었고, 브루스 웨인은 그러한 이유에 의해 계단을 올랐다.


  아직 배트맨이 오지 않은 지상의 소요에는 잿빛 머리칼의 남자가 있었다. 그는 브루스 웨인이 하나의 문자 메시지를 눈동자 위에서 완전히 지워내고 있지 못하듯이, 몇 개의 음성들을 귓가에서 떨쳐내지 못했다. 그 소리들은 그가 본래부터 사람을 죽이는 자라고 말하고 있었다.


  제이슨 본은 이번만은 반쯤 그 말에 동의해보기로 했다. 그가 코너 뒤로 사라지자마자 건물의 입구에서 폭발음이 났다. 무장경비에게 빌린 총이 본의 손에 들려 있었다. 


  알프레드는 원격 조종으로 배트윙을 몰면서 배트케이브 밖에서 펼쳐지는 일을 바라보고 있었다. 가장 차들이 적은 도로를 고른 경찰차들이 모여드는 중이었고 멀찍이서 보이는 웨인 엔터프라이즈 빌딩은 아직 성한 모양새였다. 알프레드는 고도를 조정하면서 빌딩을 스캔해보았다. 층마다 빼곡하게 있어야 하는 직원들의 열기가 감지되지 않았다. 알프레드는 그것을 조금 의아하게 여겼다.


  브루스 웨인은 난간을 잡은 자신의 팔로 몸을 밀어가면서 계단을 올랐다. 10층 정도만 더 올라가면 옥상에 있는 헬리콥터 착륙장에 도달할 수 있었다. 여전히 그의 핸드폰은 잠잠했다. 그가 단어 하나라도 찍어서 보내주길 바라고 있는 인물은 핸드폰이 아니라 다른 걸 붙잡고 있기 때문이었다.


  제이슨 본의 손에 감긴 총이 처음으로 불을 뿜었다. 수제 폭탄을 의기양양하게 내던지려던 놈이 발목을 맞고 미끄러지면서 폭탄이 엉뚱하지만 적절한 폭발을 일으켰다. 본이 가지고 있는 이점이라고는 침착하게 발휘할 수 있는 사격 실력뿐이었다. 그는 속으로 자신이 쏠 수 있는 탄환의 갯수를 하나 줄이다가, 그 가운데서 사이렌 소리를 들었다. 배트맨이 있다고 알려진 웨인 엔터프라이즈의 본사는 악당들과 경찰들에게 겹겹이 싸인 꼴이 되었다.


  "경찰이다, 순순히 무기를 버리고―."


  모두가 그 말이 악당들에게 보내는 미란다 법칙처럼, 경찰 쪽에서는 반드시 해야만 하는 대사임을 알고 있다. 그렇기에 그것은 언제나 무시당했다. 악당들은 대답 대신 총알을 뿌리기 시작했고 경찰들도 당황하지 않았다. 마침내 자신과의 고리가 끊어졌다고 여겼던 총성을 태연하게 들으며 제이슨 본은 전진했다. 


  마침 그가 걷는 길에 소화기가 있어 본은 냉큼 그걸 들고 바닥에 던졌다. 알맞은 힘을 받은 소화기는 어려움 없이 총격전 현장까지 굴러가다가 어떠한 세련됨도 없이 그저 빗발치기만 하는 총알에 맞았다. 하얀 가루가 터져나오며 연기를 일으켰고 그 순간 본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그가 두 팔을 들었다.


  한편 빌딩의 옥상에 배트윙을 앉히려던 알프레드는 뜻밖의 장애물을 만났다. 경찰 측에서 띄운 헬리콥터가 배트맨에게 경고를 보냈다.


  ―배트맨, 가까운 착륙장에 내려라. 지시를 어길 시 사격하겠다.


  알프레드가 짧게 한숨을 쉬었다. 그 시점에 브루스는 마지막 문을 발로 차고 옥상에 막 당도한 참이었다. 착륙장에 배트윙이 보이지 않아 이리저리 주위를 둘러보던 브루스는 경찰 표식을 단 헬기 2대에 꽁무니가 잡힌 것처럼 보이는 배트윙을 발견했다. 


  "알프레드."


  알프레드의 목소리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옥상에 도착하셨군요. 그렇다면 지금 상황이 어떤지도 보이시겠지요.

  "일단 경찰이 원하는 걸 들어줘요. 내가 탈 때까지 조종간은 놓지 말고요."

  ―배트윙이 착륙하는 곳에 도련님이 계신다는 게 무엇을 의미할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십시오.

  "배트맨이 브루스 웨인이라는 게 밝혀진다고 해서 배트맨이 영영 활동을 못하게 되지는 않아요."


  브루스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는 그 자리에서 알프레드를 응시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내가 나서지 않으면 제이슨은 위험해질 겁니다."


  브루스는 핸드폰을 집어넣은 손을 밖으로 빼지 않은 채 움직였다. 배트윙이 서서히 빌딩에 내려앉으려 했다. 브루스는 이제 핸드폰에서 관심을 떼기로 했다. 그는 더 직접적인 방식으로, 그를 위하여 그가 멀리 하라고 권했던 무기를 잡은 이를 마주보고 대화를 나눌 것이었다. 


  브루스가 재킷 안감에서 박쥐 모양의 표창을 꺼냈다.   


  자신이 간수해야 하는 물건인 것만 같아서 일단 옆에 두고자 했던 남자에게 비밀이 탄로났던 당시를 생각하면 브루스 웨인은 늘 웃음이 났다. 고담 시에 반년도 머무른 적이 없다던 남자는 너무도 자연스럽게 배트맨의 심판 현장에 나타나 그의 이름을 불렀다. 그 다음의 기억은 더욱 실소가 났다. 


  ―어떻게 여기까지 오게 됐는지는 좀 궁금하군.

  ―서랍에서 무기 설계도를 찾았어. 그 이후에는 쉬웠고.


  잠금 장치에 위장까지 덧씌웠던 기억이 생생한 서랍을 열었다는 게 그에겐 아무렇지도 않은 것 같았다. 비밀을 갖고 있기 때문에 누군가의 비밀을 찾는 데 노련한 자들은 오히려 그 덕분에 편안한 마음가짐으로 브루스 웨인의 유리 별장으로 돌아갔었다.


  "웨인 씨?"


  그들은 다시 돌아가야 했다. 배트맨이 표창을 던졌고 잠자코 있던 배트윙이 승객 없는 헬리콥터의 날개를 쏴 맞췄다. 경찰들은 당황한 얼굴로 배트맨의 탈것에 탑승하는 웨인 엔터프라이즈의 회장을 쳐다보았다.


  "배트맨은 우리 거야. 방해하지 마!"

  "저 놈들을 빨리 쏴버려!"


  킬킬 웃으며 동시에 화를 내는 악당들이 기관총을 난사했다. 지역의 특성상 그 어떤 차보다 단단하게 만들어진 고담의 경찰차에도 볼썽사나운 구멍이 났다. 기껏해야 45구경 권총을 소지하고 있을 뿐인 경찰들은 차를 방패 삼아 탄약이 떨어지기를 기다렸다.


  "으악!"


  기관총과 하나가 된듯 몸을 부르르 떨어대던 놈이 느닷없이 고개를 꺾었다. 차의 측면에 달라붙어 있느라 사격을 할 수 있는 경찰들은 아무도 없었으므로 제복을 입은 남자들은 서로를 보며 눈을 굴렸다. 경찰에게 고함을 지르고 있던 악당들도 비로소 고요한 빌딩 쪽에 관심을 두었다. 


  "뭐지?"

  "안에서 누가 우릴 돕나봐요. 진짜 배트맨이 저 건물 안에 있나본데요?"


  그러자 경찰 하나가 딱 봐도 그보다 다섯 살은 젊을 듯한 청년을 때렸다.


  "일단 앞에 있는 놈들부터 처리해! 그래야 배트맨을 체포하든 할 거 아냐! 뭐해, 갈기라고!"


  그제야 경찰들이 오리걸음으로 앞을 기어갔다. 


  본의 머릿속에는 두 개의 숫자만이 있었다. 그가 소모한 시간과 그에게 남은 총알의 갯수였다. 본은 빌딩의 최상층부에 있는 브루스 웨인을 밖으로 대피시키지 못했다. 그렇지만 똑똑하고 충성스러운 그의 집사가 어떤 식으로든 방법을 마련했을 것 같았다. 브루스 웨인은 살아남는다. 본이 정확히 날짜를 댈 수도 있는 어느 시간에 정해진, 결코 변할 수 없는 명제였다. 마음이 더욱 편해진 그는 남은 탄약을 소비하고자 모습을 드러냈다.    


  "저기 사람이 있어요! 배트맨이에요!"


  줄곧 배트맨을 언급하던 청년이 기어코 소리쳤다. 남자의 코트가 배트맨의 망토처럼 펄럭거렸다. 청년은 악당을 제압하는 일은 완전히 잊어버렸는지 연신 자신의 앞에 있는 경찰의 어깨를 두드리며 배트맨의 이름을 읊조렸다. 참다 못한 경찰이 고개를 틀었다. 악당을 제압하고 생명을 위태롭게 만드는 일에 익숙한 자가 분명히 로비 안에 있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경찰의 머리 위에 악당을 다루는 데 일가견이 있는 인물이 한 명 더 존재했다.


  공중에서 쏟아지는 폭격에 악당들이 혼비백산하여 몸을 숙였다. 기관총이 고정되어 있던 차량에 불이 붙고 이리저리 흩어진 무기가 조각났다. 웨인 엔터프라이즈 내부에 배트맨이 있다고 믿었던 청년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바람에 휘날리고 있는 코트를 입은 남자는 틀림없이 청년의 앞에 있었다. 청년은 지상과 상공을 번갈아 보았다. 


  제이슨 본은 기묘하게 각도를 바꿔가며 조종석을 빛으로 가리는 배트맨과 기어코 눈을 마주쳤다. 가면이 없어 얼굴을 가릴 수 없고, 수트가 없어 목소리를 바꿀 수 없지만 어차피 본의 눈에는 누구보다 순수한 형상으로 보이는 그는 어느 정도는 웃고 있는 것 같았다. 본은 탄창이 빈 총을 던지고 핸드폰을 꺼냈다. 브루스 웨인의 이름으로 문자 메시지가 와 있었다.


  [그렇게 할 순 없어.]


  배트윙이 모두의 눈앞을 혼란하게 만드는 바람을 일으켰다. 그곳에서 제이슨 본만이 온전히 서 있었다. 본이 손에 들고 있던 핸드폰이 진동했다.


  [집으로 돌아가자.]


  바람이 전보다 더 거세게 부는 것 같았다. 악당들은 배트맨의 등장에 꼼짝하지 못했고, 경찰들은 두 배트맨 사이에서 어리둥절해하며 몸을 가누지 못했다. 본은 빠르고 곧게 걸었다. 필사적으로 눈을 뜨기 위해 노력하고 있던 청년은 마침내 자신의 기체로 돌아가는 배트맨을 목격할 수 있었다. 배트맨이 훌쩍 날아올랐다.


  본은 콕피트가 열리자마자 조종석 안쪽으로 안전하게 떨어졌다. 브루스가 그의 상태를 슬쩍 확인했다.


  "가만히 있으라고 했잖아."


  브루스는 엉뚱한 말을 했다.


  "가서 나랑 기자회견에 발표할 내용이나 고민하지."


  본은 그 한 마디에 숨어 있는 많은 것들을 간파했다. 브루스는 자신이 한때 추억을 그리듯이 죽음을 상상했던 것처럼 본도 더 나은 죽음을 찾으러 다닌다는 걸 지적하는 한편, 불멸의 존재여야 하는 배트맨으로 지목당한 그의 위치를 상기시켰다. 본은 굳이 말로써 자신이 브루스의 의도를 이해했다는 걸 드러내지 않았다.  


  결국은 살아남는 것이 더 좋은 삶이었다. 본은 다시금 브루스 웨인의 곁에 자리잡았다.




There's no better love

That's laid beside me

There's no better love

That justifies me

There's no better love

So darling feel better love



Better love by Hozi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