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ar Trek Into Darkness, John Harrison/Leonard McCoy
- Written by. Jade
맥코이는 이어폰을 던져버리고 급하게 가방을 쌌다. 방 안 여기저기에 놔두었던 자료들을 모조리 가방 속으로 긁어 담았다. 당장 커크를 만나 그가 무사함을 확인해야 한다는 생각밖엔 들지 않았다. 맥코이는 서서히 뛰면서 주소록을 뒤졌다. 일단 그는 로비에 가 있기로 했다. 커크가 기관에서 어느 정도의 위치에 올라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왜인지 이곳에서, 이제는 존 해리슨만큼이나 의심스러워진 이 건물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커크에게 요구할 작정이었다. 맥코이가 전화를 걸려는데 갑자기 사이렌이 울렸다.
사람들이 대피하고 있었다. 맥코이는 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두리번댔다. 통화 버튼을 아직 누르지 못한 채 가만히 서서 생각하던 맥코이는, 해리슨이 일부러 삽입한 게 분명한 째깍거림을 기억해 내고 숨을 삼켰다. 맥코이가 달렸다. 사람들을 휙휙 지나쳐 빨리 달렸다. 앞장서서 대피 행렬을 통솔해야 할 요원들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맥코이는 어깨에서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 같은 가방을 크로스 형태로 메고 뛰었다. 급박하게 움직이는 팔의 끝자락에 핸드폰이 말려 있는 게 보였다.
멀리서 비행기가 노즐을 분사하는 것처럼 아득하지만 확실한 폭발 소리가 들렸다. 맥코이가 방에서 뛰쳐나와 1/3 정도 건물에서 내려온 시점이었다. 순간 놀라버린 맥코이가 난간을 붙잡았다. 곧바로 계단을 내려갈 힘이 없어 맥코이는 커크에게 전화를 걸어 보기로 했다.
뚜뚜— 그 소리가 마치 심장 박동마냥 크고 절실하게 들렸다. 그러나 커크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맥코이가 손을 부르르 떨었다. 유순한 가면과 함께 제임스 커크를 불태워버리는 존 해리슨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번쩍였다. 다시 건물의 한 구석이 터지는 굉음이 나서, 맥코이는 더 이상 생각을 이어가지 못하고 계단을 뛰어내리듯 밟았다.
비상구가 로비까지 이어져 있질 않아서 맥코이는 할 수 없이 복도로 나와야 했다. 천장에 달린 스프링클러는 완전히 먹통이었다. 과정은 알 수 없었지만 존 해리슨이 조작해 놨다는 건 자명해 보였다. 맥코이는 거의 눈물을 흘릴 것 같은 눈으로 질주했고, 걸리적거리는 모든 사물들을 온 몸으로 밀쳐냈다. 커크를 잿더미로 만든 존 해리슨이 그에게 달리라고 명령했다.
“젠장!!”
맥코이가 복도를 지나다 말고 창을 내다보았다. 필사적으로 내려온 덕분에 지금 그가 있는 층은 높지 않았다. 어림잡아 3층 정도 될 것 같았다. 바깥으로 바로 뛰어내리기로 작정하고 그가 거침없이 팔꿈치로 있는 힘껏 창문을 찍듯이 때렸다. 여닫이가 불가능한 유리창이 삐죽삐죽하게 깨졌다. 맥코이가 가방으로 구멍을 넓히고 밖으로 고개를 뺐다. 존 해리슨이 의도한 잔혹한 파괴가 눈앞에서 생생하게 펼쳐지고 있었다. 맥코이가 몸을 둥글게 말면서 그대로 점프했다.
왜 존 해리슨이 자신에게 먼저 이 대혼란을 예고해 준 것인지, 맥코이는 당장 추리할 겨를도 없었다.
존 해리슨이라도 여기까지 폭탄을 들여올 재주는 없었다. 하지만 마커스에게서 빼낸 자료를 통해 기관을 파악하고 연구와 수집을 거듭해, 먼저 시스템 곳곳에 깔아 두었던 자폭 시스템을 가동시킬 핸드폰을 몰래 전달받을 수는 있었다. 해리슨이 바이올린 속에 숨겨두었던 것은 그뿐이었다. 지금 손에 들린 총은 그가 사살한 요원의 것이었다.
자동적으로 가동된 경보음과 급박한 순간에서 자신의 기척을 자제할 침착성이 없는 보통 사람들, 그 모든 게 해리슨에겐 단서가 되었다. 그는 자신을 붙잡으려 도착하는 요원들을 보이는 족족 쏴버리고 총알이 떨어지면 쓰러진 시체에서 무작위로 총을 뽑았다. 목적지가 얼마 남지 않았다.
해리슨은 연기가 피어오르며 완전히 제 기능을 상실한 키패드와 잡다한 신원 확인 시스템들을 지나쳤다. 아직도 성가신 놈들이 남아있어 신속하게 심장을 터뜨려 주고 철문 앞에 섰다. 위선적이게도 그는 노크를 했다. 그러면서 안에 있는 이의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았다.
문 저편에는 자료로만 보았던 그의 형제이자 목표물이 서 있었다. 존 해리슨이 총을 내렸다.
“너를 데리러 왔어, 스팍.”
형제는 확실히 평범한 사람들과는 다른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그림자로도 가릴 수 없는 비범함, 그것은 표면적으로 구체화되지 않았을 뿐이지 존 해리슨 역시 공유하고 있는 부분이었다.
“여긴 곧 있으면 사라지게 돼. 죽기 싫은 게 아니라면 나랑 같이 가.”
스팍은 얼굴 한 번 본 일이 없는 그의 이름을 알 것 같았다.
“..존 해리슨.”
“날 아네.”
해리슨의 얼굴이 살짝 밝아졌다. 차례대로 붕괴될 시스템들을 끊임없이 상상해 보면서 그는 차분하게 스팍을 설득할 수 있는 틈을 비워두었다. 시간적 여유도 있어서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어느 정도 들은 것 같은 형제를 살살 달래기에 상황도 전혀 나쁘지 않았다. 해리슨이 부드러운 목소리를 냈다.
“그렇다면 진정으로 너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나밖에 없다는 것도 알 거야.”
“..우리가 같은 프로젝트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그 이상이지.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있는 처음이자 마지막 지옥을 경험했잖아.”
해리슨이 닫지 않은 문 사이로 바깥의 소란이 그대로 전해져왔다. 스팍은 여전히 벽에 붙어 있었다.
“너를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만든 인간들이 널 여기에 가두었지. 그 당시 연구원들이 전부 다 사라졌다고 하지만, 그들은 널 원상태로 만들어 주려는 노력 한 번 하지 않았어. 내 말이 맞지?” 스팍은 입술을 다물었다. “너를 보는 시선이 그것밖에 되지 않는 거야.”
그 때 해리슨의 가시 돋은 감각에 잡히는 발소리가 있었다. 해리슨이 짜증을 내며 돌아섰고 헝클어진 금발이 공중 위로 떠올랐다. 해리슨이 방아쇠를 당겼다. 풀썩, 하고 오로지 스팍을 위해 여기까지 달려온 커크가 쓰러졌다. 스팍이 눈을 크게 떴고 해리슨은 미간을 좁혔다. 커크의 모습이 완전히 드러나기 전에 예측 사격을 한 것이라 급소를 맞추지 못한 게 그의 기분을 언짢게 했다.
그리고 고개를 앞으로 돌렸는데 스팍이 없었다. 대신 기척이 섞인 바람이 존 해리슨의 옆을 스쳤다. 고통이 커서 신음도 내지 못하고 입을 벌리고 있는 커크의 곁에 스팍이 무릎을 굽히고 앉았다.
“네가 날 보는 시선이 어떤지 말해줄까?” 존 해리슨의 형제가 말했다.
“너도 날 네 복수를 실현하게 해 줄 도구로밖에 생각하지 않잖아. 내 모습과 내 과거를 멋대로 폭로해서 네가 복수하려는 상대를 완전히 매장시키려 하는 것밖에 더 되냐고.”
스팍은 그렇게 존 해리슨에게는 화를 내고, 제임스 커크에겐 한없이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내며 그의 부상을 체크하고 있었다. 해리슨은 잠시간 계산한 적 없는 혼란을 느꼈다.
해리슨이 말없이 핸드폰 액정을 확인했다. 15년간의 살인을 접고 자신이 셀 수 없이 다듬고 정비한 계획 중에서, 존 해리슨이 스팍을 설득한다는 가정만이 빗나갔다. 이젠 그도 무너지는 건물 밖에서 나가야 하는 시간이었다.
'- Star Trek Into Darkness > Novelette' 카테고리의 다른 글
[STID/존본즈] The Dull Flame of Desire Epilogue (0) | 2013.09.18 |
---|---|
[STID/존본즈] The Dull Flame of Desire 08 (Finale) (0) | 2013.09.18 |
[STID/존본즈] The Dull Flame of Desire 6.5 (0) | 2013.09.18 |
[STID/존본즈] The Dull Flame of Desire 06 (0) | 2013.09.18 |
[STID/존본즈] The Dull Flame of Desire 05 (0) | 2013.09.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