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ingsman: The Secret Service, Harry Hart/Eggsy
- Written by. Jade
Innocent Imitation
모방이나 추종은 범죄가 아니다. 그것은 이를테면 발전적이고 능동적인 칭찬이자 자기계발을 이룰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다. 남을 잘 따라하는 에그시의 재주는 결코 나쁜 짓을 저지르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범죄자가 아니다. 그는 다만 자신이 보는 눈앞에서 아무렇게나 린넨 소재의 셔츠를 벗어던지고 있는 해리 하트를 따르고 싶은 것이었다.
에그시는 해리의 상체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는 그 곡선을 따라하는 게 불가능할 것 같았다. 에그시의 동공은 이제 흔들리지도 않았다. 바지를 내리려던 해리가 에그시의 시선을 느끼고는 뒤를 돌아보았다.
“안 벗고 뭐해? 옷 입고 목욕할 거야?”
“아, 아니.”
해리는 욕실 앞으로 가면서 나머지 옷을 벗어 놓았다. 에그시는 단추를 풀면서도 계속 해리를 바라보았다. 저것은 모방할 수가 없었다. 에그시는 마른 입술을 깨물고, 혀끝으로 한 번 적신 입술을 또 깨물었다. 해리가 홀연히 욕실 안으로 사라져 에그시는 서둘러 그를 뒤쫓아 갔다.
욕조 안에 가득 차 있는 따뜻한 물 때문에 욕실은 이미 후덥지근했다. 해리는 척척 욕조 쪽으로 걸어가더니 손을 넣어 온도를 확인했다. 다리가 살짝 엇갈려 있으면서 엉덩이가 살짝 바깥으로 나와 있는 모양새가 에그시의 시각을 사로잡았다. 에그시는 멀찍이서 손가락으로 해리의 선을 따라 그렸다. 수도꼭지에서는 따뜻한 물이 콸콸 나왔고, 점차 욕조 바깥으로 물이 넘치기 시작했으며 해리의 발과 에그시의 손이 움직거렸다.
해리가 손을 뺐다.
“이제 들어가도 되겠어.”
에그시는 해리의 경로를 정확히 따라서 욕조 옆에 섰다. 건실한 두 청년의 부피를 견디지 못하고 욕조가 크게 물을 뱉어냈다. 해리는 상관하지 않고 다리를 조금 뻗었다. 해리의 발가락 끝이 겨드랑이 근처에 닿는 느낌이 들어 에그시는 상체를 물속으로 푹 담갔다. 그랬더니 에그시는 미묘하게 해리의 발을 어깨에 이는 자세를 취하게 되었다. 해리는 그것을 모르고 있거나 관심을 두지 않는 듯했다. 어느 쪽이든 그는 에그시가 먼저 말을 꺼내지 않는 이상 자신의 발을 지탱해주고 있는 받침대가 에그시의 신체라는 걸 알지 못할 터였다.
에그시는 입을 열지 않았다. 해리가 슬쩍 눈을 감기 시작했다. 에그시는 그 틈을 노려서 눈썹을 크게 올리고 해리를 응시했다.
에그시가 처음 해리를 보았을 때도 그는 눈을 감고 있었다. 실상 해리는 눈을 꽤 자주 닫았다. 익숙한 길을 산책할 때나 잠시 책을 덮고 어떤 문장을 음미할 때, 음악을 듣거나 좋은 음식을 맛볼 때도 해리는 잠시 시간을 뒤로 물렸다. 봄도 여름도 아닌 시기에 해리는 에그시가 바텐더를 따라하면서 얻어왔던 재즈 음악을 듣고 있었다. 우편함만 열어보고 집으로 돌아오려고 했던 에그시였기에 그 순간 현관문은 열려 있었다. 에그시는 꼭 남의 집 문지기 노릇을 하고 있는 것처럼 비스듬히 서 있는 멋진 청년을 보고 놀랐다. 해리는 아무런 변명도 하지 않았다. 그저 음악이 좋아서 듣고 있었을 뿐이라고 사실을 진술했을 뿐이었다.
에그시는 지금까지도 그 건조한 태연함과 무심한 아름다움을 따라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고작 해리와 옷을 비슷하게 입는 법을 터득한 상황이었다.
“네가 어떻게 사람들을 잘 흉내 내는지 알 것 같다.”
갑자기 해리가 말했다. 그는 눈을 반만 뜨고 있었다.
“응? 뭐가?”
“사람을 그렇게 뚫어지게 보고 있으니까 자연스럽게 관찰이 되겠지. 안 그래?”
에그시는 황급히 둘러댔다.
“…앞에 있으니까 쳐다보게 되는 건데 뭘 그래. 신경 쓰지 마.”
“그래? 알았어.”
해리의 눈꺼풀이 완전히 내려앉았다. 해리는 자신의 질문에 대한 응답의 형식을 갖춘 말만 들으면 주저 없이 몸을 돌리는 성미의 소유자였다. 에그시는 방금 전과 같이 해리를 빤히 바라보았지만, 그러한 행동으로는 또 다시 해리가 눈을 뜨게 만들 수는 없었다. 에그시는 슬금슬금 손으로 물을 퍼냈다. 따뜻한 물이 조금씩 욕조 안에서 사라지고 있었다.
에그시의 손은 느리지만 끊임없이 물속을 오르내렸다. 에그시는 이태까지 해리 하트에 관한 많은 정보들을 모았다. 에그시가 그 중에서도 소중하게 여기는 정보 중 하나를 얻은 날은 그가 해리를 만난 지 일주일이 되는 날이었다. “너 꼭 옷차림이 휴가 나온 바텐더 같아.” 사실 에그시에게 그건 칭찬이었다. 에그시가 바텐더 생활을 청산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시기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에그시는 짐짓 빈정 상한 표정을 지었다. “말이 좀 심하다.” “너한테는 별로 어울리지 않는다고. 한 번만 내가 시키는 대로 입어보면 생각이 바뀔 거야.” 에그시가 여전히 자신을 불신하고 있다는 티를 내자, 해리는 사비를 써가면서 에그시에게 옷을 사주었다.
해리 하트는 자신의 기준을 맞추지 못하는 건 무조건 수정을 해야 했다. 에그시는 해리의 신경에 거슬릴 수 있는 물의 양을 맞추고자 부단히 애를 썼다. 마침내 해리가 눈을 뜨고 팔을 뒤로 뻗었다.
수도꼭지에서 물이 쏟아졌다. 해리는 자신과 에그시의 몸이 훤히 비치는 물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에그시는 빠르게 해리가 관심을 가질 만한 질문을 짜냈다.
“내가 어쩌다가 너랑 여기까지 여행을 오게 됐더라.”
“네가 따라오겠다고 하지 않았나? 잘 모르겠어.”
“나한테만 제안을 한 건 아니었잖아.”
“어쨌든 네가 가장 빨리 답변을 줬으니까 너와 같이 온 거지. 다 똑같이 아는 사람인데 누구는 데리고 가기 싫고, 누구는 은근히 함께 가고 싶거나 하지는 않았어.”
해리가 수도꼭지를 잠갔다. 에그시는 굴하지 않고 말했다.
“그 때 그 음악 듣고 싶다.”
“언제를 말하는 거야?”
“내가 널 만날 수 있게 해 줬던 음악 말이야. 갑자기 제목이 생각이 안 나네. 혹시 너는 기억나?”
“음… 아니.”
결국 해리가 눈을 감아버렸다.
“사실 지금 엄청 나른해서 아무 생각도 안 나.”
“물속에서 자면 안 돼.”
“여기가 무슨 수영장이야? 잠깐 자도 안 죽어.”
에그시는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해리는 에그시 옆에 오래 머무는 것 같다가도 금세 다른 이들 곁으로 사라져버려서, 에그시가 완전한 해리 하트를 맞출 수 없게 만들었다. 에그시는 자신이 바라볼 수 없게 된 눈동자를 단념하고 해리의 살을 보았다. 아무렇지도 않게 반짝거리면서 매끈함을 과시하고 있는 것이 참으로 그 주인을 닮아 있었다. 어쩌면 에그시가 가장 모방하기 쉬운 해리의 부분이란 그의 육체인지도 몰랐다. 에그시는 해리처럼 독존적으로 아름다울 수도 없었고, 조금이라도 시간을 들여서 어느 구석을 고쳐주고 싶은 대상을 제외한 모두에게 무관심할 수도 없었다.
해리의 몸에 집중하던 에그시는 자신의 어깨에 올라가 있던 해리의 발을 내렸다. 해리가 물 밖으로 위를 빼면서 실눈을 떴다.
“아, 미안. 내가 너한테 발을 올리고 있었나?”
“응. 그런데 미안해 할 건 없어.”
“그래도 치워줄게.”
해리가 다리를 접으려고 하는데 에그시가 해리의 발목을 붙잡았다.
“왜 계속 잡고 있어?”
“그냥 내 어깨에 올려놓고 있는 게 나을 것 같아.”
“어째서?”
“너도 편하고, 나도 편할 거야.”
해리는 눈썹을 으쓱하고는 또 조용해졌다. 에그시는 해리의 발을 통째로 붙잡고 자신의 어깨와 얼굴 사이에 끼웠다. 에그시가 자신의 발등에 머리를 거의 기대고 있는데도 해리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에그시는 깨끗한 살과 물의 향기가 나는 해리의 발을 얼굴로 안고 있었다. 해리는 다시 눈을 감았고, 선잠이 든 것처럼 조용해졌다. 에그시는 용기를 내서 해리의 발가락을 손끝으로 더듬었다. 에그시가 슬슬 미소 지었다. 이번에는 에그시가 사지를 바짝 붙인 채 꼼짝도 하지 않고 있었으므로 물은 넘치지 않았고, 한동안 해리가 원하고 에그시도 반기는 온도가 지속되었다.
'My Funny Valentine' by Matt Damon
From the soundtracks of the movie The Talented Mr. Ripl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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