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gsman/해리에그시] Mad World

- Kingsman 2015. 8. 31. 12:44 posted by Jade E. Sauniere

- Kingsman: The Secret Service, Harry Hart/Eggsy

- Written by. Jade


Mad World






 낡은 세상이 되돌아오려고 했다. 그것은 오랫동안 햇빛과 신선한 공기를 받지 못해서 군데군데 곰팡이가 슬었고, 오늘과 내일을 구별할 수 없는 거대한 검은 덩어리 같았다. 그 세상은 자신이 지나온 시간을 암시하지 않는다. 어떤 구석을 보아도 그것이 언제 탄생했으며, 앞으로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 것인지 가늠할 수 없다. 그것이 바로 지금 해리 하트의 척추를 타고 흐르는 야만의 공간이었다.


  해리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청각과 후각을 감지할 수 있는 두 개의 제한된 기관으로 몸속에 있는 모든 세포가 쏠리는 듯했다. 그는 자신의 어여쁜 청년이 문을 닫고 들어오는 소리를 들었고, 청년이 풍기는 큰길의 마르고 복잡한 냄새를 맡았다. 해리는 더 지그시 눈꺼풀을 내렸다. 건조하고 개성 없는 대로변의 냄새 아래에 기만적인 향기로움이 존재하고 있음을 해리는 또렷하게 인식했다. 심장에 고인 분노가 빠르게 혈관을 돌면서 그의 손과 발의 끄트머리를 휘어잡으려고 했다. 


  “늦게 와서 죄송해요. 기다리셨어요?”


  청년은 참으로 태연한 태도로 해리에게 물어왔다. 해리는 그때도 눈을 감고 있었기 때문에 청년은 자신을 기다리다 지친 해리가 선잠을 잤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해리는 그 순진한 호의가 맘에 들었지만 그것이 발전하여 탄생한 무지는 썩 반갑지 않았다. 해리가 신사적으로 웃었다.


  “널 기다리는 건 별로 어렵지 않단다, 에그시.”


  “그래도 피곤하셨으면 먼저 주무시지 그러셨어요.”


  “자고 있던 게 아니야.”


  해리는 소파에서 일어나 에그시에게 부드럽게 다가갔다. 해리가 에그시를 위협적으로 끌어당기거나 앞을 가로막은 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해리 하트의 거대하고 짙은 그림자가 에그시를 반쯤 가렸다. 두 사람은 2층으로 올라갔다. 외출을 하고 온 에그시를 욕실로 들어갔다.


  해리는 에그시가 최대한 가지런히 벗어놓은 옷을 하나씩 침대 위에 펼치기 시작했다. 그는 말없이 에그시의 상의와 하의를 내려다보다가 무릎을 꿇고 천천히 옷감에 묻어 있는 향기를 빨아들였다. 해리는 달콤한 섬유유연제의 입자를 찾아냈다. 그렇지만 에그시는 오늘 하루 종일 밖에 나가서 활동했고 그는 움직임이 크고 많은 청년이었다. 해리는 특히 향기가 상의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까지 파악하고, 자신의 청년이 안정적으로 섬유유연제를 머금은 천 위에 상의를 입은 팔을 벌리고 있는 모습을 무정하게 상상했다. 


  해리는 에그시가 씻는 동안에 그의 옷을 버렸다. 


  해리가 갑자기 가방 하나를 꺼내 와서 내용물을 열었다. 가방 안에 들은 것은 하나의 물체를 만들기 위한 일종의 부품이었다. 해리는 물이 욕실의 딱딱한 벽과 바닥에 부딪히는 소리를 들으면서 작은 부분들을 들었다. 그것은 커지고 길어지면서 완벽해졌다. 그러면서 해리는 신비롭게 웃고 있었다.


  해리는 에그시가 욕실에서 나오는 타이밍에 맞춰서 완성된 총을 들었다. 안에서 간단하게 속옷만 입고, 나머지 옷가지들은 밖에서 챙길 작정이었던 에그시는 욕실의 문턱을 넘은 상태로 굳어버렸다. 에그시는 자신이 팔을 들어야 좋은 건지도 확신하지 못했다.


  “…해리, 갑자기 무슨….”


  “네가 가진 것들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건 너의 하얀 부분들이란다.”


  “네?”


  “내가 마음껏 채울 수 있는 여백들 말이다, 에그시. 내가 붓이나 때로는 작품을 만드는 칼을 들어도 네가 나의 접근을 허용하고 때때로는 반기기까지 하는 측면들이 있잖니. 그렇지?”


  해리는 소음기가 달려서 더욱 총부리가 길어진 총을 안쪽으로 흔들었다. 에그시는 해리의 손짓에 따라서 조금씩 앞으로 걸었다. 해리 하트의 손짓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기에 그것은 고요하지만 대신 폭력적이었다. 에그시는 여섯 발자국 정도를 남겨두고 해리 앞에 섰다. 에그시는 해리가 너무 화가 나서 웃음을 흘리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에그시가 보기에 해리는 아주 이상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러나 에그시는 해리 하트가 애정하는 순진함에 또 사로잡혀서, 해리 하트를 들끓게 하는 요소를 깨닫지 못했다.


  “나는 이태까지 그 부분을 오로지 한 가지 색깔로 채워왔단다.”


  에그시는 입을 열지 않았다.


  “네가 내 사랑을 받는 방법으로.”


  해리가 총을 잡고 있는 손을 다시 안쪽으로 까딱했다. 에그시는 속수무책으로 해리와 그가 걸터앉아 있는 침대와 가까워지고 있었다. 에그시의 옷이 걸려있는 고리는 애석하게도 에그시와 너무 멀었다. 그는 슬금슬금 고리 쪽으로 눈길을 주었지만 해리는 단 한 방향만을 지시했다. 에그시는 처음으로 두려웠다. 해리의 말대로 에그시가 이태까지 그에게 편안하면서 또한 환상적인 것들만을 경험하고 익혀서인지도 몰랐다. 


  “이제부터는 조금 새로워져야 할 것 같구나. 모든 관계에는 역동성이 필요하니까.”


  에그시의 발가락이 해리의 발가락에 거의 닿으려고 했다. 피부 아래에 흐르는 혈액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육안으로 볼 수 없다. 에그시에게는 해리 하트의 검고 오래된 본질이 해방기를 맞이했다는 걸 알 도리가 없었다. 


  다행히도 에그시는 무언가를 두려워하고 있었다. 


  “…무슨 소린지 하나도 모르겠어요, 해리. 총은 이제 내려주시면 안 돼요?”

  “아니.”


  해리가 단호하게 손짓했다. 더 이상 해리와 에그시 사이의 틈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순간만을 기다리고 있던 해리가 에그시의 얼굴을 꺾었다. 총구가 에그시의 살갗을 뚫어버릴 것처럼 에그시를 짓눌렀다. 


  “네가 지금까지 나 몰래 붙어먹었던 놈을 죽여 버리기 전까지는 총을 놓지 않을 거다.”


  해리 하트의 낡은 세상이 부활했다. 그 중심에 우뚝 솟은 칼날은 독재자 스스로만 정당하다 여기는 무력의 상징이었다. 에그시는 해리 하트에게 심판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