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gsman/해리에그시] Only Saying

- Kingsman 2015. 8. 31. 12:42 posted by Jade E. Sauniere

- Kingsman: The Secret Service, Harry Hart/Egg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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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ritten by. Jade


Only Saying






  에그시의 집은 자주 시끄러웠다. 그는 아직도 종종 자신의 애완견과 싸웠다. 근래 들어 JB는 본래 잘 먹던 간식들을 멀리하고 핫초코 가루라든가, 에그시가 종종 밀크티를 타 마시면서 사용하는 꿀이 들어있는 병에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 맨 처음 에그시가 JB의 포부도 좋은 취향을 눈치 채게 된 건 뚜껑이 열리다 만 핫초코 통을 발견한 일을 통해서였다. 에그시는 홱 퍼그를 쏘아면서 말했다.


  “다리도 짧은 게 살까지 찌면 어쩌려고 그러냐? 이 녀석이 예전에 훈련하면서 열심히 구르던 때를 다 잊어먹었나 보네.”


  JB는 짖지도 않고 휘적휘적 자신의 쿠션을 찾아 걸어갈 뿐이었다. 에그시가 입술을 부르르 털었다.


  “저게 이제 내 말도 무시해?”


  에그시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주방에 어질러져 있는 곳이 없나 가볍게 점검하고는, 절대로 뺏긴 적 없는 과자 봉지를 들고 방으로 올라갔다. 개는 하트 모양이 그려진 방석 위에 앉아 몸을 말았다. 에그시는 과자를 씹으면서 노트북으로 영화를 봤다. 가끔씩 에그시가 감탄사를 내뱉거나, 등장인물에게 욕을 쏟는 중얼거림이 들려오곤 했는데 JB는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잠을 잤다.


  에그시가 과자를 씹다가 펄쩍 뛰었다.


  “야, 빨리 저 놈을 잡아야지! 아오! 내가 잡아주고 싶네, 진짜!”


  에그시는 노트북을 향해 삿대질을 하는 요란을 떨면서 영화에 집중했다. 그러다가 영화가 끝나고 나면 에그시는 놀라울 정도로 차분해졌다. 그는 잠깐 아래층으로 내려가 JB가 자리를 잘 지키고 있는지 확인한 후에 자신도 침대에 누웠다. 에그시가 입을 다물자 집안은 몹시도 조용해졌다.


  이번 휴가는 임무가 연장되었던 것만큼 길었다. 에그시는 개를 데리고 산책을 나갔다. 이 동네에 사는 사람들은 무척이나 규칙적인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 에그시는 공원에서 자주 만났던 개와 그 주인들을 보았다. 그들과는 워낙 인사도 많이 나누었기에 에그시는 가볍게 눈짓만 보내고 익숙한 그림자들을 흘려보냈다. 공원을 한 바퀴 돌고 나서 에그시는 JB에게 쉴 거냐고 물었다. 개는 꼬리를 흔들었다. 둘은 저마다 편한 방법으로 앉아서 숨을 골랐다.


  에그시는 그 날 빵집도 가고 여동생에게 줄 머리끈도 세심하게 골라서 샀다. 그 외에도 이곳저곳을 돌아다녔으나 에그시가 타인과 나눈 대화들은 이러했다.  


  “계산하시겠어요?” “네.” 

  “안녕히 가세요.” “안녕히 계세요.”


  도시는 잿빛 하늘처럼 서늘했다.


  JB는 공을 물고 에그시를 졸졸 쫓아다녔다. 에그시가 몇 번씩 뒤를 흘끗거렸지만 개는 아랑곳하지 않고 에그시가 방 안으로 들어가길 기다렸다. 에그시가 별 수 없이 한쪽 벽면이 빨갛게 칠해진 방을 열었다. JB는 이 방에 오면 에그시가 늘 앉아있는 책상 주변을 스윽 훑었다가 장난감을 가지고 조용히 그의 발밑에서 놀았다. 에그시는 그러한 동물만의 소통법에 고마워했다.


  타블로이드 신문지가 일곱 장 정도 붙어 있는 벽을 등지고 에그시는 책상 앞에 앉았다. 의자에 앉는 것이 너무도 고통스러워서 에그시는 잠깐 입술을 깨물어야 했다. 붉은 방은 매번 에그시가 뒤집을 수 없는 두 가지 진리를 손에 들고 그를 난도질했다.


  존재자는 대화를 원한다. 그 대화라는 것은 목소리를 매개로 한 특수한 경우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시선을 통해 전달할 수 있는 짧지만 강렬한 절실함이라는 것이 있으며, 손끝의 떨림은 때로는 하나의 부호로 기능하고, 고르고 골라서 몸에 뿌린 향기는 가장 은밀한 속삭임을 내포하는 고혹적인 음성이며 그것들이 일시에 소거된 피부의 만남은 무엇보다 솔직한 외침이 되기도 한다. 그것들 모두가 대화이다. 존재자는 그러한 것을 원한다.


  에그시 역시 특별히 원하는 대화가 하나 있었다. 자신의 말에 온전히 반응할 수 없는 강아지나, 아무런 감정적 교류를 할 수 없는 스침의 의인화가 아닌 다른 사람과 마주하고 싶었다.


  한편 존재자가 형태 없는 것에 의하여 상처를 입었을 경우, 그것을 근본적으로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상처의 원인이 존재자가 도저히 들어갈 수 없는 영역에 있기 때문이다. 형태가 없는 것들은 존재자의 기반이라 할 수 있는 지각으로부터 벗어나 있다. 이를테면 죽어서 사라져버린 사람이나 세상 그 자체가 형태 없는 무엇에 속했다. 지도는 단순히 세계에 떠있어 관찰할 수 있는 대륙들을 그려놓은 것이지, 그것을 세상이라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세상은 모양이 없다. 죽은 사람은 모양을 잃었기에 또한 모양이 없다.


  에그시의 머리가 책상에 거의 부딪힐 듯이 앞으로 굽었다. 죽은 자와의 대화를 원하는 존재자의 모습은 그토록 비참했다. 


  그는 언젠가 자신이 갤러해드의 선례를 따라 만들어 놓은 이 방을 신문지로 꽉 채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되면 에그시는 지금 그가 알고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경험과 지식들을 머릿속에 채울 수 있을 것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에그시는 해리 하트를 청자로 세우기 위한 여정을 위한 항법을 절대로 배울 수 없을 것이며, 그에게는 영원히 거친 물살로 남을 강과도 같은 금단의 영역은 에그시가 신문지로 엮은 배를 부수고 흐를 것이었다.


  에그시는 해리를 불렀다. 그러나 그의 작은 강아지조차 반응을 주지 않고, 에그시의 말을 그저 완성되지 못한 언어로 남겨두었다. 





주제어는 [상처, 존재, 항해, 꿀, 금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