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I/존본즈] Methodology of Being

- Star Trek Into Darkness/Full-length 2015. 2. 11. 11:16 posted by Jade E. Sauniere

- History of Independence, Khan Noonien Singh/Leonard McCoy

- Written by. Jade

 

 

 

Methodology of Being

(Side Story of History of Independence)

 

 

 

  요새 들어 논픽션 시장에 인간학 관련 서적들이 줄지어 출격하고 있다. 딱딱한 역사 교과서에나 나오던 진화전쟁과 다시는 나타나지 않을 것 같던 센티넬이 23세기에 다시 등장하고 말았으므로, 이는 어쩌면 당연한 현상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 인간학 열풍에 센티넬과 가이드가 아닌 한 명의 인간 학자로서 뛰어든 사람이 있다. 몇 달째 논픽션 분야의 베스트셀러 1위를 지키고 있는 <인간의 가장 어두운 거울(The Darkest Mirror for Human Being)>의 작가 폴 브라운이다. 폴 브라운은 뛰어난 인간학자이자 동시에 스타플릿 소속의 소령으로서 인간학이 재조명받고 있는 원인이 되는 사건을 몸소 경험한 몇 안 되는 인물이다. 마침 브라운이 지상 근무를 하고 있을 때를 노려 본 지가 그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Q: 어떻게 인간학을 공부하시게 되었나요?

  A(Paul Brown): 의사 일은 제가 잘 할 수 있는 일이기는 했습니다만, 저와 완벽하게 궁합을 맞는다고 보기는 어려웠습니다. 저는 순수하게 연구에 집중하는 학자 타입이거든요. 제가 가지고 있는 지식을 활용할 수 있으면서도 새로운, 그리고 의사인 제가 뛰어들어도 충분히 학문적 성과를 낼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학문을 찾았을 뿐입니다. 제가 인간학을 선택한 이유는 어찌 보면 굉장히 세속적이에요. 

 

  Q: 한 분야에 공헌하고 싶다는 마음은 바람직한 거잖아요. 세속적이라는 표현은 박사님을 깎아내리는 것 같네요. 

  A: 자기 자신에 대해 냉정한 평가를 내릴 수 있는 거죠. 맥코이들이 만들어내는 환경에 있으면 저절로 얻어지는 특성이라고 봅니다. 

 

  Q: 그러고 보니 박사님께서는 엔터프라이즈호에 근무하시면서 최초로 맺어진 센티넬과 가이드를 나란히 경험하신 걸로 아는데요.

  A: 인간학을 연구하는 입장에선 커다란 행운이었죠.

 

  Q: 그 둘에 대한 박사님의 개인적인 견해를 듣고 싶어요.

  A: 그 이야기야 이미 제가 책에 썼는데요.

 

  Q: 하지만 그건 순전히 학문적인 접근이었잖아요. 박사님의 사적인 경험이 바탕이 된 의견을 궁금해 하는 분들도 분명히 많을 거라고 봅니다.

  A: 혹시 철학에 대해 좀 아십니까?

 

  Q: 아뇨. 별로요.

  A: 인간학은 굉장히 복잡한 학문입니다. 센티넬이 인간 과학의 결정체나 다름없기 때문에 일단 센티넬을 이해하려면 생물학이라든가 생명공학, 의학이나 해부학 같은 것도 어느 정도 알 필요가 있고, 한 마디로 다양한 과학적 지식이 필요합니다. 한편 진화전쟁은 센티넬과 가이드를 이해하는 데 모두 중요하므로 어느 정도 역사적 소양도 있어야겠죠. 개인적으로는 철학적 사고방식도 가지면 아주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Q: 그렇군요.

  A: 정상적으로 맺어진 최초의 센티넬과 가이드를 생각하면 저는 그 무엇보다 철학적 개념을 떠올리게 됩니다.

 

  Q: 어떤 것인가요?

  A: 골턴 연구소의 강화인간 프로젝트가 실패했다면 센티넬은 존재하지 못했을 겁니다. 프로젝트라는 건 그 목적을 수행했을 때에만 가치가 있는 거죠. 처음부터 센티넬의 존재 가치는 조건부로 정해지는 것이었습니다. 아마 다른 센티넬들도 최초의 센티넬을 대표로 삼아 자신들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어느 정도 용납할 수 있을 테니 칸을 가지고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그는 철저히 어떠한 조건이나 가정을 기준으로 삼고 살아왔습니다.

 

  Q: 어떤 면에서 말이죠?

  A: 오필리아 밀레이스를 비롯해 연구원들이 그와 동족들을 안정시킬 수 있었다면 칸은 전쟁을 일으키지 않았을 겁니다. 인간이 그에게 그토록 큰 분노를 사지 않았다면 칸은 기를 쓰고 유사-가이드 관계를 발명하려고 하지 않았겠죠. 그리고 아마 이 부분은 그가 듣기 싫어하겠지만, 캐서린 헤이스팅스가 레비나스 맥코이를 끌어들이지 않았다면 센티넬은 전쟁에서 승리한 뒤에 모두 죽었을 겁니다. 옛 독일 철학에 보면 이러한 도덕적 명법을 가언명령(Hypothetical imperative)이라고 칭했죠. 일정한 조건이 충족되어야만 행동에 나선다는 겁니다. 센티넬의 인생은 그랬습니다. 그 전에 이러이러한 상황이 있었기에 그에 반응한 산물을 내놓는 구성의 삶이었습니다. 인간보다 훨씬 우월한 그들에게 이런 말을 붙이니 저도 조금 어색하긴 합니다만, 가이드가 발생하기 이전 센티넬들은 아주 수동적이었어요.

 

  Q: 그렇다면 가이드는요?

  A: 먼저 레비나스 맥코이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그는 어떻게 가이드라는 걸 만들 생각을 했을까요? 동정심 때문은 아닙니다. 레비나스 맥코이가 처음 칸을 봤을 때 그는 인간들을 향해 무시무시한 증언을 날리고 있었죠. 당시 상황을 봐도 겨우 진화전쟁이 마무리되고 있던 시점입니다. 그 무렵에 전범에게 동정심을 느낀다는 건 상식에 어긋나 보입니다. 레비나스 맥코이가 남긴 말 중에 두 종이 저지른 죄를 모두 연구하고 싶었다는 유명한 말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 깔려 있는 건 일종의 도덕적 의무감입니다. 레비나스 맥코이는 센티넬의 근원과 상처, 인간의 업보를 연구해야만 한다고 느꼈어요. 사실 그렇게 해서 레비나스가 얻을 것은 없었는데도 말이죠. 존재하는 가이드 중에서 가장 모범적인 레너드 맥코이라고 크게 다를 건 없습니다. 칸은 그에게 진실을 알려주지 않으면 죽여버리겠다는 협박을 한 적이 없어요. 레너드는 맥코이로서, 그리고 가이드로서 자신에게 부여된 의무를 수행한 것뿐입니다. 가이드는 인도자에요. 그는 당연히 칸을 진실로 인도해야 했을 겁니다. 그래서 저는 레너드 맥코이를, 아주 확신할 수는 없지만 대다수의 가이드들을 정언명령(categorical imperative)에 비유합니다. 레너드 맥코이 이후 가이드들을 가이드로 지탱하게 만드는 것은 그들의 의무가 되었어요. 

 

  Q: 센티넬과 가이드는 정말로 다르군요.

  A: 하지만 센티넬의 그런 가언적인 인생은 차차 달라질 거라고 봅니다.

 

  Q: 어째서 그렇죠?

  A: 누군가가 조건이나 가정, 즉 타산적 경중에 매달린다면, 그건 그가 처한 상황이 너무도 열악하여 그 사람에게 자유가 없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당장 내일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사람은 한 푼이라도 돈을 얻을 수 있는 행동을 선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죽음을 목전에 두고 있는 사람은 그것을 피할 수 있는 무언가에 매달리게 되고요. 센티넬도 마찬가지 아니었습니까? 인간이라도 탓하지 않으면, 그들의 본능이 갈구하는 가이드라는 것을 찾아 헤매지 않으면 그들은 절대 자신들을 견뎌내지 못했을 겁니다. 오히려 가이드가 없던 시절 센티넬에게 자유는 없었습니다. 

 

  Q: 그런데 센티넬에게 가이드가 생겼고, 그것은 곧 센티넬에게 안정이 생겼다는 것이며 굳이 생존이라는 목적에만 휘둘리지 않을 수 있는 자유가 생기게 된 거로군요. 

  A: 맞습니다. 그리고 그 자유의 실현은 레너드 맥코이를 곁에 둔 칸 누니엔 싱으로부터 시작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