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ar Trek Into Darkness, Khan Noonien Singh/James Kirk
- Written by. Jade
Captain's Sacrifice
Q(Reporter) : 함장님들을 여럿 만나 뵈었지만 저마다 다른 답변을 주셔서, 커크 함장님께도 물어보고 싶네요. 함장의 본분이란 무엇일까요? 한 함선의 리더로서 함장은 어떤 일을 해야 하나요?
A(James Kirk) : 그런 걸 물어보니까 다들 말이 다르죠(웃음). 제가 워프 코어 안으로 들어가기 직전에 한 생각은 그거였어요. 이 상황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 함장은 자신의 배와 승무원들을 위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다 해 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물론 거기에 꼭 700명의 선원들을 살리려고 목숨을 던지는 행동이 꼭 끼어 들어가야 한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아요. 함장이 그렇게 죽어버렸을 때 남은 사람들이 받는 상처도 있을 것이고, 저는 정말 특별한 경우로 다시 눈을 뜨게 된 거니까요. 하지만 자신보다 선원들의 생명 하나하나를 중히 여기는 마음가짐으로 모든 가능성을 다 시험해 보는 것, 그게 함장이라는 또 다른 이름을 가진 사람들이 해야 하는 일일 겁니다.
2235년 75일, 스타플릿 공식 채널에서 제임스 커크 함장과 진행한 인터뷰 중에서.
위의 인터뷰 전문은 스타플릿의 공식 홈페이지와 주간지를 거쳐 시민들에게 처음 배포되었고, 이후 제임스 커크 함장을 다루는 기사들이 한 번이라도 인용하게 되면서 스타플릿 내부는 물론이요 샌프란시스코 전역에 퍼져나갔다.
한편 칸 누니엔 싱에게 식량 대신 약간의 영양제를 주입해 주는 장교가 읽을거리를 달라는 그의 요청에 위의 인터뷰가 실려 있는 스타플릿의 주간지를 내줬다고 한다. 그 주간지는 성한 모습으로 범죄자의 옆에 붙어 있을 때가 많아 장교는 굳이 그것을 돌려 달라고 말하지는 않았다.
* * *
― (NEWS) 현재 행성연합법원은 그 기능의 절반만 돌아가고 있는 상태입니다. 특히 재판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서기관들이 본 파업 사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국선변호인들의 비율 역시 높아지고 있습니다. 법원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이 업무 중단을 강행한 이번 사건은 대단히 이례적인 일로, 대니얼 그리어 판사의 위법행위에 반발해 진행되고 있습니다….
―뜻하지 않은 악재가 겹쳤군.
―법원이 언제쯤 제대로 돌아갈지 현재로서는 짐작이 불가능합니다.
―아무리 내부가 혼란스럽다 한들 칸을 재판정에 세우겠다는데, 당연히 받아주지 않겠습니까? 저는 별로 주춤할 이유가 없다고 봅니다.
―하지만 칸이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더 신중히 나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게다가 죽은 자이긴 하지만 마커스 전 제독에 관한 처벌 여부가 끼어들지도 모릅니다. 이런 중대 사안을 어수선한 법원에서 처리하는 건 좀 꺼림칙하죠.
―커크 함장, 요새 그의 상태는 어떻던가? 종종 감금실로 내려간다고 들었네.
―뭐 그 머릿속에서는 저희한테 무슨 저주를 내리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겉으로는 얌전합니다. 이태까지 돌발 행동을 보인 적도 없고 주기적으로 출입하는 장교에게 손을 대지지도 않았다고 합니다. 당장 참석하신 분들의 의견이 모아지지 않아 시간이 지연된다 하더라도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습니다.
―다행이군. 아무래도 이견이 있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니 며칠 정도는 기다려 봐야 할 것 같소. 하여튼 그 판사 양반, 뻔뻔하구만. 지금 현재 문제가 되는 건 칸을 법원으로 보낼 시기이기 때문에 파업 사태만 좀 진정된다면 곧바로 그를 심판대에 올리도록 하는 걸로 결정하세나.
―동의합니다.
칸 누니엔 싱의 재판 회부를 주제로 한 데이스트롬 회의에서 이루어진 대화 중 일부
* * *
존 해리슨은 언젠가 그의 정체는 하나도 모르는 채 잡일을 돕는 조수 격의 장교에게 언짢은 음색으로 질문한 적이 있었다. 전등 일부가 강제로 소등되거나, 무기 제작에 필요한 장비들의 출력을 원하는 만큼 올리는 일이 종종 발생했기 때문이었다. 그 때 존 해리슨은 샌프란시스코의 다소 독특한 전력 시스템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스타플릿은 자체적으로 전력을 생산하지 않고 샌프란시스코의 전력을 끌어와 사용하고 있었다. 도시의 면적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와중에 포화 상태인 샌프란시스코의 땅을 또 떼어내서 전용 발전소를 세울 수가 없는 탓이었다. 한편 샌프란시스코에서는 공장이나 사무실의 야간 근무를 수요일에만 한정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었는데, 이 덕분에 스타플릿 내부에서는 수요일이라도 절전 강령을 따르는 게 예삿일이 되었다. 실제로 존 해리슨이 에너지 때문에 불편을 느끼는 날은 수요일 밤이었다.
우주 정거장에서 사용하는 동력이 전기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는 존 해리슨은 이번엔 왜 그 신 연료를 지상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냐고 물었다. 장교는 원칙을 들어 간단히 대답했다. 어쩐지 누군가가 수정을 제기하지도 않은 것만 같은 스타플릿의 규율은 우주 바깥에서 사용하는 신 연료를 끌어오는 걸 금지하고 있었고, 샌프란시스코에 이따금씩 정박하는 함선과 관련하여 필요한 모든 에너지는 도시의 전력에서 충당하는 게 스타플릿의 현실이었다. 대대적인 점검이나 조선 작업이 아니라면 절전 규율이 몸에 밴 장교들의 신경을 건드릴 만한 사태가 일어나지 않기 때문인 지도 몰랐다. 존 해리슨은 조금 불편한 표정을 지으며 장교와의 대화를 마무리했다.
칸이 존 해리슨이라는 가면을 벗어던진 지는 1년이 채 되지 않았다. 그의 기억력은 완벽하게 살아 있었고, 그 동안 스타플릿의 제독이 죽고 사상자가 났을지언정 존 해리슨을 잠깐이나마 언짢게 만들었던 시스템은 바뀌지 않았다.
등을 살짝 뒤로 기댄 칸은 일부러 벽과 피부를 마찰시켰다. 바늘처럼 치밀한 에너지가 그의 등을 쑤셨다. 하지만 칸은 자신이 약 일주일 전에 느꼈던 파동과의 차이점을 느낄 수 있었다. 그의 일그러진 웃음이 바닥에 툭툭 떨어졌다.
* * *
“재판 날짜가 잡혔다. 변경되거나 미뤄지는 일은 없을 거야. 삼일만 더 갑갑하게 있으면 되겠군.”
인사말도 생략한 채 제임스 커크가 감금실에 들어와 꺼낸 첫 마디였다. 칸은 그가 일부러 꾸며내던 싱글거림이 사라지고 자연스러운 자부심이 커크의 숨결에 대신 자리 잡았음을 감지했다. 그것은 조금만 더 나아가면 강화인간들의 뿌리 깊은 의식이 될 수 있었다. 어떤 의미에서는 칸의 혈청이 커크를 일부 변하게 한 것이었다.
“번거롭군. 결과는 그래봤자 죽거나 그에 준하는 처분이 내려질 텐데.”
“…당사자가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니 좀 이상하네. 뭐, 틀린 말은 아니지만.”
어쨌든 제임스 커크의 솔직한 표현법은 달라지지 않은 지라 커크의 눈썹이 휙휙 올라갔다. 칸은 그와 제일 멀리 떨어진 곳에서 목소리를 아끼고 있었다. 그는 스타플릿의 엔지니어들이 짜내고 짜낸 최후의 사슬에도 적응을 마친 것처럼 피부 한 구석은 반드시 벽면에 대고 있었다.
커크는 결국 기를 쓰고 입을 열게 되었다.
“요구사항은 맨 마지막에 말할 생각인가 봐?”
“무슨 뜻인가.”
“인간들 사이에는 전통이라는 게 있어서 말이지. 어쨌든 죽을 지경에 놓인 사람들의 마지막 말이라든가 요구 정도는 들어주는 법이거든.”
인질을 어둑한 곳에 숨겨 놓은 자들이 대개 내보이곤 하는 서글서글한 어투에 가장 효과적인 것을 칸은 알고 있었다. 칸은 목소리가 스스로 고개를 돌리듯 말했다.
“그렇다고 내 동료들에게 안내해주지는 않겠지.”
그리고 칸은 일방적으로 눈을 감아버렸다. 자신이 이 자리에 발붙이고 서 있음을 순식간에 부정당한 커크가 서서히 미간을 구겼다. 곧 커크는 감금실을 나가버렸다.
* * *
―스카티, 지금 시간 있어?
―무슨 일 있어요, 함장님?
―전에 본즈가 부탁해서 칸에게 극저온 캡슐들을 보여준 적이 있었다며.
―화면을 보여주기는 했죠.
―그게 내가 깨어나기 전에 있었던 일이잖아. 그리고 나는 캡슐들이 꽁꽁 잘 숨겨져 있다는 얘기만 들었지 정확한 장소를 보고 받거나 귀띔 받은 적은 없거든.
―칸과 그 동족들에 관해서는 무엇이든 적게 알리는 게 좋으니까요. 사실 함장님이 그 추운 곳에 갈 이유도 없고, 함장님이 그 컴컴한 놈들을 보는 건 칸 한 명만 해도 족하다 이겁니다.
―그럼 내가 그 곳을 알려달라고 해도 가르쳐주지 않겠네?
―예?
―캡슐들이 보관된 곳을 알고 싶어서.
(잠깐의 정적)
―…짐, 지금부터 제가 하는 말을 기분 나쁘게 받아들이진 않았으면 좋겠어요. 함장님으로서도 말이에요. 왜냐면 저는 지금부터 오로지 제 진심에서 나온 말을 할 거거든요.
―뭐, 뭐야. 뭔데 그렇게 서두가 거창해.
―저는 함장님이 정말 걱정돼요. 패드를 반납하면서까지 어뢰들을 쓰지 말라고 말린 그 순간만큼이요.
―…스카티.
―의사 양반은 함장님한테 일종의 자신감이 생겼다고 보더라고요. 물론 함장님은 맥코이 소령과 더 오랜 시간과 추억을 함께 했으니 그 양반 말이 맞을 지도 모릅니다. 솔직히 그 말이 100% 다 틀린 것 같지도 않고요. 그런데 말입니다, 짐. 그걸 자신감이라고 부르든 다른 말로 부르든… 그게 생겨난 계기가 바로 함장님이 죽다 살아나게 된 일이잖아요. 사람이 그런 일로 자신감을 가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아주 대단한 업적 같은 게 아니에요. 그냥 억수로 운이 좋은 거죠. 한 사람이 기를 써서 얻어낼 수 있는 인간적이고 정상적인 성과에 들어갈 수 없다 이 말입니다.
―(스캇이 후, 하고 숨을 내뱉을 동안 커크는 말이 없었다)
―제임스 커크는 이미 훌륭해요. 그러니까 그 망할 강화인간들하고는… 더 이상 엮이지 마세요.
‘문제의’ 수요일 밤에 이뤄졌었던 제임스 커크와 몽고메리 스캇의 통화 내용 전체.
* * *
스캇은 있는 힘껏 뛰고 있었다. 반역으로부터 최대한 달아나보자는 절박함으로 벤전스를 탐험했던 경험 이후 그는 엔지니어란 발도 빨라야 한다는 관념을 가지게 되었다. 수요일 밤을 보내느라 군데군데가 새카매진 헤드쿼터를 스캇의 두 발이 쾅쾅 찍었다.
스캇은 누가 말하지 않았는데도 복도를 뛰고 계단 사이사이를 누비면서 본부의 모니터실로 들어갔다. 달려오던 가속도를 온몸에 담아 그대로 문을 밀쳐버린 나머지 스캇은 넘어질 듯 비틀댔다. 안에서 야간 근무 중이던 장교도 놀라서 의자에 앉은 채 기우뚱했다. 그 와중에도 스캇의 제복에 나타난 계급을 읽어낸 장교가 얼떨떨한 표정으로 경례를 붙였다.
“거 CCTV 화면들 좀 봅시다. 본부에 달려있는 거 전부 다요!”
“맙소사, 대체 어떻게 나온….”
“화면 확대 됩니까? 할 수 있는 한 가장 크게요.”
“예.”
파리하게 달아오르고 있는 불꽃을 두 눈 안에 심어놓은 듯한 강화인간은 그 몸마저 하얗게 번쩍거리고 있었다. 장교가 앉은 자세에서 스캇을 올려다보더니 확대율을 높여갔다. 화면에 이상이 있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칸의 몸에서 흐르는 번쩍거림은 간헐적이었지만, 에너지의 틈바구니 사이에 끼어 사는 것과 다르지 않은 함선의 엔지니어로서 스캇은 빛의 정체를 오차 없이 짚어냈다.
“에너지 장막을 그냥 뚫은 거야, 설마?”
타이밍 좋게 화면 속 칸이 무언가를 뜯어내 바닥에 버렸다. 찢겨나간 벽의 일부가 마지막 에너지를 발산하고 하나의 쓰레기 조각으로 변했다. 스캇은 학술지에서 한차례 관심을 끌어 봤다는 인재들이 빠짐없이 모여 설계한 배리어의 이모저모를 머릿속에 그려보았다. 저마다 의미가 있는 수식들과 회로들이 날쌔게 지나다니는 와중에 스캇은 불이 꺼져 있던 본부의 정경을 생각해 내곤 탄식을 흘렸다.
스캇이 할 수 있는 일은 이제 커뮤니케이터를 열어 자신이 보고 있는 걸 그대로 커크에게 알려주는 것밖엔 없었다.
* * *
―배출 작업이 완료되었습니다.
오퍼레이터의 기계음이 커크의 귓가를 때리자마자 응축된 한기가 그의 발끝에 뭉쳤다. 커크는 표정을 찡그리는 것도 잊었다. 서서히 손발이 식어갔고 코로 내뿜는 작은 숨도 하얗게 얼어붙어 솟구쳤다. 커크는 이 차가운 공기에 무력해져갔다.
무심하게도 열려버린 캡슐들의 뚜껑에서 시스템이 미처 배출시키지 못한 냉기가 빠져나왔다. 그것들은 해로운 화산재마냥 인간의 호흡을 텁텁하게 만들었다. 지금 뚜껑 바깥으로 빠져나오는 건 하얀 연기뿐이지만 커크는 그조차 오래 가지는 않을 것임을 직감했다. 의식은 다음 일을 예상하길 두려워하고 추위에 감각들이 생기를 잃어가는 그 순간, 커크는 강렬한 불빛과 향기로 자신을 일깨우는 그림자를 만났다.
근래 들어 칸은 늘 커크에게 멀리 있었다. 칸은 움직이지 않았고, 커크가 먼저 말을 시키지 않으면 입술을 달싹대는 일도 많지 않았다. 이번에도 가장 끄트머리에 있는 캡슐을 열어야 했던 칸은 커크가 한 걸음에 도달할 수 있는 지점을 벗어났다.
물론 그 거리는 이제 좁혀지고 있었다.
“이제 네가 가진 이점은 없어졌군.”
커크가 비껴 내리고 있던 두 팔을 앞으로 모았다. 감옥에서부터 그가 살아 있음을 알려주는 역할을 하는 것 같았던 전류의 자극이 강화인간에게 하얗고 붉은 빛을 입혀주고 있었다.
“…나는 너에게 이곳을 알려준 적이 없어.”
“하지만 알려줄 뻔 했지.”
중화되지 않은 전류가 재생되고 있는 칸의 핏줄을 자꾸만 건드려 상처가 생기고 피가 흘렀다. 제임스 커크는 출력을 높인 페이저건을 굳게 맞잡은 두 손으로 지탱하고 있었다. 그러나 둘 중 누구도 그 모순된 말을 지적하지 않았다.
“아직도 나를 패배자라 부를 수 있나, 함장?”
커크에게는 칸이 굳이 자신의 이름을 피한 게 하나의 의도처럼 느껴졌다. 무엇으로도 씻어낼 수 없는 진득한 악독함이 단어 하나하나에 맺혀 흘렀다. 핏덩이를 삼켜 살짝 튀어나온 칸의 목 주변으로 마지막 스파크가 일어났다가 사라졌다. 커크는 페이저건의 출력을 최대치까지 높이려 대기하고 있던 엄지손가락에서 힘을 뺐다.
생존은 더 이상 제임스 커크의 위대함을 증명하지 않았다. 커크에겐 72가지의 좌절과 같은 무리들이 부스럭대며 허리를 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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