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ID/존본즈] On the Myth of Humans

- Star Trek Into Darkness 2013. 12. 23. 14:40 posted by Jade E. Sauniere

- Star Trek Into Darkness, Khan Noonien Singh/Leonard McCoy

- 짧지만 천천히.

- Written by. Jade


  On the Myth of Humans 



  3일 전의 어느 오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햇빛은 찬바람에 무력했고 인간들이 입은 두터운 털옷에서 휘날리는 먼지가 목구멍을 답답하게 만드는 지루한 겨울의 한 조각에서, 너는 여태까지 늘 그래왔듯이 나를 향해 혀를 찼다. 300년을 캡슐 안에서 허망하게 보냈으니 나이에 비해 경험도 아는 것도 모자라다는 말은 이제 네 버릇이나 다름이 없어졌다. 물론 내 지식은 이 땅에 존재하는 어느 인간들보다 방대하고 완벽하기 때문에 나는 알아서 유연하게 네 발언을 알아들었다. 경험이 부족하다는 측면은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내가 깨어있던 시간은 연구소와 훈련실, 전장이라는 단조로운 배경에 묶여 있을 뿐이었다. 그 당시에 광속 도약을 할 수 있는 기술은 없었다. 너는 나보다 더 다양한 우주와 생활상을 보고 체험했을 것이며 그래서 이번에도 너는 나에게 인간적인 정보를 알려주고자 했다.


  그 오후에 나는 품위 없이 틀어 놓은 노랫소리와 낮부터 반짝이는 전구들에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너는 내가 성탄절을 처음 겪어보는 사람 같이 군다면서 한숨을 내쉬었지. 이제 너도 너무나 잘 알고 있겠지만, 나는 이성과 지식을 통해 모든 것을 규격화하는 방식을 완전히 떨쳐버릴 수가 없다. 가령 우수한 것과 불량품을 나누는 것처럼. 그 장방형의 각진 구역들 어디에도 신의 탄생을 축하한다는 기념일이 들어갈 자리는 없다. 그렇다고 네가 표현했듯이 1년 중 인간의 인생살이에 조금이나마 기름칠을 해 주는 것이라 생각할 수 있는 융통성도 내게는 없다.


  그리고 나는 아마 평생 그러한 자질을 갖추지 못할 것이다. 네가 크리스마스의 철학과 긍정적인 의미들을 역설하는 노력들이 다 공중으로 흩어져 버릴 거라는 얘기를 하고 있는 거다. 과학자들의 핀셋이 하나하나 접붙인 내 유전자 속에 새겨져 있는 울타리와, 300년 동안 곱씹어야 했던 적의와 전쟁은 따뜻한 촛불이 피어오르는 신화마저 막아설 것이다. 나는 신을 생각하지 않는다. 신에 관해서는 아무 것도 규정할 수가 없는 탓이다. 신화 역시 다를 게 없어, 나는 내가 더 자세히 알고 있는 성탄절의 기원에 관해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는 너만을 보면서 네 말은 제대로 듣지 않고 네가 주제가 되는 사고를 했다.


  나는 너에게 무언가를 포기하라고 제안하길 주저하지 않는다. 인간이 강요하는 변화를 거부하는 것은 내겐 아주 쉬운 일이다. 그리하여 나는 영원토록 성탄절을 인간의 호들갑으로 치부할 것이고, 인간처럼 신에 대한 고민과 토론을 벌이진 않을 작정이다. 성탄절이란 지루하고 시끄러울 뿐인 12월의 어느 숫자이다. 이번에 나는 너의 가르침을 거절해야만 한다. 다만 그 유구하고 복잡한 신화와 이야깃거리 속에서 단 한 가지, 나에게 의미가 될 만한 걸 찾았다.


  이제 내가 널 기쁘게 하고 싶으니 문을 열어다오.

 

 "……?"


  ―똑똑.


  "레너드, 문을 열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