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ar Trek Into Darkness, Khan Noonien Singh/James Kirk/Montgomery Scott
- Written by. Jade
Captain's Sacrifice
Q(Reporter) : 칸 누니엔 싱과의 대치 상황 도중 아주 큰 사고를 당하셨다고 들었어요.
A(James Kirk) : 말 그래도 죽다 살아나셨다고 보시면 됩니다. 제 딴에는 그것이 제가 함장으로서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기 때문에 강행한 것이었지만, 그 일을 다시 하라고 하면 선뜻 대답하기가 어려울 정도의 사건을 겪었어요. 아마 그 때에 죽는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절감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Q : 스타플릿이 하마터면 귀중한 인재를 잃을 뻔 했네요.
A : 그것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엔터프라이즈호의 승무원들은 함장을 잃는다는 고통을 겪어야 했겠지요. 뭐, 결론적으로는 일이 잘 풀렸다는 것에 감사합니다. 여러 일을 겪으면서 제가 700여명의 사람들을 이끌 수 있는 인물인지를 몇 번 고민했었어요. 솔직히 그 고민은 잊을 만 하면 불쑥 튀어나와서 저를 괴롭힐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 두려운 의문에 조금 더 자신감을 가지고 대답할 수 있을 것 같아요.
2235년 75일, 스타플릿 공식 채널에서 제임스 커크 함장과 진행한 인터뷰 중에서
* * *
환자복을 벗고 겨우 팔에 제복을 끼워 넣을 수 있게 되자마자 제임스 커크는 스타플릿의 제일 은밀한 공간을 찾았다. 공식적으로는 칸 누니엔 싱을 행성연합의 재판정에 올릴지 스타플릿의 주요 간부들이 결정한 뒤에 법정으로 보낼 수 있게 정해져 있었는데, 그 숫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해져 일시적으로 구금된 살인범의 감옥이었다. 즉결처분을 해도 시원치 않을 범죄자를 두고 이제 와서 절차를 따지는 스타플릿의 행태에 커크는 고개를 내저을 수밖에 없었다. 아마 알렉산더 마커스의 선례가 있어 독단적인 모습을 보이는 게 좋지 않다는 결정을 내린 탓일 지도 몰랐다.
레너드 맥코이가 끌어 모은 의료진들이 칸의 혈액과 씨름을 하고 있을 때, 스타플릿의 엔지니어들은 일시에 호출을 당해 특급 감옥을 만드는 데 기력을 쏟았었다. 커크는 언젠가 스캇이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은 일이라며 혀를 찼던 오싹한 구조물을 보았다. 한 인영을 중심으로 펼쳐진 유독 가스의 배출구라든가, 갖은 방법으로 목표를 괴롭힐 수 있는 안전 장치들이 커크의 시야를 다 덮었다. 엔터프라이즈의 구금실과는 다르게 마땅한 의자도 없어 안에 있는 남자는 바닥에 앉아 있었다. 커크는 목을 바짝 세우고 앞으로 걸어갔다.
"조용하네."
커크가 목소리를 내자 그제야 칸이 반응했다. 칸이 고개만 들었을 뿐인데 투명한 벽으로 감싸인 감옥이 한차례 흔들린 것만 같았다. 미약하게 에너지가 흐른 탓이었다. 칸은 그 안에서 앉아 있거나 서 있는 행동 외에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다.
커크가 꽤나 거리를 좁혔음에도 불구하고 칸은 입술을 열지 않았다. 커크는 말도 못 할 수준은 아닐 거라고 생각하면서 넌지시 그를 자극했다.
"동료들이 살아있다는 걸 확인했기 때문인가?"
엔터프라이즈의 함장을 살리는 일 따위는 절대 협조하지 않겠다면서 칸이 한바탕 난리를 피웠던 전적은 맥코이가 이미 알려준 바 있었다. 그 때 맥코이는 영상으로 캡슐들이 무사하다는 걸 증명했고 칸은 그 때부터 협조를 하기 시작했다.
칸의 입을 열고 싶었던 커크의 시도는 옳았다.
"벌써 오만을 부릴 기운을 되찾기라도 했나."
"네가 갇혀 있는 모습을 보니 없던 기운도 솟는 것 같은데."
놀림 가득한 진심은 칸을 화나게 하지 못했다. 벽에 등을 붙이고 있어 그가 움직이는 정도에 따라 양을 달리하는 에너지를 고스란히 느끼면서 칸은 무심히 말했다.
"지금은 내 피가 자연스럽게 흡수된 것 같아도 벌써 안심하기에는 이를 거다. 나를 일종의 치유제로서 이용하려고 했던 인간들은 전에도 있었고, 모두 실패했다."
커크가 미간을 찡그렸다.
"있잖아, 지금 내 감상 솔직하게 말해줄까?"
칸은 재촉하지 않았다. 커크의 얼굴은 극적인 효과를 위해서 애써 침묵을 참아내야만 하는 인내심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네가 하는 말 하나도 무섭지 않아."
커크는 엔터프라이즈에서 그에게 경고했던 태도에 여유와 빈정거림을 더해 말했다.
"너는 동료들을 위해서 네가 그토록 증오하는 인간들에게 휘둘리고 착취당했지. 기회를 잡아 그들에게 복수하려고 했지만 그것도 막힌 채 동료들 얼굴은 보지도 못하고 다시 지하에 갇힌 꼴이 됐지. 사실 네가 우리 인간들을 너보다 열등하게 여기는 의식 자체가 우스워 보일 정도야. 너는 결국 늘 인간에게 패배했어."
사실 뻣뻣한 제복은 병실에서 일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커크를 괴롭혔고 여기에 와서도 그를 계속 거슬리게 만들고 있었다. 그러나 커크는 스타플릿이 만난 최고의 범죄자에게 일방적으로 패배를 선고하면서 후련함을 맛보았다.
"여튼 덕분에 살았으니까 고맙다는 말은 할게. 곧 있으면 여기와도 작별하게 될 거야."
칸의 손가락이 경련하자 그 사이를 비집고 에너지의 파장이 그의 손톱 아래를 찔렀다. 커크는 밖으로 나갔다. 몇 백 년 전에 칸을 무너뜨리기 위해 똘똘 뭉쳤던 인류의 절반보다 그를 두려워하지 않는 뒷모습이었다.
* * *
"침대 신세 벗어난 지가 얼마나 됐다고 벌써 돌아다니시는 거요?"
"스카티!"
헤드쿼터의 밝은 로비로 올라오면서 커크는 스캇을 만났다. 커크는 스팍이나 맥코이만큼 자신을 걱정했을 동료에게 활짝 웃어주었다.
"아주 상쾌하고 좋은데? 도시를 한 바퀴 돌 수 있을 것 같다니까."
스캇은 상대방이 기분 나쁘지 않게 안면을 구겼다.
"원 참. 그래도 무리하지는 마요. 맥코이는 아직도 함장님 상태에 반신반의하는 모양이던데. 땅에 붙어 있을 때라도 좀 조용하게 지내시라고."
커크는 스캇의 어깨를 장난스럽게 치는 걸로 대답을 대신하고 가볍게 그의 곁에서 사라졌다. 스캇은 성격대로 여장교들에게 부지런히 눈짓을 보내고 있는 함장을 바라보았다. 스캇의 표정이 미묘했다.
* * *
A(Montgomery Scott) : 혹시 이런 말 해도 됩니까? 뭐 기사에 실리지는 않았으면 좋겠지만… 아무래도 이 질문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의 답을 들어야 할 것 같아서요.
Q(Reporter) : 저한테 개인적으로 물어보시는 거예요?
A : 에, 뭐 그렇게 이해할 수도 있겠구만.
Q : 물어보세요.
A : 내 함장 같은 사례는 기자 양반도 당연히 못 봤겠지만 그래도 직업상 여러 사람들을 만나봤을 거 아닙니까. 그 중에서 왜, 없어져 버린 팔다리라든가 피부 이식으로도 잘 지워지지 않는 흉터를 훈장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습니까?
Q : 그런 사람들이야 꽤 많죠. 스타플릿 안에서는 특히나요. 그토록 고생하고도 훌륭하게 살아남았다는 증거잖아요? 그리고 자신이 그렇게 고생하면서 생존 말고도 뭔가를 더 이뤄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증표이기도 하고요. 이상할 건 없다고 봐요.
A : …그래요? 계급장 단 군인들은 다 그런 겁니까?
Q : 갑자기 그런 건 왜 물어보신 거죠?
A : 나는 아무래도 아직 군인의 마음가짐은 못 가진 모양입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나는 소령이라는 직함으로 불리기에는 어쩐지 부담스러운 엔지니어에요.
Q : 그게 무슨 뜻이세요?
A : 커크 함장은 이번 일을 계기로 뭐랄까, 정말 군인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한 소립니다. 워낙 치료가 잘 되서 그에게 남은 흉터는 없지만 그가 선원들을 위해서 몸을 던진 건 모두가 다 봤거든요. 그리고 내 생각엔 그게 함장님의 어깨를 치켜올려주는 하나의 요소가 된 것 같아요. 아무리 함장이라도 결국엔 똑같은 사람인데, 제 몸 아깝게 여기지 않았을 리가 있겠습니까. 그런데 누구도 쉽게 실행하지 못할 행동을 했고 결과도 좋았고…. 그런 여러 사실들이 모이고 모여서 그에게 위대한 함장이라는 빛을 주고 있어요.
Q : 제임스 커크 함장님이 훌륭한 분이라는 건 맞는 얘기잖아요.
A : 물론 그에 대해서는 나도 동의합니다. 하지만 나는 그 함장들 마음이라는 거, 군인들 마음이라는 거 아직 이해 못 하겠습니다. 희생이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 세상에 발 붙이고 사는 모든 사람들만큼 소중한 생명을 어떠한 목적을 위해 이용했다는 소리 아닙니까.
2235년 74일, USS 엔터프라이즈의 주요 승무원들과 이루어진 인터뷰 중에서. 몽고메리 스캇 소령과 리포터가 나눴던 비공개 대화 일부.
* * *
"무슨 일이요?"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얻은 휴가를 자신의 단골집들을 찾아다니면서 보내고 있던 스캇은 어느 늦은 오후에 맥코이의 연락을 받았다. 자주 가는 바의 주인과 어젯밤 미처 끝맺지 못했던 얘기를 마무리지으려 한창 겉옷을 챙기는 중이었다.
"지금 네 도움이 좀 필요해서."
"큰 일이라도 생긴 거요?"
"그 극저온 캡슐들 말이야, 네가 옮겼잖아. 만일의 사태를 방지해서 그걸 스팍에게만 알렸다고 했었지?"
스캇이 머리를 긁적였다.
"…당신을 억지로 배제한 건 아닌데, 기분이 상했다면 사과하리다."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라."
들려오는 맥코이의 목소리가 조금 작아졌다.
"거기 혹시 감시 카메라 달려 있어?"
그 말 한 마디에 스캇은 자신의 모든 계획을 뒤엎고 스타플릿의 헤드쿼터로 향했다. 제 아무리 스캇이라도 캡슐을 옮기고 확인하느라 정신이 없었던 와중에 천장을 올려다 확인하지는 못했기 때문이며, 칸과 커크의 이름이 등장한다면 그 사안에 자신을 맞춰야 한다는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스캇은 이마를 닦으며 본부의 외진 곳을 달렸다. 그리고 도무지 행동을 예측할 수 없는 인간들로부터 꼭꼭 숨겨 놓은 70여 개의 캡슐에 불을 비추었다.
스캇은 한 바퀴를 뱅 돌아 천장을 유심히 본 뒤에 험한 소리를 내뱉으며 통신기를 꺼냈다.
"확인했어?"
"…없구만."
"캡슐 하나만 잡을 수 있어도 괜찮으니까, 어떻게 그 쪽 내부를 여기로 전송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그걸 봐야 칸이 협조를 할 것 같아."
잠시 콧잔등을 찡그렸던 스캇이 대답했다.
"그럼 화상통화를 써 먹으면 되겠네. 패드 준비하쇼, 곧 연락할 테니까."
엔지니어의 특성상 스캇이 패드가 없는 옆구리를 참지 못한다는 건 이 상황에서는 호재였다. 스캇은 패드를 들고 어슴푸레한 빛이 흘러나오고 있는 캡슐 옆으로 다가갔다. 패드의 통신 시스템을 통해 연결된 맥코이가 슬쩍 얼굴을 내밀더니 자리를 비켰다. 스캇은 범죄자의 싸늘한 얼굴을 보기가 버거워 잽싸게 상체를 뒤로 빼고 패드를 캡슐 가까이에 갖다 댔다.
―확인했어?
맥코이의 말이었다. 이후 몇 분간 패드에서는 통신 시스템 특유의 세밀한 잡음만 새어나왔다.
―확인했다.
―캡슐들을 더 보여줄까?
―…아니, 됐어.
스캇이 패드를 든 팔을 당겨왔다. 그 때 스캇은 타이밍이 일렀던 나머지 아직 화면에 떠 있는 칸의 얼굴을 보게 되었는데, 순간이었지만 스캇은 아주 복잡해졌다. 그는 칸이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눈꺼풀을 급하게 내리는 것을 목격했다.
―너희들의 동료를 살려주겠다.
그 자신이 제일 듣고 싶었을 말을 칸이 하고 있었다.
* * *
―일합니까?
―여어, 스캇. 연구실에 있긴 한데 지금 일하는 건 아니고. 거의 마무리 단계라서 느긋해.
―의사 양반이라도 시간이 좀 남아서 다행이구만.
―왜, 할 일 없어? 한창 바쁜 것 같더니.
―일하느라 바빴는 줄 아나. 신나게 놀았지.
―사람은 가끔씩 놀아줘야지. 나도 이 일만 끝나면 집이라도 한 바탕 갈아 엎고 기분 전환 좀 하려고.
―하지만 요새 우리 함장은 그러지도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여기저기 불려다니고 말이야. 죽었다 살아난 게 기쁘긴 한지 만날 때마다 들떠있는 것 같긴 하던데.
―짐이랑 스팍은 요새 일 많을 걸? 드디어 칸을 재판으로 회부할 지 아닐 지를 스타플릿 내에서 결정한다잖아. 증거 자료 같은 것도 다 스타플릿에서 모아 보내야 하고.
―냉동인간 하나 잘못 깨워서 이래저래 복잡하구만.
―게다가 뒤처리는 우리들이 하고 있으니 기가 찰 노릇이야. 그런데 말이지, 아무래도 요새 짐이 칸을 종종 만나러 가는 것 같지 않았어?
―당신도 봤수?
―대체 그 오싹한 놈은 왜 보러 가는지 알 수가 없다니까.
―그… 아직까지 칸의 혈청에 대한 부작용은 나타나지 않은 거요?
―정기적으로 검사하고 있는데 아직까지는 없어. 왜?
―아니, 혹시 그게 짐한테 무슨 영향을 주진 않았을까 싶어서…. 사실 짐이 그 놈을 만나서 좋은 소리가 입에 나오겠냐고. 거기서 유쾌한 일이 일어나지는 않을 테니까 그게 좀 걱정이 돼서 물어봤어.
―기관실장님이 걱정 많이 하더라고 짐한테 꼭 알려줄게.
―누가 그런 거 바라고 한 소린가.
―여튼 내 입장에서는 짐이 전보다 생기가 있다고 해야 하나, 정확히 어떤 부분이 달라졌는 지는 몰라도 예전보다는 뭔가 더 믿음직스러운 면모가 생긴 것 같거든.
―그래?
―제임스 커크만의 자신감이 생겼다고나 할까?
복구된 데이스트롬에서 대령 이상의 간부들이 회의를 하고 있을 시각, 레너드 맥코이 소령과 몽고메리 스캇 소령이 나눈 통화 내역 중 일부
* * *
칸은 제임스 커크가 보던 자세 그대로 앉아, 자신의 앞에 제임스 커크가 있는 것처럼 그가 냉정히 던지고 가 버렸던 말들을 떠올리다 아주 먼 과거까지 거슬러 올라갔다.
그가 드러난 혈관마다 바늘을 꽂아넣은 뒤 독액을 흘려 넣어 살해했던 담당 박사는 자신의 죽음을 복수라고 생각하는 건 좋지만 승리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했었다. 그가 내보였던 폭력성이야말로 박사들이 가꾸고 싶어 했던 최고의 유용성이었다는 이유에서였다. 칸은 이에 인간들이 준 가치가 도리어 인간을 멸망시키는 걸 구경하라고 응대했다. 박사는 웃음 섞인 비명을 지르며 죽었다.
똑똑하다는 인간들이 갖은 술수를 짜냈음에도 불구하고 칸의 동족들을 완벽하게 없애버리지 못해 그들을 동결시키는 걸 선택했을 때, 칸은 잠들기 전 인간들에게 패배자의 낙인을 찍었다. 그들의 일부가 만든 존재들을 처리하지 못한다는 사실도 웃겼다. 실제로 강화인간들을 극저온 캡슐로 내몬 과학자들의 얼굴도 편하지 않았다. 몇몇이 얄팍한 오기로 입술을 깨무는 데 그쳤었다.
그리고 그가 편안하게 눈을 감는 장면을 커크의 목소리가 덮쳤다. 엔터프라이즈의 함장이 그에게 찬 웃음을 탁 내려놓았다.
칸은 인상을 찡그리면서도 웃었다. 제임스 커크의 우위를 인정할 수밖에 없는 딱 한 가지 분야가 있었다. 영광스러운 기회를 잡아 죽을 자리를 마련할 수 있었던 행운과, 그랬음에도 다시 살아날 수 있었던 우연은 칸이 가지지 못한 것이었다. 입꼬리를 말려버리듯 제자리로 불러들이면서 그는 눈을 감았다.
* * *
레테 강에 빠질 뻔했던 위기를 간신히 넘기고 난 커크가 뜻하지 않게 얻게 된 건 강화인간의 폭력성이 아니라 악몽이었다. 커크는 때때로 자신의 몸이 방사능에 타들어갔던 당시의 꿈을 꾸었다. 제 자리를 찾은 코어의 하얀 빛이 환한 기둥으로 솟아오른 걸 보면 순간적으로 기쁘고 뿌듯했다가도, 몸 구석 어딘가가 툭툭 끊어지는 것 같은 감각은 꿈속에서도 생생해 커크를 번쩍 일으켜 세웠다.
커크는 그럴 때면 이불부터 젖혀버리고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러면 곳곳에 찌꺼기처럼 묻어 있는 것 같은 방사능의 열기가 밤의 서늘함에 잦아들었다. 그 시원한 현실은 커크에게 또 한 번 생존의 환희를 가져다주었다. 제임스 커크는 자신이 도맡고 있는 엔터프라이즈의 심장과 자신의 것을 맞바꾸었고, 그런 일을 행한 뒤에도 훌륭하게 살아남아 잠자리에서 뒤척일 수가 있었다.
악몽에서 깨어난 커크는 웃음을 터뜨렸다. 그것은 분명 트라우마였다. 하지만 동료들을 위한 트라우마를 가졌다는 게 커크를 자랑스럽게 만들었다. 커크는 처음에 잠들 때만큼이나 편안한 기분으로 이불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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