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ission Impossible: Rouge Nation, Ethan Hunt & Benji Dunn
- Written by. Jade
Mission: Impossible - Doe's Agency
미션 임파서블: 도스 에이전시
[0. Prologue]
놀랍게도 모든 것들이 정상에 속할 만한 궤도를 돌고 있는 시기였다. 정직하게 발전을 꾀하는 시민들은 공부를 하거나 일을 하고 그것이 싫은 자들은 범죄를 저질렀다. 그와 비슷하게 눈 먼 열정은 테러리즘에 귀를 기울였으며 각 나라의 첩보 기관은 그것을 소탕하러 다녔다.
이단 헌트는 그 일상적인 작용들의 중심에 서 있었다. 온갖 언어들이 더운 공기에 섞여서 이단의 몸 구석구석에 붙어댔다. 이단은 쓰고 있던 선글라스의 위치를 살짝 바로잡았다.
“사람이 예상보다 많은데.”
마닐라의 몰 오브 아시아 인근은 필리핀에서도 가장 붐비는 지역이라고 꼽힐 만한 곳이었다. 이단은 선글라스에 감지되는 수많은 열점들을 소거하지도 못하고 미간을 좁히며 주변을 돌아다녔다. 사방으로 빼곡하게 달라붙은 쇼핑센터와 관광호텔, 각종 음식점과 은행들이 도심의 혼란을 더했다.
—이쪽에서도 정확한 위치를 잡으려고 노력하는 중이야. 어쨌든 관광객들하고 테러리스트는 여러모로 다를 테니까.
이단이 있는 곳으로부터 1만 4천 킬로미터는 떨어진 땅에서 벤지가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가 실감나게 들렸다. 이단은 그동안 한 무더기의 관광객들을 피해 거대한 사무용 빌딩 근처에 섰다.
정확히 어느 장소에서 사건이 벌어질지도 파악되지 않았음에도 이단이 필리핀까지 파견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제대로 된 명칭조차 알려져 있지 않아 정보부 사람들에게도 그저 ‘도스 에이전시(Doe's Agency)’라고만 불리는 정체불명의 무력 조직이 이번에는 필리핀의 반정부 세력을 도울 것이라는 첩보가 IMF 측에 도달했다. 그동안 계획적으로 각 나라의 반정부 세력들을 도우면서 내전과 국내외 테러를 조종하고 다녔던 도스 에이전시의 계획의 내막이 이토록 자세하게 드러난 적이 없었고, 기회를 잡은 IMF는 그들이 가장 신뢰하는 요원을 현지로 급파했다. 임무 현장에서 이단 헌트보다 유능함을 발휘하는 이는 없었다.
과연 이단의 눈동자가 좁아졌다. 그는 자신이 마주하고 있는 빌딩의 이름을 숙지한 뒤 스마트폰으로 그것을 검색해보았다. 빌딩 임대업체의 영업시간은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였다.
“벤지, 알아봐줬으면 하는 게 있는데.”
—음? 뭔데?
이단이 양손으로 선글라스를 잡으며 말했다.
“서브코프 오피스 솔루션이라는 빌딩을 임대하고 있는 기업체가 있는지, 몇 층을 빌려서 사용하고 있는지 좀 알려줘.”
빌딩의 유리면과 이단의 머리카락에 나란히 쏟아지고 있는 빛은 오후 7시를 앞두고 점차 가물가물해지는 하루의 황혼이었다. 이단은 이미 반쯤 빌딩에 잠입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8층과 9층은 임대 본부고, 일단 아무도 사용하는 사람이 없는 층만 불러줄게. 4층, 11층, 13층….
“13층을 쓰는 데가 아무도 없어?”
—없어. 왜?
“13층 창밖에 불빛이 한 번 지나간 걸 봤거든.”
이단은 건물에서 한 차례 멀찍이 물러난 뒤 휴대용 적외선 장비가 발휘할 수 있는 범위를 최대한으로 끌어올렸다. 아무에게도 팔리지 않은 층에 서너 명의 사람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마닐라 지부에 지원해달라고 요청했어. 5분 내로 간댔으니 조금만 기다려.
이단은 벤지의 충고를 거절하지 않았다. 그는 단지 빌딩의 정문이 잠겼는지 아닌지 확인하려 했을 뿐이었다. 이단은 순수한 의도를 담아 유리문의 손잡이를 잡았다.
그 순간 거대한 폭발음이 들려, 꼭 이단의 그 단순한 손짓이 폭탄에 불을 붙인 것만 같았다.
상점에 멀쩡하게 붙어 있던 쇼윈도들이 터져나갔고 호텔의 정문에 서 있는 건장한 체격의 벨보이들도 충격파에 몸을 휘청거리거나 아예 바닥에 넘어지고 말았다. 삽시간에 주인을 잃은 쇼핑백들이 거리를 굴렀으며 각 건물들에 설치되어 있는 방범 시스템이 놀라 경보음을 울려댔다. 평범한 모든 사람들이 폭발에 당황하고 두려워하는 한편 목숨을 건졌음에 안도했다.
오직 이단만이 아무런 반응도 없이 조용했다.
—이단?
0.1초의 오차도 없이 건너편의 상황을 전달해주는 이어플러그 덕분에 벤지는 폭탄이 터진 순간부터 떨리는 목소리로 이단을 부르고 있었다.
—이단, 괜찮아? 이단? 응답해. 이단!
백화점은 아직 연기에 덮여 있었다. 마침 세 블록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는 수도 경찰서로부터 경찰들이 허겁지겁 출동했다. 피해자 겸 목격자들이 황급히 경찰들에게 폭발이 일어난 지점을 일러주었다. 왼편에서는 소방관들이 폭탄이 일으킨 불길을 잡으려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이 순간 마닐라의 심장부는 통째로 살아 있는 자가 동작을 멈춰서는 안 될 곳이 되었다. 미국 땅에 있는 벤지조차도 그 규칙을 존중하고 있는 마당에, 이단 헌트만이 죽음의 진공 속에 파묻혀 있었다.
—이단!!
이어플러그가 툭 떨어졌다. 벤지는 그 때까지도 이단의 이름을 외치고 있었다. 그러나 이어플러그가 폭발 현장을 벗어나려는 인파에게 짓눌리자 벤지는 이단을 위해서 자신이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마저 박탈당했다.
* * *
—필리핀 경찰에서는 이번 사태의 원인을 반정부 일원의 자살폭탄테러로 규정했습니다. 현장에서 반정부 단체의 문신을 한 남성의 시신이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대사관 측에서는 미국인 부상자는 8명이며 사망자는 없다고 집계했는데 부상자 명단에서도 그쪽 요원은 찾을 수 없었고 시신 역시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필리핀 경찰들이 모은 목격자들의 증언에 백인 서양 남성이 주변에 있었다는 얘기가 꽤 있습니다. 그리고 인상착의가 그쪽에서 알려준 것과 동일합니다.
브랜트는 의자에 편히 앉지도 못한 채 화상 통신으로 연결된 CIA 마닐라 지부의 보고를 들었다. 의자에 앉아 있는 벤지도 브랜트와 비슷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계속 수색은 해보겠지만 끝까지 시신이 발견되지 않을 경우 내릴 수 있는 결론은 두 가지입니다. 폭발 지점에서 너무 가까이 있었던 나머지 시신을 수습할 수 없을 지경이 되었거나, 어찌어찌 살아서 몸을 피했다는 거겠죠.
“…필리핀 경찰은 폭발 지점을 어디로 보고 있습니까.”
브랜트가 간신히 물었다.
—서브코프 오피스 솔루션 빌딩에서 동쪽으로 10m 정도 떨어진 길목입니다.
“알겠습니다. 새로운 소식이 있으면 즉시 전해주세요.”
화면이 꺼지고 벤지가 몇 분 전까지 들여다보던 인터넷 브라우저 창이 드러났다. 마닐라 테러 사건을 다룬 기사들이었다. 브랜트는 침묵했고 벤지는 조용히 의자를 돌렸다.
“10m면 살아 있을 수도 있어.”
“그렇지만 폭탄의 위력이 어마어마했잖아. 이단이라도 그걸 피해 살아남는다는 건 어려웠을 거야.”
“그럼 이단이 죽었다고?”
벤지의 말꼬리가 올라갔다. 브랜트가 입매를 딱딱하게 굳히고 벤지를 쳐다보았다. 두 사람은 입술만 깨물었다.
“우리 쪽에서도 필리핀에 사람을 보내야 해.”
브랜트는 대답하지 않았지만 벤지는 그가 자신의 말에 동의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부국장이 해외로 출장 가는 건 현장 요원이 나가는 것보다 절차가 복잡하겠지? 내가 가볼게.”
벤지의 뒤통수에 떠올라 있는 기사에는 하필 쑥대밭이 된 현장의 사진이 포함되어 있었다. 브랜트는 눈썹을 움찔하는 것으로 우연에 불과한 그 불길한 조화를 떨쳐냈다.
한 시간 뒤 직원 한 명이 벤지의 책상 위에 마닐라 행 비행기 티켓을 올려놓았다.
* * *
눈을 뜰 때 개운함이 아닌 고통을 느낀다는 건 첩보 요원들에게 들러붙는 또 하나의 직업병과 같았다. 이단은 오랜 친구처럼 자신의 머리를 덮쳐오는 두통을 밀어내면서 눈을 떴다. 눈꺼풀의 움직임은 의외로 뻣뻣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머리나 이마에 부상을 입지 않았을 리는 없으니 누군가가 대신 피를 닦아준 모양이라고 추측했다.
이단은 자유로운 눈동자를 굴려 자신의 아래를 바라보았다. 손과 발이 모두 침대에 단단히 연결되어 있었다. 이단은 다시금 자신에게 조건 없는 호의를 베푸는 사람은 벤지나 브랜트, 루터 정도밖에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는 두 팔을 몇 번 흔들어보다가 푸스스 흩어지는 숨을 쉬며 내려놓았다.
때맞추어 누군가가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스마트폰을 만지면서 들어오다가 눈을 뜬 이단을 보고는 근처의 전자시계로 다가갔다. 이단이 미간을 좁혔다. 그는 20분 뒤에 시계가 울리도록 알람을 맞춰놓고 쌩 나가버렸다.
이단이 멍하게 눈을 깜빡거렸다. 고문 도구와 자신을 윽박지르는 소리가 없으니 미묘하게 껄끄러운 기분마저 들었다. 일단 정체 모를 20분이 지나기 전까지는 아무도 방에 들어올 것 같지 않았으므로 이단은 열심히 주변에 흩어진 정보들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우선 손과 발을 옥죄고 있는 수갑의 종류 자체는 남다른 것이었다. 이단 헌트라도 열쇠 없이 그것을 풀 수는 없을 게 분명했다. 이단은 자신을 잡아온 족속들이 색다른 속셈을 품고 있다고 추리하며 뒤이어 방의 내부를 살폈다. 스테인리스로 만들어진 카트 몇 개가 눈에 띄었는데 이단의 위치가 낮아서 안에 무엇이 담겨있는지는 보지 못했다. 공기 중에서는 깨끗한 냄새가 났다. 꼭 심혈을 기울여 소독된 병실이나 수술실에서 맡을 수 있을 법한 향이었다.
이단이 상체를 확 일으켰다. 그는 쇳덩이들이 자신을 부여잡는 힘을 허리의 근력으로 떨쳐내면서 제일 가까이에 붙어 있는 카트에 들어있는 물건을 보려 애썼다. 약병의 뚜껑이 아슬아슬하게 그의 눈두덩에 걸렸다. 이단은 그것만으로 자신에게 닥쳐올 상황을 간파했다.
시계의 액정에 떠올라 있는 숫자는 속절없이 줄어갔다. 이단의 몸짓도 그만큼 격해졌으나 수갑은 풀리지 않았고 그가 묶여 있는 침대도 뒤집어지지 않았다. 그가 이를 악물었다.
15분이 흘렀을 때 스마트폰보다 훨씬 정교해 보이는 장비를 든 사람들이 들이닥쳤다. 이단은 눈을 똑바로 뜨고 그들을 쏘아보았다. 역시나 그들은 곧장 이단에게 관심을 주지 않았다.
“아직 5분 남았습니다.”
이단의 시선이 목소리가 향하는 쪽으로 이동했다. 하얀 벽면만큼 무정한 동공은 이단과 그의 뒤쪽에 있는 사물을 똑같은 태도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냥 시작해.”
그 짧은 한 마디로 인하여 이단은 본래 20분 동안 쥐고 있을 수 있었던 자신의 의식을 빼앗기고 말았다.
* * *
터미널에는 여전히 각지에서 온 사람들과 필리핀 현지인들이 가득했다. 이 지역의 명소로 꼽히는 쇼핑센터 따위로 연결되는 통로들을 지나가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다행으로 여겨질 수준이었다. 벤지는 크로스백을 잡고 칫롬 역의 서쪽 출구로 나왔다.
마닐라의 관광지에 처음 와보는 벤지는 해외 관광객들이 테러 사건에 영향을 받은 것인지 아닌지 판단을 내릴 수가 없었다. 그대로 택시만 잡아 타면 25분 안에 이단 헌트가 그에게 남겨 놓은 마지막 위치를 들를 수도 있겠지만 벤지는 입을 다물고 방향을 틀었다. 그는 CIA 마닐라 지부에 가야 했다.
벤지는 역에서 내린 즉시 자신과 협력할 CIA 요원과 한 차례 통화를 마친 상태였다. 그러므로 벤지는 당연히 그 요원과 건물 앞에서 만나 화상 통화로 전달하지 못한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지부의 활동과 충돌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조사를 해야 하는지 안내를 받을 거라고 짐작했다. 벤지가 특별히 잘못 추정한 구석은 없었다.
수도의 핵심인 지역이라서 그런지 인도가 넓었고 그 형태 또한 단순했다. 걸음을 망설일 이유가 없는 벤지는 빠르게 목적지와 가까워졌다. 그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주변에 정보부 요원처럼 생긴 남자가 없는지 몇 번 고개를 휙휙 돌렸다. 동시에 그는 계속 걷고 있었다.
벤지의 머리카락이 살짝 흔들렸다. 이단 헌트의 동료로서 길러진 감각이 세밀하게 무언가를 알려왔다. 벤지와 CIA 지부가 위치한 건물 사이의 거리가 400m 남짓 남은 무렵이었다.
잠시 후 벤지는 오감으로 폭발을 느꼈다.
세상이 순간 진동했고 귓구멍에는 끔찍한 소음이 들어찼으며 결백함이 타는 냄새가 코를 찔렀다. 벤지는 몸을 웅크렸다. 달리던 자동차 몇 대가 화들짝 놀라 인도를 침범하기라도 했는지 한 무리의 사람들이 옆걸음을 놓으면서 벤지를 밀었다. 벤지는 머리를 감싼 자세 그대로 반쯤 기울었다.
엉겁결에 벤지는 연기의 중심에서 비켜나게 되었다. 그는 마네킹 흉내를 내고 있는 것처럼 굳어버린 직원이 지키는 의류 매장을 한 번 쳐다본 뒤에 눈길을 돌렸다. CIA의 일부가 불에 타고 있었다. 그 강렬한 자극은 벤지의 머릿속에 들어와서 하나의 깨달음으로 바뀌었다. 벤지는 마닐라에 오자마자 막연히 세계의 혼돈을 일으키는 문제적 조직이라고만 불려 왔던 악령 같은 조직의 목적을 알게 된 것이었다.
벤지는 미국 중앙정보국을 노리는 자들이 그것이 키워낸 최고의 인재를 훔쳐갔다는 상황을 어떻게 타개해야 할지 몰랐다.
Original Date 2015. 08.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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