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ission Impossible: Rouge Nation, Ethan Hunt/Benji Dunn
- Written by. Jade
The Altruistic Gambler
나무는 끈질기게 빛을 막고 소리를 차단했다. 경건한 이유로 하늘을 어지럽히는 총성도 자연의 비정상적인 담담함과 평온함에 맥을 못 추는 것만 같았다. 일사는 꽃잎이 부서지는 불상사를 막고자 코트 안자락에 잘 감춰 놓았던 꽃 한 송이를 바깥으로 빼고 천천히 걸었다. 대개 건장한 체격을 가진 남성들로 이루어진 무리가 그 각진 선에 맞지 않게 고개며 어깨를 웅크리고 있었다. 곧 그들은 일사가 들고 있는 것과 비슷한 모양을 가진 꽃들을 후두둑 한 곳에 떨어뜨렸다. 일사는 그 어느 때보다 굳은 브랜트의 입술을 볼 수 있었지만 벤지 던을 찾을 수는 없었다.
일사는 계속 나무 그늘 속에 서 있었다. 장총을 든 남자들이 제일 먼저 사라졌고 형식적으로나마 자리를 지켜야 했던 성직자도 남은 이들에게 인사를 했다. 루터와 브랜트는 해가 질 때까지 서 있을 작정처럼 보였으나 브랜트가 일사를 발견하고는 루터의 어깨를 쳤다. 두 사람은 일사를 위해 자리를 양보했다. 일사의 곁을 지나가면서 브랜트는 굳이 함께 그들의 동료를 기리자는 말은 하지 않았다. 일사는 그 호의에 브랜트에게 잠시 시선을 주었다.
일사는 꽃의 줄기를 잡고 곧장 꽃을 던지려다가 멈칫했다. 그녀는 숨을 한 번 내쉬고 이단 헌트의 이름이 가려지지 않게 꽃을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아무리 슬프고 인정할 수 없는 일이 발생했다 하더라도 이단 헌트를 가려지게 할 수는 없었다. 일사는 그렇게 생각했다.
“왜 이제 와요?”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있던 일사가 대뜸 말했다. 아무것도 들고 있지 않은 벤지가 일부러 퉁명스럽게 중얼거리는 음성을 냈다.
“남들한테 창피한 꼴 보일까 봐요. 당신이 있을 줄 알았다면 더 늦게 오는 건데.”
벤지의 발이 풀을 툭툭 치는 소리가 났다. 일사는 벤지의 얼굴보다는 그의 발끝이라든가 불완전하게 말린 손가락 등을 더 오래 바라보았다. 이윽고 벤지는 일사의 옆으로 다가왔는데, 사실 그녀의 옆자리에 서려고 했다기보다는 그 지점이 이단을 잘 볼 수 있는 지점이었기 때문에 그곳을 점유한 듯했다. 벤지는 일사의 옆에 반쯤 털썩 앉아서 이단의 이름을 손날로 툭툭 치듯이 닦았다.
일사는 계속 벤지를 바라보게 되었다. 벤지가 이단의 앞에 놓인 하얀 꽃들을 한 곳으로 모았다.
“있죠, 나는 이단한테 이런 말을 자주 했어요. 이렇게 나가다가는 진짜 큰일 한 번 저지를 거라고. 당신도 들었었지 않아요? 그 때 같이 있었잖아요.”
“…런던에서의 일을 말하는 거라면 기억하고 있어요.”
“당신도 아마 내가 했던 말과 비슷한 소리를 이단한테 한 번 한 적 있었을 걸요? 이단한테는 도박사 기질이 있으니까 USB에 있는 정보를 가지고 레인을 꾀어낼 거라면서요.”
“네, 그랬죠.”
벤지가 웃음기를 섞어서 말했다.
“어떻게 보면 되게 허술하지 않아요? 첩보 요원이라는 작자가 그렇게 자기 성질을 여기저기 잘 읽히고 다니니 말이에요. 레인도 당신도 그 때는 이단을 오래 알았던 사람들이 아니었잖아요. 아, 혹시 몰라서 덧붙이는데 당신을 과소평가하려고 이런 얘기를 꺼내는 건 아니에요.”
벤지가 조금이라도 농담으로 해석될 수 있는 말을 끼워 넣었다는 걸 간파한 일사는 그의 의도에 맞춰서 목소리를 냈다.
“그 정도는 나도 알죠.”
“그런데 이단은 가장 중요한 한 가지 사실을 잘 숨기고 다녀요. 이건 진짜 첩보 요원다운 부분이죠. 몇 년을 온갖 일을 함께 겪어야만, 그의 본질에 가장 가깝다고 할 수 있는 부분 하나를 다른 사람에게 툭 보여줘요. 그게 뭔지 알아요? 당신은 뭔지 알겠어요?”
일사는 굳이 대답하지 않았다. 벤지가 굳이 자신의 답을 듣고 싶어서 질문을 한 것이 아니라는 것쯤은 벤지가 악착같이 뱉어내는 음성과 그의 표정, 떨림 등 그의 곳곳에 산재하는 증표들을 통하여 충분히 파악할 수 있는 사실이었다. 일사는 침묵했고 자신이 소리 낸 질문을 되받은 벤지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의 도박은 절대로 그를 위한 것을 얻어내지 않아요.”
벤지가 꽃 더미에 딱 하나 올려놓았던 꽃이 밑으로 떨어지면서 이단의 이름을 덮었다. 그러나 벤지는 곧장 그 꽃을 치우지 않았다. 벤지의 손가락이 이단 헌트의 묘비를 기었다.
“생각해봐요, 일사. 도박이라는 건 가장 파렴치하면서 이기적인 행동이란 말이에요. 누가 도박에 자기 자신을 걸죠? 돈을 걸든, 차를 걸든, 하다못해 집이나 아내를 걸든 그것들은 다 도박사 자신이 아니에요. 그리고 도박사는 자신이 얼마든지 그 관계를 끊어버릴 수 있는 무엇으로 오직 자신에게만 이로운 이득을 챙겨요. 이렇게 말하니까 도박하는 놈들 진짜 못됐네요. 그런데 내 말이 맞지 않아요?”
기어코 벤지는 떨어진 꽃을 잡아서 더미 위에 올린 뒤에 살짝 눌렀다. 그 미약한 힘에도 얇은 꽃잎은 부서져 이단 헌트의 이름을 하얗게 장식했다. 벤지가 연달아 눈을 깜빡거렸다. 사방에서는 감정 없는 자연의 향기가 났다.
“반면에 이단 헌트의 도박은 특별해요. 그는 오직 도박판 위에 자기 자신을 내던지면서, 가까스로 얻은 이득을 자신을 위해 사용하지 않죠. 아니, 그건 애초에 이득이라고 볼 수도 없어요. 이단의 행동들은 대부분 ‘회복’을 위한 것이니까요. 원래 그 자리에 있어야 마땅한 걸 되찾는 일에 지나지 않으니까요. 당신도 주저 없이 도박이라고 불렀던 솔로몬 레인과의 승부를 떠올려 봐요. 그걸로 이단이 얻은 게 뭐가 있죠? 뭐, 그 뒤로 도망자 신세를 면하긴 했죠. 하지만 그게 이단이 행동하게 만든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아니었잖아요. 그 자신의 옆에 있어야 하는 동료를 되찾고, 더불어서 당신을 자유롭게 해주기 위해서 이단은 모험을 했죠. 거기서 이단이 챙긴 건 한 가지도 없어요.”
일사는 그쯤에서 벤지의 입술을 쉬게 만들려고 했다.
“이단이 죽고 난 뒤에 내가 반드시 했어야 했는데, 하지 못했던 일이 있었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게 뭔데요?”
“이단에게 그러다가 사고 친다는 소리를 했을 게 아니라, 사고 치기 전에 한 번이라도 이기적인 모습을 보여 보라는 이야기를 해 줬어야 했어요.”
벤지가 자신의 무릎을 짚고 몸을 일으켰다. 벤지의 손길에 의해 정리된 이단의 비석은 적당히 깨끗했고, 심하게 부서지지 않은 꽃잎에 의해 약간의 아름다움도 갖추게 되었다. 벤지는 인상을 찡그리면서 눈을 한 번 비볐다.
“이단은 아마 자신의 죽음 앞에서도 떳떳할 거예요. 그의 죽음으로 후회하는 건 이단이 아니라 우리에요. 그의 곁에 있었던 우리들. 그가 세상에서 가장 이타적인 도박사였음에 자신도 모르게 안주했었던 우리들이요.”
일사는 그 말에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먼저 가도 돼요. 난 좀 오래 있을 것 같아서.”
“같이 있어줄까요?”
“어느 쪽으로 호의를 발휘해주든 난 괜찮아요.”
그 시점에서 일사는 자신이 떠난다면 벤지가 어떻게 될지 대략 예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일사에겐 그 예상을 뛰어넘는 다른 자격이 없었다. 그녀는 벤지의 어깨를 잡지 않고 다만 고갯짓했다.
“…갈게요, 벤지. 잘 있어요.”
벤지가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일사는 떠나면서 벤지가 천천히 우는 소리를 들었다.
Original Date 2015. 08.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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