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ar Trek Into Darkness, Khan Noonien Singh/Leonard McCoy
- Theme from 'Outlaws of Love' by Adam Lambert
- Written by. Jade
Outlaws of Love
맥코이는 눈앞의 물건을 보고 어떠한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몰랐다. 그것은 분명히 자신도 다뤄본 적이 있었던 얼음 같은 캡슐이었다. 냉각 장치가 제거되고 수동으로 개폐될 수 있는 커버가 어뢰에 갇혀 있는 듯한 기분은 덜어주겠지만, 맥코이는 찜찜한 느낌을 지우지 못하면서 반대편을 돌아보았다.
상대방은 그것보다 더 좋은 자리가 어디 있겠냐는 눈빛이었다. 그는 확실히 상상 외의 호의를 발휘하고 있었다. 맥코이를 묶어 놓지 않는 것도 그랬고, 인간들이란 챙겨줄 게 많아서 귀찮다는 경멸을 이따금씩 내비치긴 해도 물리적으로 위해를 가하는 일은 없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맥코이는 상대를 볼 때마다 답답한 압박감을 호소하곤 했다. 평범한 이가 가장 뛰어난 강화인간을 마주하는 상황이므로 그것은 맥코이의 잘못이 아니었다.
"…기왕 줄 거면 침대에 딸려오는 것도 같이 챙겨주면 안 되나."
맥코이의 말은 지체 없이 무시되었다. 한 두번 있는 일은 아니었다. 스타플릿의 유력 함선인 엔터프라이즈의 수석 의료 장교를 납치함으로써 숱한 죄목을 또 늘린 인물은 할 일이 많았다. 맥코이는 마지막으로 혼자 투덜거리고 침상으로 개조된 극저온 캡슐 안을 살폈다. 쿠션감이 있어 잘 때마다 허리가 아픈 경우는 없을 것 같았다.
"박사가 의견을 제시해야 할 사항을 적어 책상에 놓아 두었다. 확인해."
칸은 맥코이를 돌아보지도 않고 말했다. 그는 언제나 캡슐들을 보고 있었다. 트랜스포터 장치가 아니라 핵심 기술 자체를 소화하는 놀라운 능력을 바탕으로 72정의 캡슐을 탈취한 칸은 자신의 동료들을 깨우지 못하고 있었다. 캡슐에서 배출된 한 명이 이유 없이 심장마비로 사망한 이후 그는 어떤 장치도 열지 않았다. 그리고 레너드 맥코이를 데려왔다.
그러고 보니 그 녀석이 썼던 거겠네, 하고 맥코이는 생각했다. 그의 부주의도 아니었거늘 아직도 칸이 죄책감을 가지고 있는 동료의 마지막 흔적이 맥코이에게로 왔다. 칸은 오늘도 자료들과 표본들 속에 파묻혀 있을 속셈인 모양이었다. 맥코이는 그를 보면서 자신의 침대를 최대한 멀리 밀어놔야겠다고 생각했다. 납치범에게 좋은 시선을 던져줄 순 없어도, 자신이 캡슐과 가까이 있는다면 영영 칸이 레너드 맥코이를 볼 일이 없을 지도 몰랐다.
맥코이는 책상에 있던 종이를 긁어모았다. 칸은 미동이 없다.
책상에 긁힌 자국이 있다. 맥코이가 자신이 잡혀 온 날짜를 센 흔적이었다. 얼음 조각을 대신 흘릴 것 같은 범죄자의 등에서 멀어져 맥코이가 그의 메모를 읽었다.
"비가 와."
맥코이가 슬그머니 말문을 열었다. 칸은 코트를 입고 있었다. 여닫을 수 있는 창문이 아닌 환풍구로 공기가 순환되는 지독한 장소라 자연의 청명한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불투명한 유리에 굵은 빗방울들이 끊임없이 맺혔다.
칸은 하루의 일과처럼 정해진 시간에 외출을 했다. 말려 들어간 코트의 깃을 잡아 빼는 손짓에서 맥코이의 말을 고려한 기색은 전혀 묻어 있지 않았다. 맥코이가 다시 한 번 말했다.
"정말 많이 오는데."
"갔다 오지."
문을 닫는 소리가 최후에 남았다. 맥코이가 미간을 찡그리면서 한숨을 쉬었다. 스턴건을 맞아도 금세 정신을 차리는 별종이 비를 맞고 감기에 걸릴 걸 걱정하는 건 아니었다. 둘이 있는 환경은 누구에게도 좋지 못했다. 필수적인 가구마저 추방된 이곳은 오로지 누군가를 밀어붙이기 위한 감옥 같은 실험실이었다. 맥코이는 마른 수건이 있나 찾아보려고 주위를 돌아다녔다.
칸이 읽는 자료들은 그가 쏟아 부은 시간이 무색하도록 깨끗했다. 그러나 맥코이는 칸이 그것들을 보면서 얼마나 최선을 다해 머리를 굴렸는지 알고 있었다. 여분의 펜도 없어서 열등한 인간에게 넘겨주고 자신의 사고 속에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하는 처지는 실은 누구에게나 동정받아도 이상할 게 없었다. 맥코이는 그저 수건을 가지고 지나는 길에 칸의 자리를 정리했다.
유리창 가까이에 가면 비가 부딪히는 소리가 후두둑 났다. 손잡이도 없는 창문을 한 번 바라본 맥코이는 발걸음을 옮겨 출입구와 가장 가까이 있는 창문에서 멈췄다. 그가 손으로 안쪽 창문을 닦았다. 그리고 거센 빗줄기에 닦인 창문의 바깥으로 이따금씩 검은색 뒷모습이 보였다.
창을 때린 빗방울이 아래로 내려가면서 잠깐 네모난 렌즈가 밝아질 때, 맥코이는 하늘을 바라보지 않는 칸을 발견할 수 있었다. 검은 머리카락은 젖어 갈라진 상태로 목덜미에 붙었고 팔 한쪽 하나 움직이지 않은 채 정지해 있었다. 맥코이는 자연스럽게 그가 눈을 감고 피처럼 눈물을 떨구는 모습을 떠올렸다. 그도 눈물을 흘릴 수 있었다. 맥코이가 여기에 잡혀온 지 40일이 지났음은 칸 역시 그동안 깨어날 기약이 없는 자신의 동료를 안타깝게 응시했다는 뜻과 통했다.
문득 맥코이가 창을 두드렸다. 온 감각이 발달해 있는 강화인간은 그 소리도 용케 들은 모양이었다. 먹구름 낀 하늘보다는 밝지만 한편으로는 그것보다 밝을 일이 없는 눈동자가 반 정도는 가라앉아 맥코이를 마주했다. 맥코이는 칸을 향해 수건을 들었다.
빗방울이라고도, 혹은 눈물이라고도 불러도 좋을 투명한 줄기가 칸의 창백한 뺨에 흘렀다.
그는 관행을 깨고 평소보다 일찍 들어왔으나 그렇다고 비가 그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다만 비가 온 탓에 맥코이가 칸에게 수건을 건넸을 뿐이었다. 물을 머금고 한껏 무거워진 코트가 내려앉는 소리는 둔탁했다. 칸은 고맙다는 말도 없이 수건을 받았지만 맥코이는 그의 눈에서 그보다 훨씬 많은 의미를 읽어냈다. 안타깝게도 모두 레너드 맥코이와 관련이 없는 것들이었다.
머리에 떨어진 비가 발끝까지 흘러 땅에 스며들듯이 맥코이의 시선이 칸의 형상을 빠짐없이 눈에 담고서는 사라졌다. 맥코이는 뒤를 돌았고 칸은 여전히 그 자리에서 물기를 닦고 있었다.
그 무렵에도 현관문은 틈을 남겨두고 있었다. 비 내리는 소리가 유난히 세게 들려서 맥코이는 의아함에 고개를 돌렸다. 칸은 느릿하게 수건으로 머리카락을 닦으면서 문은 완전히 닫지 않았다. 얇게 찢어진 그 공간으로부터 맥코이는 차가운 공기와 칸이 흩뿌린 수분을 느꼈다. 그의 푸른 안구가 환상처럼 눈앞에 번졌다.
곧 현관문이 저절로 문틈과 맞물리듯 칸은 동료들이 잠들어 있는 구역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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