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ID/존본즈] Knocking on Heaven's Door

- Star Trek Into Darkness 2013. 10. 12. 23:11 posted by Jade E. Sauniere

- Star Trek Into Darkness, John Harrison/Leonard McCoy

- 이름이 나오지 않는데, 천사 존과 인간 본즈로 짤막한 글.

- Written by. Jade


Knocking on Heaven's Door




  상상은 자유다. 천사가 인간들을 보면서 자주 떠올리는 말이었다. 자애로운 신의 사자가 어린 양들을 굽어보면서 던지는 발언 치고는 냉정했지만 천사에게도 각각의 특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얀 날개의 천사는 정말로 그렇게 생각했다.


  그는 천국에서 연옥이 가장 잘 보이는 지점에 살았다. 그가 거기서 보는 연옥은 이탈리아의 대문호라든가 유명한 화가가 으스스하게 묘사해 놓은 곳과는 많이 달랐다. 그는 특히 보티첼리의 그림의 경우, 취미가 괴팍한 악마가 가꾸는 구렁텅이에 더 가깝다는 평가를 내렸다. 연옥은 망자들이 심판을 곳이 아니다. 이를 테면 사람들이 오가는 기차역에 설치된 만남의 광장에 더 가깝다는 뜻이다. 물론 천사가 서 있는 천국보다야 검붉고 깨끗하지 못했다. 그래도 그는 연옥의 풍경을 잘 견뎠다.


  그는 천국의 황금빛 문을 지키는 천사였다. 그는 날개를 펼치고 서서 천국과 연옥이 이어진 부분을 감시하며 문이 더 찬란하게 빛날 수 있게 장식들을 어루만져 주기도 했다. 천국의 문은 처음에는 그토록 거창하지 않았는데, 인간들이 사는 곳 중에서 장화 모양을 닮은 반도에 사는 시민들이 지상에서 천국의 문을 짠 것에 감동한 신이 그것을 여기까지 끌어올렸다고 한다. 500년도 더 전에 땅 위에서 문을 만들었던 예술가는 그 소식을 듣고 기뻐 날뛰며 온 몸으로 찬송가를 빚어냈었다. 그러나 예술가가 천국까지 올라간 자신의 걸작을 본 건 딱 한 번뿐이었다. 천국의 문은 안으로 들어오는 자를 맞이하기 위해 서 있는 것인지 누군가를 내쫓기 위함이 아니다.

 

  천사는 그러한 문을 지키고 있었다.


  천국과 연옥의 경계는 대단하지 않다. 요정들이 눈을 부라리면서 날카로운 깃털을 던지고 있지도 않고 솟아오르는 불길도 없다. 연옥은 천국을 만나기 직전에 꼭 평평한 지구가 모서리를 만나듯 아무렇지도 않게 뚝 끊겨 있을 뿐이었다. 이후 천국의 문지기가 된 천사가 마지못해 거기에 누구도 깰 수 없는 투명한 벽을 설치했다. 검붉은 연옥과 하얀 천국 사이에 낀 그것은 마치 기름층 같았다.


  천사는 그 곳을 셀 수도 없는 나날 동안 지키면서 다리가 아픈 건 몰랐으나 이따금씩 씁쓸함을 느꼈다. 인간이 오래 전에 헌사한 문 두 짝이 천사의 벗이다. 그는 천사이면서 천국에 들어가지 못했다. 하얀 날개가 뺏기지 않았어도 이쯤 되면 누구나 그가 신에게 탈락당한 천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첫 날 그는 문을 두드렸다. 비명 없이 오로지 쿵쿵대는 소리가 온종일 울리게 했다. 당시에는 유리벽이 없어서 연옥에서 대기 중인 영혼들이 모서리 끝에 옹기종기 모여 천사의 발악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들을 사탄보다 무서운 눈초리로 노려보고 있던 천사는 뜯어져도 살아나는 부조의 일부에 단념해버리고 과묵한 문지기가 되었다. 천국으로 들어갈 이들이 처음 보게 될 천사로 자신을 선택한 신을 비웃으면서 말이다.


  때때로 그는 연옥 부근의 땅에 앉아서는 노래를 불렀다. 음의 변화가 거의 없는 단조로운 곡조였는데, 천사의 목소리가 진실로 아름다워 몇몇이 노래를 들으러 연옥 끄트머리까지 왔다. 그리고 두려워하면서 돌아섰다. 빛의 존재는 밤을 노래했다.


  그대가 받았던 양말과 신발들을 신어 보았던가?

  그대가 밤마다 앉아서 그것들을 신어 보았을 때마다

  신이 그대의 사도를 받아 가네

  모든 밤에 어린 불길과 함대와 촛불의 빛

  신이 그대의 사도를 데려가네

  매일 밤 불길이 그대를 오그라들게 하고 신이 그대의 사도를 데려가


  천사가 앉아 있던 어느 날 연옥의 절벽 위에 아직 인간 남성의 형상을 한 영혼이 왔다. 그는 절망이라기 보단 정당한 원망을 담고 천국을 바라보고 있었다. 남자는 이내 천국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를 발견했다. 신과 의절했다고 날개의 색이 칙칙하게 변하는 것은 아니라 천사의 날개는 하얬다. 그래서 남자의 눈에 그는 연옥에서 탈출할 길을 제공해 줄 것 같은 동아줄로 보일 테였다. 천사는 이런 상황에서 자신이 악취미적으로 드러내곤 했던 노래 실력을 발휘했다. 그렇게 하여 천사는 신이 자신의 종을 내칠 수 있다는 걸 여러 영혼들에게 알려준 바 있었다.


  신이 그대의 왕을 데려간다네


  기품 있게 눈꺼풀을 내리깔고 천사가 매력적인 목소리를 냈다. 이따금 팔락이는 날개는 노래를 부르고 있는 천사의 입술을 대신해 조소했다. 황금빛 문이 뒤편에서 풀이 죽는 것 같았다. 연옥의 남자는 어딘가에 묶인 듯 노래를 듣고 있었다.


  그대가 마실 것과 일용할 양식을 받았을 때 

  매일 밤마다 불길이 그대를 겁먹게 해

  그대의 왕을 거둬가는 전능하신 신이여


  천사는 우아하고 관능적인 목소리로 노래를 마무리 지었다. 


  남자의 반응은 다소 덤덤했다. 안색이 새파래지지도 않았고 천국으로부터 부리나케 멀어지지도 않았다. 남자는 감상이라도 전해줄 듯 뭐라고 입을 움직였다. 천사의 귀에는 다 들렸다. 남자는 맨 처음에 천사의 아름다운 목소리를 칭찬하고 이렇게 말했다. 당신이 내 사도여서, 나도 천국에 매달릴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천사는 자신이 문지기 이전에 천사라는 걸 오래간만에 깨달았다.  

  




if ever thou gavest hosen or shoon
then every nighte and alle, 
sit thou down and put them on; 
and Christe receieve thy saule. 
this ae nighte, this ae nighte, 
every nighte and alle, 
fire and fleet and candle-lighte 
and Christe receieve thy saule.
if ever thou gavest meat or drink 
then every nighte and alle, 
the fire shall make thee shrink
and Christe receieve thy saule. 

Voice Acting by. Benedict Cumberbatch
글에 인용된 가사와 영문의 뜻은 조금 다릅니다.

* 언급되었던 '천국의 문'은 기베르티의 산 조반니 세례당의 문입니다.
* 또 언급되었던 보티첼리의 작품은 지옥의 지도. 댄 브라운의 인페르노에 등장했던 그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