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ar Trek Into Darkness, for Khan Noonien Singh
- Written by. Jade
The Great Pawn
이것은 캐서린 헤이스팅스가 강화인간들의 동결 이후 감방을 하나씩 수색하다가 찾은 기록이다.
누군가 그의 모습을 봤으면 아마 고상하게 전략을 짜고 있다고 말했으리라. 하얗고 검은 체스 판을 펼쳐다 놓고 혼자서 말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남자는, 그 지위부터가 군단의 우두머리였기 때문에 평범한 이들의 추측에는 비논리적인 점이 없었다. 월터 역시 잠깐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이내 체스판 위의 말들이 대단히 불완전한 것을 알고는 의문을 표했다.
"다른 말들은 다 어디 있습니까?"
판은 분명히 누구의 차례도 거치지 않은 첫 번째 시작점의 형태를 취하고 있었다. 다만 킹과 폰밖에 없는 점이 특이했다. 심지어 치워진 종류들은 책상 위에도 없었다. 질문을 던진 이에게 곧바로 대답이 돌아오지 않아, 월터는 혼자서 여러 가지 이론을 펼쳐보았다. 월터의 시선을 거치면 모든 것이 합당한 구석이 있는 시험일 수 있었다. 그 즈음에 칸이 입을 열었다.
"예상외의 질문을 하는군."
"제 질문에 잘못된 점이라도 있습니까?"
"아니, 이런 구도가 가능한 지부터 먼저 묻지 않았다는 게 의아했을 뿐이다."
월터는 쉽게 답했다.
"대단히 작위적인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면 불가능하지 않겠습니까."
그의 평대로 칸은 일부러 체스판 위에 왕과 병사만을 허용했다. 그는 그것으로 전쟁을 구상하지는 않았지만 대신 세상을 엿보았다. 전진과 동시에 인간을 무너뜨리는 강화인간의 리더가 보기에 자신과 인간들의 관계가 그러했다. 체스 판에 설 수 있는 말들 중에 가장 수가 많은 폰과 승패를 좌우하는 킹 사이에서, 그의 눈동자는 폰에 더 오래 머물렀다. 월터가 그 눈길을 쫓아 가봤지만 무언가를 얻지는 못했다.
그 짧은 에피소드 아래에 결국 시험으로 탄생하고, 시험을 업으로 삼는 월터의 상념이 적혀 있었다.
같은 강화인간이 표현하는 칸 누니엔 싱은 인간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밑바닥도 모르고 야만적인 인물이 아니었다. 자신의 의미와 미래를 모르는 단순한 전쟁기계로 살아갔으면 오히려 그는 인류를 상대로 반기를 들지 않았을 것이었다. 그의 우월한 두뇌가 결코 자신에 대한 숙고를 멈추지 않았던 탓이었다. 월터가 칸의 체스 판을 받아들이는 방식 역시 여기에서 기원하였다.
교묘한 플레이어가 다루는 폰은 자신보다 등급이 높은 말도 척척 잡을 수 있는 휘광을 얻게 된다. 월터는 킹과 폰만이 남을 수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했고 칸도 크게 부정하진 않았으나 불가능하다고 단정 지을 수도 없었다. 용맹한 병사는 말을 탄 귀족도 벨 수 있는 법이었다. 그리고 월터는 고민 끝에 게임의 후반부에 가서도 폰이 하나 정도는 남아 있는 광경이 흔하게 연출될 수 있음도 깨달았다. 한편으로 수가 많아 소모품으로 전선에서 버려질 수도 있지만, 그러는 와중에도 끈질기게 살아남을 수 있는 게 낮은 이의 생명력이었다.
칸의 똑똑한 기사는 그들의 리더가 체스에서 가장 흔한 존재와 자신을 동일시했음을 발견하고 나서 안타깝게 글을 마쳤다.
헤이스팅스 박사는 월터가 쓰던 방을 둘러보았다. 감옥과 다름없는 곳이라 물건을 몇 개 놓을 수도 없이 좁았지만 그 점을 고려해도 깨끗하고 온순했다. 굵고 뭉툭한 펜과 얇은 공책이 그가 만졌던 전부처럼 보였다. 박사는 종이를 앞으로 넘겼다. 공책이 작아서 글씨를 줄인 흔적이 있었고, 간간히 쓰인 내용은 전부 그의 동족과 그가 신실하게 섬기는 리더에 관한 것이었다.
캐서린은 강화인간들이 영리하다는 점을 인정했다. 캐서린이 여기에 첨언한다면 칸은 용맹하고 요긴하지만 결국엔 부러질 수밖에 없는 용사의 애검과도 같은 존재였다. 어느 이야기에서도 검이 최종 장을 장식하지는 않는다. 캐서린은 칸 누니엔 싱과 그의 군대가 봉인된 현재를 기억했다.
그러나 그 즈음에서 캐서린은 흑색의 왕과 백색의 왕에 대해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 Star Trek Into Darkness > Novelette' 카테고리의 다른 글
[STID/존본즈] Haze and Gold 01 (0) | 2016.06.23 |
---|---|
[STID/존본즈] Haze and Gold Prologue (0) | 2016.06.23 |
[NC/칸엘리캐시] The Moment of Failed Passing (0) | 2013.09.18 |
[NC/칸월터] The Brave Knight (0) | 2013.09.18 |
[STID/Khan] Narcissistic Cannibal #10 (Finale) (0) | 2013.09.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