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vS/숲뱃(클락브루스)] Becoming God

- DC Movie Universe 2016. 8. 31. 16:11 posted by Jade E. Sauniere

- Batman v Superman : Dawn of Justice, Superman/Batman

- Original Date 2016. 08. 21

- Written by. Jade


Becoming God




  하얀 옷을 입고 붉은 날개를 단 천사가 말했다.


  "피란델로라는 작가를 알아요?"


  검은 옷을 입은 인간이 대답했다.


  "이탈리아 문학이라도 읽는 건가."

  "역시 알고 있었네요. 당신은 똑똑한 사람이니까 알 것 같았어요. 그 사람이 쓴 작품 중에 우리 둘 모두에게 정말 잘 어울리는 책이 있어요."

  "한가로운가보군."

  "인간을 지배하기 위해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는 않아요."


  죽음의 천사이자 인간의 지배자인 남자의 얼굴은 희미하게 밝았다.


  "당신은 언젠가 나에게 나는 신도 아니고 인간도 아니라고 말한 적이 있었죠. 당신의 그 통찰력이 얼마나 희귀하고 또 고귀한 것인지 그 때는 몰랐어요. 그래요, 사람들은 나를 그렇게 봐야 해요. 그런데 당신을 제외한 거의 모든 인간들은 나를 신으로 봤어요. 태양만 있으면 그 누구보다 강력해지고, 하늘을 날아다니고, 이 행성을 초월한 세계에서 나타났기 때문에 그런가보죠. 적어도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신들과 나는 어느 정도 닮은 점이 있어요."


  "그것으로 지금 자신의 위치를 정당화하겠다는 건가? 민주주의적 절차를 거쳐서 정권을 잡은 독재자에게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말하는 것과 같은 궤변이야." 


  "나는 당신이 해석한 그대로의 존재가 되고 싶었어요."


  그의 공포정치에 대한 가장 든든한 벗으로 태양을 두고 있는 독재자가 우울하게 중얼거렸다.


  "그리고 기왕이면 좀 더 인간다운 존재가 되고 싶었어요. 그래야 당신이나 다른 사람들과 더 가까워질 수 있지 않겠어요? 그런데 나를 인간답게 만들어 주는 유일한 사람이 죽고 나서 나는 물어야 했어요. 나는 누구지? 이제 나는 무엇이 되어야 하지? 당신의 시선은 논리적이고 모든 면에서 다 옳았지만 그래서 따뜻하지 않았고 그렇기 때문에 당장 나에겐 도움이 되지 않았어요. 지극히 옳은 걸 외면하고 싶을 때가 종종 있는 법이잖아요? 그래서 다른 모든 사람들의 눈동자에게 물었고 대답을 얻었어요. 피델리오가 쓴 소설의 주인공처럼."


  인공적인 신이 말했다.


  "나는 당신들이 바란 그대로의 것이 되었을 뿐이에요." 


  "하지만 파괴하는 신이 되기로 한 건 네 자신이 선택한 거야."


  밤의 영웅도 아니고, 이 순간엔 오직 한 명의 인간일 뿐인 남자는 당당하게 주장했다.


  "그녀를 잃은 바로 그 시점에서 너는 인간에 가까워지길 포기한 거야. 그렇게 되면 그녀를 죽인 자와도 닮아질 테니까. 일시적으로 해답을 잃어버린 상태에서 다른 자들이 신이 되어달라는 소망을 보낸 건 너에겐 어쩌면 다행인 일이었을 걸. 네가 납득할 수 있고 실현할 수 있는 거였으니까. 하지만 자비로운 신은 하나의 추억거리가 되었지. 네가 노력과 자비를 베풀어서 구해야만 하는 사람이 사라졌고 네가 반드시 없애야 할 자들만 남았으니."


  인간이 원하지 않은 신이 입술을 물었다.


  "나를 봐."

  "보고 있어요."

  "아니야."

  "당신을 보고 얘기하고 있잖아요."

  "클락, 나를 봐. 뭘 불안해하지?"


  파괴신과 천사와 외계인과 인간을 오가는 존재가 표정을 찡그렸다.


  "로이스 레인이 죽던 날 이후로 너는 나를 보지 않아. 그러나 넌 태양과 심판의 신이 될 수는 있어도 지혜의 신이 될 수는 없어. 피란델로가 쓴 소설의 주인공처럼 응시해보라고. 내가 너의 거울이 되어줄 테니."


  인내심과 자애로움이 있는 고목과 같이 인간은 계속해서 그에게 자신의 눈동자를 제공하려고 했다. 정의내리기 애매해진 존재는 결국 인간의 시선을 받아들고야 말았다.


  ―나의 육신이 거만한 나의 정신에서 분리되는 것을 저기 내 앞에 있는 거울 속에서 볼 수 있었다. 아, 마침내! 저기 그가 있구나! 


  존재는 책의 구절을 들었다.


  ―아무것도 아니었다. 아무도 아니었다. 누군가 잡아주기를 기다리는, 한 가련하고 무기력한…

  "그 날 나는 너를 이렇게 보고 있었어."


  그를 정의내릴 수 있는 한 단어는 클락 켄트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클락 켄트가 입술을 떨었다.


  "아니…."

  "그 때 너는 나를 보지 않았어."

  "그렇지 않…."

  "너무 좌절스러워서 모든 걸 다 속단하기에 이르렀던 거야."

  "나는…."

  "그렇지만 나는 너를 차갑게 보지 않았다, 클락."


  인간에 의해 신이 된 자는 자신이 억지로 신이 되길 바라지 않는 사람을 바라보았다. 그제야 그는 십만 명의 시선이 되기에도 바빠 그 자신은 미처 느끼지도 못했던 비합리적인 무게감을 벗게 되었다. 






인용된 책은 루이지 피란델로의 <아무도 아닌, 동시에 십만 명인 어떤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