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C Comics Movie Universe, Clark Kent/Bruce Wayne
- Written by. Jade
Breakfast at Glasshouse
켈리 알렌 기자는 자신의 지정석이나 다름없어진 한 나무의 울타리에 다리를 기대고 샌드위치를 뜯었다. 오늘도 굳게 잠긴 철문은 그녀를 위한 등받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칠면조 샌드위치를 먹으면서 자동으로 돌아가는 입구 쪽 CCTV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CCTV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묵묵히 샌드위치를 씹었다.
켈리가 안쪽의 거주자만큼이나 무정하고 쌀쌀맞은 별장에 진을 치게 된 지 벌써 다섯 달이 넘어가고 있었다. 켈리가 다니는 직장은 독자들에게 무가지 수준의 싼 가격에 신문을 팔아치우는 한편, 논란거리가 될 만한 사진이나 제보를 다른 언론사에 팔아넘기면서 수익을 얻는 전형적인 타블로이드 신문사였다. 직감이 좋고 끈질긴 성미를 가진 그녀와 딱 맞는 일터라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철문과 별장을 앞세워 꽁꽁 숨어 있는 고담시의 황태자는 이를테면 그녀의 직감과 성미에 모두 걸려든 대상이었다.
브루스 웨인의 날카롭고 냉정한 면모는 이미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었는데, 켈리는 그 얼음송곳 같은 성격이 한 번 대사건을 일으킬 거라 일찍이 예감하고 그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브루스 웨인 주위에 덩치 좋은 남자 하나가 맴돌기 시작했다. 그 역시 기자 출입증을 달고 있었지만 그는 브루스 웨인과 이야기하면서 단 한 번도 수첩이나 녹음기를 꺼내지 않았다. 어쩌면 두 사람이 메모가 필요할 정도로 긴 대화를 나눈 일이 드물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그러나 타블로이드의 세계에서 잔뼈가 굵은 켈리는 두 사람에게서 스캔들의 냄새를 맡았다.
‘브루스 웨인과 저 남자 사이에는 보다 더 특별한 것이 있을 거다!’
물론 처음부터 브루스 웨인의 뒤를 캐기에는 부담이 상당했으므로 켈리는 보다 만만한 기자의 흔적을 우선 살폈다. 그는 데일리 플래닛 소속의 클락 켄트라는 인물이었는데, 외계인을 비롯해서 메트로폴리스에 뉴스거리가 들끓던 시기에 채용된 많은 기자 중 한 명으로 보였다. 켈리는 그가 주로 특파원으로 활동한다는 사실과, 하필 한 행사장에서 브루스 웨인과 첫 만남을 가진 후 고담시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는 점을 놓치지 않았다. 게다가 브루스 웨인은 클락 켄트가 그의 눈앞에 등장할 때마다 그를 무시하지 않았다. 기자들을 상대할 때는 누구보다 고고해지는 황태자를 몇 번이고 본 켈리는 절로 브루스 웨인과 매번 눈빛을 주고받는 남자를 주시할 수밖에 없었다.
켈리는 남몰래 펜대를 굴리면서 이렇게 생각했다. ‘혹시 모르지. 브루스 웨인은 가진 것이 남다른 만큼 취향도 특별할 수도 있잖아.’
그리고 그녀의 직감이 맞았다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이 그녀가 엿듣는 두 사람의 대화가 다채로워지기 시작했다.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어제는 유독 일이 많았던 걸로 압니다만. 하루쯤은 집에서 쉬어도 괜찮지 않습니까, 웨인 씨?”
“평소와 그다지 다르지도 않았소.”
켈리는 갑자기 자신의 귀가 커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아무도 어젯밤 브루스 웨인의 스케줄에 대해서 모르고 있는데, 저 메트로폴리스의 기자는 놀랍게도 웨인의 사적인 밤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켈리는 이 순간 자신의 앞에 타자기가 없다는 게 진심으로 아쉬웠다.
“그래도 무리하진 마시길 바랍니다. 웨인 씨는 중요한 분이잖아요.”
웨인의 눈썹이 한 번 들썩였다. 켈리는 그 모습이 너무도 놀랍고 신기하여 브루스 웨인과 그만 눈을 마주칠 때까지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브루스 웨인과 클락 켄트의 미묘한 친밀함은 그야말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터져 나왔다. 심지어 켄트 기자는 웨인의 차를 잠깐 붙잡기도 했다.
켈리는 그 모습을 발견하고 속으로 쾌재를 부르면서, 타블로이드지 기자의 필수품이라고 불리는 한 쪽짜리 원통형 망원경을 재빠르게 눈에 갖다 붙였다. 창문을 반 이상 내린 브루스 웨인이 켄트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웨인은 운전석에 앉아 있었으니 그것은 당연한 구도였지만 켈리는 묘하게 그 장면이 의미심장하다는 생각을 했다. 천하의 브루스 웨인이 올려다보는 남자라니! 가십지 기자의 감성이 부글부글 들끓었다.
클락 켄트는 사실 멀리서도 그러한 그녀의 불타는 투지를 느끼고 있었다.
“그 기자한테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도 해 주는 게 어때요?”
클락이 창문을 내다보면서 말했다. 클락의 눈에는 별장 앞을 서성거리는 켈리 알렌이 또렷하게 보였다. 그렇지만 그녀가 보이지도 않고, 관심도 없는 브루스는 무심하게 대꾸했다.
“…내가 왜?”
“연말이잖아요. 저런 사람이라 하더라도 약간의 호의는 받을 수 있는 시기라는 뜻이에요.”
“그래서 우리 둘 사이를 광고하라? 차라리 슈퍼맨과 배트맨이 화해 끝에 서로의 집을 드나드는 사이라는 기사가 나는 게 낫겠군.”
“정말로요?”
브루스는 대꾸하기도 싫다는 표정으로 대뜸 클락에게 안경을 내밀었다.
“안경은 왜요?”
“쓰고 싶으면 내 앞에서 써. 내가 곧바로 확인할 수 있도록.”
클락은 잽싸게 안경을 받아쓰고 브루스의 뒤를 쫓아다녔다. 일도 많고 인기도 많은 고담시의 유명인사는 아침부터 외출 준비에 바빴다.
“…진심이에요?”
“저런 싸구려 기자보다는 당신이 처음 보도를 하는 게 낫겠지. 나 오늘은 시간 없어. 그리고 내 앞이 아니라면 노트북 두드릴 생각도 하지 마.”
다방면의 경험을 통해 클락이 언젠가는 자신이 마음먹은 일을 해낸다는 걸 깨달은 브루스는, 차라리 그가 눈을 빛내는 일에 관해서는 일찍 허락을 해주는 게 속이 편하다는 자신의 판단을 믿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만큼은 그가 실수를 한 것 같았다. 클락은 광고지 뒷장에라도 기사의 초안을 쓸 기세로 브루스의 옆을 따라 붙으면서 그의 표정을 관찰하고 목소리를 들었다.
“아무리 바빠도 아침은 먹고 갈 거죠? 사람이 밥은 먹고 일해야죠.”
브루스는 하마터면 네 녀석은 사람이 아니지 않냐며 반문할 뻔했다.
오전에 거실로 내려오는 두 사람은 알프레드에게도 익숙한 풍경이 되었다. 알프레드는 아직 따뜻함을 유지하고 있는 빵 사이에 알차게 칠면조와 야채, 토마토가 들어간 샌드위치를 가져왔다. 클락은 브루스가 일을 마치고 오면 적어도 5개의 초안은 보게 해 주겠다고 호언장담을 했다. 브루스는 말없이 눈썹만 움찔거렸다.
그렇지만 켈리 알렌의 이름으로도, 클락 켄트의 이름으로도 브루스 웨인의 사생활을 다룬 기사는 오랫동안 나오지 않았다. 도시와 기업을 동시에 이끄는 지도자의 관록이란 근근이 기자 생활을 이어가는 외계인이 쉽게 이길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Original Date 2015. 1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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