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vS/숲뱃(클락브루스)] Learning Love

- DC Movie Universe 2016. 8. 31. 16:10 posted by Jade E. Sauniere

- Batman v Superman : Dawn of Justice, Superman/Batman

- Original Date 2016. 08. 09

- Written by. Jade


Learning Love





  누군가를 죽음에 이르게 했던 자가 말했다.

 

  "생명과 도시를 구하는 데 애정이 필요하진 않더군. 구원은 형벌만큼이나 비인격적이고 객관적이어야 해. 그 대상이 될 수 있는 모든 사람들을 공평하게 다루어야 하지. 모두를 사랑하거나, 사랑하지 않거나."


  그 자에 의해서 한 번 죽어 보았던 이가 말했다.


  "당신은 아마 모두를 사랑하지 않는 쪽을 선택했겠죠?"


  "그래."


  "만약에 당신이 모두를 사랑하는 쪽을 선택했다고 가정해봐요. 그러면 그 안엔 당신도 들어가겠죠? 당신이 구하는 건 사람들이고, 당신도 한 명의 인간이잖아요."


  "아니, 그렇지 않을 거야."


  "어째서요?"


  "타인을 사랑하는 것은 미덕이지만 자신을 사랑하는 것은 죄악이니까."


  죽음에서 살아 돌아온 이는 죽음과 같은 삶을 살았던 자를 대신해 울상을 지었다.


  "왜 그렇게 생각해요?"


  "내가 아닌 다른 존재를 사랑하는 것, 그것은 일종의 신적인 일이야 신이나 성인들이 주로 하는 행위지 않나. 이타적이며 동시에 건설적이지. 하지만 자신을 사랑하는 것은 저급하게 인간적이야. 결국엔 호숫물 아래로 머리를 박고 말 결말을 가져올 수 있어."


  "정말 그렇게 생각해요?"


  "그래."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 거예요? 당신이 당신을 사랑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으로 낙인찍은 건 아닌가요?"   


  그러자 자본주의의 정점에 선 인물의 모습을 꺼내든 자가 말했다.


  "어차피 나의 가치를 확인하는 건 나 자신이 아니야. 그러니 나는 그러한 행동을 할 수도 없지."


  "그건 무슨 뜻인가요?"


  "아주 현실적이고 경제적인 뜻이지. 다른 사람들이 나의 가치를 알아주고 나를 이용해주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세상이 되어버렸어. 나 자신에 대한 나의 판단은 무의미해지고, 개인은 누군가의 평가를 기다리는 대상이 되어버린 거야."


  "그렇다면 나는 당신을 사랑받을 수 있는 사람으로 평가하겠어요." 

  

  손에 잡히는 이득보다는 사람들이 알아야만 하는 것을 더 추구해온 인물이 말했다.


  "당신이 말한 모든 것을 따르겠어요. 내가 당신을 사랑받을 수 있는 사람으로 평가한 다음에, 당신에게 당신 자신의 사랑이 아니라 나의 사랑을 준다면 문제될 건 없는 게 아닌가요?"


  "…아니야."


  "왜요?"


  "그건 잘못된 평가야."


  "어째서요?"


  슈퍼맨의 물음에 배트맨이 답했다.


  "너를 한 번 죽게 만들었던 사람이 나니까."


  슈퍼맨은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내가 생각하기엔 당신이야말로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금언에 딱 들어맞는 사람이에요."


  "내가 사회적 동물이라고?"


  "당신은 모든 분야에 대해 현명하지만 당신 자신에 대해서는 장님이 되고 말죠. 당신에겐 다른 시선을 가진 사람이 필요해요. 타인이 필요한 거죠.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존재, 그야말로 당신은 '사회적 동물'이 아닌가요?"


  "…나는 이미 혼자서 너무 많은 시간을 살아왔어."


  "시간이 언제나 본질을 바꾸는 건 아니에요."


  인간의 생김새로 자주 그려지는 조물주 이후로 인간을 가장 가까이서 보아왔을지 모르는 영장목의 일원이 말했다.


  "당신 자신을 평가해줘요. 남의 사랑, 당신의 사랑을 받아도 괜찮은 사람이라고요."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내가 당신의 그 안타까운 논리를 꼭 뒤집어야 할까요?"


  인간은 말이 없었다.


  "당신은 누구보다도 인간을 사랑하죠. 사랑한다는 표현이 너무 지나친 것 같으면 믿는다고 할게요. 신조차도 당신처럼 끈질기게, 온갖 노력과 정성을 다해서 인간에게 자원과 희망을 쏟아붓지는 않을 거에요."


  "그런데?"


  "당신의 화법을 사용해볼게요. 인간에 대한 사랑은 그 과정을 거슬러 올라가면 구체적인 개인들과의 접촉에 의해 생겨나는 것이죠. 종 자체를 무한히 사랑하지 않는 한은요. 그런데 뒤집어 생각해보면, 인간에 대한 사랑이 전제되지 않고서 어떻게 특정한 사람에 대한 사랑이 탄생할 수가 있나요? 그렇다고 해서 그 '특정한 사람'에 들어갈 인물과 아닌 인물을 어떻게 선험적으로 구분할 수가 있죠?"


  인간이 아닌 이에게 인간에 대해 배우고 있는 인간은 여전히 말이 없었다.


  "원칙적으로 당신은 나 같은 타인과 마찬가지로 당신이 사랑할 수 있는 대상이에요. 타인만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은 사랑을 할 수 없는 사람이에요."


  순식간에 거짓된 마음으로 사람을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한 꼴이 되어버린 검은 기사의 시선이 떨렸다.


  "당신은 당신을 사랑하지 않았던 거예요."


  "…그래."


  "왜 그렇게 단정지어야 했던 거죠?"


  "구하지 못한 사람들이 있어. 나 때문에 죽은 사람도 있지."


  "그건 나도 마찬가지에요. 우리 둘은 신이 아니에요."


  "네 앞에서 나는 인간의 고유함에 대해 떠들었었지만 박쥐 가면을 만든 그 순간부터, 나는 반쪽짜리 신이라도 되겠다고 결심한 것이나 다름없어. 그렇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 반쪽에라도 닿으려고 노력해야 해. 내가 도시를 책임지겠다고 정했어. 내가 사람들을 구하겠다고 정했고 내 행복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안전을 추구하겠다고 정했어. 왜냐하면…."


  "왜냐하면?"


  "나와 같은 인생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길 바라니까."


  아무리 가진 것이 많아도, 그 모든 걸 포기해서 자신이 원하는 단 한 가지를 얻을 수 없는 지친 영혼이 읊조렸다. 


  "삶은 등가교환이 되지 않아. 내가 나를 희생한다고 해서 반드시 다른 누군가가 행복해지지는 않지. 그렇지만 나는 그걸 바라면서 이 일을 해. 불가능한 걸 목표로 삼은 자가 짊어져야 할 무게야. 네가 이해하려 하지 않아도 돼."


  "그럼 언제 당신을 사랑해줄 거예요?"


  "내 목표를 이루고 나면."


  "불가능한 거라고 했잖아요."


  "맞아."


  모순을 긍정으로 삼켜버리는 남자를 막을 방법은 없을 것이었다. 그래서 부드러운 붉은 망토의 사나이는 전부터 준비했던 말을 꺼냈다.

 

  "그럼 당신이 당신을 사랑할 방법을 알게 될 때까지, 내가 대신해서 당신을 사랑할게요."


  유효기간이 정해지지 않은 손이 건네졌다.


  "나는 그럴 수 있어요."


  모든 인류를 지키는 존재의 손 위에는 그 순간 분명히 세상 모두와 공평하게, 그렇지만 더 깊은 따뜻함을 받아야 하는 사람의 손가락이 얹어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