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gsman/해리헨리] A Most Graceful Year

- Kingsman 2015. 8. 31. 12:31 posted by Jade E. Sauniere

- Frankenstein, Harry Hart/Henry

- Inspired by a movie 'A Most Violent Year'

- Written by. Jade


A Most Graceful Year






  거실에서는 아주 고급스러운 향기가 났다. 새로 산 가구들에서는 아직도 윤기가 났고, 튼튼한 것으로 갈아 끼운 유리창에는 얇은 흠집 하나 없어 현관에 심어진 상록수들의 그림자가 그대로 투과되었다. 발흥하고 있는 부가 한 곳에 집중된 듯 모든 것이 반짝반짝 빛났다. 그 반짝임은 그것들의 소유주가 해리 하트라는 걸 보여주는 하나의 증표처럼 보이기도 했다. 물론 해리 하트는 그 모든 빛깔들보다 선명하게 순수하다. 


  까만색 셔츠를 입은 남자는 마치 오래된 유화에서 찾아볼 수 있는 자연스러운 실금처럼 소파 위에 옆으로 앉아 있었다. 유리창이 워낙 단단하고 빈틈이 없었기에 남자는 바깥의 소리는 들을 수 없었다. 대신 남자는 시계를 보면서 자신이 기다리고 있는 이가 어디쯤에 와 있을지 추측했다. 오전에 해리는 자정 전까지는 귀가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낸 바 있었다. 그리고 해리 하트는 자신이 약속한 것은 절대로 어기지 않는다. 


  11시 45분이었다. 남자는 몸을 일으켜서 미리 테이블 위에 준비해 두었던 펜과 수첩을 집었다. 그는 가볍게 무언가를 적더니 종이를 찢어서 접었다. 아마 해리는 50분에 돌아올 것 같았다. 남은 시간동안 남자는 자신이 언제나 기억하고 사랑해도 모자란 해리 하트를 머릿속에 떠올려보기로 했다.


  모두가 부러워하는 위치에 선 그의 해리 하트는 현재 일생일대의 위기에 짓눌려 있었다. 당연히 해리에게는 잘못이 없었다. 해리의 업적을 질투하는 경쟁자들의 옹졸함과, 유독 이 시기에 자신들의 안일함을 마음껏 발휘하고 있는 쓸모없는 인간들의 호흡이 맞아 떨어졌을 뿐이었다. 1981년은 가장 폭력적인 해였다. 그것의 대상이 사람이든 법이든 사회든, 어떠한 파괴적 행동과의 극단을 고집하는 해리에게는 이 시대가 적이었다. 


  11시 49분이 되었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그들의 현관문은 채도가 높은 파란색이다. 해리 하트에게 잘 어울리는 색깔이었다.


  해리가 거실로 들어왔다. 


  “왔어요?”


  해리는 간단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주방과 거실을 양분하는 짧은 계단을 내려가면서 반사적으로 머리가 흔들린 동작 같기도 했지만, 그것은 분명히 남자에게 건네는 대답의 일종이었다. 


  해리가 재킷의 단추를 완전히 풀었다. 남자는 해리가 소파에 앉을 수 있게 다리를 접었다. 폭력과 불법적인 무기 소지는 경계의 대상이라면서 해리가 늘 신신당부를 했음에도, 차량 강도의 공포에 못 이겨 싸구려 권총을 발포한 한 운전기사가 해리의 얼굴에 드리운 그늘은 아직 가시지 않았다. 남자가 자세를 똑바르게 고치고 해리를 바라보았다.


  “어떻게 됐어요?”

  “40만 달러만 구하면 돼.”

  “연장된 기간은 앞으로 12시간도 채 남지 않았는데.”

  “…그건 그렇지.”


  해리가 눈을 지그시 감았다. 남자는 지금이라도 2년 전부터 대출을 약속해주었던 은행장의 눈두덩에 총구를 비벼줄 수 있다는 이야기를 꺼내려다가, 자신의 셔츠 주머니 안에 쪽지가 있었음을 생각해냈다. 남자가 손가락 두 개를 작은 주머니 속으로 집어넣었다. 해리는 눈을 감고 있어 남자가 움직이는 모양을 보지 못했다.


  “해리.”


  해리가 겨우 눈꺼풀을 들어올렸다. 자신에게 협조해주지 않는 사람들을 만나고 다니느라 해리의 아름다운 눈동자에는 생기가 부족했다. 남자가 쪽지를 내밀었다.


  “펴 봐요.”


  해리는 의아해하면서 종이를 폈다. 무작위로 나열된 듯한 숫자가 적혀 있었다.


  “이게 뭔가?”

  “계좌번호.”

  “나한텐 익숙하지 않은 번호인데.”

  “당신 거 맞아요. 내가 마련한 거긴 하지만.”


  해리가 몸을 완벽하게 돌려서 남자를 응시했다. 


  “날 밝으면 은행에 가 봐요.”

  “…얼마나 들었지?”

  “40만 달러는 훌쩍 넘지.”

  “어떻게?”

  “당신 몰래.”

  “빌어먹을!”


  해리가 홱 소파에서 일어났다. 순간 날카로운 바람이 불었으나 그 정도에 남자의 셔츠는 구겨지지 않았다. 남자는 가만히 해리의 등부터 차츰차츰 모습을 드러내는 그의 팔이라든가 얼굴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해리는 양쪽 눈을 꽉 누르고 있던 손을 내리고 소파에 편하게 엉덩이를 붙이고 있는 남자를 봤다. 


  자정이 지났다. 해리는 자신의 사업이 진보하는 데에 필수적인 부지를 매입하는 데 필요한 돈을 오늘 전해주어야만 했다. 


  “…자네가 계획한 일은 아니라고 말해주게.”

  “그게 당신이 듣고 싶은 말은 아닐 텐데.”


  해리가 입술을 깨물었다. 그의 이빨에 짓이겨진 험한 단어가 남자의 눈에 보일 듯했다. 어제도 맨해튼에서는 뉴욕 경찰도 다 줍지 못할 만큼 많은 총알이 발사되었었다. 그것들은 해리의 심장이 아니라 그의 철학을 타격했다. 진실로 경멸과 폭력과 분노와 시기가 가득한 시절이다. 해리는 그 중에서도 가장 순도 높은 것들만을 모아 뭉쳐진 듯한 남자의 얼굴을 똑바로 응시했다. 남자의 얼굴은 해리와 같았다. 


  “진실을 얘기해, 헨리.”


  불법적인 경쟁이 난무하는 가운데에서 해리를 순수하게 만드는 데 일조했고, 그러느라 세상에 끝없이 존재하는 수단들을 구별하지 않게 된 남자가 털어놓았다.


  “난 언제나 당신을 돕길 원해요.”


  그것도 진실은 진실이라서 해리는 다만 거실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해리가 가버리자 남자는 소파에 누웠다. 남자는 아무렇지도 않게 두 사람이 공유하는 침실을 해리에게 양보하고 눈을 감았다. 그의 긴 다리가 어렵지 않게 소파의 나머지 부분을 채웠다.


  날이 밝았다. 해리 하트에게 남아 있는 여유는 4시간 남짓이었다.


  남자는 빛이 아니라 그림자 때문에 잠에서 깨어났다. 해리가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씻은 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넥타이와 재킷이 빠진 차림의 해리의 복장은 남자가 선호하는 간편한 스타일과 몹시도 흡사했다.


  해리가 테이블 위에서 아직 치워지지 않은 수첩과 펜을 동시에 남자에게 주면서 물었다. 


  “…계좌의 비밀번호는?” 


  헨리는 살며시 웃으면서 종이 위에 비밀번호를 적었다. 해리가 그것을 받았다. 그 순간 1981년은 재탄생한 해리 하트로 인하여 가장 우아한 한 해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