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gsman/해리에그시] Sea and Horizon

- Kingsman 2015. 8. 31. 12:31 posted by Jade E. Sauniere

- Kingsman: The Secret Service, Harry Hart/Eggsy

- Written by. Jade


Sea and Horizon






  그림자는 변함없이 지평선 위에 서 있었다. 안경을 쓰고 있던 에그시는 그것을 벗고 지평선 위를 바라보았다가 다시 안경을 썼다. 확대 기능이 장착된 특수 안경의 사용 유무와 관계없이 그림자는 에그시에게 까마득할 뿐이었다. 


  그림자가 에그시에게 몹시도 먼 것은 첫 번째로 둘 사이에 바다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에그시가 하루 종일 수영을 한다고 해서 정복할 수도 없는 넓은 바다였다. 에그시는 달의 인력과 무관하게 끝없이 차오르기만 하는 듯한 바다를 향해 시선을 내렸다. 까만색 구두의 앞코와 바닷물이 서로 닿으려다가 멈칫했다. 에그시는 출렁거리는 바닷물보다 자신의 구두를 주의 깊게 쳐다보았다. 그것은 운동화가 아니었다.


  에그시는 첩보 기관의 기술력이 집중된 자신의 옷차림을 깨닫고 무거운 숨을 내쉬었다. 그러한 에그시의 행동에 담긴 의미를 모르는 그림자는 여전히 지평선 위에 못 박혀 있었다. 두 달이나 이어지고 있는 지긋지긋한 고고함이 이어지고 있다.


  에그시가 한 발짝 전진했다. 구두 안으로 물이 들어와 양말이 젖었다. 에그시의 아킬레스건을 덮고 있는 양발은 에그시가 착용하고 있는 것 중에서 가장 평범했다. 물을 만나면 섬유는 젖는다. 그것은 에그시에게 유독 가혹한 과학이었다. 


  에그시는 지평선 위의 윤곽을 해리라고 지칭할 뻔했다. 그것은 엄밀히 틀린 행동은 아니다. 안경의 배율을 최대로 높이지 않아도 에그시는 바다 너머에서 자신을 기다리는 게 해리 하트라는 사실을 알았다. 해리는 정말로 에그시를 기다리기만 했다. 지평선에서 조금도 내려오지 않고, 에그시가 저승으로 가는 마지막 관문이 잔뜩 부풀어 오른 듯한 그 바다를 건너와 자신을 만나주길 바라면서 해리는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해리 하트는 놀랍도록 수동적으로 변해버렸다. 그러나 에그시는 그를 탓하지 않았다. 해리를 저 먼 곳에 세워두어야만 하는 자신의 위치를 미워할 뿐이었다. 


  구두 안쪽에서 첨벙거리는 소리가 날 지경이었다. 파도는 약간 거세진 것 같았다. 하지만 해리는 에그시를 기다리고 있으며 에그시는 해리에게 다가가지 못했다. 모든 달라짐이 무의미했다. 


  에그시는 자신이 좋은 기회만 만나면 반사적으로 해리 하트의 품으로 뛰어 들어가려 한다는 것을 부정하지 못했다. 자신이 해리의 자리를 이어받았음을 상기시켜주는 멀린의 목소리라든가, 해리가 정성스레 골라준 디자인의 양복을 입고 있는 자신의 겉모습만으로는 절대적인 간절함과 손을 잡은 에그시의 본능적인 소망을 이겨내지 못했다.


  에그시를 깨우는 건 언제나 집으로 돌아가서 침대에 누우면 자신을 맞이할 꿈이었다. 필멸과 불멸을 가르는 경계에서 에그시에게 말없이 의지를 내비치고 있는 해리 하트의 그림자가 에그시를 움직인다. 그 거짓된 일면이 에그시를 바다 앞에서 굳게 만들며, 갤러해드에게 닥치는 위기 상황을 파헤칠 수 있게 해주었다. 


  에그시는 자신이 꾸며낸 해리의 그림자 앞에서 해리 하트가 지켜준 이 생을 버릴 수 없음을 다시 한 번 공고히 한다. 


  에그시는 오늘도 젖은 천의 감촉을 느끼면서 자명종을 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