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rue Detective, for Rustin Spencer Cohle
- 느리고 꼼꼼하게.
- Written by. Jade
On His Artistry
세상이 서로 성질이 다른 학문 간의 융합을 외치기 훨씬 전에 러스트 콜은 그것을 이미 훌륭하게 해내고 있었다.
그가 그리는 그림의 표면적인 기능은 대개 정보 기록이라는, 그림의 가장 유구한 목적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은 그의 작품이 가진 복잡성을 놓치기 쉽다. 소재를 가리지 않는 외적 강렬함이 더더욱 작품이 가진 미묘한 깊이를 가린다. 하지만 우리는 상기해야만 한다. 기괴하게 죽은 여인의 시체를 평범한 피사체로 다루면서, 동시에 해석적인 기교를 불어 넣는 자의 솜씨는 절대 범상한 것에 속할 수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예술가는 때때로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대상이 가진 고유한 특징을 완벽하게 무효화시켜야 한다. 대상을 자신의 입장으로 완전히 끌어들여야 자신의 주제나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바가 더 잘 드러나게 되기 때문이다. 보통의 예술가들의 무리에서 자신을 제외시키고 싶은 예술가는 차갑고 담대하게 대상의 역사라든가 그것이 가진 독특한 무언가를 무시해야 한다.
러스트 콜에겐 위와 같은 특징이 있다. 그는 자신에게 필요한 시각을 위하여 대상의 본래적 성질을 절개할 수 있다. 이러한 그의 냉정하고 전문가적인 태도는 어쩌면 그가 직업 화가가 아니기 때문에 길러진 것일 수도 있다. 러스트 콜은 살인이 빚어낸 여러 감성적 결과들에 공감하기에 앞서 그것을 하나의 문제로 받아들여야 하는 위치에 있다. 그는 세상에서 제일 객관화하기 어려워 보이는 문제를 객관적으로 해결하고 관찰해야 하는 자다.
러스트 콜은 이러한 예술적 주관성 위에 과학적인 객관성을 결합시킬 줄 안다. 역시 그의 그림은 모든 것을 표현한다. 그는 일정 부분 기록을 위하여 그림을 그리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대상이 가진 겉모습을 제대로 묘사해내야 한다. 시신의 흉한 흔적, 보기도 싫은 오싹한 물건들이 가진 물리적인 특징을 순수하게 이성적이고 분석적인 태도로 흡수해야만 경찰이 기록으로 쓸 만한 그림이 탄생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펜을 쥔 그의 손은 자신만의 온도를 갖고 있지 않은 사진기가 된다. 사진기는 피사체의 모습에서 어떠한 가치 판단을 하려 하지 않는다. 러스트 콜이 그리는 것은 하나의 사실이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은 러스트 콜이 살인 사건을 전담하는 형사이기 때문에 가능했는가? 오직 그의 직업적 경험들이 그의 예술성을 빚어냈는가? 사실 러스트 콜은 노트가 아니라 자신의 인생을 캔버스로 두고 두려우리만치 냉정하고 주관적인 그림을 그려왔다.
인간의 내면에 비관주의가 정립되기란 실상 어려운 일이다. 우리가 세상에 던져진 존재라는 걸 끊임없이 지적해봐야 그 자체가 달라지지는 않으므로, 결국엔 우리가 던져진 세상이라는 걸 최대한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게 존재의 최선으로 남게 된다. 그렇다면 과연 세상은 어떤 곳인가? 노력하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개인에 따라 비옥도가 달라지는 토지와도 같은 곳이다. 나의 소중한 사람이 어딘가에서 고개를 두리번거리고 있는 설렘의 광장일 수도 있다. 누군가에겐 즐길 게 너무 많아 어지러울 정도인 세상에서 가장 큰 백화점일 지도 모르겠다. 많은 이들이 ‘세상’이라는 단어 앞에 적어도 한 가지는 긍정적인 수식 어구를 붙이려 애쓴다. 비관주의는 연속적으로 견딜 수 없는 경험을 한 덕분에 그러한 언어를 생성하려는 노력을 포기했거나, 그런 노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소수만이 누릴 수 있는 축복임을 직시해야만 발생한다.
여기 몇 가지 경험들이 있다. 행복한 순간은 너무도 짧고 신비로운 어둠은 온 시간을 지배하며 자신의 재능은 워낙 특수하여 아무 장소에서나 뽐내기 어렵다. 따뜻함이 연상되는 감정은 애초에 부재했거나 혹은 빼앗겼다. 그 누구의 시선으로 봐도 장밋빛 인생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운 것들이다. 러스트 콜은 객관적이고 집단적인 과정을 거쳐도 나오게 될 결론을 자신의 해석으로 만들면서, 완벽하게 실제적인 토대 위에 그만의 비관주의를 세워 올렸다. 그것은 러스트 콜의 첫 번째 그림이었다.
그러므로 현실이 가장 칭송하는 가치를 이미 이뤄낸 그의 시선이 공허함을 우리는 비난할 수 없다. 때로 세상에는 일반적인 심미관으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명작이 존재하는 법이다.
'Done Haunting Houses' by The Republic of Wolv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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