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rue Detective, for Rustin Spencer Cohle
- Written by. Jade
The Light is Winning
이성과 본능이 물과 기름처럼 갈라졌다.
러스트는 자신의 배에 칼이 박혔으며 그러한 짓을 한 남자가 비정상적인 살인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그런 놈은 그 자신이 저지른 행동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오래된 자신의 윤리적 판단도 잘 알고 있었다. 그것은 러스트의 이성이 알고 있는 부분이었다. 그에 따라 러스트는 칼을 비틀고 끌어 올리면서 자신의 살가죽을 헤집어 놓으려는 남자에게 강하게 대항했다. 하늘의 눈처럼 뻥 뚫려 있는 천장이 러스트를 내려다보았다.
러스트로 하여금 상처를 허용하게 만들었던 우주가 아직도 거기에 있었다. 별이 만든 소용돌이 같기도 하면서 회전하는 은하를 닮은 우주의 한 조각이 희미해질듯 말듯 러스트를 붙잡고 있었다. 그러나 곧 괴물 같은 표정을 한 살인자의 머리가 천장을 가리면서 러스트는 우주를 보지 못했다.
배가 찢어지는 고통에 이성이 반응했다. 러스트가 힘겹게 숨을 들이켰다. 사고를 어지럽히는 우주가 사라지자 러스트는 민첩하게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해냈다. 러스트는 최대한 고개를 젖히고 반동을 실어 자신의 이마를 남자의 머리에 부딪혔다. 머리도 배도 깨져나갈 듯했다. 러스트는 박치기를 멈추지 않았다.
마침내 남자가 칼에서 손을 놓으며 떨어져나갔다. 세상이 다 기울었다. 러스트는 하늘의 눈을 채운 또 다른 하늘을 볼 수 있었다.
이성은 공격을, 본능은 응시를 바랐다. 러스트는 고통과 망상이 서로 싸우고 있음을 느꼈다. 존재를 소중히 여기지 않았던 인생이 이런 식으로 복수를 해오는 것인가 하는 생각마저 들 지경이었다. 러스트는 남자를 죽이거나, 적어도 쓰러뜨려야 한다고 인지했다. 동시에 러스트는 우주로 가라앉고 싶었다. 그는 바닥에 엎어졌다. 우주가 총소리를 꾸역꾸역 짓눌렀다.
러스트는 뚫린 천장을 채우고 점차 바깥으로 흘러나오는 별무리들이 언젠가 그가 보았던 알래스카의 밤과 비슷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렇다면 별들은 하얗거나 까만 하늘에 의해 조금씩 사라질 것이었다. 과연 그랬다. 러스트는 하늘이 어두워지고, 색감과 맛을 구별할 수 없었던 자신의 내면도 어두워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는 죽음과 무를 즐겨 논하는 비관주의자였다. 하지만 자살이 체질인 타입은 아니라 간절하게 생을 포기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은 적은 없었다. 러스트는 굳이 죽음을 원하지 않았었다.
지금에서야 러스트는 죽음을 원하고 있었다. 비로소 그가 죽음의 일면을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기 때문이었다. 죽음이 감추고 있는 밑바닥에는 사랑이 가득했다. 애정과 따뜻함이 어려 있는 어둠이었다. 러스트는 죽고 싶었다. 그의 모든 부분이 그것을 원했다.
단 한 가지가 그를 거스르고 텁텁한 공기가 흐르는 현재로 머리를 쳐들었다. 러스트는 죽음을 원했지만 마틴 하트는 그렇지 않았다.
러스트의 이성이 방아쇠를 당겼다. 방금 전엔 그의 우주를 가리더니, 이번엔 그의 파트너를 가로막고 있는 거추장스러운 남자의 옆머리 일부가 날아갔다. 눈앞이 한층 트였다. 러스트는 마틴을 보았다. 파트너의 뒤편에는 별빛이 없었다.
죽음에서는 여전히 온기가 피어올랐다.
* * *
러스트는 무심결에 자신이 울고 있다고 짐작했다. 피부로부터 느껴지는 온도가 눈시울이 붉어질 때 생성되는 정도와 비슷했기 때문이었다. 잠깐 몸을 따뜻하게 해 주지만 금세 식어버려서는 귀찮은 일만 늘리는 아주 성가신 온도였다. 러스트는 손을 올려서 눈가를 문질렀다. 얼굴에서는 아무 것도 묻어나지 않았다.
평생 몸을 묻고 싶었던 내면의 따뜻함이, 눈물이 마르면서 살갗을 차갑게 식히듯 비틀대고 있었다. 인간의 내면을 꿰뚫어볼 수 있고 공감각을 발휘할 수도 있는 그의 온갖 재주로도 그 따뜻함이 식어가는 걸 멈추지 못했다. 죽음이 러스트에게서 멀어지고 있었다. 러스트는 다시 손을 움직이려고 했다.
잠시 후 러스트는 자신이 손을 움직인 적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는 어떤 행동도 하지 않았다.
특별한 감각보다는 특별한 관계를 통해 해석할 수 있는 모종의 메시지들이 러스트 주변을 조용히 맴돌았다. 러스트는 이번에야말로 자신이 눈물을 흘리게 되지 않을까 추측했지만, 그것이 자신의 연약한 추측에 그치게 될 것임을 그는 또 알고 있었다. 러스트는 자신을 떠나고 있는 사랑과 죽음에게 작별했다. 그의 애정을 받았던 극소수의 존재들은 하필 현재에 없었다.
러스트는 자신이 사랑할 것 없는 삶으로 나아갈 준비를 했다. 인생의 본질은 꿈이다. 그의 시간 속에서는 폭력과 타락이 나란히 순환한다. 생으로 떨어진 존재에게는 아무런 혜택이 없다. 찬 공기는 사라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스트는 깨어날 준비를 했다.
* * *
휠체어에 앉은 러스트는 문득 밤공기에서 안면이 있는 익숙함을 끄집어냈다. 목덜미에 도끼날을 맞았지만 러스트보다는 상태가 좋은 그의 파트너가 뒤를 지키고 있었다.
“그래, 자네 말이 맞아.”
몇 초 후 러스트는 자신이 마틴에게 무언가 대답을 했다는 걸 뒤늦게 감지했다. 유구한 자태를 유지하며 삐걱거리던 러스트의 두 측면이 마침내는 끝을 정하지 않은 퇴화를 선언한 모양이었다. 러스트는 한 쪽에선 마틴의 말에 즉각적으로 반응하고, 속으로는 마틴이 무슨 말을 했고 자신은 무슨 대답을 했는지 확인하며 마지막으로 가장 깊숙한 곳에서는 병원 밖이라는 공간이 어떻게 자신에게 익숙함을 가질 수 있는지 고심했다.
밤이 있고, 검은색이 사방을 두르고 있으며 별이 무성했다. 우주가 떠올랐다. 러스트가 기억하는 가장 강렬한 우주는 아주 특별한 상황에서 모습을 드러냈던 단 하나의 비전이었다. 러스트는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
“아까 했던 얘기 말이야.”
“음?”
“그건 자네가 틀렸어.”
마틴은 발끈하지 않고 부드럽게 물었다.
“어떻게?”
러스트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가 깨어난 이후부터 그의 우주는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것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처음엔 어둠만 있는 것 같지만….”
러스트에게 알래스카는 너무 추운 곳이었다. 그러다보니 처음에 그는 남부의 습기와 열기를 반기지 못했었다. 한동안 두 온도 사이의 불균형은 계속되었고,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 같은 최면 같은 비판적인 언어들과 불면증에 힘입어 그것들은 러스트와 똑같이 기우뚱거렸다. 죽음이 따뜻했고 현실이 차가운 것도 그와 마찬가지였다.
이어질 수 없는 두 세계가 서로를 노려보는 것만 같은 점에서 러스트는 타협을 제시했다. 그것은 러스트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내가 보기엔 빛이 이기고 있거든.”
마틴은 러스트의 결론을 오만하다고 말하지 않았다. 앉는 이가 사라진 휠체어가 뒤로 밀려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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