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Amazing Spider-Man 2, for Harry Osborn
- Written by. Jade
Something for Osborn
펠리시아는 아무도 없는 방에 들어가면서 예의를 갖추듯 몸을 살짝 굽혔다. 노만 오스본이 쓰다가 해리 오스본이 넘겨받은 집무실이었다. 지금은 두 사람 모두 건물에 존재하지 않았다.
젊고 창백한 피부를 세상의 바람에 다 물들이지도 못하고 처음 이곳에 들어왔던 해리는 그녀가 보기에 캠퍼스가 어울리는 청년이었다. 그래도 그는 썩 일을 괜찮게 해냈다. 펠리시아는 지금도 회사의 메일 계정으로부터 해리 오스본이 지시하거나 수정을 부탁하는 사안들을 전달받고 있었다. 자신의 지위가 바랐기에 오만함을 발휘했던 젊은 상관은 분명 어딘가에서 오스코프를 보고 있었다.
펠리시아는 먼지가 쌓이면 금세 티가 나고 마는 책상을 한 번 닦았다. 언젠가 악몽 혹은 숙취에 잔뜩 시달린 듯한 얼굴로 나타난 해리가 보고 놀란 모습이기도 했다. 아니, 다른 사람 놔두고 왜 당신이 여길 청소합니까? 회의실에서 벗어나거나 긴장이 풀리면 해리는 종종 청년다운 말투를 구사했다. 펠리시아는 그 때 자신이 했던 대답을 기억하지 못했다. 아마 거의 대답을 해주지 않았거나, 아주 시시한 말을 들려줬을 게 분명했다.
사실 그것은 노만 오스본을 보필해온 그녀의 습관 같은 것이었다. 우연찮게 자신이 책상과 책장 등을 닦은 날에 그가 마침내 청소를 제대로 할 줄 아는 사람이 들어온 모양이라면서 혼잣말 같은 칭찬을 한 뒤로, 펠리시아는 오스본을 위한 약간의 친절을 베풀어주었다. 그녀가 스커트 자락을 걷어 올리면서 바닥까지 닦는 것도 아니었기에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그리고 한 세대를 거쳐 그녀의 습관 비슷한 호의는 젊은 해리 오스본에게도 닿았다. 펠리시아는 밖으로 돌아다니는 일이 많았던 그의 아버지보다 더 방을 깨끗하게 쓰고 있는 해리의 책상 모서리를 잡았다.
펠리시아가 제 자리에서 눈을 한 번 깜빡였다. 왜 해리 오스본은 자신이 정당하게 물려받은 자리로 돌아오지 않는 걸까?
그녀가 알고 있는 노만 오스본은 늘 무언가에 분해 하는 듯한 사람이었다. 그녀가 끝까지 이해하지 못했던 부분이기도 했다. 동창들이나 이웃들과 비교해도 펠리시아에게 남부럽지 않은 인생을 지원해주고 있고, 이 건물을 돌아다니는 사람들 역시 배불리 먹여주며 한없는 유명세를 누리는 사람이 분에 못 이기는 일이 무엇이 있을지 전혀 짐작할 수가 없었다. 노만 오스본에게 굴러 들어오는 돈을 대략적으로나마 알고 있던 펠리시아였으므로 그녀의 의문은 남들보다 훨씬 컸다. 반면 해리는 맥없이 괴로워하는 스타일에 가까웠다. 그의 그늘진 얼굴을 고려해보았을 때, 그가 발휘하고 있는 성과가 신기할 지경이었다. 펠리시아는 해리 역시 이해하지 못했다. 그는 미국의 기술력을 주무른다는 회사를 통째로 안았음에도 그것보다 더 큰 것을 잃은 듯한 표정을 짓고 다녔다. 펠리시아가 집무실 안에서 양주를 들이키는 해리를 막지 않은 데에는 이런 이유도 있었다.
그녀의 원피스에 티 나지 않게 숨어 있는 스마트폰이 울렸다. 메일이 도착했다는 안내 음이었다. 발신자는 해리 오스본이었다. 펠리시아는 잠시 화면을 확인했다. 「Re. 분자공학 부서에서 제출한 시안서입니다.」 펠리시아가 고작 이틀 전에 보냈던 문건에 대한 답신이었다. 해리 오스본은 여길 떠난 뒤로 더 성실해진 것만 같았다.
펠리시아는 문득 딴생각을 했다. 그녀는 해리의 어떤 모습을 알고 있기에 그가 전보다 더 성실해졌다고 표현할 수가 있었을까? 그는 노만 오스본과 성씨만 공유하고 있을 뿐 아버지와 닮은 점도 별로 없어 보였다. 업무와 관련되지 않은 주제에 관하여 그녀가 해리와 나눈 말 역시 많지 않았다.왜 당신이 여길 청소하는 거예요? 그리고 한 마디 더. 어디에 거미 독이 있는지 알려줘요. 해리 오스본은 세상의 온갖 불행을 짊어진 채 그것을 타개할 수 있는 방법이 거미에게 달려있다고 믿는 사람처럼 그녀에게 말했었다. 그리고 펠리시아의 대답을 들은 이후부터 해리 오스본은 회사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생각 끝에 펠리시아는 결국 책상을 닦았다. 그녀의 대답이 옳았든 틀렸든 펠리시아가 해리를 위해 해줄 수 있는 일은 그것밖엔 없었다. 펠리시아는 해리가 때때로 사용했던 책상을 닦고, 그가 자주 들어 올렸던 유리잔에 묻은 먼지를 물로 깨끗이 씻어낸 뒤에 그것을 뒤집어 놓았다. 술은 그녀가 새로 채워 넣은 이후로 줄어든 적이 없었기 때문에 손을 댈 필요가 없었다.
펠리시아는 깨끗해진 책상을 한 번 돌아보았다. 그것이 누구의 책상인지 증명하는 명패는 본래부터 없었다. 오스코프의 이름이 그곳의 지배자를 이미 증명하고 있었다. 누구나 오스코프는 오스본들밖에 소유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오스코프와 연관 지어 오스본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결코 해리 오스본의 고통을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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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Original Sound Track of 'The Amazing Spider-Man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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