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erlock/셜록존] Concept of Individual 03

- BBC Sherlock 2013. 12. 15. 17:21 posted by Jade E. Sauniere

- BBC Sherlock, Sherlock Holmes/John Watson

- Written by. Jade




03.

 

  셜록 홈즈는 아파트의 한 공간을 마치 호텔방처럼 사용했다. 추위를 피하고 잠을 잘 곳이 있고, 인터넷 접속이 가능하고 그가 유령이라는 정체성을 바쳐 만들어낸 지도를 붙일 벽이 있다면 실상 두 장소 모두 셜록에겐 다를 점이 없었다. 가끔 아파트에 마치 청소를 대신 해 주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늘 방 안을 엉망으로 만들고 가는 게 문제라면 문제였다. 그가 호텔을 이용하지 않는 건, 현금으로 미리 방값만 내면 쉽사리 융통성을 발휘해주는 집주인들과는 달리 호텔에서는 여권을 내보이고 장부를 작성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남들이 자연스럽게 하는 일은 언제나 그에게 지루하다. 장을 보거나 우유의 유통기한을 확인하거나 선반 위의 먼지를 닦는다든가. 그는 애초부터 그런 것에 관심이 없었다. 그가 세상에서 제일 난해해 보이는 사건들에 집중하고 있을 때 지루하지만 인간적인 일상들에 관하여 신경을 써 줄 파트너가 있으면 더할 나위가 없겠으나, 셜록 홈즈는 예나 지금이나 동거인이나 친구를 곁에 둘만한 인물이 되지 못했다.

 

  역할을 분담해서 그를 지원해 줄 이가 없는 난잡한 공간 속에서 셜록은 겨우겨우 자신에게 필요한 물건들을 끄집어냈다. 가져가지 않을 메모들은 모두 싱크대 앞에서 태운 다음 그 재를 물로 씻어냈다. 그 와중에 소파에 올려 두었던 핸드폰이 울렸다. 비행기 탑승 시간까지 90분이 남았다는 알림이었다. 온 곳에서 셜록에게는 그다지 쓸모없는 친절함이 넘쳐 나는 가운데 정작 가장 필요한 건 멀리 있었다.

 

  짐을 챙긴 셜록이 아파트에서 나왔다. 계약 기간이 조금 남았지만 그는 굳이 집주인에게 그만큼의 방세를 돌려받지 않을 작정이었다. 현대에 사는 유령의 흔적을 지워주는 건 천사나 저승사자가 아닌 돈뭉치였다. 

 

  양어깨에 가방을 한 개씩 맨 셜록은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몰리.”

  ―맙소사, 홈즈 씨? 

 

  ‘홈’까지 발음하고 나서 몰리가 급하게 입을 틀어막았는지 나머지 단어는 잔뜩 뭉개져서 셜록의 귓가로 흘러들었다. 

 

  ―어디 있는 거예요? 지금 런던에서는 큰 일이 났다고요. 어떤 사람이 리처드 브룩의 머리를 잘라갔어요.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어요. 언제까지 신고도 안 하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잖아요!

  “조금만 참아요. 안 그래도 그 일 때문에 영국으로 갈 겁니다.”

  ―오, 정말요? 정말 다행이네요. 이런 일은 탐정의 영역이지 제가 감당할 수 있는 게 아니라니까요. 

 

  몰리는 그렇게 말해 놓고 사건일지라도 적어 놓은 듯이 리처드 브룩 사건을 이리저리 묘사하기 시작했다. 이고 다니느라 힘들었던 짐을 와르르 풀어 놓는 것 같은 어투였다. 비록 그 설명에 몰리의 감탄사가 자주 끼어들어 셜록은 때때로 미간을 좁혔지만 유심히 들으며 내용을 머릿속에 입력했다.

 

  ―그런데 혹시 왓슨 선생님께 가려면 날짜를 꼭 확인하셔야 해요.

 

  셜록은 런던에 간다고 해서 당장 존에게 그림자를 드리우진 않으려고 했으나, 일단 몰리의 의도가 궁금해서 물었다.

 

  “무슨 뜻입니까?”

  ―곧 있으면 당신 2주기잖아요.

 

  아파트의 출구까지 한 계단을 남겨두고 셜록이 멈칫했다. 핸드폰 너머에서 몰리가 셜록을 불렀다.

 

  일 분 안에 그는 통화를 마무리해버리고 택시 안으로 빠르게 숨어들었다.

 

 

 

 

 

 

  NFC(National Future-Science Center)는 양 국가 간의 보이지 않는 눈치싸움을 통해서 생겨난 가장 건설적인 기관이라고 할 수 있었다. 어느 칼럼니스트는 요새 회사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풍경이 국가적인 스케일로 확장된 것이라며 평하기도 했다. 

 

  미국 대학 부설 연구소들마저 잊을 만하면 주목할 만한 발견이나 연구 결과를 학술지에 착착 싣는 모습은 영국의 움직임보다 더 관심을 받았는데 이에 식은땀을 흘린 것은 영국왕립연구소였다. 으레 영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연구기관으로 뽑히는 그곳은 여전히 나름의 명성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설립의 목적 자체가 대중과 밀접한 연관이 있어, 그들이 연구하는 첨단 기술이라고 해도 그 앞을 내다보는 정도가 적어도 바깥에서 보기에는 그다지 극적이지 못했다. 왕립연구소 측에서는 이를 염려하여 산하 기관, 아니 조국을 위해서라도 더 혁신적인 연구소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NFC의 이름은 그러한 탄생 비화를 십분 반영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타이틀에서부터 미래 과학을 논한다는 포부를 드러내며, 워낙 놀라워서 가끔 사람들의 눈총을 받을 지도 모를 주제들을 조용하게 다뤄왔다. 한 연구원의 범법 행위가 문제가 되었던 바스커빌 연구소도 NFC에 흡수되어 그 데이터를 보존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외관상으로 NFC는 평범했으며, 내부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연구원들이 자유롭게 쓰는 공간이 두 개로 나눠져 있었고 그 중 한 곳에서는 개인들이 NFC의 프로젝트와 관계없는 연구도 진행할 수 있었다. 그리고 프라이버시를 존중하여 기관에서는 함부로 연구원들의 개인실을 열어보거나 수색하지 않았다. NFC에서는 이것이 연구원들의 사기 및 기관에 대한 충성도를 높이는 데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판단했고, 연구 활동에 관해서는 가급적 개입하지 않는다는 규칙을 크게 펼쳐 연구원들은 아이보리색으로 통일된 제 1연구실의 맞은편에서 나오는 산물들을 오롯이 지킬 수 있었다.

 

  오스카 그레이는 이러한 NFC의 방침을 십분 활용하고 있는 영특한 연구원이었다. 동료들조차 문 뒤 그의 검은 공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 그러나 하얀 연구실에서 그레이는 언제나 제 역할 이상은 하는 믿음직한 파트너였고 기관도 동료들도 그 부분만 보았다. 그래서 프로젝트에 관한 가벼운 의견 교환 이후 그가 개인 연구실로 들어가려 하자, 상대방은 알아서 자리를 비워 주었다.

 

  그레이는 카드키를 긁어내리고 패스워드와 지문 인식까지 마친 뒤 문을 열고 전혀 새로운 방 안으로 들어갔다. 벽면에는 누군가의 두뇌를 스캔한 사진이 몇 장씩 붙어 있었고, 책상 위에 늘어놓은 샬레에는 머리카락이 한 올씩 담겨 있었다. 파일에 담아 놓거나 큼직한 클립으로 묶어 놓으면 될 메모들이나 종이들, 스크랩한 자료들이 눈 닿을 곳마다 붙여져 있다는 것 말고는 아주 이상할 구석도 없는 곳이었다. 

 

  그것은 그레이가 자신의 연구 대상이 되는 이들의 사진과 이름을 모조리 감추어 놓았기 때문이었다. 사실 그 정도로 조심성을 발휘할 필요는 없었을 지도 몰랐다. 그 이름은 제대로 연구되지 않은 고문서 속 등장인물과 같았다. 

 

  가볍게 춤을 추는 듯한 발걸음으로 방 안을 돈 그레이가 탁상 달력을 보고 휘익 소리 냈다.

 

  “자네의 셜록 홈즈가 죽은 지가 벌써 2년이로군.”

 

  그가 입에 담은 셜록 홈즈는 런던의 공항에서 내려 그가 기억 속에서 버릴 수 있기를 바랐던 제임스 모리어티를 곱씹고 있었다. 

 

 

 

 

 

 

  착착 소리가 나게 신문을 펴고 읽던 존은 페이지의 귀퉁이를 차지하고 있는 부고 란에서 그가 본 적이 있는 인물의 사진을 발견했다. 존은 목을 앞으로 빼고 그 여자를 어디서 봤는지 곰곰이 짚어 나갔다. 뒤이어 존은 자신이 그녀를 늦게 알아보았음에 먼저 놀라고 말았다. 그녀는 존과, 무엇보다 셜록 홈즈 앞에서 모리어티를 감싸고돌았던 여기자였다. 

 

  가슴골에 문득 찬바람이 들이치는 기분을 맛본 존은 눈살을 좁히면서 신문을 자세히 읽었다. 사실 별다른 말은 적혀 있지 않았다. 존이 읽고 있는 신문이 마침 그녀가 전에 다니던 곳이라 예의처럼 기자의 죽음을 짧게 서술해 놓았을 뿐이었다. 키티 라일리는 약물 중독으로 사망했다. 

 

  존은 이제 죽음이라면, 특히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잡히는 죽음이라면 반드시 셜록 홈즈를 떠올리게 되었다. 존은 입을 꾹 다물었다. 그 때 벨소리가 울려서 존은 기다렸다는 듯 핸드폰의 슬라이드를 울렸다. 당장 전화를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어찌나 강렬했으면 그는 평소에는 꼭 체크하던 발신자의 번호조차 보지 못했다.

 

  ―전화 받으신 분이 존 왓슨 씨 맞습니까?

 

  스피커를 통해 존은 낯선 목소리를 들었고, 잠시 핸드폰을 귓가에서 떼어내어 액정을 보았다. 

 

  “그렇습니다만. 누구십니까?”

 

  ―인터폴의 디트리히입니다. 곧 방문을 드릴 예정이라 제가 알고 있는 집주소가 맞는지 확인을 하려고 전화했습니다. 베이커 가 221B번지에서 이사하셨죠?

 

  존은 한 단어에 사로잡혀 나머지에 집중하지 못했다. 

 

  “잠깐만, 인터폴이라고요? 저는 국제 경찰이랑 엮일 만한 사건을 저지른 적이 없는데요.”

  ―왓슨 씨가 범죄자라서 제가 가는 게 아닙니다. 일단 주소 좀 확인해 주시겠습니까?

 

  그는 셜록 홈즈처럼 세상의 모든 고전적인 것들을 무시하는 사람은 아니었기에, 인터폴 요원이 불러주는 주소를 듣고 저절로 고갯짓까지 해 가면서 주소를 확인해 주었다. 

 

  “그러면 언제 오겠다는 겁니까?”

 

  통화가 끊겼다. 존이 고개를 쭈뼛이 세웠다. 의문문으로 끝나버린 통화에 존이 의아해하고 있는데 이사 온 뒤로 한 번도 작동하지 않았던 초인종이 지이잉 기지개를 켰다. 

 

  “왓슨 씨?”

 

  존은 현관문 바로 뒤에서 인터폴 요원의 음성을 들어버렸다. 

 

  “전화 드렸었죠. 알베르트 디트리히입니다. 당신을 부탁한다는 전언을 받았습니다.”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 지 몰라서 갈팡질팡하는 존을 보면서, 알베르트는 그가 부디 배후에 있는 이를 마이크로프트 홈즈로 지목하기를 바랐다. 복잡한 속내와는 다르게 슬며시 미소를 지어 보인 프로 요원은 한 발을 걸치면서 자연스럽게 존의 플랫 안으로 들어갔다.

 

  “신문을 읽고 계셨나 보군요.”

 

  미처 접지도 못한 신문이 두 사람 정도 앉을 수 있는 소파 앞 테이블에 비스듬히 놓여 있었다. 

 

  “예, 거의 습관입니다.”

  “주 무대가 영국이 아니라서 이쪽 사정은 잘 몰라서 말이지요. 한 번 봐도 되겠습니까?”

 

  존은 슬쩍 곁눈질해도 될 신문에 대해서도 예를 차리는 듯한 요원의 태도가 생소하다고 느꼈다. 존은 흔쾌히 승낙하고 주방 쪽을 가리켰다. 

 

  “그러세요. 어, 마실 거라도 내오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알베르트는 언제까지 존의 옆에 붙어 있어야 할 지 그 기간조차 통보받지 못했다. 그는 적응을 다 했다고 방심할 수가 없는 누군가를 향해 작은 한숨을 내쉬고 신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존 왓슨에 관해서라면 무엇이든지 알아도 나쁠 게 없는 상황이었다.

 

  알베르트는 키티 라일리의 사망 기사를 천천히 읽었다. 독일 지부에 속해있는 자신에게도 어쩐지 낯설지가 않은 기자였다. 가디언 지 소속도 아닌 영국 여기자의 이름을 자신이 어디서 알게 되었는지 알베르트는 미간을 좁히며 생각했고, 그동안 존이 머그컵에 차를 담아 왔다.

 

  “차 괜찮으시죠?”

  “물론입니다.”

 

  알베르트는 영국에서는 흔한 연갈색 차를 받자마자 무언가를 떠올렸다. 알베르트 디트리히가 가지고 있는 영국과의 관련점이라면 홈즈 형제뿐이었다. 그 중 셜록 홈즈가 자신에게 이 기자를 언급한 적이 있었다는 걸 깨달은 알베르트는 빠르게 문자 메시지를 입력했다. 

 

  [ 어딥니까? 당신이 언젠가 말했던 키티 라일리가 죽었다는군요. -A.D. ]

 

  “향이 좋습니다.”

  “탁자에 컵 놓을 자리도 없군요. 정리해드릴게요.”

 

  존이 신문을 치웠고 허벅지 위에 올려진 알베르트의 핸드폰이 빛났다.

 

  [ 런던 도착. 신문 값 덜어준 건 고맙게 받겠음. -S.H.]

 

  알베르트가 고갯짓으로 고마움을 표하며 차를 한 모금 마셨다. 2년 가까이 범죄자 다수를 대신 소탕해준 탐정을 위한 긴 보답의 여정을 시작하는 순간이었다. 

 

  존이 신문을 접어서 아예 탁자 아래로 내려버렸고, 알베르트가 말문을 트면서 두 사람이 그럭저럭 대화를 이어가기 시작한 고로 그들은 주목할 만한 기사가 그 신문에 하나 더 있는 것을 몰랐다. 그것은 NFC의 연구진들이 전기·화학적 자극으로 인간의 생물적 구조, 특히 뇌의 일부를 조정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는 발견을 해냈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그 기사에 첨가된 짧은 발언은 오스카 그레이의 말이었다.

 

 

 

 

 

 

  파란빛이었던 하늘이 삽시간에 색깔을 바꾸는 오후였다. 셜록은 그보다 늦게 성 바스톨로뮤 병원을 찾을 생각이었지만 몰리가 들키지 않게 책임져 주겠다는 말을 듣고 일정을 앞당겼다. 가짜 시신을 제공해 준 것 이후로도 몰리는 여러 가지 부담을 떠안아야 했지만, 셜록 홈즈의 생존을 알고 있다는 무게감 정도는 의연히 받아낼 수 있는 여인이었다. 병원의 공식적인 업무가 끝나간다는 이유로 복도의 조명까지 살짝 어둡게 해 놓은 몰리는 조심스럽게 셜록을 안으로 들였다.  

 

  “오늘은 걱정 없이 여기 있어도 돼요. 당직도 바꿨거든요. 더 있을 거죠?”

  “…고마워요, 몰리.”

 

  몰리는 으레 그녀가 보이곤 했던, 입꼬리를 순간적으로 올렸다가 어정쩡하게 아래로 잡아당기는 미소를 지었다. 

 

  “그 시신을 보여드리고 싶지만 혹시 모르니까, 6시까지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셜록은 고개를 끄덕였다. 몰리는 셜록이 생전에 사용하던 널찍한 실험실보다 좁고 기구도 조금 낡은 방으로 그를 안내했다. 누군가가 들어올 일이 없고 엉덩이를 붙일 수 있는 의자 정도만 있다면 셜록은 30분 정도는 어렵지 않게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들 수 있었다. 몰리는 잠시 후에 오겠다면서 방문을 닫고 나갔다.

 

  자리에 앉은 셜록은 느닷없이 핸드폰 벨소리를 들었다. 크게 잡아도 2m를 다 못 나아갔을 몰리의 벨소리는 나무로 만든 문을 통해서 그대로 셜록에게 흘러 들어왔다. 

 

  “왓슨 선생님.”

 

  셜록이 눈동자를 치켜 올렸다.

 

  ―오늘 묘지에 갈 수 있어요?

  “…오, 이런. 오늘이었죠. 마침 당직 일정이 바뀌어서… 어려울 것 같은데요.”

 

  몰리가 두 눈을 좁히면서 더듬더듬 답했다. 셜록의 방문을 대비하기 위하여 신경 쓸 게 많아서 깜빡 잊어버리고 있었다. 실은 살아 있는 사람의 기일을 헷갈림 없이 명확히 기억한다는 것 자체가 까다로운 일이었다. 한편 수화기 저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는 셜록은 몰리가 더 많은 말을 해주길 기다렸다.

 

  ―할 수 없죠. 괜찮아요.

  “죄송해요.”

  ―나한테 죄송할 건 없죠. 셜록한테 사과한다면 모를까. 신경 쓰지 말고 수고해요, 몰리. 

 

  몰리는 알쏭달쏭한 표정으로 핸드폰을 내리고 다시 복도를 걸었다. 셜록은 몰리의 발소리에 주의를 기울이다 스스로 실마리를 떠올려내고는 잠시 바닥을 보았다. 

 

  살아 있는 셜록 홈즈와 한 도시에 있는 존은 그의 죽은 모습을 보려고 재킷을 챙겼다. 

 

  “마이크로프트도 내가 셜록한테 가려고 외출하는 건 눈감아 주겠죠? 날 집 안에 가둬 두겠다는 건 아닐 거 아닙니까.”

 

  존은 모르겠지만 그는 방금 진실과 허구가 경계 없이 얽혀 있는 난잡한 말을 하고 말았다. 이에 알베르트는 어떤 반응을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아서 그저 얌전히 존의 뒤를 따르기로 했다.

 

 

 

 

3.5.

 

  “그러고 보니 셜록 홈즈를 얼마나 알고 있습니까?”

 

  존은 알베르트와 묘지에 오는 길에 꽃을 사지 않았다. 알베르트는 혹시 자신의 눈치를 보는 건가 싶었지만 존은 원래 셜록을 찾아갈 때 꽃을 사지는 않는다고 했다. 니코틴 패치를 챙기면 챙겼다는 말에 알베르트는 얼굴을 찡그리듯 웃었다. 

 

  “글쎄요, 남들이 아는 만큼은 되지 않을까요.”

 

  알베르트는 며칠 전에 베를린에서 만난 사내의 묘석을 보고 갖가지 감정을 느꼈다. 그가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는 방법을 터득하지 못했다면 존보다 더 뒤틀린 표정을 지었을 것이었다. 

 

  “지금 다른 사람들이 셜록 홈즈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그가 허영심에 가득 찬 가짜라는 것뿐입니다.”

  “…요새 기준이 그렇다면 말을 좀 정정해야겠네요.”

 

  존은 말없이 셜록 홈즈라는 글자가 까맣게 새겨진 비석을 보았다. 알베르트는 그가 살아있다는 말은 할 수 없었고, 그저 자신의 의견을 두루뭉술하게 표현하는 데에 그쳤다. 

 

  “그래도 직업이 직업인지라 그 탐정이 어떤 사건을 해결해 왔는지, 유명한 건 몇 가지 알고 있습니다. 그게 다 꾸며낸 일이라고는 단정하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존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제 레퍼토리도 대개는 그런 식이었죠.”

 

  입술을 한 번 안으로 말아 누른 존은 무언가를 터뜨리듯 말을 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사람들이 셜록을 기억할 때나 할 수 있는 말입니다. 셜록 홈즈는 워낙 험하게 갖고 놀아 칠이 벗겨진 장난감 신세가 되었죠. 충분히 써먹을 수도 있지만 아무도 그렇게 하지는 않아요.”

  “…당신은요?”

 

  그러자 존은 세상에서 하나뿐이던 자문 탐정이 사건의 레벨을 매기는 데 사용했던 니코틴 패치를 묘비의 옆면에 붙였다.

 

  “이것이 제 답변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알베르트는 그것의 의미를 이해했다. 이번에 그는 존의 옆자리를 차지해 주는 게 가장 훌륭한 선택이라고 생각해서 존을 따랐다. 

 

  셜록 홈즈는 런던에 도착했다는 메시지 이후 소식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