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hen Bruce Wayne meets a reflection of himself named Jason Bourne
- Original Date 2016. 08. 03
- Written by. Jade
At the edge of deadly skepticism
천둥을 동반한 번개를 내리꽂을 것 같은 하늘이 멀고 깊은 곳에서 부글거리고 있었다. 브루스 웨인은 위를 올려다보지 않고 그대로 차에서 내렸다. 하늘은 대체로 그의 신경을 거슬리게 했다. 말할 수 없는 것이 많은 남자는 곧장 근처의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내부는 꼭 환풍기가 하나도 달려있지 않은 것처럼 답답했다. 브루스 웨인은 문이 닫히기 직전 짧게 들어오는 차가운 공기를 마셨다. 소매를 열거나 타이를 밑으로 끌어내리지는 않았다. 그는 건물 안의 무리들 중에서 가장 초연한 얼굴을 띠고 걸음을 옮겼다.
온갖 소리들이 섞여 거대한 고함이 탄생하고 있는 공간이 있었다. 그가 시선을 힐끗했다. 두 차례를 기다리면 그가 주시해야 할 격투가의 순서가 오게 되어 있었다. 과연 브루스 웨인은 그에게 가장 적절한 시간에 그가 원하는 장소에 도착한 것이었고, 그는 시작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며 주변을 살폈다. 정작 주먹을 휘두르는 이들이 다 갖지도 못하는 지폐 위에서 벌어지는 싸움은 의외로 빨리 끝나는 편이었다. 브루스 웨인이 노리는 자는 그보다 훨씬 이 도박에 대해 잘 알고 있으므로 이미 이 자리에 도착해 있어야 했다. 하지만 러시아인은 보이지 않았다.
주변이 더욱 시끄러워졌다. 다른 방향에서 싸움꾼들이 입장한 모양이었다. 브루스 웨인은 격정이 피어오르는 곳을 보지 않았다. 그에게 필요한 것은 찰나의 행운과 다른 사람들의 피를 즐기는 동물적인 정열이 아니었다. 브루스는 한 번의 싸움이 끝날 때까지 그것을 외면하며 러시아인을 찾아다녔으나 수확을 얻지 못했다.
환호하는 자와 격분하는 자들 사이에서 브루스는 입을 다물었다. 그가 고개를 돌렸다. 이 자리에 있을 의미를 잃어버린 그가 마지막으로 미련처럼 실행한 행동이었다. 아주 오래 전부터 브루스 웨인은 무언가를 기대하지 않게 되었다. 그는 믿을 만한 정보를 가지고 러시아인을 찾은 것이었지, 어떤 믿음이나 희망을 가지고 여기에 온 것이 아니었다. 바람은 현실에 아무런 영향력도 끼치지 못한다. 브루스 웨인의 눈동자가 사선으로 꺾여갔다.
표정이 없는 남자가 나타나 자리를 잡았다.
갑작스럽게 번쩍이는 반사광이 터졌을 때 미간을 찡그리며 그 빛의 근원지를 자연스레 확인하게 되듯이, 브루스는 기울어 가라앉으려고 하던 시선을 끌어올렸다. 손에 붕대를 감고 있는 동작은 분명히 격투를 준비하는 일련의 과정인데 그걸 실행하는 이에게서는 투지와 흥분이 완벽하게 결여되어 있었다. 브루스는 또 어떤 추상적인 반사광을 본 것 같았다. 그의 발이 미끄러지는 바닥은 빛을 받아들일 수 없는 나무로 만들어져 있었다.
브루스 웨인은 문득 자신이 강화수트를 입을 때 어떤 태도로 그 변신에 임하는지를 돌이켜보았다. 책임과 체념의 경계를 열고 닫으면서 이제는 이 일에서 벗어날 수가 없게 된 것 같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았다. 희열은 없었다. 단 한 번도 기뻐할 수 있는 순간은 존재하지 않았다. 애정과 미래를 잃어가는 것을 위하여 계속적으로 희생을 감행하는 모순 속에서 건강한 무언가는 결코 자라나지 않았다.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다고 생각했던 사실이 낯설게 브루스 웨인의 머리를 찔렀다.
러시아인은 오늘 아예 오지 않을 듯했다. 그런데 브루스는 그에 대해 아무런 감상도 느끼지 못했다. 작고 피상적인 느낌마저도 이성에 녹아들어 버린 듯했고 이성은 느낌이 아니라 인식을 위한 장치였다. 붕대를 다 감은 남자 역시 비정상적인 초연함을 펼쳤다.
"곧 격투가 시작됩니다! 더 거실 분 안 계십니까?"
격투장의 심부름꾼이 지폐를 팔랑거리는 소리가 나게 흔들었다. 브루스는 조용히 손을 들었다.
"저 남자에게 걸겠소."
청년은 브루스가 쥐어주는 액수에 놀랐다가 능청스럽게 눈썹을 으쓱였다. 모두가 성이 나 있었다. 격투가들보다 더 뜨거운 콧김을 뿜어대는 구경객들 사이를 유연하게 빠져나간 청년은 관객들을 재미있게 여길 터였다. 기대와 탐욕과 호기심이 없는 자들은 자신의 이질성을 감추고 있었다. 브루스 웨인은 남자를 바라보았다. 반사광이 눈을 가리는 기분은 사라졌다. 올바른 위치에서 상을 응시할 때 시야는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는 법이었다. 그는 장애물이 사라진 그 자신의 시야 속에서 많은 걸 목격했다.
죽음을 바랐던 적이 있었다. 실제적인 것과 형이상학적인 것을 가리지 않고 죽음을 경험한 일은 많았다. 브루스 웨인은 그것으로부터 인간의 죽음 또한 독립적일 수는 없다는 걸 깨달았다. 인연과 신념과 소망이 연거푸 스러져가다 보면, 그 부스러기들이 지상에 깔려 생에 대한 의지를 땅보다 더 깊은 곳으로 미끄러지게 할 수 있음을 배웠다. 그 때조차 브루스 웨인은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다만 눈물로 만들어진 웅덩이에 발을 담근 듯이 자꾸만 균형을 잃는 자신을 발견했을 뿐이었다.
브루스 웨인은 덤덤하게 되짚었으나 그 시절 그는 아주 날카로운 위기에 봉착해 있었다. 힘을 불어넣으려고 시도만 하면 도리어 휘청이는 관념에 화가 났던 그는 자신을 괴롭히는 물웅덩이를 얼려버렸다. 그리하여 그의 발밑은 더욱 미끄러워졌지만 환상 같은 두께와 강도를 가지게 되었다. 브루스 웨인은 일어서서 걸을 수 있었다. 물론 자신이 물이 얼어있는 지점에 서 있다는 건 잊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그는 몹시도 조심하면서, 자신의 발바닥 아래를 깨뜨릴 수 있는 건 뭐든지 의심하면서 움직이게 되었다.
절망과 회의주의로 빚은 절벽으로 한 남자가 몰리고 있었다. 브루스 웨인은 눈을 깜빡여 현실을 직시했다.
그가 선택한 남자는 두들겨 맞고 있었다. 브루스가 보기에 그는 오직 그간의 경험에 이끌려 두 팔을 올리고 있었고, 단련된 육체가 있어 아직 쓰러지지 않은 것이었다. 광기와 욕설이 피 흘리는 남자에게 꽂혔다. 밀리기만 하던 남자는 급기야 브루스가 서 있는 곳까지 다가와서 비틀거렸다.
브루스 웨인은 자신도 모르게 그를 잡았다.
자신의 무력함을 중력에 휘감아 위장해보려던 남자는 또 다른 인력에 가로막힌 자신을 한 번 보았다가 뒤를 돌았다. 브루스는 자신의 양 손이 남자의 땀에 밀려나지 않도록 힘을 주고 있었다. 브루스가 남자를 세웠다. 그에겐 일종의 반사광이었던 남자의 동공은 의외로 탁해 브루스는 자신의 얼굴이 어떻게 비쳐 보이는지 몰랐다. 그 찰나의 브루스 웨인은 오직 남자만 눈에 담을 수 있었다.
남자는 일어섰다. 동시에 그는 싸웠다. 브루스는 마치 자신에게 맡겨진 일인 양 남자가 처음으로 내뻗은 주먹의 의미를 추측했다. 그러나 그보다 앞서 남자는 덤덤하게 승리를 가져왔다. 구경꾼들이 이건 말도 안 된다면서 발악을 해댔다. 일회용에 지나지 않는 붕대가 스르르 떨어졌다.
브루스는 천천히 인파에서 빠져나왔다. 남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상식적으로 소중히 다루는 자신의 소지품마저 아무렇게나 방치하는 듯했다. 남자는 바닥에 굴러다니고 있는 가방 하나를 옆에 두고 옷을 꺼내는 중이었다. 조금 전 브루스의 돈을 걷어갔던 청년이 눈을 찡긋하며 그에게 지폐 뭉치를 건넸다.
남자는 지폐를 세지도 않고 무심하게 가방 한 구석에 쑤셔넣었다. 그의 등에는 총알을 대보면 딱 맞을 것 같은 크기의 상흔들이 있었다. 브루스는 그제야 남자의 외양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그는 훈련을 받았으며 총을 맞아본 적도 있는 데다 저급한 자들의 파괴성을 두려워하지 않는 인물이었다. 브루스가 의식적으로 눈을 깜빡였다.
남자가 브루스를 똑바로 응시하고 있었다.
세상에는 소리로 전달되지 않는 것들이 많았다. 브루스 웨인이 가장 털어놓고 싶은 것들이 한 번도 그의 음성에 실린 적이 없는 것처럼. 둘은 서로의 소리를 공유하지 않은 채 조용히 서 있기만 했다. 사실 브루스는 남자에게 이것 저것을 묻고 싶었다. 그의 발 밑은 자신과 같은지, 혹은 그런 걸 일일이 따지지 않고 당신은 자신과 같은 사람인지를 확인하고 싶었다. 현실과 닮았지만 그것과 평행하고 있는 위치에서 브루스 웨인은 한 번도 자신 이외의 인물을 본 일이 없었다.
결국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남자가 가방을 들었다. 뒷문으로 빠져나가기 위해 브루스를 지나쳐야 할 필요도 없었다. 남자는 그대로 브루스를 등지고 반대편으로 벗어났다. 브루스는 그 뒤 돈을 걷는 청년에게 남자의 이름을 물어봤지만, 그는 이 주변에서는 누가 들어도 가명으로 생각될 이름으로 불리고 있었다.
그 후 브루스 웨인이 자신은 그림자를 본 것에 지나지 않았다고 결말을 내려버리는 건 당연했다. 그는 진심으로 남자가 자신을 찾아낼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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