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ar Trek Into Darkness, Khan Noonien Singh & Montgomery Scott
- Written by. Jade
Engineer's Log
Log 1
23세기의 기술로 우주 내 도약이 가능한 함선을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은 50일 남짓이었다. 물론 이후 각종 기능들을 테스트하는 데 배를 건조한 만큼의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어쨌든 함선의 모양이 갖춰지기까지 필요한 시간은 50일이다.
늘 대단할 정도로 짧다고 여겨졌던 그 50일에 스콧은 처음으로 화를 냈다. 엔터프라이즈호를 다시 만드는 일에 50일이 걸린다는 건 그만큼 그가 스타플릿이 던져준 임무에 잡혀있어야 한다는 것이었고, 평화와 안락함이 가득한 요크타운이 아닌 무시무시한 샌프란시스코의 본부에 혼자 있어야 한다는 뜻이었으며 전범 한 명을 무찔렀더니 더욱 극악무도한 범죄자와 같은 공간을 써야 한다는 말이었다.
스콧은 정말로 열고 싶지 않은 문을 쳐다보았다. 문틈 아래에서 하얗게 응결된 한기가 피어오르는 것 같았다. 스콧이 그 문을 열고 싶지 않은 데에는 안쪽이 춥다는 것 말고도 너무나 많은 이유가 존재했다. 얼굴이 거칠고 과묵한 스콧의 친구조차도 이 일에선 멀어지고 싶다면서 요크타운 어딘가에 숨어버렸다. 스콧은 한숨을 쉬며 자신의 손에 쥐어진 카드키를 바라보았다. 영광스럽게도 그 열쇠를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은 스타플릿에서도 몽고메리 스콧 한 명밖에 없었다.
스콧은 자신도 모르게 시선을 피하면서 잠금장치를 해제했다. 트레이닝을 잘 받은 장교가 10명쯤 있어도 열리지 않을 것 같은 거대한 문이 고맙게도 스콧에게 길을 열어주었다. 스콧은 김이 서린 내부마저 이겨내고 윤곽을 드러낸 73개의 캡슐들을 무겁게 쳐다보았다.
스타플릿은 하필 전범들의 수용소를 고칠 수리공으로 스콧을 골랐다. 이에 스콧을 비롯한 엔터프라이즈호의 주요 승무원들의 반응은 몹시도 뜨거웠다. 커크는 막말을 쏟아냈고 스팍은 함선이 파괴되는 위기와 생명의 위협을 간신히 지나온 장교에게는 충분한 육체적 및 정신적 안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했으며, 맥코이는 인체에 해가 되지 않지만 아주 요란한 부작용을 일으키는 약물은 아주 많다며 스콧에게 귀띔했다. 스타플릿은 단 한 마디로 승무원들의 열의에 찬물을 끼얹었다. 스타플릿 최고의 엔지니어 자리를 다투면서 강화인간들의 잔인함을 몸소 체험한 바 그들에 대한 환상을 품지 못할 인물이 스콧밖에 없다는 주장으로 말이다.
그리하여 스콧은 극저온 캡슐들이 보관된 창고에 서 있었다. 인류를 멸망시킬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존재들 사이에서 스콧은 말없이 컴퓨터를 켰다.
―…그게 다인가? 기계가 낡아서 그런 거라고?
"엄밀히 따지자면 이 캡슐들은 300년이 넘는 시간을 버티고 있는 겁니다. 진즉에 망가졌어야 하는 물건들이에요. 이 시대에 캡슐과 맞는 부품이 있을 리가 없기 때문에 수리도 여의치 않습니다. 차라리 캡슐을 새로 제작하는 게 나아요."
스콧은 개인 트랜스포터 장비에 오를 때 이미 예상했던 결과를 읊고 있었다. 극저온 캡슐도, 그 안에 들어있는 존재들도 너무나 오랜 시간을 견뎠다. 사실 이런 경우에서 엔지니어들은 가장 큰 무력감을 느낀다. 그들이 배운 학문은 시간을 초월하기 위해 형성된 것이 아니었다.
―지금 당장 캡슐을 제작하기로 결정한다 하더라도 시간이 필요하네. 그 때까지는 캡슐들의 동결 시스템은 작동해야 해. 그렇게 만들 수 있겠나?
"먼저 말씀드린 것처럼 완벽한 수리는 불가능합니다. 전처럼 동결 온도를 유지하려면 물리적으로 냉매를 넣는 게 가장 안전할 겁니다."
―알아보도록 하지.
그 말과 동시에 스콧은 소리 내어 숨을 뱉으려다가 급히 입을 붙잡았다. 통신이 아직 종료되지 않았다.
―그 자의 캡슐에는 문제가 없나?
스콧은 부가적인 설명 없이도 질문을 이해했다.
"다른 것들과 비슷한 상태입니다. 이전보다 온도가 올라가 있는 상태이긴 하지만 다른 강화인간들도 그 온도에서 생명 반응을 보여주고 있진 않아요. 아직까진 버틸 수 있어요."
―알겠네. 그 부분은 특히 신경써주길 바라지. 그리고 앞으로 일지 형식으로 캡슐의 점검 상태를 기록해놓으면 네트워크를 통해 이쪽에서 확인하겠네. 수고하게.
화면이 꺼졌다. 스콧은 목구멍 아래에서 틀어막혔던 숨소리를 시원하게 흘렸다. 그의 호흡은 희미한 연기를 피우다가 사라졌다.
잠시 후 스콧은 의자를 홱 돌리며 일어났다. 그는 맨 앞쪽에 놓인 캡슐을 마주본 자세로 멈춰 섰다.
얄팍한 얼음이 맺힌 투명한 외관부를 통해 보이는 콧대와 입술이 있었다. 스콧은 그 선명도가 이전에 비해서 얼마나 옅어졌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는 강화인간들을 가두지 않았다. 그들이 다시 봉인되는 일에도 아무런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았다. 스콧은 이 공간의 진정한 주인이기도 한 칸 누니엔 싱의 불완전한 실루엣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모른 채 캡슐을 다시 들여다보았다.
그 때 칸은 분명히 잠들어 있었다.
Stardate 2262. 58
캡슐 내부의 온도는 영하 180도였다.
여전히 한기라는 단어로는 아우를 수 없을만치 냉혹한 환경 속에서 얼어붙어 있던 한 강화인간의 세포가 꿈틀거렸다. 고작 16도가 달라졌을 뿐인 혹한과 혹한의 변화를 기어코 감지한 육체는 소리 없이 한 번 펄떡였다. 하지만 캡슐 안은 여전히 추웠다. 고도로 섬세하게 빚어져 같은 종족들 사이에서도 그 완성도를 자랑했던 자질이 발생되기에는 일렀다. 게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온도는 영하 179도로 내려갔다. 강화인간은 일어날 수 없었다.
칸 누니엔 싱은 자고 있었다. 그러면서 동시에 그는 깨어나고 있었다.
커크는 스콧이 연락을 하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잽싸게 통신을 받았다. 그는 스콧과 하나된 마음으로 엔터프라이즈호의 위대한 기관실장을 전범 수용소로 유배 보낸 스타플릿 간부들을 한참 욕해준 뒤에야 스콧의 안부를 물었다. 스콧이 할 말은 '목숨은 잘 붙어 있고 무지 춥네요' 정도 뿐이었다. 커크는 50일 내내 스콧이 잡혀있는 일은 없도록 힘을 쓰겠다고 약속했다.
다행스러운 사실이 있다면 커크가 즉시 스타플릿 제독들과 담판을 벌이지 않아도 잠은 원하는 곳에서 잘 수 있다는 점이었다. 스콧은 오늘의 할 일을 마무리하기 위해 모니터에 일지 프로그램을 띄워놓았다.
"어, 으음… 엔지니어 일지, 2262년 81일."
스콧은 자신이 빚어낸 표현이 낯설어 눈썹을 찡그렸다.
"시설에 와서 극저온 캡슐을 처음으로 점검했다. 짐작했던 대로 캡슐의 하드웨어가 노후화되면서 핵심 기능을 완벽하게 구현시킬 수 없는 상태에 다다른 것이었다. 꼭 필요한 부품을 만들어볼 수야 있겠지만 고쳐야 하는 캡슐이 73개나 되니, 냉매를 억지로 주입해주지 않으면 한창 내가 수리를 하고 있는 도중에 깨어난 강화인간들이 내 등에 진을 치고 있는 상황을 보게 될 것이다. 일단 나는 엔지니어지 화학자가 아니라서 냉매에 대한 부분은 부탁을 넣어 놓았다. 스타플릿은 캡슐의 온도가 너무 많이 떨어졌다고 난리를 피우면서 나를 불렀지만 기록을 비교해본 결과 이전의 정상적인 온도와는 최대 15도가 차이났다. 그러니까 그렇게 호들갑을 떨 수준은 아니었다는 거다. 일단은 하루에 4번씩 온도를 체크하려고 한다."
술술 일지를 녹음하던 스콧이 잠시 입술을 매만졌다.
"윗사람들은 아직 그들을 더 재워놓고 싶은 모양이다. 캡슐이 새로 제작되기만 한다면 그들은 천 년은 지나야 깨어날 기회를 얻게 될지도 모르겠다."
스콧의 입이 굼뜨게 움직였다. 스타플릿 간부들이 확인하게 될 일지에 사견을 집어넣는 기분이 들었다. 그렇지만 보고가 아닌 일지를 작성하는 자들은 탐험가나 역사가이지 타인의 가치관을 두려워하는 족속이 아니었다.
"나는 그걸 옳다거나 잘못 되었다고 판단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일지 종료."
스콧이 모니터를 껐다. 극저온 캡슐은 지속적으로 구동음을 내지 않기 때문에 시끄러운 전자기기 하나가 꺼지자마자 내부는 삽시간에 조용해졌다. 스콧은 뒤를 돌아보았다. 하단부에 형광빛 표식을 단 캡슐이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왔다. 위급 상황 시 동일하게 생긴 캡슐들 사이에서 '가장 위험한' 분자를 찾는 데 시간을 낭비하지 않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 있었다.
원하지 않는 곳으로 생각이 나아가는 것 같아 스콧은 시선을 거두었다. 그가 얼마 되지 않는 소지품들을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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