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gsman/해리에그시] A Mystery of the Opera House

- Kingsman 2015. 8. 31. 12:50 posted by Jade E. Sauniere

- Kingsman: The Secret Service, Harry Hart/Eggsy

- Written by. Jade


A Mystery of the Opera House 




 

#1. 전 런던 오페라 극장 경영인인 겔다 부인


  아직도 그 옛날 시절을 궁금해 하는 사람이 있을 줄 몰랐네요. 사람들의 흥미가 몰릴 이야기이기는 하죠. 아, 잊어버리지는 않았어요. 그런 놀랍고도 강렬한 시간은 쉽게 잊어버리기 어렵잖아요. 나야 당사자들이 아니라서 확신할 수는 없지만, 그게 대체 언제였더라, 그 꼬맹이가 구급함을 찾는다고 대기실을 뒤지다가 내 눈에 띈 적이 있어요. 꼬맹이는 당연히 에그시 언윈을 말하는 거죠. 아마 그 때가 그와 ‘유령’의 첫 만남이 아니었을까 추측하고 있어요.


  저는 한 번도 ‘유령’을 본 적이 없어요. 그 대단한 소란이 있기 전까지 그의 얼굴이나 목소리를 제대로 아는 건 에그시뿐이었을 겁니다. 한 번은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긴 했어요. 그 어린 녀석이 저한테 한 번 걸리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수도에 국왕이 사람 한 명을 찾는다는 벽보가 깔렸어요. 새로 생긴 궁전 앞에 세워질 국왕의 동상을 세우라는 명령을 받은 예술가였는데 갑자기 실종됐다나요. 어쨌든 범죄자는 아니었으니 저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지요. 그리고 오페라 극장으로 국왕의 기사단이 온 적도 없었던지라 저는 그 일을 잊어갔어요. 제 머리가 아직도 이 일을 기억하고 있는 줄 저도 처음 알았네요.


  아, 근데 그 예술가는 어떻게 되었죠? 국왕에게로 돌아갔나요?


*

 

#2. 당시 극단의 단원이었던 겔다 양


  말씀하신대로 전 에그시랑 친했어요. 아시겠지만 제가 일했던 극단은 남성 중심이라는 독특한 특성 때문에 주목을 받았었잖아요? 저에게도 다른 선택의 여지는 없었지요. 그나마 키도 좀 비슷해서 볼 때 힘들지 않고, 나이가 비슷한 동료는 에그시밖에 없었거든요.


  ‘유령’의 존재가 가시화되기 전에 저는 에그시에게 어떤 특별한 상대가 있다는 걸 제일 먼저 눈치 챘죠. 공연이 없는 수요일 밤만 되면 에그시가 밥을 먹자마자 우리가 흔히 예배당이라고 부르는 곳으로 사라지는 거예요. 진짜 예배당은 아니고, 그림이 몇 점 걸린데다가 혼자 명상을 하기 좋아서 편의상 예배당이라고 부르는 작은 방이었죠. 단원들의 관심을 크게 받는 곳은 아니었어요. 저는 단원들 중에서는 에그시를 따라가는 사람이 없는데, 왜 에그시가 수요일 밤만 되면 예배당 문을 걸어 잠그는지 궁금했고 결국 한 번은 예배당 방문에 귀를 대 보았죠. 그랬더니 에그시가 안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는 거예요. 제가 알고 있는 그의 목소리보다도 훨씬 더 훌륭한 음성으로 말이에요.


  그 날 저는 에그시한테 거기서 노래 연습을 하면 잘 되냐는 식으로 그를 슬쩍 떠봤어요. 뭐, 그는 그렇다고 대답했죠. 혼자 하는 거냐고 물었더니 에그시는 자신을 가르쳐주는 사람이 있댔어요. 아니, 정확하게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사람이 아니라 ‘천사’였죠. 그러고 보니 천사나 유령이나 사람이 아니기는 매한가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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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당시 극단의 단원이었으나 쫓겨났던 손튼 군


  이 양반 배짱도 좋으시네. 지금 나한테 그 사건에 대해 물어보려고 온 거예요? 난 말해줄 거 없어요. 다신 기억하고 싶지도 않은 일인데, 내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오길 바라는 겁니까? 난 할 말 없다니까요.


  젠장, 언윈 그 놈한테는 악마가 붙어 있었어요. 악마나 유령이나 뭐가 다릅니까? 그런 비겁한 술수를 썼으니 제가 물러날 수밖에 없었죠. 무대에 서려고 유령에게 몸과 영혼을 내준 비겁한 놈. 됐어요, 빨리 가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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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다시 겔다 부인


  에그시는 언제부턴가 노래에 재능을 보였어요. 단원들이 때때로 놀이를 섞어서 대기실 경연대회 비슷한 걸 하는데 에그시의 목소리를 따라갈 사람이 없는 거예요. 숙식비로 출연료의 반 이상을 극장에 내고 있는 에그시에게 레슨을 받을 만큼의 돈이 없다는 걸 아는데 참 신기한 일이었죠.


  다만 그 때 극장에 올리고 있던 작품의 남주인공 역할을 맡고 있는 손튼 군에게 불상사가 많이 일어나고 있어서 여차하면 에그시를 대타로 세울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정말 별 일이 다 있었죠. 무대 장치가 떨어지질 않나, 어젯밤 잘만 입었던 의상이 거의 망가져 있기도 했고요. 결국 어느 리허설 날에 머리가 깨질 뻔한 사고를 겪은 뒤 손튼은 질려버려서 극장을 나가버렸지요.


  아까 그 실종되었다던 예술가가 어떻게 됐는지 아냐고 물었잖아요. 저는 아직도 유령이 굉장한 실력을 가진 건축가나 미술가라고 믿고 있어요. 극장에서 그렇게 온갖 사고를 치고 다니면서도 한 번도 잡힌 적이 없었다는 걸 생각해보면 그 ‘유령’이 남들은 모르는 극장의 비밀을 알고 있었다는 건 자명한 사실이죠. 제 딸이 14살이었을 때니까, 에그시도 똑같았겠네요. 그 때 대대적으로 극장을 보수한 적이 있었어요. 인부들이 설계도를 보고 혀를 내둘렀었죠. 제가 그렇게 실력 있는 건축가를 고용한 건 아니었는데, 아마 ‘유령’이 극장을 자기 입맛대로 개조하려고 설계도를 바꿔치기 했었을 수도 있어요. 그 때 극장에 ‘유령’이 있다는 걸 알았으면 좋았을 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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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브리스톤 경감


  아, 갑자기 없어졌던 국왕의 예술가 말입니까? 결국 못 찾았어요. 마부들의 조합에 몇 번이나 공문을 돌렸고 항구에도 몇 달 인력을 배치해 뒀었죠. 그런데 정말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국왕 폐하께서 많이 상심하셨죠. 실력 하나는 진짜로 끝내주는 양반이었거든요. 지금 우리나라의 자랑이라고 할 만한 건축물이나 미술품들이 다 그 양반 손에서 나왔습니다. 음악에도 상당한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던데, 그가 쓴 음악은 왕족들만 들었다니까 전 모르죠.


  그는 아직도 실종 상태로 남아 있습니다. 몇 년 지나면 사망을 가정해야 할 거예요. 그 때 돌았던 소문이 국왕에게 무슨 배신감을 느껴서 도망을 나온 거라고 하던데, 그쪽 세상은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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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당대 유명한 건축가였던 로더 씨의 아들인 마틴 로더 씨


  …그렇습니다, 제 아버지에게는 라이벌이 있었죠. 어디선가 갑자기 나타나 국왕 폐하의 총애를 받았습니다. 아버지께서 맘고생이 심하셨어요. 자신이 왜 이런 시험을 겪어야 하냐면서 몇 번이고 가슴을 치기도 하셨습니다.


  제가 지금 건축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어깨 너머에서 본 것들이 많아 관련 자료를 볼 줄은 압니다. 그리고 그의 설계와 창의성과 견고함은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는 것이었습니다. 세상에 이런 천재가 있을 수도 있다는 걸 처음 깨달았어요. 그는 모든 것에 능했습니다. 번거롭게 다른 화가들이나 조각가, 내부 장식에 정통한 사람을 부르지 않아도 됐기에 국왕 폐하가 그를 많이 아꼈습니다. 결국에 국왕 폐하께서는 더 이상 제 아버지에게 일감을 주지 않으셨지요. 그것 때문에 집안이 기울지는 않았으나 아버지의 자존심에 많은 상처가 간 건 분명했습니다. 그의 이름은….

 

#6.5 (하트 가문의 집안사람을 만나려 했으나 영국에서 하트라는 성을 쓰는 자를 찾아볼 수 없었다. 왕궁의 관계자와 접촉하는 일은 불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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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다시 겔다 양


  저한테 에그시가 기숙사 생활 하면서 썼던 노트가 있어요. 으음, 개인적인 일기장은 아니고 에그시와 제가 필담을 나누었던 공책이라고 할까요? 에그시가 이걸 가져가지 않아서 제가 챙겼어요. 한 부분을 읽어드릴 테니 들어보세요. 손튼이 극단을 나가고 에그시가 대신 주인공 역에 지명되었을 때에요.


  ‘겔다, 아마 너는 이 페이지를 내일 리허설이 끝나고 쉬는 시간에야 볼 수 있겠지. 사실은 나도 자야 하는 시간인데 도무지 잠이 안 와. 방금 내 천사님에게 기쁜 소식을 전해드리고 왔거든. 그가 무대에 선다면 얼마나 멋질까! 음악의 천사가 내게 내리는 도움에 힘입어 내 목소리가 많이 좋아지기는 했어도, 여전히 그의 경이로운 실력을 따라갈 수는 없어. 영영 불가능할 거야. 그는 음악을 지배하는 신이야. 나는 그를 천사라고 부르지만, 아폴로 신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 오, 겔다! 그렇지만 천사님은 정말로 상냥해. 내가 점차 그의 위치에 접근해가고 있다면서, 그도 모든 걸 밝히고 내 옆에 내려올 순간을 고대하고 있다고 말했어. 내일 정말로 열심히 할 거야. 성공해야만 해. 그래야 내 천사님이 나와 계속 함께해줄 거야. 아니, 선하신 음악의 천사께서는 내가 실패해도 나를 격려해주려고 날 떠나지 않으실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그를 실망시킬 수 없어.’


  이 뒤의 일은 기자님도 아시죠? 에그시의 데뷔 무대는 끝내주게 성공적이었어요. 그리고 그는 이틀간 극장에 나타나지 않았고요.


  해리 하트요? 처음 들어보는 이름인데, 누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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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잉글랜드 전역의 묘지에서도 ‘해리 하트’라는 이름이 새겨진 비석은 발견되지 않았다. 마틴 로더 씨에게 전보로 다시 그 건축가의 이름을 물었으나 똑같은 답변이 돌아왔다. 오직 에그시 언윈의 무덤만이 눈에 띠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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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에그시 언윈의 여동생 데이지 언윈 양


  언제 절 찾아오시나 싶었어요. 겔다 언니로부터 요새 ‘유령’ 이야기를 파헤친다는 기자분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었거든요. 오빠가 데뷔한 날, 그리고 그 이틀 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하신 거죠?


  저는 오빠랑 극장에서 같이 살기는 했지만 노래에는 재주가 없었어요. 차라리 노랫말을 짓거나, 포스터에 들어가면 멋질 한 줄을 쓰는 일에 더 어울렸죠. 저도 글에 재주가 있다는 걸 알아서 일기도 하나의 기록물 형식으로 쓰곤 했어요. 그래서 기억이 그런대로 생생한 편이에요.


  으음, 이런 말씀을 드리면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는데, 제일 먼저 제가 알아차렸던 점은 오빠에게서 전혀 새로운 향기가 난다는 거였어요. 물에 잠겨 있던 연꽃을 뒤집어서 그 뿌리에 코를 가져다대면 그런 향을 맡을 수 있을까요? 촉촉하고, 달콤하면서 사람이 아니라 다른 것에서나 날 법한 향기였어요. 오빠는 그런 오묘한 향기를 흩뿌리면서 복잡하고 빨간 얼굴을 들고 대기실로 도망갔죠. 아, 갑자기 생각났는데 오빠가 갑자기 없어진 것도 오빠가 대기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있을 때였네요.


  저는 ‘유령’이 어쩌니 저쩌니 하는 소문이 나기 이전에 극장의 보이지 않는 손님쯤으로 숨어있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어요. 그가 오빠에게 신기한 기술들을 가르쳐준다는 것도 알았지요. 저는 극장이 올리는 작품에 참여를 하는 사람이 아니었기에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었고, 오빠가 바쁠 때 정해진 장소에 먹을거리를 가져다 놓는다거나 오빠 대신 쪽지를 전달하는 역할을 자주 맡았거든요. 


  오빠가 그 자신의 ‘음악의 천사’를 보호하고 키웠어요. 저는 그렇다고 봐요. 오빠는 천사의 생명을 지켜주었고, 그 답례로 천사는 오빠에게 런던 최고의 가수라는 새로운 인생을 주었죠. 아마 둘은 행복하지 않았을까요? 아, 제가 뭐 숨겨진 사실을 아는 건 아니고요.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잖아요. ‘유령’의 놀이터나 다름없던 극장에서, 멋지게 피날레 무대를 마치고 불꽃과 함께 사라졌던 오빠가 누구에게 갔겠어요. 적어도 두 사람은 몇 년간 행복했을 거예요.


*


#10. 실종된 건축가가 왕실에서 일하고 있을 당시 근무했던 재무부 관료 

(그는 익명을 요구했다.) 


  일단 그의 이름은 해리 하트가 맞습니다. 아뇨, 본명입니다. 지금부터 그의 이름과 존재가 잉글랜드에서 사라지게 된 이유를 차근차근 설명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어디까지나 제 추정에 기댄 부분이 많으니 완벽한 사실이라고 여기지는 마시길 부탁드리지요.


  폐하께서 궁전을 새로 짓겠다면서 해리 하트에게 일감을 주었을 때 잉글랜드의 경제적 사정은 다소 모호했습니다. 나라는 돈이 많은데 세금이 잘 걷히질 않아서 왕실은 가난했지요. 어쨌든 나라가 전체적으로 못 살고 있는 건 아니었으므로 폐하께서는 세금이 들어올 수 있는 구멍을 여러 개 뚫어서 건축 비용을 충당하려고 했습니다. 여기서 해리 하트가 반기를 들었습니다. 귀족들이나 공장 같은 큰 재산을 가진 사람들 주변에 그러한 구멍을 뚫어 놔야지, 세심한 설계와 검토 없이 단순히 세금만 많이 걷겠다고 하면 일반인들이 들고 일어날 거라고 말입니다. 사실 궁전 짓는 일이야 급하다고 볼 수는 없으니까요.

 

  이 작은 부딪힘이 거대한 오해를 만들었습니다. 해리 하트에게는 알게 모르게 다른 국가의 귀족들이나 왕족들의 의뢰가 많이 들어오고 있었지요. 그의 실력이야 정평이 나 있으니, 폐하께서는 이 기회에 해리 하트가 잉글랜드를 떠나버리고 다른 곳에서 더 훌륭한 작품들을 많이 만들어낼 수도 있다고 생각하신 모양입니다. 그리고 폐하는 프랑스나 독일 같은 나라에게 그를 빼앗기기 싫었죠.


  고귀한 자들도 재능에 대한 욕심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저는 솔직히 해리 하트가 페하에게 암살을 당했을 수도 있다고 봅니다. 경찰에서 아직까지 그를 못 찾았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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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유령’과 에그시 언윈의 가상적 연대기 (1)

  해리 하트, 국왕과의 충돌로 왕성에서 나와 그를 타국에 가지 못하게 막으려는 자들로부터 도망침 > 도중 우연하게 오페라 극장으로 숨어들어 거기서 어린 에그시 언윈을 만남 > 에그시 언윈은 해리 하트를 숨겨주고 당분간 그를 돌봐줘야겠다고 결심 > 건축을 주로 했으나 종합적인 예술가였던 해리 하트는 에그시에게 그 답례로 노래를 가르쳐 줌 > 두 사람은 차츰 정이 들고, 에그시는 그를 ‘천사’라 칭하면서 존경하며 해리 하트는 에그시 언윈을 은연중에 연모하게 됨 > 그러나 에그시에게 쉽사리 주연으로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가 오지 않다는 걸 깨달은 해리 하트는 ‘극장의 유령’이 되기로 결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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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데이지 언윈 양


  저는 ‘유령’의 얼굴을 본 적이 없어요. 오빠도 마찬가지일 걸요? 물론 처음 그를 극장에 들여보내줬을 때는 서로 얼굴을 맞대긴 했겠지만 오빠는 기억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어요. 밤이 너무 짙어서 서로를 자세히 못 봤을 수도 있고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천사’든 ‘유령’이든 그의 별명이 참 잘 붙었다고 생각해요. 세상 사람들 중 누구도 천사나 유령이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잖아요?


#13. (아는 선배가 종종 고용한다는 사립 탐정으로부터 보고서가 도착했다. 보고서에는 프랑스나 독일, 스위스 등 유럽 주요 나라에서 ‘해리 하트’라는 명의로 등록된 부동산이 없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탐정은 보고서 말미에 해리 하트라는 이름을 가진 남자가 사망했다는 신고도 접수된 적이 없다는 말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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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유령’과 에그시 언윈의 가상적 연대기 (2)

  ‘유령’이 된 해리 하트는 극장의 비밀스러운 통로를 넘나들면서 사고를 일으켜 손튼을 압박하고, 그를 쫓아낼 궁리를 함 > 손튼이 끝내 극장을 나감 > 에그시 언윈이 데뷔하던 날, 해리 하트는 대기실에 있던 그를 몰래 불러내서 은밀한 시간을 가짐 > 이후 두 사람의 관계는 다른 이들에게는 수수께끼로 남고, 에그시 언윈의 명망과 ‘유령’의 악명은 동시에 높아짐. 두 사람에겐 무슨 일이 있었을까?


#15. (겔다 부인과 겔다 양, 데이지 언윈 양을 비롯하여 현재 연락이 닿는 단원들과 전부 이야기를 나눠봤으나 에그시 언윈이 ‘유령’을 만나는 횟수가 잦아졌다는 것만 얘기했을 뿐 누구도 그보다 더 깊은 사항을 알지 못했다. ‘유령’이 에그시의 음악 선생님이라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었으므로 그들은 에그시 언윈이 자주 사라지는 것에 대해 특별히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데뷔 날이 지나고 나서는 그가 하루 이상 사라진 날도 없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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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겔다 부인

  에그시는 한 번도 자신의 천사를 사랑한다고 말한 적이 없어요. 존경하고 고맙다는 말만 되풀이했죠. 


#17. 겔다 양

  에그시는 연애를 하기엔 너무 바쁜 슈퍼스타였죠. 그가 귀족들의 영애와 단 한 번도 스캔들이 나지 않았다는 걸 보고도 모르시겠어요? 에그시의 인생에는 자기 천사와의 수업과 공연밖에 없었어요. 그렇기에 그 애가 그렇게 빨리 시들어버렸는지도 몰라요. 영원히 최고 자리에 머무를 수는 없고, 수업도 언젠가는 끝이라는 게 있으니까요.


#18. 데이지 언윈 양

  저는 아주 조금이라도 오빠와 ‘유령’이 행복했을 거라고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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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에그시 언윈은 유서에 자신과 함께 묻어주었으면 하는 물건들의 목록을 상세하게 적었다. 그의 장례식을 도맡았던 데이지 언윈 양은 그 목록을 보면서 자신의 오빠가 단 한 번도 사용하지 않고 옷장에 고이 보관해 두었던 베일 같은 하얀 천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걸 의아하게 여겼다. 언윈 양은 처음에는 그 천을 버리려고 했으나, 만져보기만 해도 그것이 최고급 제품이라는 게 느껴졌으며 구김도 거의 가지 않은 것을 보고 에그시 언윈이 실수로 그 베일을 빠뜨렸다고 판단, 무덤에 함께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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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유령’과 에그시 언윈의 가상적 연대기 (3)

  ‘유령’에게는 행복한 사랑의 도피였으나 에그시 언윈에게는 서서히 갑갑해져가는 일상이 지속되고, 에그시 언윈은 결국 ‘유령’의 곁을 떠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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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나는 에그시 언윈이 묻혀 있는 공동묘지 부근에 차를 세워두고 그 안에서 잠복을 감행했다. 탐정이 해리 하트라는 자가 살아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제기했고, 에그시 언윈이 먼저 ‘유령’을 떠난 것이라면 ‘유령’은 아직까지 그를 마음에 담아두고 있을 수 있으며, 그렇다면 1년에 한 번쯤은 그의 무덤가에 올 것 같았다.


  어느 날 밤이었다. 나는 잠복 시에 늘 행하던 대로 최소한의 공기는 순환할 수 있도록 창문을 아주 조금만 열어두었다. 나는 자정이 지나고 새벽 1시, 새벽 2시가 되는 걸 똑똑히 보았다. 그러니 내가 깜빡 잠이 들었던 건 아마 새벽 2시 이후일 거다. 잠들었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서 부랴부랴 차 밖으로 뛰어나왔는데, 나는 놀랍게도 에그시 언윈의 무덤 위에는 검은 리본이 묶인 장미가 놓여 있음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