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ingsman: The Secret Service, Harry Hart & Eggsy
- Written by. Jade
성자와 죄인Saint and Sinner
Chapter 5. 죄인의 미래A Future of a Sinner
오늘은 운수가 좋았다. 에그시는 웬일로 거실에 오래 나와 있는 해리를 볼 수 있었다.
에그시는 자신도 모르게 진출했다가 옥상의 턱에 가슴을 부딪치고는 신음을 냈다. 해리는 정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에그시는 왼쪽으로 옆걸음을 치면서 눈에는 스코프를 붙여 해리와 시야를 공유하는 일에 매진했다. 어느덧 에그시는 옥상의 모서리까지 밀려났다.
해리의 두 눈동자가 차가운 은색 문에 모여 있었음이 드러났다. 에그시가 다급하게 스코프를 돌렸다. 이미 그 재료와 형태로 일반적인 침실과는 결합될 수 없는 게 분명해진 문은 대놓고 그것이 품고 있는 비밀의 무게를 광고하고 있었다. 에그시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때맞추어 멀린에게 연락이 와서 에그시는 들떴다.
“맙소사, 멀린. 해리는 자신을 포기하지 않았어요. 젠장, 내가 미친 생각을 했지!”
—…그건 좋은 소식이군.
멀린의 음성은 다소 가라앉아 있었다.
“왜요, 그쪽은 별로 안 좋아요?”
—법무부가 꽤나 드세게 나오는구나.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아.
“네? 어째서요?”
—FBI까지는 제퍼슨이 설득을 했는데 그것만으로는 모자라. 나와 제퍼슨이 노력하고 있으니 곧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거야. 조금만 더 란슬롯과 뉴욕에 대기해주길 바란다.
에그시가 분을 못 이겨 벌떡 일어났다. 해리 하트는 꽉 다물린 금속체 주변을 떠나지 않았다.
“빌어먹을, 우리 셋은 서로 죽이다가 자멸할 뻔한 인류를 건져 올렸어요. 그에 대한 작은 보답 정도는 받을 수 있는 거 아니에요? 우리가 뭐 교도소 하나를 해방시켜달라고 했어요? 범죄자 무더기도 아니고 고작 한 사람이잖아요. 젠장할! 그리고 그 콧대 높은 양반들이 해리에게 빚진 게 얼마나 많을 텐데!”
스코프가 아래로 흘러내렸다. 하지만 그것은 여전히 해리를 비추었다. 에그시가 선포하듯 말했다.
“약속을 받아내요, 멀린. 난 너무 오래 기다렸어요. 그 FBI인가 하는 사람들이랑 같이 쳐들어가게라도 해달라고요!”
에그시는 씩씩대면서 스코프의 위치를 조정했다. 해리가 개인실로 들어가려 하고 있었다.
—…에그시.
“왜요, 또!”
—훌륭한 아이디어다. 법무부에서 에드윈 디케이를 원한다면 줘 버리지, 뭐. 대신 우리는 해리를 받고 말이야.
⁂
에그시의 애매모호한 행운과 멀린의 기묘한 영감을 이끌어냈던 미지의 요소는 록시의 어깨 위에도 내려앉았다.
록시는 황급히 눈을 비볐다. 일부러 건물 바깥으로 돌아다녀야 하는 번거로운 일들을 쓸어 모으면서 에드윈 디케이의 행적을 추적하고자 했던 그녀에게 기회가 온 것이었다. 록시는 로비 구석에서 슬쩍 나와 에드윈과 방향을 맞추었다. 록시에게도 천행이 따를 모양인지 그녀의 주머니 안에는 에드윈이 할렘이나 퀸즈 쪽을 가도 거뜬히 쫓아갈 수 있는 택시비가 들어 있었다. 록시가 안경을 썼다.
“에그시, 집이야?”
—응. 왜?
“무슨 일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 어디 나가지 말고 있어줄래? 나 지금부터 디케이를 미행할 거거든.”
에그시가 요란하게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안경테에 붙은 스피커를 꽉 채웠다.
—젠장! 위치추적 프로그램이 뭐더라…. 록시, 조심해. 부르면 곧장 튀어나갈 테니까.
에드윈이 거리로 나섰다. 록시는 종종걸음을 놓으면서 우선 에드윈이 차에 탑승하는지의 여부부터 살폈다. 의외로 에드윈은 도보로 이동할 작정인 듯했다.
—오케이. 프로그램 찾았어. 내가 지켜보고 있다고, 록시.
록시가 핏 하고 웃었다. 에드윈 디케이는 매디슨 가의 반대 방향으로 동선을 잡은 게 확실했다. 록시는 계속 자신의 속도를 의식하면서 몇 개의 보석 가게들과 씨티 은행 하나를 지났다.
—그 놈이 어딜 가는 것 같아?
저편에서 에그시가 물어왔다. 록시는 뉴욕에 오자마자 멀린이 외우라면서 던져주었던 지도를 기억해내려고 머리칼을 당겼다.
“나도 모르겠어. 이쪽으로 계속 가다보면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있다는 것밖엔 떠오르는 게 없네.”
—남들 시선 받지 않으면서 누굴 만나기엔 나쁘지 않을 장소처럼 들리네. 음, 어디 보자. 그쪽 방향에 적당한 크기의 공원도 하나 있어. 브라이언트 파크래.
한 블록에 모여 있는 두 개의 버스 정류장으로 인하여 주변이 혼잡했다. 록시는 요리조리 몸을 비틀고 고개를 흔들어대며 에드윈의 뒤통수를 쫓았다.
“이런, 수신기를 가지고 다닐 걸.”
브라이언트 파크에 도달하기 전 통과해야 하는 마지막 블록이었다. 록시가 두 손 가득 캐리어를 들고 스타벅스에서 나오는 여인을 홱 피했다. 첨단 빌딩들로 꽉 찬 맨해튼의 미드타운에서는 아주 귀한 신선한 공기가 록시의 코끝을 스쳤다.
에드윈 디케이가 공원의 입구로 들어섰다.
다음으로 록시가 해야 할 일은 들키지 않고 에드윈을 감시하기 좋은 장소를 확보하는 것이었다. 에드윈은 중앙에 조성된 잔디가 아니라 화단 쪽에 마련된 벤치에 앉았다. 록시가 렌즈의 배율을 최대로 올리고 나서 군것질거리를 파는 상인에게 접근했다.
“피치 스무디 한 잔 주세요.”
그 사이에 에드윈 옆에 누군가가 앉았다.
“에그시, 영상 잘 전송되고 있어?”
—영상 상태는 좋아. 그런데 소리가 잘 안 들려.
“좀 더 붙어볼게.”
록시가 팔만 뒤로 뻗어서 스무디를 받았다. 그녀는 최선을 다해서 약속 시간을 엄수하지 않는 연인 혹은 친구에게 질렸다는 표정으로 공원의 둘레를 거닐기 시작했다.
록시가 혼잣말처럼 한숨을 내쉬면서 얄팍한 철제 의자에 앉았다. 여섯 개의 빈 의자만 지나면 에드윈 디케이와 그의 접선자를 볼 수 있는 지점이었다. 록시는 다리를 꼬면서 아예 디케이를 정면으로 힐끗거릴 수 있는 방향을 확정했다.
—딱 좋아, 록시.
록시가 만족스럽게 피치 스무디를 입 안에 물었다.
“설치는 끝났고, 시스템 잠입에 동원될 기술자들도 다 모아놨어요. 3시간만 주면 WP를 뚫을 수 있대요.”
“일반인들에게 그 정보를 뿌리는 것까지 포함해서 3시간에 끝내도록 헤.”
—WP가 뭐지?
록시는 생각나는 대로 읊었다.
“어, 워싱턴 포스트의 약자? 워드 프로세서? 워드프레스? 이건 진짜 아닌데.”
—…그러게. 잠깐만 있어봐.
에그시가 검색 엔진의 조력을 구하려는 모양이었다. 록시는 자판 눌리는 소리를 들으면서 접선자가 에드윈에게 넘기는 파일을 찍었다.
—증인 보호 프로그램(Witness Protection Program), 이게 제일 그럴싸하다. 아니, 근데 이게 맞다면 우리가 가만히 있어선 안 되는 거잖아?
“동감이야, 에그시.”
에드윈 디케이와 리치몬드 발렌타인은 서로가 서로를 닮은 진정한 단짝이었다. 록시는 개인의 앙심과 절박함을 자극해서 연속적인 사고를 유발시키겠다는 에드윈의 속셈에 치를 떨었다.
“멀린에게 빨리 알려야겠어.”
록시가 스무디를 챙겨 공원 내에 있는 도서관 뒤편으로 돌았다.
⁂
마치 니케에게 바치는 신전같이 지어진 법무부의 핵심에서 이례적인 서류 하나가 탄생했다. 제퍼슨은 밀랍으로 단단히 봉인된 봉투를 갈무리하고 법무부의 정문을 통해 대로변으로 나왔다.
워싱턴 D.C의 펜실베이니아 애비뉴는 그야말로 사법적 공무를 처리하기에 알맞았다. 보행자 신호를 기다리던 제퍼슨은 바로 건너편에 있는 FBI 헤드쿼터에서 용무를 마친 멀린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제퍼슨이 재킷 속주머니에 보관하고 있던 봉투를 꺼내 흔들었다. 제퍼슨이 생애 최고의 정치력과 뉴욕에서 뒷받침해준 정보력을 바탕으로 실현해낸, 해리 하트에 대한 특별 조치 서한이었다. 멀린이 그에 화답하여 에드윈 디케이에 대한 체포 영장을 손가락에 끼워 보여주었다.
⁂
검은색 방탄 차량에서 온몸을 보호 장비로 두른 SWAT 팀원들이 내렸다. 방탄조끼는 물론이요 고글이 장착된 헬멧으로 머리까지 촘촘히 가린 그들은 반자동 소총을 하나씩 꼬나들고 지척의 건물로 달렸다. 위압적인 무리들에 놀란 경비와 인포메이션의 직원이 벌떡 일어났다.
“범죄자 검거를 위한 기습 작전이니 모두 협조해주십시오. 펜트하우스 층을 제외한 모든 층을 비워야 합니다.”
팀장인 듯한 남자를 중심으로 대원들이 날개처럼 퍼졌다. 보안 담당이 방송을 위하여 비상구 계단으로 내달렸으며, 여직원들이 서둘러 핸드백을 챙긴 뒤 걸음을 재촉했다. 팀장은 대피하는 사람들에게 검지를 들어 보여 소리를 내지 말 것을 요청했다.
“멀린, 이쪽은 곧 올라갈 거예요.”
온통 까맣고 딱딱한 SWAT 팀과는 차별화된 복장을 입은 에그시가 자신이 도맡아 왔던 옥상을 담당한 멀린에게 신호를 주었다. 멀린은 능숙하게 두 가지의 총기를 조립했다.
“앞으로 5분 뒤에 쏜다.”
멀린이 손수건을 꺼내 자신이 엎드릴 자리에 쌓인 먼지를 탁탁 쳐냈다. 가공할 크기의 대물 저격총이 받침대 위에 올려져 있었다.
“갑시다!”
뒤쪽에 남은 대원들은 디케이 코퍼레이션 본사를 포함하여 반경 3블록을 비우는 데 여념이 없었다. SWAT 팀에 섞여서 에그시와 록시가 움직였다.
협조를 약속한 보안팀 측에서 엘리베이터 가동이 중지되지 않게 막아주고 있는 동안, SWAT와 두 킹스맨은 펜트하우스보다 5층 아래에서 내렸다. 출입증과 가방만을 간신히 챙기고 직원들이 정신없이 복도를 지나고 있었다. 에드윈 디케이를 검거하겠다는 사명으로 모인 일종의 원정대가 비상구 계단을 밟았다.
—에그시?
에그시가 손목을 걷었다. 멀린이 예고한 5분이 경과해 있었다.
“멀린, 그냥 부숴버려요!”
멀린이 반갑게 에그시의 외침에 응했다. 디케이의 펜트하우스 창문을 겨눈 멀린이 시원하게 방아쇠를 당겼다.
1cm가 넘어가는 거대한 탄환이 강화유리에 박히자마자 건너편에서 우렁차게 유리가 깨져나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멀린이 깔끔한 동작으로 자리를 옮겨서 두 번째로 준비된 소총을 잡았다. 대물 저격총보다 훨씬 날렵한 모양새의 저격소총은 그야말로 적군을 제압하기에 최적의 무기였다.
“제퍼슨, 그쪽 차례에요.”
멀린의 말이 끝나고 2분도 되지 않아 디케이 코퍼레이션의 옥상에 헬리콥터 한 대가 나타났다. 제퍼슨과 미국 지부 소속의 킹스맨 요원들이 기민하게 낙하하며 멀린이 깬 창문을 통해 펜트하우스 안으로 들어갔다. 로프의 반동과 낙법을 이용하여 질서정연하게 적진으로 입성하는 킹스맨들의 모습은 차라리 잘 짜인 군무였다. 멀린이 스코프와 눈을 바짝 맞댔다.
—디케이와 갤러해드는 반드시 생포해야 해!
3중으로 연결된 네트워크를 타고 들려온 제퍼슨의 지시는 비상구를 통해 정면으로 침입하는 팀에게도 비슷한 의미를 띠었다. 에그시가 손날을 세워서 앞으로 휙휙 던지자 팀장이 고갯짓을 했다.
갑자기 짤막하고 뜨거운 불꽃이 튀었다.
록시와 에그시가 심장을 부여잡으면서 구석에 밀착했다. 정교하고 절도 있게 쏟아지는 총알이 처음으로 그들의 앞을 가로막았다. 난간을 맞고 튕겨 나오는 탄피와 그 과정에서 생겨난 스파크가 거칠게 SWAT 팀원들을 코너로 몰았다. 에그시가 벽에 찰싹 달라붙은 상태에서 고개를 빼꼼 내밀어보았다.
2층 위에서 해리 하트가 그에게 라이플을 겨누고 있었다.
“…돌겠네.”
양동 작전으로 손쉽게 에드윈을 제압하고 해리를 데려가려고 했던 킹스맨들의 계획을 뒤흔드는 진동이 퍼져나갔다.
예상치 못한 난관을 만난 건 위쪽 방향을 맡은 제퍼슨 일행도 마찬가지였다. 에드윈 디케이의 용병으로 변모한 전직 히트맨들이 흉흉한 기세로 요원들을 물고 늘어졌다. 신경파 증폭 장치를 붙잡고 있을 에드윈 디케이는 꽁꽁 숨어서 멀린의 스코프에도 발각되지 않았다. 멀린이 인상을 찡그렸다.
제퍼슨은 펜트하우스 거실로 착지하기가 무섭게 자신의 머리를 내리찍으려 드는 적을 만났다. 흉기에 정수리가 꿰뚫릴 뻔한 위험과 더불어 낙상사고의 가능성도 겨우 피해간 제퍼슨은 일단 가까이에 서 있던 전기스탠드를 굴렸다. 적이 장애물을 피하느라 훌쩍 점프한 그 틈에, 제퍼슨은 중심을 다잡고 몸을 날려 중동 전쟁에 참전했었던 전직 군인 위로 넘어졌다. 단도가 중앙의 테이블 밑까지 미끄러졌다.
손에 낀 반지를 사용하려던 제퍼슨은 난데없이 자신의 시야가 거꾸로 반전되는 장면을 목격했다. 제퍼슨보다 1.5배는 덩치가 큰 남자가 누운 자세 그대로 제퍼슨을 뒤로 넘겨버린 것이었다. 목뼈가 두 동강이 났다고 해도 믿겨질 만한 둔탁한 통증이 제퍼슨을 엄습했다. 그의 머리통을 으깨버릴 기세로 남자가 쿵쿵거렸다.
제퍼슨이 시계에서 뽑아낸 전류와 멀린의 효과적인 저격이 나란히 남자에게 꽂혔다. 멀린이 수동으로 노리쇠를 장전하는 소리가 났다.
—적하고 5초만 떨어져 있으면 내가 해결 볼 수 있으니까, 망할 디케이나 잡아요!
제퍼슨이 쓰러진 남자의 허리에 끼워져 있던 권총을 뺏었다.
멀린의 지원으로 약간의 진척 상황을 보이는 펜트하우스 층과는 달리, 해리 하트 한 사람의 방해로 인하여 SWAT 팀은 계단을 올라가지 못하는 중이었다. 도대체 탄약을 얼마나 챙겨온 것인지 총알은 끊임없이 내리꽂혔다. 탄창이 교환되는 틈을 타서 총구를 치켜 올리면 바로 그 옆으로 총탄이 날아와 팀원들은 기동대라는 명칭이 무색하게도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
“50발은 넘게 쏜 것 같으니, 조금만 더 기다리면 기회가 생길 거다!”
팀장이 이를 갈면서 말했다. 그의 부츠와 고작 몇 밀리미터 떨어진 바닥에서 불빛이 튀었다.
“세상에!”
그 때 록시가 소리쳤다. 해리가 아예 계단을 내려오면서 라이플을 갈기고 있었다.
방탄조끼는 총알에 관통상을 입는 상황을 면하게 만들어 줄뿐 그것이 조끼에 꽂혔을 때 느껴지는 뻐근한 충격마저 막아주지는 못했다. 록시 옆에 있던 기동대원이 숨이 막히는 소리를 내면서 고꾸라졌다. 록시가 급히 왼쪽으로 몸통을 날렸다.
적을 만난 SWAT 팀의 대장은 기다렸다는 듯이 해리를 조준하려다가 빈 탄창을 맞고 풀썩 엎어졌다. 챙겨온 총알을 모두 소비한 해리가 라이플을 창처럼 던진 뒤 날아올랐다. 록시가 그의 아래쪽에서 팔을 힘껏 뻗었다. 록시에게 옷깃을 잡힌 해리가 불안하게 착지했다.
“갤러해드, 정신 차리세요!”
록시는 차마 해리를 때릴 수 없어 그의 멱살을 잡는 게 고작이었으나, 에드윈 디케이에게 이성을 속박당한 해리는 망설임 없이 록시의 뺨을 가격했다. 그녀가 비명을 지르면서 쓰러졌다.
폭이 좁은데다 계단으로 인해 바닥이 평평하지도 않은 비상구 통로는 육탄전을 벌이기에 좋은 환경이 되지 못했다. 게다가 해리가 안전거리를 확보할 수 없을 지경으로 바짝 붙어버려서 SWAT들은 그들의 자랑거리인 반자동 저격소총을 쓸 찬스도 얻지 못했다.
“저 사람은 당신들이 죽이면 안 된다고요! 빨리 총 버려요, 미쳤냐고!”
그에 더해 SWAT 특유의 중장비에 짓눌려 있던 에그시가 신경질을 내면서 총을 바닥에 내던졌다. 그가 씩씩거리며 앞으로 나섰다.
“망할, 해리! 당신 상대는 나야!”
자신의 이름에 본능적으로 반응한 살인 병기의 동작이 멎었다. 그 와중에도 록시가 비틀대면서 한 발도 소모되지 않은 총을 난간 사이로 밀어냈다.
파멸적인 파동 아래에서 해리 하트가 첫 번째로 에그시와 직면했다. 쉴 새 없이 팔락거리던 해리의 슈트 자락이 평정을 찾았다.
펜트하우스의 상황은 비좁은 복도에서 수거된 총성까지 모여든 판국이었다. 키패드를 산산조각 낸 제퍼슨이 문을 열려고 낑낑댔다. 멀린의 마지막 사격이 실종자이자 디케이의 용병의 종아리에 구멍을 냈다. 제퍼슨이 남은 탄환을 디케이의 연구실 출입구에 퍼부었다.
해리 하트는 그 모든 것에서 자유로웠다. 그가 눈을 깜빡였다.
왜 당신은 매번 절 죽였죠?
해리의 귓가에 지독하게 들러붙어 있었던 목소리가 다시 그의 감각을 앗아가려고 했다. 목소리는 이것들이 모두 자신의 자율성과 무관하며, 자신과 적합하지도 않고 자신이 떨쳐내야 하는 것이라고 해리에게 말했다. 해리가 무심코 고개를 모로 저었다.
해리를 그 혼란 속에서 건져 올린 것은 에그시의 홀스터에 꽂혀 있는 작은 피스톨이었다.
해리가 무턱대고 에그시에게 달려들었다. 에그시는 계단 난간에 허리를 크게 박고 표정을 잔뜩 찌푸렸다. 해리가 어지러운 손짓으로 그의 홀스터를 더듬었다.
“해리, 해리!”
에그시가 해리의 손목을 잡아챘다.
“해리, 뭐하는 거예요?! 젠장!”
해리는 필사적으로 에그시의 피스톨을 뺏으려 했다. 해리를 조준하기 위해서도 아니라, 총 한 자루는 들고 가야 한다는 막연한 직감으로 챙겼던 7발짜리 피스톨이 갑작스레 최고로 위협적인 무기로 등극하고 있었다.
“해리, 대체 왜…!”
해리는 에그시를 공격해야 한다는 생각도 하지 못하는 듯했다. 그의 관심은 오로지 피스톨에 집중되어 있었다. 두 사람의 손이 몇 번이고 허공에서 부딪혔다.
“총이 없어도 당신은 날 죽일 수 있잖아요!”
놀랍게도 에그시는 해리의 답변을 들었다.
“…나 자신에겐 그렇게 못해.”
해리가 기어코 고정용 끈을 풀어냈다. 에그시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 이상 결사적일 수 없는 자기 파괴적 충동과 타인을 보호하려는 애착이 충돌했다. 에그시는 해리에 비해 턱없이 작은 손으로 해리의 손목을 감싸며 반대쪽 팔을 올렸다.
—디케이를 잡았다, 에그시!
제퍼슨이 긴 기다림 끝에 에그시가 고대하던 말을 해주었다.
기계 장비에서는 연기가 나고 있었다. 총부리로 액정을 때린 제퍼슨은 속이 다 후련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요원들이 의식을 잃은 에드윈의 입에 천을 말아 끼워 넣었다.
의지를 좀먹는 폭력성과 에그시를 죽일 수 없다는 절실한 심리에 낀 고통을 자신을 죽임으로써 해소하려고 했던 해리 하트의 눈동자는 몹시도 탈진해 있었다. 해리는 왜 매번 자신을 죽였냐고 묻는 에그시에게 이번만은 다를 거라고 얘기해주고 싶었다.
해리의 두 팔이 마침내 편안히 내려앉았다. 에그시는 그것으로부터 자신의 생이 허락하는 한까지 존경하고 용서하며 사랑할 수 있는 겸손한 성자이자 선한 죄인인 사람을 느낄 수 있었다.
혁명적인 미래의 증인이 바로 해리 하트의 앞에서 그를 끌어 안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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