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ingsman: The Secret Service, Harry Hart/Eggsy
- 2015/02/20
- Written by. Jade
An Invitation to Sensual Shadows
타인의 오감을 틀어쥘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지닌 자들이 간혹 있다.
시각은 가장 연약한 타깃이다. 완벽하게 계산된 옷차림과 약간의 액세서리, 그리고 그것을 관제하는 부드러운 머리칼과 자연스러운 표정이 조합되기만 하면 많은 이들은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시각적 집중을 내어주게 된다. 에그시가 첫 번째로 빼앗긴 것도 자신의 시선이었다. 그의 눈동자는 스스로 초점을 설정할 수 있는 자유를 잃었다.
그 뒤로 목표물이 될 수 있는 것은 시각만큼 민감한 후각이다. 깨끗하게 가꿔진 체향에 주의 깊게 고른 향수로 살짝 멋을 부리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의 후각은 쉽게 휘청거린다. 더군다나 그것이 시각과 결합되면 중복되지도 변화하지도 않는 하나의 강력한 이미지를 구축할 수가 있다. 거리에서 가끔 맡을 수 있는 모 제품의 향기를 맡아도, 그것은 불특정한 모델이나 실루엣을 형성하는 게 아닌 아주 정확한 누군가를 상기시키게 만든다. 에그시는 누군가의 드레스 룸에서 검은색 생 로랑 향수병을 본 뒤로 정확히 앞에서 서술된 상황을 겪고 있었다.
시각과 후각을 정복했을 시에 저절로 따라오는 것은 촉각이다. 특정한 색채, 혹은 옷감을 입고 잊을 수 없는 향기를 풍기며 자신의 손에 닿는 피부의 느낌은 가장 견고한 메시지를 품을 수 있는 추상이었다. 에그시는 천천히 자신의 손목에 감기는 감촉을 견디면서 숨을 들이마셨다.
“자네 긴장했군.”
그 한 마디에 에그시의 청각이 흔들렸다. 벌써 에그시의 대부분을 가져가 버린 해리 하트가 말을 하고 있었다. 에그시가 멍하니 눈을 깜빡였다.
“샴페인 들겠나? 날카로운 신경에 안정감을 줄 거야.”
“…네, 좋아요.”
해리가 살며시 웃으면서 에그시의 옆을 지나갔다. 잔영이 아닌 생 로랑의 복잡한 향기가 에그시를 휘감았다. 에그시는 자신의 위치와 자신이 지나갔던 길을 생각하려 애썼다. 해리와는 다르게 그는 아무런 계획과 반추도 세울 수가 없었다. 에그시는 자신의 머리에 대고 생각을 하라고 속으로 외쳤다.
그러나 해리 하트가 유리잔 두 개를 손가락에 끼고 나타나자, 에그시의 사고력은 극도로 불안해지면서 사방으로 흩어지고 말았다.
“적정 온도에 조금 못 미칠지도 모르겠지만, 마실 만 할 거야.”
“온도요?”
“샴페인을 가장 아름답게 즐길 수 있는 온도가 있지.”
해리가 두 손가락만을 사용해 에그시 앞으로 잔을 밀었다. 가장 화창한 햇빛을 받은 모래사장의 알갱이를 떠올리게 하는 부드러운 황금빛이 에그시의 눈동자 안에 담겼다. 에그시가 손끝으로 잔을 만져보았다.
“차가워요.”
“샴페인은 차갑게 마셔야 한단다.”
안경 너머로 해리의 눈꼬리가 흐릿하게 휘었다. 에그시는 조금은 쑥스럽게 해리의 것과 잔을 부딪쳤다. 에그시가 사치처럼 가끔씩 누려보았던 탄산음료의 거품과 닮은 점이 하나도 없는 우아한 기포가 에그시의 입안을 두드렸다. 에그시의 눈이 저절로 커졌다. 해리는 그것을 보면서 웃었다.
“입에 맞나 보구나.”
에그시의 내면을 짐작하며 그것을 짚어내는 해리 하트의 음성이 실낱같은 기척도 없이 에그시의 청각을 소유했다. 에그시가 잠시 잔을 내려놓았다.
“이제 와서 물어보는 게 너무 늦었을지 몰라도, 당신의 대답을 듣고 싶어요.”
“어떤 것이든 환영이네. 나에게 어떤 말을 듣고 싶지?”
“당신이 저에게 왜 관심을 주는지 알고 싶어요.”
“왜 네가 나의 관심을 받을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지?”
해리가 곧장 질문했다. 그러한 질문을 받을 줄은 예상도 못한 에그시의 입술이 어정쩡하게 열린 채 아무 소리도 내뱉지 못했다.
“내가 당신을 처음 만난 곳은 경찰서였어요. 아마 당신이 한 번도 출입할 일이 없는 곳이었겠죠. 그러고 나서 당신이 날 데리고 간 곳이 마치 여왕의 별장에 딸려 있을 법한 어느 정원이었죠. 그 곳은 내가 얼굴을 제대로 내밀지도 못할 그런 장소였다고요.”
에그시는 자신이 조금씩 밀어내고 있는 잔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해리는 대화를 나누고 있는 상대방의 시선을 피하고 있는 에그시의 행동을 지적하지 않고, 조용히 그의 몸짓을 응시할 뿐이었다.
“당신과 나는… 너무 달라요.”
에그시의 잔이 마침내 에그시보다는 해리 쪽에 더 가까워졌다. 해리가 마지막으로 샴페인을 한 모금 더 머금었다.
“그 말이 다르다는 것 그 이상을 의미하는 듯이 얘기하는구나.”
에그시는 아직 해리의 화법에 완벽히 적응하지 못한 상태였다. 에그시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이상이라뇨?”
“너와 내가 다르다는 것이, 너와 내가 어울릴 수 없다거나 어느 한 쪽이 무너뜨릴 수 없는 경계선이 존재하는 것을 암시하지는 않는다는 거다. 다름은 어떠한 문제의 원인이 아니야. 오히려 일종의 신선함이 발생하는 원천이라고 할 수 있지.”
샴페인의 기포가 아직 잔속에 살아남아 미미한 소음을 냈다. 해리는 한 손으로 두 개의 잔을 모아 그것들을 잠시 구석에 두었다.
“다르다는 건 관계 사이의 바람직한 긴장감을 형성하기도 하고, 서로를 계속 탐구하고 싶게 만드는 이유를 제공하기도 해. 너와 내가 다르다는 게 결코 어떤 부정적인 것을 의미할 수는 없단다, 에그시.”
에그시는 어느 정도 이해했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렇다면 당신이 가진 이 모든 것들 말고, 당신이 나와 다른 점이 또 있나요?”
“아마 그렇겠지.”
에그시가 질문하면서 반사적으로 거실을 훑었을 때 해리는 의도적으로 그의 눈길을 따라갔다. 두 사람은 사용자의 시신경에 피로감을 주지 않도록 세심하게 조정된 조도의 불빛과, 적재적소에 배치된 조형물과 하나의 장식품처럼 의자에 걸려 있는 해리 하트의 코트를 똑같이 보고 나서 서로를 마주했다.
“궁금하다면 여기 머물러서 배워갈 수도 있을 것이고.”
“저보고 여기에 있으라는 간접적인 압박인가요?”
“나는 네 의지를 존중한다.”
해리가 두 손을 가볍게 펼쳐보였다.
“나는 단지 제안을 할 뿐이야. 그게 네 마음에 든다면 좋겠지만.”
그것은 해리 하트의 지배를 받는 위치로 에그시를 초대하는 정중한 서한이었다. 그러나 은밀한 내용에 앞서 그것을 포장하고 꾸미고 있는 요소들이 이루 말할 수 없이 눈부셨기에 에그시는 더듬더듬 팔을 뻗을 수밖에 없었다. 금가루를 탄 고급스러운 필체는 에그시에게 익숙하지 않은 온갖 현학적이고 은유적인 언어들을 구사했다. 그래서 에그시는 단지 그것이 아주 매력적이고 잘 가꿔졌다는 것만 파악할 수 있었다.
에그시가 말없이 침을 삼켰다. 해리가 일어나면서 그를 따뜻하게 내려다보았다.
“방으로 들어가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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