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ingsman: The Secret Service, Harry Hart/Eggsy
- 2015/02/16
- Written by. Jade
In the Rain
부스스 쓰러지는 꽃잎이 있었다. 빗방울을 맞으면서 꽃잎은 양옆으로 조금 늘어나는 것 같이 보였다. 그러나 눈을 한 번 깜빡이면 꽃잎은 살짝 방향만 바꾸었을 뿐 찢어지지도 않고 늘어나지도 않은 채 온전했다. 그것 주변에는 웅덩이가 될 구멍도 없었고 색깔을 더럽힐 수 있는 흙이나 풀더미도 없었다. 꽃잎은 아마 그 자리에서 자신의 생명력이 다할 때까지 향기를 내뿜을 수 있을 것이었다.
에그시는 꽃을 뚫어지게 바라보면서 그러한 생각들을 했다. 마땅히 시선을 둘 곳이 없다보니 꽃을 관찰하다 못해 이제 꺾인 식물에 관한 문학적인 사유를 만들어낼 판이었다. 에그시는 시선을 돌리면서 눈을 질끈 감았다. 살아있는 것보다 아름다운 손이 순간 에그시의 시야에 들어오려다 실패했다.
사방에서 풀 냄새와 습기 찬 냄새와 비가 오는 날 영국에서 맡을 수 있는 대부분의 냄새가 났다. 에그시가 코를 문질렀다. 물론 에그시의 그러한 행동이 칙칙하지만 지극히 자연스러운 향기들을 밀어내고, 그 속에서 찬란한 알갱이를 가지고 있을 게 분명한 어떤 인공적인 입자를 생성하지는 않았다. 에그시는 잘 깎인 풀밭을 밟으며 뒷걸음질 쳤다.
뚜껑이 움직이면서 일어난 바람에 꽃잎이 흔들렸다. 에그시는 결국 새끼손가락에 반지를 끼고 있는 손 한 짝을 보았다.
일주일만 지나면 부스러질 위태로운 식물과 함께 검은 상자 속으로 들어가는 그 손은 숨 쉬고 있는 그 어떤 것보다도 훌륭했다. 그 손은 감히 꽃을 꺾고 풀뿌리를 뽑은 적이 없었다. 말할 수 없어 천시당하는 생명을 해한 적도 없었다. 그것은 언제나 새로운 무언가를 일으키고 생성하며, 행여 흔들렸던 것은 지탱하여 지속될 수 있게 도와주곤 했던 경이로운 보호막이었다. 에그시는 문득 그 손이 자신을 더 이상 잡아줄 수 없다고 하여 피해버린 것이 미안했다.
우산 밖과 안에서 동시에 물줄기가 흘렀다.
돌이켜 보니 에그시가 그것을 향해 사과해야 할 사항들이 너무도 많았다. 그는 끝없이 자신을 잡아 올리려는 손을 붙잡고도 몇 번을 휘청거렸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감싸주려고 한 그것에게 고맙다는 말을 한 적이 없었다. 심지어 에그시는 그 고귀한 피부가 스스로 빛을 내고 살아있을 때 몹쓸 언어로 그것이 에그시에게 다시 희망을 불어넣을 기회조차 뺏어버렸었다. 에그시는 조금 전까지만 해도 자신이 필사적으로 피하려고 했던 얼굴을 떠올렸다. 그 기억 속에서 에그시는 가르침이 아니라 감정을 불러올 수 있었다.
몇 백 년 전에 지어졌다는 어느 교회에서 온 성직자가 고귀한 말을 읊었다. 에그시는 그것을 무시했다. 우산의 밖과 안쪽에서도 물은 똑같이 흘렀다. 에그시는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물의 방향을 바꿀 수가 없었다. 마찬가지로 그는 성직자가 장례식을 진행하는 것을 막을 수도 없었고 꺾인 꽃을 되살릴 수도 없었으며 해리 하트에게 아무런 말도 전할 수가 없었다. 에그시는 해리에게 고맙다는 목소리를 전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에그시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을 했다.
에그시는 우산 속에서 울었다. 꽉 깨문 입술에서 새는 흐느낌이 커졌다. 마침내는 성경을 읽던 성직자가 울음소리가 나는 곳이 어딘지 주변을 둘려볼 지경에 이르렀다. 멀린이 에그시 옆으로 다가와 그의 어깨를 잡았다.
상자에는 해리 하트의 이름이 새겨져 있지 않았다. 거기에 해리가 있음을 에그시가 알고 있는 건 그가 상자 안에 있는 해리의 파리한 손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혹시나 그 앞에 세워질 비석이 부서지거나 엎어졌을 때, 그 돌무더기 아래 해리 하트가 있다는 걸 에그시에게 알려줄 수 있는 것은 그가 해리의 장례식에 참석했던 기억일 것이었다. 에그시는 그 모든 것들이 싫었고 또 슬펐다.
검은 우산 하나가 바닥에 떨어졌다. 우산 안쪽에서 흐르던 물줄기는 사라졌다. 하늘을 가리고 있던 물건을 치우자 에그시는 조금이라도 해리 하트와 비슷한 환경에 놓이게 되었다. 에그시는 이것 역시 만족스럽지 않았다.
그 무엇보다도, 에그시는 자신이 세상이라는 거대한 추상체보다 더 존중하고 돌봤어야 할 존재를 구하지 못했다는 걸 후회했다.
'Wonderwall' Originally sung by Oasis, Remake by Hur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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