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ingdom of Heaven, for Baldwin Ⅳ and his kingdom
- Original Date 2014/04/05
- Written by. Jade
The Name of Sanctuary
벽이 무너져 내린 성과 불탄 대장간을 뒤로 하고 돌아온 땅에, 또 다시 대장장이가 된 기사는 어느 날 한 소년의 말을 들었다.
"예루살렘에선 또 전쟁이 벌어지고 있대요."
소년은 기사의 대장간 앞에서 돌이나 나무로 깎은 병정을 만들고 자주 놀았기 때문에 기사는 소년을 알고 있었다. 소년은 기사가 하는 망치질에도 관심이 많아서 그에 관한 얘기도 자주 나누곤 했다. 그런데 이번에 소년이 꺼내든 주제는 적어도 소년에겐 용기를 내야 하는 낯선 것이라, 기사는 쇠를 내려놓고 소년을 바라보았다.
"그곳에 대해서 잘 아니?"
"아주 많은 사람들에게 중요하다는 거랑, 맨날 싸움이 난다는 곳이라는 것만 알아요."
소년의 말에는 틀린 점이 없었다. 기사는 저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그 정도면 많이 아는 거란다."
그러자 소년은 고개를 저었다. 아무래도 대화가 길어질 것 같아 기사는 의자처럼 쓰는 맨질맨질한 나무토막을 톡톡 쳤다. 소년이 기사의 옆에 앉았다.
"그런데 이해가 안 되는 게 있어요."
"뭔데?"
"아주 많은 사람들에게 중요하면서 맨날 싸움이 나는 곳이라곤 전 예루살렘밖에 몰라요. 다른 곳은 전혀 그렇지 않단 말이에요."
소년은 입술을 비죽이면서도 말을 이었다.
"예루살렘만큼은 아니지만, 말을 타고 가면 큰 도시가 하나 나와요. 거기에는 저같은 애들 여러 명이 모여도 놀 수 있는 공원이라는 곳이랑, 재밌는게 많다는 극장이라는 곳이 있대요. 가 본 적은 없어서 자세히는 몰라요. 하지만 저는 공원이나 극장에서 싸움이 나서 사람들이 죽었다는 얘기는 못 들어봤어요. 모두에게 중요한 곳이라면 그렇게 공원처럼, 극장처럼 사이 좋게 쓰면 되지 않나요?"
소년이 말하면서 움직인 발이 옅은 먼지를 일으켰다. 그것은 대장간의 열기라든가 바짝 달궈진 쇳조각보다는 훨씬 미약해 저절로 눈앞에서 사라졌다. 기사는 이상하게도 소년이 일으킨 먼지가 사라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반응 없는 기사의 표정을 살피느라 소년이 발을 멈췄을 무렵에 기사는 입술을 열었다.
"녀석, 방금 네가 얼마나 대단한 질문을 했는지 알고 있니?"
"네?"
"너는 방금 성지의 의미에 대해서 물은 거나 마찬가지야."
"성지요?"
"예루살렘의 또 다른 이름이란다. 아주 성스러운 곳이라는 뜻이지."
성지라는 단어도 몰랐던 소년이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기사는 문득 그 낱말을 듣기 전에는 예루살렘을 오로지 예루살렘이라고만 칭해 왔던 소년이 부러워졌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그 질문에 대해 최선의 답을 해 줄 수 있는 분이 계셨단다. 예루살렘에서 그 분을 뵜었지."
"예루살렘에 가 보셨어요?"
"그럼. 거기서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단다."
"무슨 일인데요?"
반짝거리고 날카로운 물건을 만들 줄 아는 기사는 소년에게 굉장히 멋진 인물로 보일 터였다. 소년은 기사의 모험담을 잔뜩 기대하면서 눈을 빛냈다. 안타깝게도 기사의 눈은 소년의 것보다 훨씬 어두운 빛을 띠고 있었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예루살렘이 어떤 곳인지 깨달을 수 있는 경험들을 했던 것 같구나."
기사는 한때 손잡이에 보석이 박힌 장검을 들었던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극장이란 곳은 나도 가 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 하지만 공원과 비슷한 건 내가 전에 살던 동네에 있었던 것 같구나. 나무라던가 풀이 많고, 사람들이 앉을 수 있게 반질반질하게 깎아 놓은 나무 밑동도 많았지. 바닥은 늘 아이들이 그어 놓은 글씨라든가 놀이판으로 편평할 날이 없었지만 그게 땅을 해치는 일은 아니었다. 거기서는 어린 아이들 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나이가 지긋한 어른들도 모두 어울릴 수 있었어."
"멋진 곳 같아요."
"그렇지. 그리고 예루살렘은 그보다 더 멋진 곳이어야 옳단다."
오랫동안 입에 올리지도 않았던 왕국의 이름은 기사에게 많은 것을 떠올리게 했다. 그가 발을 붙이고 있는 땅이 다르게 보였고, 또 그러한 기사의 발을 옅은 은색의 망토가 쓸고 지나가야 할 것만 같았다. 기사가 조용히 입술을 깨물었다.
"사람들이 왜 그렇게 예루살렘에서 싸우냐고 물었었지?"
소년은 고개를 움직이거나 목소리를 내는 대신 가만히 기사를 바라보았다.
"그 이유는 사람들이 예루살렘에다 자신들이 좋아하는 이름을 이리저리 붙인 탓이야.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자신이 좋아하는 이름만으로 예루살렘을 부르길 원하기 때문이란다."
잠시 생각하던 소년이 살짝 처진 음성으로 대답했다.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어요."
"예루살렘은 아주 소중한 곳이지만, 사람들은 그 곳을 그저 예루살렘이라고 불렀단다. 왕국이나 성지라는 별칭도 있긴 했지. 이것들은 모두 사람들이 인정할 수 있고 사랑할 수 있는 이름이었단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이 예루살렘에 더 많은 걸 갖다 붙이기 시작했어. 마치 다른 친구들이 너에게 너무 많은 별명을 지어주는 것과 같단다."
"별명은 싫어요. 제 이름이 아니잖아요."
"나도 그렇게 생각한단다. 그런데 사람들은 예루살렘의 이름은 그저 예루살렘이라는 걸 잊어버리고 있는 것 같구나."
기사는 그러면서 먼 곳을 보았다. 소년은 기사의 눈동자가 향하는 곳이 예루살렘으로 향하는 방향인지 아닌지 잘 알지 못했다. 소년은 실상 자신의 부모님과 고향, 자신이 잘 하는 놀이가 아니라면 아는 것이 많지 않았다. 예루살렘이나 왕이나 기사에 관해서도.
"아저씨가 만나봤던 분은 누구였어요?"
"응?"
"아까 예루살렘에서 누굴 만났다고 말하셨잖아요."
기사는 슬픈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소년은 기사의 표정을 제대로 읽을 수 없었다.
"그 분은 예루살렘의 이름을 지키려고 하셨던 분이지. 모두가 편안하게, 그렇지만 경이로움에 꽉 찬 마음으로 그곳의 이름을 부를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셨던 분이다. 누군가는 그 분이 몹쓸 병을 앓고 계셨기 때문에 하늘로부터 버림을 받았다고 생각할 지도 몰라. 하지만 그 분은 하늘과 어울리시는 분이다. 본래는 예루살렘과 같은 분이셨지만, 이제 예루살렘은 그 분이 계시던 때와는 다르니까."
"그럼 말이에요, 예루살렘이 가진 별명에 그 분의 이름도 있었어요? 왜 영주랑 영지의 이름은 똑같잖아요."
기사는 소년의 말을 듣고 씨익 입꼬리를 올리며 소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소년은 목을 조금 움츠리고 기사가 자신의 머리카락을 헤집어 놓는 걸 가만히 두었다.
"재밌는 생각이구나. 그런데 그건 그 분이 원하지 않으셨을 것 같다."
기사의 눈이 반짝거렸다. 조금 전과는 전혀 의미가 다른 반짝임이었다.
"왕께서는 세상의 모든 믿음이 섬길 수 있는 예루살렘이라는 이름을 지키고 싶어 하셨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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