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ID/존본즈] The Example about Falling
- Star Trek Into Darkness, Khan Noonien Singh/Leonard McCoy
- Written by. Jade
The Example about Falling
레너드 맥코이는 이 순간 우주의 온갖 불확실성에 대해 불평할 정신이 없었다. 당장 자신의 온 몸을 빠르게 벗어나는 중력에 덜컥 겁이 났다. 팔을 휘저어도 무엇을 잡을 수 없다는 것에 공포심이 치솟았다. 그의 발밑에는 바닷속에 몸을 감춘 엔터프라이즈도 없었다. 맥코이는 진실로 순간을 두려워하며 발버둥 쳤다. 맥코이는 추락하고 있었다.
맥코이가 우주를 견디지 못하는 데에는 일정 부분 높은 장소에 대한 거부감이 일조하는 바가 있었다. 지구도 벗어난 까마득한 곳은 멀기도 하고, 또 인간이 지어낼 수 없는 높이에 위치한 어딘 가처럼 느껴졌다. 맥코이는 병원 중에서도 응급실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던 시절 유독 추락 사고를 겪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었다. 자연 법칙이 잡아주지 못한 그들의 모습은 겉으로 보기에 그 어떤 환자들보다 처참했다. 깨지고 찢어지고, 종종 어딘가가 꺾여서 들것에 아슬아슬하게 붙어 있는 그들은 대개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지면과 확 충돌하면서 돌이킬 수 없는 중상을 입고 왔다. 맥코이에게 추락은 한 마디로 죽음이었다.
떨어지면서 맥코이는 빠른 속도에 짓이겨진 주변 풍경을 보는 것도 너무 무서워 눈을 감았다. 눈을 감자 대신 눈으로 볼 수 없는 것들이 펼쳐졌다. 맥코이는 그나마 사람들이 견딜 만한 형태로 땅에 머리를 박으려면 어떻게 몸을 돌려야 하는지 고민했다. 추락한 사람들은 대개 머리에서 난 피로 얼룩져 있었다. 맥코이는 저도 모르게 이를 악물었다. 차라리 빨리 정신을 놓아버렸으면 좋겠다고도 생각했다.
그 때까지도 레너드 맥코이에게 추락이란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일이었다.
* * *
맥코이가 일어나는 모습은 자신이 얕은 물에 빠졌음을 모르고 있다가, 퍼뜩 정신이 들어 지상으로 헤엄치기를 시작한 누군가를 닮아 있었다. 숨을 확 들이키는 소리까지 내면서 침대에서 일어난 맥코이는 주변부터 둘러보았다.
“오, 맙소사.”
“살아난 걸 감사하고 있나.”
자신이 망자가 아니라 환자의 처지에 놓인 것을 소박하게 기뻐하던 맥코이는 갑자기 끼어든 목소리에 한바탕 가슴을 부여잡았다.
“…그건 어디서 난 거야?”
검은 티셔츠에 하얀 가운을 덧입으니 뭔가 멋들어진 패션 같다며 엉뚱한 생각을 피어 올리던 맥코이는 곧바로 이상한 점을 깨달았다. 파란 상의를 받지 못한 이가 가운을 걸쳤다는 건 아주 이상한 일이었고, 그 주인공이 스타플릿에서 유일하게 검은 옷차림으로 돌아다니는 인물이라면 더더욱 의문을 가져볼 법했다.
“설마 그거 내 거야?”
“당분간은 입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전사가 아니라 의료 행위를 하는 의사가 입는 유니폼이라고.”
그것을 담는 목소리에 섞인 개인적인 감정의 수준은 다를지 몰라도, 어쨌든 칸 누니엔 싱의 위치는 스타플릿에서 한 명의 전사로 굳어져 가는 형편이었고 칸 역시 그것에 대해 왈가왈부하지는 않았다. 다만 그는 맥코이에게 추측을 독촉하는 표정을 보내며 동그란 의자를 끌어왔다. 맥코이는 눈썹을 찡그렸다가 순순히 눈동자와 머리를 같이 굴려보기 시작했다.
“너, 수술에 동참했어? 다른 장교들은 어디 두고….”
“한 번만 더 해보면 그들보다 내가 나을 것 같던데.”
병상에 누워 있는 처지에, 강화인간의 전매특허라고 할 수 있는 근거 넘치는 잘난 척까지 떠안은 맥코이는 콧잔등을 찡그리면서 가벼운 반감을 표출했다. 물론 그가 자신을 살리는 데에 동참했다는 자각은 뚜렷하게 생겨나 맥코이의 표정은 곧 풀어졌다.
“어쨌든 그럼 덕분에 산 거네.”
“…죽을 줄 알았나?”
“당연하지. 사람이 떨어졌으면 죽는 법이잖아.”
이에 칸은 맥코이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말을 꺼냈다.
“왜 추락이 꼭 죽음으로 귀결된다고 생각하나?”
맥코이는 멍한 얼굴로 되물었다.
“밑으로 떨어진다고 해서 반드시 그게 죽음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야. 아래에서 누군가가 받아줄 수도 있고, 나무 같은 구조물에 걸릴 수도 있지. 떨어진 높이가 의외로 하찮을 수도 있다. 사람을 향한 추락을 경험한 인간들의 수가 헤아릴 수 없는데, 그들이 다 죽은 건 아니잖나.”
“그게 무슨 소리야?”
칸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부여받은 성정이 친절하지 못해 그에게 답안을 얻어내려면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알면서도, 맥코이는 또 다른 의문에 사로잡혔다.
“…그러고 보니, 나 누가 잡은 거야?”
어쩐지 물음표를 남발한다는 느낌이 뿌옇게 일었지만 맥코이는 최대한 궁금하다는 눈빛을 꾸며내 보았다. 그러나 칸은 그를 한 번 본 뒤에 병실에서 나갔을 뿐이었다. 맥코이는 한바탕 또 툴툴댔다.
그런데 이윽고 강화인간의 인정을 반이나마 얻어 냈다는 영리한 레너드 맥코이는 거기에서 대답을 얻어냈다.
뒤이어 맥코이는 문제시되는 사람을 향한 추락이라는 것까지 파악했다. 그 대가로 맥코이는 공연히 화끈거리는 얼굴을 두 손으로 감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