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erlock/셜록존] John Watson's Reality and Others
- BBC Sherlock, Sherlock Holmes/John Watson
- Written by. Jade
John Watson's Reality and Others
셜록 홈즈가 땅에 묻혀 유령처럼 바깥을 돌아다니고 있을 무렵 존 왓슨의 모습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존 왓슨마저 단언컨대 셜록 홈즈는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는 인물이 아니었다. 그가 상처 입는 일을 진실로 염려하는 형제 마이크로프트라면 예외일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셜록 홈즈는 누군가의 사랑을 받는 인물이 아니었고, 오히려 그는 세상 사람들의 넋 나간 박수와 못마땅한 질투가 섞인 경이로움이 쏟아지는 곳에서 살았다. 그래서인지 셜록 홈즈가 사라지고 더 이상 그를 찾는 이들이 없었다. 박수는 장막이 내려오면 가라앉고 죽은 이를 질투할 수는 없는 법이다.
존 왓슨은 셜록 홈즈가 애용하던 그의 핸드폰을 바꿔야 했다. 굳이 자신의 앞에서 죽어버린 플랫메이트를 잊어버리기 위함은 아니었다. 셜록 홈즈의 사후 존을 괴롭히는 전화가 너무도 많이 왔었다. 세계에서 유일했던 자문 탐정의 진실을 밝힐 생각이 없냐고 물어오는 숱한 기자들, 심지어 존 왓슨의 회고록을 내고 싶다는 편집자 몇 명, 이름만 간신히 기억나는 사람들까지 안부를 묻는답시고 존의 핸드폰을 괴롭혔다. 마이크로프트나 레스트라드에게 도움을 청했다면 흡족할 만한 조치를 취해 주었을 지도 몰랐지만 그는 혼자서 핸드폰을 바꿨다. 다행히 전화기를 바꾸니 벨소리도 빛나는 액정도 자취를 감추었다. 그것이 존이 핸드폰을 교체해서인지, 사람들이 서서히 셜록 홈즈와 존 왓슨을 잊어가기 때문인지는 확실치 않았다.
허드슨 부인은 여전히 그가 셜록과 나누어 내던 방값만 받았다. 가정부가 아니라면서 이따금씩 쿠키를 가져다주는 버릇도 계속되었다. 존은 어제 오후에 허드슨 부인이 갖다 준 남은 간식을 플라스틱 용기로 덮어두었다. 개수대는 깨끗해졌다. 존은 냉장고를 열어보고 부족한 식재료가 무엇인지 꼼꼼히 쪽지에 적었다. 플랫에 가만히 있는 게 힘이 들면서 존은 더욱 부지런해졌고 매일 자신이 할 일을 만들었다.
"부인, 혹시 뭐 필요하신 거 있으세요?"
나가기 직전 존이 허드슨 부인에게 크게 물었다. 허드슨 부인 역시 큰 소리로 답했다.
"아니. 신경 쓰지 말고 외출하시라우!"
얼핏 그 소리는 명랑하게 들려서 존은 짧게 웃었다. 베이커 가에 짐을 내려놓은 이후 셜록 홈즈나 허드슨 부인이 존에게 헛웃음 비슷한 미소를 자주 짓게 만들었고, 레스트라드는 그의 동정심을 자극했으며 마이크로프트는 심심찮게 질린다는 존의 고갯짓을 받았다. 그것은 지금까지도 거의 변하지 않았다. 조금만 변했다.
존은 나오면서 문득 마이크로프트와 나눴던 대화를 떠올렸다. 마이크로프트는 이렇게 말했었다.
"문자 메시지를 작성하다가 멈칫하는 일이 많습니다. 어느새 셜록에게 말하는 내용이 적혀 있거든요. 물론 셜록은 살아서도 내 연락을 진지하게 받은 적이 없었지만."
존이 고개를 끄덕였다. 충분히 그를 이해할 수 있었다.
"내 동생이 죽었다는 사실을 설마 잊기야 하겠습니까. 그의 기일에 나는 자연스럽게 검은 넥타이를 고르게 되겠지요. 하지만 적어도 보낼 수 없는 메시지를 적는 습관은 없어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존은 마이크로프트의 말을 계속 상기하면서 걸었다. 카페를 두 곳 정도 지나쳤으니 머지 않아 서점이 보일 차레였다.
"당신도 셜록을 잊지는 못하겠지만 안정을 찾을 수 있는 순간이 올 겁니다."
음성 사서함에서 워낙 여러 번을 들었던 지라 존은 얼떨결에 출판사의 이름을 몇 개 외우게 되었다. 그들은 왕성히 새로운 책을 내고 있었다. 셜록 홈즈를 기리고 그를 변호하는 이의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수많은 역사와 사람들이 존재했다.
마이크로프트가 한 말은 그것이 끝이었으므로 존 왓슨은 아무 것도 생각하지 않고 횡단보도 앞에 멈춰섰다.
셜록 홈즈는 마지막으로 보통 사람들은 자신이 신빙성을 잃어버리는 것은 더 현실감 있게 받아들일 거라고 분석했다. 그들에게 경찰과 범죄자의 머리 위에서 훨훨 날아다니는 탐정이란 없어져도 별 상관 없을 뿐더러, 오히려 그게 그들의 이치에 맞는다. 셜록 홈즈가 거짓이 되는 게 보통 사람들의 현실이다.
그러나 존 왓슨의 현실은 남들과 조금 달랐다.
많은 행인들의 틈바구니에 섞여 존이 보도를 건넜다. 아직 몇몇이 그들 알아보고 서로 눈짓을 주고받았다. 하지만 그들 역시 존과는 다른 현실에 산다.
아마 1년은 그렇게 살았던 것 같다고, 존 왓슨은 어둠 속에서 홀로 그렇게 돌이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