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ID/존본즈&스팍커크] Carry You Home
- Star Trek Into Darkness, Harrison/McCoy/Spock/Kirk
- Concept from 'We are Young' song by Fun.
- Written by. Jade
Carry You Home
“함장님, 이제 그만 술 마시는 속도를 줄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에이, 나 안 취했어!”
“함장님과 합석했던 경험과 성인 남성의 일반적인 알콜 분해량을 모두 고려해 보았을 때, 함장님은 앞으로 1.5잔만 더 마시면 함장님이 견딜 수 있는 최대 수치에..”
눈앞에서 술잔을 비워버리는 커크를 보며 스팍은 말하길 관두었다. 탐사 업무를 마친 엔터프라이즈의 함장이 기분이 나쁠 리가 없었고, 하급 승무원들까지 모아 놓은 가운데 함장의 입과 잔을 든 손은 쉬질 않았다. 완전히 긴장이 풀린 함박웃음을 지으면서 커크가 하던 얘기를 이어갔다. 스팍은 커크의 고개가 이따금씩 자신에게 기울려다 마는 걸 계속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커크가 주량을 다 채웠다는 걸 애써 머릿속의 한 쪽으로 치워버리고 자신의 함장의 행동이나 살펴야겠다고 생각했다. 근처의 맥코이가 커크를 힐끗하는 스팍을 보고 희미한 미소를 머금었다.
“왜 제 말은 매번 무시하시는 겁니까. 45분 전 즈음에 분명히 경고드렸지 않습니까.”
건장한 벌칸은 나름대로 몸집이 있는 함장을 무리 없이 부축했다. 스팍의 자세는 부담스러워 보이지도 않았고 얼핏 요령을 터득한 티도 났다. 스팍에게 거의 몸을 맡기고 있는 커크는 휘적휘적 다리를 엇갈렸다가 넘어질 뻔했다. 스팍이 잠시 눈살을 올렸다.
“난 말이야, 너랑 같이 술 마실 때가 제일 편해.”
게슴츠레하게 뜬 와중에도 커크의 눈동자에는 살짝 눈웃음이 맺혀 있었다.
“날 집에 데려다 줄 누군가가 옆에 있잖아. 그거 되게 좋은 거야, 진짜로— 걱정 없이 집에 돌아갈 수 있다는 게.”
바에서 막 기타 소리가 울리는 노래를 틀었다. 커크가 무의식적으로 흥얼거렸다. 온갖 소리들과 소리들이 섞인 와중에 커크를 붙잡고 있는 스팍은 간신히 가사를 중얼거리는 커크의 음성을 듣고 있었다. 스팍만큼이나 커크를 바에서 마주친 역사가 깊은 맥코이가 타이밍 좋게 나와서 입구를 열어주었다. 커크는 여전히 노래하고 있었다.
“술 취해서 한 말 아니야.”
맥코이가 말했다. 스팍이 의아하다는 듯 눈동자를 들었다.
“술 마시고 싶은데 집에 어떻게 가야 할지 걱정되면 얼마나 찝찝한데. 그러면 기분 좋게 취하지도 못한다고.”
“..그렇습니까?”
스팍이 싱겁게 반응하자 맥코이가 눈썹을 찡그리면서 직설적으로 설명을 덧붙였다.
“그만큼 의지가 된다는 거야. 하여튼 이런 데에는 정말 눈치 없어.”
맥코이는 공연히 툴툴거리면서 스팍과 커크를 바의 바깥으로 내쫓듯 내보냈다. 커크가 살짝 정신을 차렸는지 뒷모습을 보인 채로 맥코이에게 인사했다. 물론 그래봤자 겨우 본즈라는 그의 호칭 뒤에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덧붙인 것에 지나지 않았다.
적게 마신 건 아니지만 중간중간 술이 깨는 편인 맥코이는 멀쩡한 얼굴로 뒤를 돌았다가 자신이 취했나 싶어 눈을 깜빡였다. 동일한 색깔로 밤을 주무를 듯한 여유롭고 오만한 자세로 존 해리슨이 바의 바깥에 서 있었다.
“늘 느끼지만 너네 함장은 철이 없군.”
“젊잖아. 그리고 이제 네 함장이기도 하거든?”
존이 순식간에 불쾌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꼬박꼬박 캡틴이라고 부르면서. 혼자 중얼거린 맥코이가 들어가지 않을 거냐며 입구를 향해 고갯짓했다. 그러고보니 언제부터 밖에 나와 있던 것인지, 맥코이는 존이 나온 시점을 기억하지 못했다.
맥코이의 제스처에 답하지 않은 존은 대뜸 우산을 꺼냈다. 맥코이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밤 늦게 비가 온다더군.”
존의 손에서는 워낙 작아 보여 제 구실이라도 할지 의심스러워 보이던 우산이 맥코이에게 도달해 본래의 크기를 되찾았다. 존이 기대 있던 기둥에서 물러나 가버릴 것처럼 우선을 풀었다.
“가게?”
“곧 비가 오면 다른 인간들이 우산을 빌려 달라고 달라 붙을 테니까.”
“..두 개가 전부야? 살 거면 넉넉하게 사오든가.”
존은 그만의 눈빛, 그러니까 ‘열등한 족속들을 내가 왜 신경써야 하는가’라는 문장이 떠다니는 눈을 뜨고 단정한 군청색 우산을 펼쳤다. 어두운 땅바닥에 정말로 빗자국이 하나씩 찍혀갔다.
“원한다면 데려다 줄 의향은 있는데.”
존은 기척 없이 거기 있으면서 맥코이가 스팍에게 했던 말을 다 들은 게 분명했다. 바의 그늘에서 나온 그는 조금씩 비를 맞고 있었다. 맥코이는 일부러 사족을 붙였다.
“난 그렇게 안 취했는데?”
“동행인이 있다는 건 인간들 관점에서 좋은 것 아니었나.”
“또 그런 말투. 넌 사람 아닌 줄 알아?”
맥코이가 존이 건넸던 우산을 펼쳐 들었다. 존의 우산과 같은 모양이었다.
“그러고 보니 둘은 비 맞고 가겠네.”
맥코이는 잠시 우산을 젖혀 떨어지는 물방울을 바라보았다. 스팍은 커크를 데리고 이미 맥코이의 시야를 벗어나는 어느 코너로 진입했는지 보이지 않았다. 그는 젊은 녀석들이니 감기가 걸리지는 않을 거라며 생각하다 힐끗 고개를 돌렸다. 맥코이가 간단하게 평했다.
“..어쩐지 네가 우산 쓴 게 되게 신기해 보인다.”
존이 우산으로 가려져 있던 얼굴을 드러냈다.
“비를 맞는 건 상관 없지만, 젖은 채로 들어가면 싫어할 게 아닌가.”
“누가 너 들여보내준대? 문 앞에서 곧바로 내쫓을 거야.”
그것은 맥코이의 진심이 아닐뿐더러, 의학 장교 정도는 완력으로 제압할 힘이 있는 존은 더 대답하지 않고 걸었다. 둘은 어깨를 붙이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멀어지지도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