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ar Trek Into Darkness/Novelette

[NC/칸엘리캐시] The Moment of Failed Passing

Jade E. Sauniere 2013. 9. 18. 17:33

- Narcissistic Cannibal, Khan Noonien Singh/Elizabeth Heren/Katherine Hastings

- Written by. Jade



The Moment of Failed Passing 




 캐서린 헤이스팅스의 생화학적 복수를 견딘 강화인간은 칸 누니엔 싱을 포함하면 73명이었다. 그럼에도 헤이스팅스 박사는 그들을 멸종시키지 못한 것에 충격을 받은 모양이었다. 맞물려 있는 유전 염기를 떼어내는 방법으로도 그들을 완전히 죽일 수 없다면, 더 이상 어떤 방도를 생각해 내야 할지 상상도 되지 않는다는 기색이었다. 얼마 남지 않은 과학자들과 캐서린은 부산하게 회의를 했고, 이 일에 숟가락도 제대로 올리지 못한 권력자들은 생명과학에 밀려났다.


  강화인간들은 엄중한 감시를 받으며 격리되어 있었지만, 그 중에서 칸 누니엔 싱의 처지는 특히 가혹했다. 최악의 전범 따위는 철심이 가득 박힌 고문 기구 같은 곳에 가둬 놓아야 한다는 캐서린의 발악마저 잠깐이나마 고려될 정도였다. 아무렇지 않게 대륙을 걷고 산맥을 짓밟던 남자는 터무니없이 좁은 공간에 홀로 갇히게 되었다. 


  그의 앞을 가로막은 철문에는 겨우 일자 구멍이 얇게 뚫려 있을 뿐이었다. 창문도 환풍구도 없는 곳이라 그 구멍으로만 유일하게 공기가 통했다. 그는 대개 꼿꼿한 자세로 앉아 있었는데, 안이 워낙 좁아 문이 코앞이었다. 그러면 기껏해야 손가락 한 마디도 되지 않을 두께의 구멍으로 강화인간의 파리한 안광이 빛나는 것이다. 실로 그것을 보고 놀란 가슴을 붙잡을 수 있는 노련함을 가진 건 캐서린 헤이스팅스뿐이었다.


  다시 말하자면, 칸 누니엔 싱을 찾아오는 사람은 캐서린 헤이스팅스밖에 없었다.


  캐서린은 그의 방까지 들어갈 수가 없었다. 공간이 너무 비좁은 탓이었다. 불가피하게 칸과 대화를 나눠야 할 때면 그녀는 분노하는 것인지 조롱하는 것인지 확실치 않은 청록색 눈동자를 언제까지고 바라보고 있거나, 틈새로 통신기를 던져주고는 수화기를 통해 이야기했다. 두 가지 방법 중에서 오늘 박사는 후자를 이용할 것 같았다.


  까만 통신기를 손에 쥐고 캐서린은 복도를 걷고 있었다. 사정도 모르는 정치가들은 아무렇게나 칸 누니엔 싱과 그 집단을 죽이라고 아우성이었다. 과학자들은 차선책으로 온갖 종류의 약물을 실험해 보고 있었으나 신통치 않았고, 설상가상으로 살아남은 강화인간들은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를 생성한 상태였다. 캐서린은 그녀가 조금만 시간을 끌었더라도 칸이 죽을 수 있었다는 사실을 아직도 몰랐다. 그래서 그녀는 칸을 향했다.


  새카맣던 감금실에 청록색 불빛이 켜졌다. 칸은 캐서린의 발소리를 듣고 눈을 떴고 캐서린이 구멍 사이로 통신기를 내밀었다. 


  "오늘은 얼굴을 보고 얘기하고 싶은데." 

  "…서 있고 싶지 않아. 그냥 받아."


  그리고 캐서린은 복도의 차가운 벽을 대고 앉았다. 칸이 아무리 눈동자를 내려도 보이지 않을 사각지대였다. 캐서린이 플립을 열고 번호를 눌렀고, 칸은 전화를 받은 채 그녀의 목소리를 기다렸다. 지독하도록 흉악한 전범의 감옥을 지키는 이도 없어 캐서린은 편하게 다리를 뻗었다. 멸망의 문턱에 서 있는 인류는, 어차피 그가 마음만 먹으면 목을 꺾을 수 있는 경비병조차도 아까웠다. 


  "넌 대체 왜 죽지 않지?"


  철문 뒤에서 칸이 웃는 소리가 났다. 캐서린은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길목에서처럼 그에게 고함을 지르고 싶은 심정이었다. 강화인간을 괴멸시키는 데에 가장 가깝게 접근했던 캐서린 헤이스팅스 박사는 다른 사람들이 예상하듯 모든 대답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니었다. 모순적이게도 캐서린은 자신의 적에게 하소연했다. 칸에게 말하는 것은 밖으로 새어나갈 염려가 없다는 것만으로는 충분히 뒷받침되지 않을 행동이었다.


  "왜 다른 인간들에게 얘기하지 않았지?" 

  "뭐를?"

  "나를 봉인해 준다는 전제 하에 내가 너한테 잡혔다는 걸 계속 숨길 생각인가?"


  캐서린은 일부러 목소리에 날을 세워 답했다.


  "내가 내건 전제는 아니야. 난 반드시 널 죽이고 말 거야."

  "우리를 가둬놓은 지역에 원자 폭탄이라도 떨어뜨려 보지 그러나."

  "지구 다 망칠 일 있어? 가뜩이나 네놈들 때문에…."

  "내가 망친 건 행성이 아니다. 인간들이지."


  풀어야 할 문제집의 페이지를 지적해 주는 듯한 말투였다. 낮고 작은 그의 음성에서는 이따금씩 숨소리가 섞였는데, 캐서린은 단언코 그것이 그의 비인간적인 눈동자만큼 버티기 어렵다고 말할 수 있었다. 허리를 기대는 것도 어려운 사방의 벽 사이에서 칸은 똑바로 통신기를 잡았다. 


  "네가 만들었던 그 바이러스가 가장 그럴 듯한 방책으로 보이겠지. 인정한다. 하지만 그걸 다시 이용하려면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릴 거야. 인간은 도저히 가질 수도 없는 우수한 형질이 만들어 낸 항체를 뚫으려면 백 단위의 실험이 필요하겠지. 한 번 시도해 봐. 그렇게 된다면 나 역시 너희들을 다시 소멸시킬 여유를 찾을 테니 꺼려할 이유가 없지, 캐서린."


  인류에게는 저주와 같은 발언들 말미에 캐서린 헤이스팅스의 이름이 붙었다. 물리적인 파괴에만 능한 것이 아닌 칸은 캐서린이 볼 수 없는 곳에서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고, 캐서린은 순간 자신의 가운 자락을 세게 붙잡았다. 


  "…지금 밤인가?"


  달을 베어버릴 듯이 날카롭게 솟았던 언어가 뜬금 없는 쪽으로 방향을 돌렸다. 캐서린이 수상쩍다는 듯 반문했다. 


  "뭐라고?"

  "여기서는 시간의 흐름을 가늠하기 어렵다."

  "…밤이지. 10시가 되기 직전이야." 


  칸은 그녀의 대답을 만족스럽게 여긴 것처럼 입을 열었다.


  "밤이 오기 전에 그녀는 다시 나를 사랑하고 칭송하게 될 것이다. 그런 어리석음마저 없다면 그녀는 오래 살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단지 런던의 연구소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영국식 악센트를 쓸 뿐이었지만, 그는 역사 깊은 땅의 문학적 가치마저 모조리 음성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오만함을 풍겼다. 덕분에 캐서린의 귀에도 그의 뜻 모를 말은 아름답게 들렸다. 캐서린이 미간을 좁혔다. 


  "엘리자베스 헤렌의 이야기를 해 줄 존재가 나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 인식하고 있었나?"


  그리고 칸이 허리를 유연하게 비틀어 철문에 바짝 몸을 붙였다. 그의 손에 있던 통신기는 바닥을 향하고 있었다. 강화인간에게 대항하는 무리 중 유일하게 인류의 생존이 아니라, 친구의 복수를 위해서 애쓰고 있는 캐서린은 칸 누니엔 싱이 발음하는 그녀의 이름에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통신을 끊어, 캐서린. 여기서 얘기하도록 하지."


  그의 육성이 철문을 뚫었다. 캐서린이 통신기를 양손으로 붙잡았다. 손바닥으로 가려진 통신기에서, 그녀가 등을 대고 있는 벽의 근처에서 동시에 칸이 그녀에게 말할 것이었다. 캐서린은 눈을 가늘게 뜨며 통신기의 플립을 끝까지 열어 놓았다. 그것이 캐서린의 저항이었다.




  "네 놈한테는 호의를 발휘하는 것도 아깝지만, 이건 인간적인 전통이니 잠들기 전에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다면 허락하겠다."


  칸은 그의 눈앞에 보이지도 않는 여인에게 말했다. 


  "그녀는 정확히는 밤이 오기 전부터 나를 사랑하고 칭송하며 찬미했다. 하루를 꼬박 도는 그 시간이 비로소 결실을 맺는 순간은 너무도 짧았지만 그녀는 반복했지. 그것이 그녀에게는 자신을 유지하는 하나의 방법이었던 것이다. 그녀의 지성을 폄하할 의도는 없다. 어쨌든 그녀는 나의 창조자였으니까."


  캡슐의 뚜껑이 닫히고 그의 얼굴 부분에만 간신히 덮개가 내려앉지 않았다. 칸은 눈을 감았다. 자신의 눈을 보여줄 인간은 근방에 없는 것 같았다. 인류를 구원한 박사이자 섬김 받아 마땅한 여왕이 된 캐서린 헤이스팅스는 되어야 그의 안구를 감상할 자격이 있었다. 과학자 하나가 성급하게 캡슐을 봉인하려다가 누군가에게 제지당하고 황급히 물러났다. 


  "그녀는 자신의 적을 사랑했다. 이런 짓에 익숙해져 마침내는 자신의 파멸마처 덤덤하게 바라볼 수 있었던 데에는 그녀 역시 그다지 정상적이지 못했다는 진실이 포함되겠군. 그리고 결국에 그녀는 엉뚱하게도, 자신의 벗들에게 복수를 하게 되었군."


  그가 캐서린 헤이스팅스를 위해 웃었다. 


  "내가 이 정도의 판단을 내릴 수 있을 정도로 알았던 여자가 몇이나 될까."




BGM : Linkin Park - The Requiem

God save us 
신은 우리를 구원하시고
Everyone will be burn inside the fires of a thousand suns 
인간은 천 개의 태양이 들끓는 화염 안에서 타오르게 되리라

For the sins of our hand 우리들의 손으로 저지른 죄를 위해
Sins of our tongue 우리가 언어로 빚은 죄를 위해
Sins of our father 우리의 아버지와
Sins of our young 우리의 젊은 날이 저지른 죄악을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