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ID/존본즈] Narcissistic Cannibal #5, The Reason of Violence
- Star Trek Into Darkness, For Khan Noonien Singh
- Written by. Jade
그의 이름과 걸맞지 않게 칸 누니엔 싱은 조악한 유리 감옥 안에서 말했다.
아마 그들의 책임자였던 것 같군, 그가 말했지. 그는 실험체 중 누군가가 자신의 말을 들을 거라고는 예상도 못했지만 과학자들이 기록한 바에 따르면 나는 7분 정도를 일찍 일어났다고 한다. 내가 들었던 최초의 언어는 여전히 생생해. 그는 들을 수 없는 관객을 앞에 두고 마치 연설하듯 목소리를 냈다. 새로운 종들은 나를 자신의 창조주요 근원으로 축복하지 않겠는가? 행복하고 뛰어난 수많은 생명체들이 나로 인해 지금 탄생하게 돼. 그 어떤 아버지도 나만큼 자식으로부터 크나큰 감사를 받을 자격을 갖추지는 못할 것이네. 깨어나고 나서 제일 먼저 배운 것이 언어였기 때문에 나는 당시에는 이해할 수 없었던 박사의 말뜻을 금방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그 모든 말에 반대하게 되는 데에도 그다지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지.
칸은 계속해서 말했다.
그가 무엇을 근거로 행복을 들먹였는지는 글쎄, 아마 우리가 뛰어나므로 자연스럽게 행복이 따라 온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지. 처음으로 우리를 만들었던 과학자들이 아닌 인간들에게 내보여졌을 때가 있었다. 온갖 유니폼들이 늘어서 있었고 그들의 만족해하는 눈동자가 있었다. 기억하기로는 내가 완벽하게 깨어나고 나서 한 달이 겨우 지났을 때였다.
그들의 만족은 곧 두려움으로 바뀌었지. 첫 번째 전투를 거치고 난 다음에 나타난 변화였다. 내가 인간들을 증오하는 이유 중 하나는, 그들은 도무지 책임감이라고는 없는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맞섰던 적도 결국은 다른 부류의 인간이었다. 그들의 사지가 완전히 관통되어 으스러지고 흉하게 뜯긴 모습에 감정이입이라도 한 모양이었는지, 그 때부터 인간들의 억압과 그릇된 유희가 벌어졌다. 나는 예전에도 쉽게 잠들지 않았다. 그래서 동족들이 수면제에 못 이겨 겨우 잠에 빠졌을 때 약물로 나의 형제를 죽이는 인간을 볼 수 있었다. 그가 뭐라고 했는지 아는가? 어찌 생명을 가지고 장난을 칠 수 있느냐면서, 피조물에 대한 의무를 다 하라고 했다.
유리 감옥은 매끈했지만 그의 미소는 왜곡되어 보였다.
우리들에겐 그 어떠한 것도 인간들보다는 더 친절하게 다가왔다. 처음으로 내몰렸던 전장에서 사실 인간들은 우리에게 무기를 건네주지 않았다. 우리가 육체적으로 뛰어난 힘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았으니 가장 극한 상황에서 그것이 발휘되는 모습을 보고 싶었던 거지. 그 때 우리는 이미 가장 야만적인 형태의 폭력을 허락 받은 것이 아닌가? 살아남아야 했으니까. 인간들은 우리를 만든 것만큼이나 우리를 멋대로 증오했다. 그러니 내가 그들에게 적대적인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그 어떠한 종족도 믿을 만한 근거 없이 적들과 손을 잡지는 않는다.
칸은 순식간에 바늘 자국을 먹어치워 버리는 자신의 피부를 보며 다시 웃었다.
나를 증오해도 상관없어. 그것이 순리다. 우리는 추악한 인간의 모습을 닮은 존재들이니까. 하지만 내가 벌이는 행동을 멋대로 악으로 규정하지 마. 내가 잔인한 건 내가 너무 비참하기 때문이야.
냉소 짓는 칸의 앞에서 레너드 맥코이는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떤 식으로든 웃고 있던 칸 누니엔 싱과는 달랐다. 칸이 미간을 찡그렸다. 그러나 곧 누군가를 해칠 수 있는 물건이란 아무 것도 들지 않는 의사의 눈에 맺히는 수분 같은 감정을 보고 그는 의아해졌다. 레너드 맥코이는 단 한 번의 깜빡임으로 눈동자를 깨끗이 만든 뒤에 젠장, 이라는 한 마디를 내뱉고는 그쳤다. 투명한 유리를 피해서 맥코이가 고통스럽게 입술을 물었다.